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혼인 婚姻 전쟁.
군사 軍師 탁발 규는 먼 거리의 오지 奧地에 거주하는 총각 병사들에게는
장성 이남에서 납치해 온 젊은 아녀자를 우선적으로 배정하였으며,
말 위에 태워 비단 두 필씩을 더 챙겨 주었다.
멀리 떨어진 오지 奧地 출신 장병들에게는 노획물 중, 양이나 염소보다는 덩치가 크고,
다리가 길어 먼 거리를 이동하기에 적합한 말이나 소를 우선적 優先的으로 배분 配分하였다.
먼 거리를 빨리 이동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귀향하는 개선장군,
천부장이 먼저 자기의 영지 領地에 도착하여 짐을 풀자,
하루, 이틀 후에는 백부장들도 자신들의 관할 영역에 다다르자 각자 돌아가고,
남은 산간 오지 山間 奧地 지역의 병사들도 십 부장을 중심으로 삼삼오오 짝을 지어 흩어져 귀가한다.
말 등에 가득 실은 전리품 위에 또, 비단 두 필을 노끈으로 연결하여 양쪽으로 더 얹어지니,
말이 걸음을 뗄 때마다 비단 포목이 끄덕끄덕하고 움직인다.
삼삼오오 패를 이루어 먼 거리를 이동하는 동안, 젊은 여자와 비단 포목은 자연스럽게 초원에 거주하는
유목민들의 시선을 끌게 되었다.
마치 예단 禮緞을 갖춘 신부의 모습이다.
옆의 총각 병사는 새신랑처럼 마상 위의 기마자세도 당당하다.
승리한 개선장군 凱旋將軍의 위상 位相이자, 초원의 새신랑이다.
멀리서 보면 아름다운 한 쌍의 신혼부부들이다.
총각 목동들은 몰던 양 떼들을 내버려 두고, 신혼부부들이 초원의 끝, 지평선 地平線 너머로 사라질 때까지,
흔들거리는 마른 강아지풀 줄기 하나를 입에 문채 부러운 눈길을 떼지 못한다.
강아지풀 마른 줄기가 조금씩 입안으로 본인도 느끼지 못하는 사이 서서히 씹혀 들어가더니,
기어코 강아지풀 이삭까지 입안으로 사라진다.
늦가을,
바짝 마른 까칠한 이삭 끄트머리가 입안을 찌르자, 그때야 “에~치” 크게 재채기하며,
고개 숙여 침과 함께 풀 이삭을 뱉어낸다.
입 천정을 자극받은 재채기로 인하여 눈에 물기가 고이는 목동의 눈에는 갑자기 결연 決然한 빛이 엿보인다.
목동의 귓가에는 좀 전에 병사들이 지나가며, 신나게 부르던 군가 軍歌가 계속 울리며 맴돌고 있었다.
군대~가니 나는 좋으네~
옷도 주고 신도 주네~
군대~가니 기분 좋으네~
말도 주고 양도 주네~
군대~가니 정말 좋으네~
혼사~까지 챙겨 주네~
이는 군사 탁발 규의 배려이자 계획이었다.
귀가하는 병사들에게 직접 작사한 모병가 募兵歌도 가르쳐 부르도록 하였다.
모두를 새 군가를 힘차게 부르며 초원을 가로질러 멀리 떨어진 가족들 품으로 귀가한다.
병사들은 귀가 후, 가족들과 게르에서 오일을 쉰 후, 군영으로 복귀하였다.
군으로 복귀할 때 초원의 길목에서 기다리던 목동 牧童들이 이것저것 몇 가지를 물어보더니 합류 한다.
자원입대자들이다.
그 수가 귀가할 때의 정규 병사들 수보다 배나 많아졌다.
그리고 휴가 기간 이지만, 병사들은 자신들의 게르에서 편하게 쉬지를 못하였다.
변방의 유목민들은 여름철에는 서늘한 고산 高山 지대로 뿔뿔이 흩어져서 가축을 방목 放牧하며
산중생활을 하고 있으나, 늦가을이 되면 낮은 평지로 내려와 거센 한풍 寒風을 막을 수 있는
비교적 따듯한 곳을 선정 選定하여, 가까운 친인척들이나 절친한 지인들과 삼삼오오로 모여
두터운 겨울용 게르를 지은 후, 추운 겨울을 옹기종기 함께 지낸다.
그러니 주위의 친지들과 부족 사람들이 날마다 찾아와서는 장성 이남의 풍물 風物에 관하여 이것저것 캐묻고,
게르를 가득 채운 갖가지 전리품들을 부러운 눈초리로 바라보곤 한다.
장가 못 간 병사에게는 절호 絶好의 좋은 기회다
마음에 둔 처녀의 집에서 누군가 놀러 오면, 초원에서는 보기 힘든 청동제 그릇이나 비단 등
값진 전리품을 선물 膳物하였다.
선물을 받은 처녀의 가족은 입이 쩍 벌어진다.
선물한 병사는 당연히 최고의 사윗감이다.
* 데릴사위제
물이 흔한 바닷가나 도서 島嶼 지역에는 남녀의 출생비 出生比를 보면 여성이 더 많다고 한다.
물이 귀한 내륙 內陸으로 갈수록 사내 아이의 출생비가 여자보다 훨씬 높아진다.
그러니 대륙에서는 결혼 적령기가 되면 신붓감이 모자란다.
그러니, 신부 측 부모들의 콧대도 높아 지면서,
자연스럽게 ‘데릴사위제도’가 생겨난다.
우리 겨레가 오랫동안 해온 전통 혼례를 보면, 신랑은 자기의 집에서 신부를 맞이하는 것이 아니라,
신부집에 가서 혼례를 올리고 일정기간 동안 그곳에서 머물러 살았다.
그래서 "장가든다"라는 말이 나왔는데,
고구려의 ‘데릴사위제’의 풍습이 현재까지도 이어지는 그런 전통의 하나이다.
고대 전쟁 중에는 신붓감 확보로 인하여 일어난 전쟁 건수도 많다.
다만, 전쟁의 명분 名分을 세우고자, 다른 이유를 만들어 시비를 걸고 전쟁을 유발 誘發시킨다.
실제 목적은 신부 新婦를 납치 拉致하고자 하는, ‘혼인 婚姻 전쟁’이라 불러도 과언 過言이 아닌 전쟁들도 많았다.
남녀 성비 출생률의 불균형은 초원의 유목민들이 농경민과 비교해 흉폭 凶暴해지는 또,
다른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장성 너머 남벌 전투에서 이기고 전리품이 엄청나게 많았다는 소문이 초원에 펴지자,
열흘 후에는 병사 지원자가 7천 여 명이나 몰려왔다.
총각들은 장가를 가기 위해서라도 군에 입대하여 전쟁에 참여해야 한다.
그러니 뛰어난 지휘관이나 영웅들의 곁에는 항시 젊은 용병 勇兵들이 득실거린다.
열악한 자연조건에서 생존하려면 구심점 求心點이 되는 영웅이 필요한 까닭이다.
그러니 초원의 젊은이들은 늘 뛰어난 영웅을 갈망하고 있다.
불세출 不世出의 영웅이 나타나길 마음속으로 기도하고 기다리고 있다.
흉노족을 단합시켜 최초로 초원을 통일시킨 묵특선우.
쓰러진 단군조선의 맥통을 이어받은 부여를 건국한 동명성왕 해모수.
단군조선의 고토 회복을 외치며 고구려를 세운 추모성왕 고주몽.
모든 유목민의 희망이다.
소왕 이중부는 군사 탁발 규의 깊은 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자원한 군 입대자들이 많아지자, 병영의 분위기가 활기에 넘친다.
초원의 통일은 이렇게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신병을 받아들이는 막사가 부산스럽다.
군사 탁발규가 부군사 손우지에게 묻는다.
“이번 자원입대자가 몇 명이나 되지요?”
“7 천 명 이상 입니다.”
“그럼, 소왕이 거느릴 수 있는 최대 병사 수, 만 명을 초과하네요?”
“그렇습니다. 기존의 병력이 4천 명이니까요?”
“그러면, 자원입대자 7 천 여 명 중, 6 천 명은 우리가 거두어 들이고, 나머지 일천여 명은 선우에게 인계합시다”
그렇게 신병 6 천명은 부군사 박지형과 손우지가 훈련을 시키고 나머지, 천여명은 호도 선우에게 인계되었다.
선우 측에 인계된 병사들은 묵황야차 소왕 휘하에 배정된 군사들에 비해 불만이다.
아무래도 전쟁에 직접 참여하는 병사들이 후방의 병사에 비하여 전리품을 많이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당연한 이치다.
군사 탁발규는 겨울이 오기 전에 한 번 더 남침을 계획한다.
차후에 일어날 큰 전투에 대비하여,
신병들이 하루 빨리 전투의 실전경험을 익혀야 한다.
그리고 새로 온 신병들에게도 전리품을 가져가는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어야 한다.
그래야만 차후로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병사수가 자연스럽게 증원 增員될 것이고,
전투에서도 용감하게 싸울 것이며 나아가, 부족 간 유대관계를 돈독하게 이어 갈 수 있다.
군 내부의 사기진작 士氣 振作과 기강 紀綱도 자연스럽게 엄정 嚴正해질 것이다.
지난 1차 남침 南侵은 음산 산맥을 우회하여 남쪽을 쳤는데, 병사들의 수가 많아졌고,
사기 士氣가 드높아 이번에는 음산 산맥 동남쪽을 직진하여 장성을 돌파할 더 큰 계획을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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