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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직군이 일하는 장애인복지관,
복지관에서 일하는 치료사 선생님이 정체성을 고민합니다.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요?
장애인복지관은 인력 구성에서 특수성을 가집니다. 기관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사회복지사 외에도 작업치료사, 언어치료사, 물리치료사, 직업재활상담사, 체육교사 등 다양한 직군이 함께 일합니다. 애초에 종합재활서비스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설치되었기 때문입니다. 전 직장들에서 직업재활상담사, 체육교사와 팀을 이뤄 일한 적 있습니다. 때때로 사업에 대한 의견이 달라 조율해야 했고 당사자 지원 방법을 놓고 한참을 논의하기도 했습니다. 서로 다른 방식을 존중하고 이해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조직의 특성상 사회복지사가 팀장으로 있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이때는 다른 분야를 전공한 팀원들에게 어떤 슈퍼비전을 줄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됩니다.
근래에 들어서는 장애인복지현장 지원 패러다임 변화에 따라 사람중심, 지역사회중심으로의 서비스 전환이 요구되며 장애인복지관에서 일하는 치료사에게도 지역으로 나가 주민을 직접 만날 것을 권하거나 지역사회중심 자원을 개발하는 역할을 요구하는 곳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때 이런 질문을 받을 수 있습니다. “사회복지사가 아닌데 왜 그렇게 해야 하나요?”
사회사업 개념이나 방법으로 설득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그러함에도 장애인복지관의 이상을 안내하고 설명하겠습니다. 바라보는 방향은 다르지 않다고 이야기하겠습니다.
재활에서 자립으로 장애인복지관은 장애에 대한 진단과 판정의 권한을 가지고 의료, 교육,직업, 심리, 사회적응 등과 같은 종합 재활서비스 기능을 지역사회에서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장애인복지관의 독보적 위상은 다양한 서비스 제공기관이 많아지며 차츰 축소되고 위축되었습니다. 「장애인 복지시설의 패러다임의 변화와 선진 외국(미국과 독일) 사례연구」 (2015, KNU기업경영연구소)
장애인복지 패러다임 변화
장애에 대한 시각이 의료모델에서 사회모델로 변화함에 따라 장애인복지 패러다임도 재활모델에서 자립생활모델로 함께 변화했습니다. 이런 흐름은 당사자의 역량강화를 강조하기에 전문가의 역할을 축소하고 당사자를 자기 삶의 주인으로서 선택 통제 책임의 주체로 봅니다. 보호, 관리에서 출발했던 장애인복지서비스는 교육, 훈련에 초점을 두었다가 현재는 자조와 독립, 지역사회 통합을 강조하는 추세입니다. 복지관 안에서만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에서 나아가 지역사회서비스체계와 통합 운영하려는 것도 이를 반영한 변화입니다.
장애인복지서비스 변화 과정을 살펴보면 지금 요구받는 역할은 어쩌면 우리가 당연히 해야 할 마땅한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그동안 흐름에 민감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익숙한 방식으로 일해왔던 현장을 돌아봅니다. 지금, 우리 재정비할 때는 아닐까요?
장애인복지관의 정체성
내가 일하는 곳은 어디일까? 개념이 분명하면 해야 할 일이 보입니다. 같은 자격증과 기술을 가진 직업이라도 어디에 소속했느냐에 따라 기대하는 역할이 다릅니다. 예를 들어 같은 언어치료사라도 병원, 치료센터, 복지관 등 직장 형태에 따라 권한, 책임, 부수적인 일, 우선순위가 다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내가 일하는 곳이 어디인지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법령 정의부터 사전적 정의, 영문 표기를 살펴보았습니다. 우선 사전적 정의를 살펴보면 장애인의 사회생활에 필요한 서비스와 사회인식개선을 제공하는 기관으로 정의합니다. 장애 당사자가 (지역)사회생활 하는데 필요한 다양한 기능 수행을 목적으로 합니다. 명확한 개념 확인을 위해 영문 표기를 찾았으나 아쉽게도 장애인복지관은 분명한 영문 표기법을 확인하기 어려웠습니다.
① 장애인복지법 제58조 : 지역사회재활시설은 장애인을 전문적으로 상담ㆍ치료ㆍ훈련하거나 장애인의 일상생활, 여가활동 및 사회참여활동 등을 지원하는 시설이다.
② 사전적 정의 : 장애인을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시설로, 장애인의 사회생활에 필요한 서비스와 사회 인식 개선을 제공한다. 또한, 장애인 문제 연구, 인권 보호, 교육, 직업 지원, 가족 지원, 역량 강화, 권익 옹호, 정보 제공, 직업 상담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여 장애인의 복지를 향상시키며 사회 참여를 지원한다.(네이버 국어사전)
③ 서울시장애인복지관협회에서는 영문 표기를 ‘rehabilitation welfare center’로 사용합니다. 한국장애인복지관협회는 영문 표기를 찾지 못했습니다. 복지관에 따라 영문 표기를 다르게 하기도 합니다. 서울 A복지관은 ‘communuty rehabilitation center’로 표기하고 안산 B복지관은 ‘communuty welfare center for person with disabilities’로 표기합니다. 사용하는 용어에서 정체성을 추측할 수 있습니다.
기관이 지향하는 방향에 따라 다르게 사용하는 것 같습니다. 단종복지관이라는 점만 다를 뿐 같은 역할을 수행하는 종합사회복지관 개념을 살폈습니다.
사회복지관 이름에 쓰인 ‘social welfare(사회복지)'는 복지를 추구하기 위한 사회적 노력, 즉 사회보장제도와 같이 정책이나 제도가 지향하는 목적의 개념으로서 사용되거나 보통은 제도적 개념으로 사용된다. 그런데 지역사회복지관은 그런 제도적인 의미로 설립된 기관이 아니라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한 주민의 복지증진을 위해 실제로 실천을 목적으로 설립된 기관이다. 정리하면 사회복지관은 ‘지역사회복지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 즉, 사회복지관의 ‘사회’는 social의 의미가 아니라 지역사회(community)를 의미해야 한다. 「웰페어뉴스‘사회복지관, 관(館)이 아니라 지역사회 중심이다.’」(2018.6.20.)
사회사업 조직으로서 복지관은 당사자와 지역사회가 복지를 이루게 돕고, 더불어 살게 돕는 지원기관입니다. 지역사회를 약자도 살 만하고, 약자와 더불어 살고, 이웃이 있고 인정이 흐르게 하는 기관입니다. 「지역복지 공부노트 개정3판」 (구슬꿰는실, 김세진)
위 개념을 빗대어본다면 장애인복지관은 장애 당사자와 지역사회가 복지를 이루게 돕고 더불어 살게 돕는 지원기관입니다. 지역사회를 장애가 있어도 살 만하고, 약자와 더불어 살고, 이웃이 있고 인정이 흐르게 하는 기관입니다.
당사자의 지역사회를 생각한다면 아무리 복지관이 훌륭해도 그것이 전부일 수 없습니다. 다양한 서비스와 편의를 누려도 복지관을 벗어나 똑같이 지낼 수 없다면 당사자의 삶은 크게 변하지 않을 겁니다.
사람은 누구나 내가 먹고 자고 사는 곳, 가족 친구 이웃이 있는 곳에서 일상을 누리며 살기를 바랍니다. 진짜 삶이 있는 곳은 복지관이 아닙니다.
나아가 기관 비전도 살핍니다. 위에서 밝힌 개념과 기관 비전이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 짐작합니다. 그러함에도 기관에 따라 공동체를 지향하기도 하고 복지서비스에 초점을 두고 일할 수 있습니다. 이때는 혼자 앓기보다 함께 고민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직급이나 처지에 따라 과업이 다를 수도 있고 방식의 차이라면 정도에 따라 조정, 조율이 가능할지 모릅니다.
자기 분야의 전문가로서
복지관에서 밥 먹고 공부하고 치료받는 것과 밥은 집에서 먹거나 식당에서 사 먹고, 공부는 학교에서 하고, 치료는 병원에서 받는 것 가운데 무엇이 당사자에게 유익할까?
복지관 안에서 직업훈련하는 것과 사업체에서 실습하며 직접 부딪치는 것 중 어느 것이 직장생활하는 데 도움이 될까?
복지관에서 하는 모든 일은 당사자가 지역사회에서 일상을 잘 누리시게 돕기 위함입니다. 그동안 당사자를 위해 만든 특별한 장소, 방법들이 오히려 더 특별한 사람으로 만들어 지역사회와 멀어지게 했습니다. 신체적 능력을 높이고, 일상생활능력 향상을 위한 치료 재활 교육도 복지관 밖에서 진행되어야 자연스러운 삶에 가까워집니다. 그래야 지역사회도 당사자를 자연스럽게 만나고 어울립니다.
치료사는 치료를 직업재활상담사는 직업재활을 사회사업가는 사회사업을 합니다. 전공자로서 역할이 다를 뿐입니다. 각자 영역이 다르기에 할 수 있는 일이 더 많습니다. 안산에 있는 S장애인복지관에서는 음악치료사가 엄마 전화번호를 못 외우는 당사자를 위해 음악을 활용하여 번호를 외울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이제는 언제든 필요할 때 가족에게 연락할 수 있습니다. 즐겨가는 카페에서 가장 좋아하는 메뉴를 가사로 만들어 노래했습니다. 당사자의 소소한 일상이 노래로 불리고 음악이 되어 흐릅니다. 하나둘 그렇게 부르는 노래가 늘면 음악으로 가득한 지역사회가 되지 않을까요?
지난 월요일. 예원 씨와 반달커피 카페에 다시 방문했습니다.
‘오늘도 반달커피’ 악보를 반달커피 사장님께 전달드렸습니다.
노래 만들었던 과정을 설명하고 전달 드렸더니 깜짝 놀라시며 “이거 그냥 받아도 되나요?” 예원 씨와 눈을 맞추시며 감사하단 인사를 하셨습니다. 아마도 사장님은 손님에게 선물 받은 적은 처음이 아니실까 싶습니다. 사장님의 인사를 받으며 예원 씨는 쑥스러워하면서도 미소를 띄며 ‘네!’라고 대답했습니다. 이제 예원 씨는 지역의 카페에 가는 것을 더 즐거워할 것 같습니다. 카페에서 많은 것을 할 수 있고 즐거운 곳이라는 것을 알게 되셨으니까요.
그리고 카페에 커피 스탬프 쿠폰이 어디 있는지 알려드리면서 “예원 씨 이제 엄마랑 같이 와도 되고 친구들이랑 와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하고 말씀드렸습니다. 스무살 예원 씨가 지역사회에서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이 하나 늘었음에 기쁘고, 음악치료사로 당사자와 장애인친화마을만들기를 고민하고 즐겁게 할 수 있음에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음악치료사로서 임상과 친화마을을 연결짓는 것에 고민을 많이 했는데 당사자가 가장 즐거워하고 잘 하는 것-강점을 찾아가면 된다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 안산S복지관 음악치료사 강애스더 선생님 기록 가운데
함께 일했던 체육교사 선생님은 복지관 강당을 벗어나 운동했습니다. 복지관에서 가까운 산을 오르거나 자전거를 타고, 마라톤 대회에 도전했습니다. 나중에는 계절에 맞는 생활스포츠를 즐길 수 있도록 거들고자 했습니다. 당사자의 변화만이 아니라 삶 전체를 보았습니다. 이런 시도가 축적되어 당사자에게 삶의 지혜가 되고, 삶에 지칠 때 숨구멍이 되리라 믿습니다.
결국 우리 바람은
사회복지사든 치료사든 장애인복지관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장애 당사자의 더 나은 삶을 바라보며 일합니다. 장애 유무를 떠나 자기 삶을 살고 사회에 통합되어 살기를 바랍니다. 학문이 달라도 같은 곳을 보며 일합니다. 다른 점이라면 가진 도구나 전략일 겁니다. 목적지를 아는 선장은 꾸준히 방향을 살피며 나아갑니다. 조금 돌아가더라도 포기하지 않는다면 목적지에 다다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방향을 모르는 선장은 부는 바람에 방향 없이 흔들리며 표류합니다. 적당한 바람만으로 목적지에 갈 수 없습니다. 돛이나 방향타처럼 여러 요소가 함께 움직여야 배는 목적지로 전진합니다.
당사자의 장점, 단점도 활용하기에 따라 강점이 됩니다. 우리도 서로 다른 점을 자기 역량으로, 강점으로 세워 당사자의 삶을 지원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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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지난 2월, 3일간의 사회사업 슈퍼비전 연수에 참여했습니다.
첫째날, 둘째날은 학습하고 마지막 날에는 모둠별 후배의 질문에 답해보는 워크샵을 가졌습니다.
장애인복지 모둠에는 이미영 선생님, 신현환 선생님과 함께 했습니다.^^
현장에서 후배에게 받았던 질문들을 공유했습니다. 비슷한 질문들을 보며 각자 답을 생각해보고 나눴습니다.
여러가지 질문이 많았습니다. 그 중 1개의 질문에 대한 답을 생각이 나아간 곳까지 정리해서 나눕니다.
슈퍼비전 연수, 재미있고 유익했습니다.
생각이 나아간 데까지 정리해 나눠주어 고맙습니다.
늘 해온 고민인데 이렇게 기록해볼 생각은 못 했어요.
강애스더 주임님 글이 자랑스럽게, 예시로 들어가있어서 기뻐요.
'사회복지사든 치료사든 장애인복지관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장애 당사자의 더 나은 삶을 바라보며 일합니다.'
이 말에 공감합니다.
'장애인복지관에서 일하는 치료사에게도 지역으로 나가 주민을 직접 만날 것을 권하거나 지역사회중심 자원을 개발하는 역할'을 해야하는 이유를 생각했을 때, 치료사의 치료 이유를 생각하면 당위가 생기는 것 같습니다.
작업치료와 감각통합치료를 통해 소근육 및 신체 균형을 도모하는 이유도,
물리치료를 통해 근육을 기르고, 동작의 개선을 도모하는 이유도 곧 잘 살기 위함이니까요.
언어재활도, 심리재활도, 특수교육도 같다고 생각해요. 멀리보면 결국 '삶', '살아냄' 아닐까 싶습니다.
장애인복지관에서 근무하면서 다양한 관점으로 바라보는 분들과 함께 일하는 게 저는 흥미롭고 유익하더라고요.
그래서 장애인복지현장에 매력을 느끼는 것 같아요.
이글을 읽으니 함께 일하는 치료사, 재활상담사, 특수교사, 특수체육교사 선생님들과 뜻을 함께 할 수 있음에 고마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유익한 글 감사합니다.
맞습니다.
여러 직군이 함께 일한다는 것만으로
다양성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법을 배우는 것 같습니다.
강애스더 선생님 사례가 좋은 공부가 되었습니다.
동료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선생님 마음이 느껴집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