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장 40여년에 걸친 스타워즈가 드디어 대단원을 내렸다. 리뷰는 온통 비평과 악플 일색일 정도로 험악하다. 그동안의 시리즈에 비해서 전투와 액션과 전개속도도 나쁘지 않았지만 어벤져스 엔드게임에서 보여준 장대한 스케일을 보여주진 못했다. 주인공의 다소 부족한 액션능력과 다소 허약해 보이는 악역에 뻔한 결말과 복잡한 가계구도에 싫증 날만도 했지만 나는 좋았다.
스타워즈의 결말은 결국 자신이었다. 총9편(스타워즈 스토리 2편까지 포함하면 총11편)에 걸친 서사의 큰 구도는 선과 악의 대결이었다. 조직적으로는 제다이(포스)와 제국군(시스)의 대결! 인물적으로는 루크 스카이워커와 다스 베이더의 대결, 내면적으로는 빛(포스, 선, 희망)을 대변하려던 아나킨 스카이워커가 어둠(시스, 악, 공포)을 대변하는 다스 베이더로 변하가는 자기 자신과의 대결이었다. 늘 영화 속에서는 그렇게 포스와 시스, 빛과 그림자, 선과 악이 극명하게 대립구도를 보여줬지만 결국은 하나였던 것이다.
새롭게 선보인 스타워즈 후속 3부작에서도 복잡한 스토리는 계속되었지만 일관되게 보여준 부분은 선과 악의 대결이었다. 선을 대변하는 레이와 악의 화신으로 태어난 카일로 렌의 대결이었다. 그러나 둘은 하나였다. 물리적으로나 공간적으로 떨어져 있지만 서로 연결되어 있는 암수한몸과 같은 존재였던 것이다. 포스와 시스는 결코 동떨어져 있던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스타워즈의 최종편 <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에서 자신의 미래가 시스(제국군)의 황제로 나타난 환영을 본 레이는 모든 이들을 등지고 떠난다. 라스트 제다이로 떠오르는 히로인이었지만 미래를 알 수 없는 자신에 대한 두려움이 너무도 컸던 것이다. 펠퍼틴 황제를 제거하고 다스 베이더를 제거했지만 제자인 아나킨을 죽이고, 카일로 렌을 다크 사이드로 이끌었다는 죄책감으로 루크 스카이워커는 세상을 등지고 홀로 숨어 살았다.
마스터 루크와 같이 레이 역시도 세상을 등지며 살아가려 한다. 그때 루크 스카이워커의 영혼이 나타나 묻는다. ‘레이 네가 진정으로 두려워하는 것이 무엇이냐?’ 레이의 대답은 카일로 렌도 아니고, 제국군의 잔당 퍼스트 오더도 아니고, 죽음에서 부활한 펠퍼틴 황제도 아니었다. ‘바로 나 자신이다’라고 대답한다.
이 대답이 스타워즈의 대서사를 마무리 하는 메시지가 되었다고 나는 믿는다. 그런 면에서 영화의 결론은 나쁘지 않았다고 본다. 하지만 관객들은 못마땅했다. 원래 처음부터 스타워즈 시리즈는 한국인들에게 재미없는 영화였다. 내가 알기로 스타워즈7편 <깨어난 포스>를 제외하고는 한 번도 히트한 적이 없다. 히트했다는 7편조차도 관객동원수는 300만 명에 그쳤다. 2015년에 개봉했던 시점을 본다면 유사 대형영화에 비해 쪽박이라고 봐도 좋을 정도의 수치다. 그러니까 스타워즈는 늘 인기가 없었던 것이다. 소수의 스타워즈 마니아들에게만 환영 받아왔던 것이다.
스타워즈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선과 악의 대결을 포스(제다이)와 시스(제국군)의 구도로 잡았지만 사실은 미국이라는 나라가 그리고 싶은 세계관을 보다 넓게 펼쳐서 보여주려 힘썼던 영화였다. 스타워즈 스케일의 출발점이라고도 볼 수 있는 첫 편부터 이미 이 세상의 지구를 떠나 전 우주적 세계관을 보여준다. 태생적으로 역사가 짧았던 미국은 그렇게 자신들의 역사를 우주라는 보다 거대한 세계에서 새롭게 개척하고 있다는 점을 암암리에 과시하려는 부분이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그런 비현실적인 세계관에 공감할 여력이 없었다. 현실도 살아내기 바쁜데 어찌 그런데 신경쓸 겨를이 있겠는가. 그런데 어벤져스 시리즈는 어떻게 성공했을까. 그건 지구와 우주의 대결이었기에 편을 들 대결구도가 선명했기에 열광할만한 부분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것도 엄밀하게 보면 미국과 우주의 대결이었다는 생각이 들어 씁쓸한 마음 금할 길 없다.
스타워즈는 <에피소드 4 - 새로운 희망>이 1977년도 첫 개봉한 뒤 올해 개봉한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까지 무려 42년에 걸쳐 나온 영화로 프렌차이즈영화(시리즈영화)의 시조새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 후로 수도 없는 프렌차이즈영화가 쏟아졌다. 하나의 영화가 성공하면 시퀄(성공한 영화의 다음 이야기), 프리퀄(성공한 영화의 이전 이야기)로 계속해서 Rme도 없이 이어졌다.
스타워즈의 복잡한 가계구도를 보여주는 그림(스카이워커 족보)
그렇게 오랜 세월동안 스토리가 끊임없이 펼쳐지다보니 극소수의 마니아를 제외하곤 스타워즈 스토리를 이해하기도 힘들었다. 일단 끝도 없이 펼쳐지는 주인공들의 복잡한 가계구도와 전편의 시리즈를 보지 않고는 이해하기 어려운 스토리 구도 때문에 대부분의 관객들은 중도하차하거나 처음부터 보길 거부했던 것이다. 스타워즈 제작자들 역시 불친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궁금하다면 전작을 보란 듯 상영 중인 영화에서는 거두절미하고 자신이 맡은 부분만 보여줬다.
스타워즈 시리즈는 지금까지 총11편이 개봉되었다. 만일 순서대로 보고 싶다면 에피소드 1,2,3을 보고 그 다음으로 4,5,6을 보고 7,8,9을 보면 좋다. 당연한 말 같게 들리지만 스타워즈는 결말이 있는 4,5,6부터 먼저 개봉함으로써 일부 관객들에게 혼란을 주었다. 결론이 이미 난 영화를 누가 보고 싶겠는가. 대부분의 영화관객들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이제는 이런 방식의 전개가 할리우드의 주름을 잡고 있다.
오리지널 스타워즈 3부작
1) 스타워즈 에피소드 4 - 새로운 희망(1977년)
2) 스타워즈 에피소드 5 - 제국의 역습(1980년)
3) 스타워즈 에피소드 6 - 제다이의 귀환(1983년)
프리퀄 3부작 (4,5,6의 전작 스토리)
1) 스타워즈 에피소드 1 - 보이지 않는 위험(1999년)
2) 스타워즈 에피소드 2 - 클론의 습격(2002년)
3) 스타워즈 에피소드 3- 시스의 복수(2005년)
시퀄 3부작 (4,5,6의 후속 스토리)
1) 스타워즈 에피소드 7 - 깨어난 포스(2015년)
2) 스타워즈 에피소드 8 - 라스트 제다이(2017년)
3) 스타워즈 에피소드 9 -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2019년)
스타워즈 스토리
1) 로그온: 스타워즈 스토리(2016년)
2) 한솔로: 스타워즈 스토리(2018년)
그러나 나는 이 모든 영화를 한 편도 빠지지 않고 다 봤다. 사실 나는 그렇게 스타워즈 광팬도 아니었다. 어릴 때 광선검 가지고 노는 아이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드라마 보다보면 마지막 회가 어떻게 끝나게 될지 뻔히 보이는데도 끝까지 보지 않고는 답답해하는 시청자처럼 그렇게 영화를 봐운 측면도 어느 정도 있다. 그러다보니 복잡한 구도도 어느 정도 자연스레 내 머리에 자리를 잡아서 다른 관객들에 비해 거부감 없이 봐왔던 부분도 있다. 거부하고 싶지만 어쩌면 스타워즈와 같은 할리우드에 익숙하게 성장해버린 할리우드 키드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런 40여 년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하는 영화인만큼 나에게는 어느 정도의 의무감도 있었다. 과연 42년에 걸친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을까 두려웠다. 그냥 보기만 하고 그것으로 마무리할까 하는 생각도 있었다. 무엇보다도 이 긴 서사구조의 이야기를 어떻게 글로 펼쳐낼 수 있을까 사실 두려움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마지막 9편을 본 후 나는 바로 주인공 자신에서 찾았다. 그동안 거대한 우주적 세계관이 장대하게 펼쳐졌지만 결국은 바로 자신을 이해하고 자신과 싸우며 자신을 지켜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것으로 정리하게 되었다.
주인공 레이의 열정어린 눈빛에 매료되기도 했지만 액션이나 새롭게 떠오르는 인물들의 역할이나 전우주의 생사여부를 결정하는 장대한 전투가 한두 명(레이, 펠퍼틴 황제)에게 좌우된다는 점에 아쉬움도 많았다. 그래도 결국은 모든 것은 새로운 세대에게 이어지지 않나 이런 생각도 들었다. 전설이 되었던 이들이라도 결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기 마련이다. 우리는 늘 새로운 세대에게 세상을 물려줘야 할 의무도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었기에 그렇게 나쁘게 보이지만 않았던 것이다. 지금은 다소 미비한 부분이 있어 보이더라도 이제는 새로운 세대가 이끌어 나갈 거니까. 그런 측면에서 주인공 레아는 떠오르는 히로인으로서 스카이워커가 될 자격이 있었다.
스타워즈 에피소드 1편에서 마스터 콰이곤 진은 제다이 최고의 마스터라고 할 수 있는 요다보다 더 강력한 미디클로리언 수치를 보유한 ‘아나킨 스카이워커’를 발굴한다. 콰이곤 아니킨이야말로 포스의 균형을 찾을 인물이라고 그를 훈련시킨다. 그러나 제다이 평의회와 원로들은 모두 반대한다. 그에게서 어둠의 포스(시스)를 느꼈기 때문이다. 아나킨은 무역연합을 물리친 공헌에도 불구하고 제다이로 받아들여지지 않자 어둠의 힘에 이끌리며 제국군의 다스 베이더로 변신한다. 만일 그때 스승 콰이곤처럼 그를 조금 더 끌어안고 포용해줬더라면 그야말로 포스의 균형을 잡을 인물이 되었을 것이다. 물론 그랬다면 스타워즈는 이렇게 살아남지도 못했으리라. 콰이곤이 이루려했던 포스의 균형을 신세대 레이가 해냈던 것이다. 암흑과 어둠의 황제, 시스의 원천이었던 펠퍼틴의 손녀로 어둠에 있어야 했을 그녀가 빛과 선과 포스의 원천인 라스트제다이로써 결국 균형을 이뤄냈던 것이다. 그 모두는 결국 자신과의 싸움에서의 승리한 레이 자신 덕분이었다. 결국 한 단계 더 도약하려면 우리 내면의 빛과 그림자를 통합해나가야만 한다는 교훈을 남기고 영화 스타워즈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새로운 영화 강의를 시작하며...
* 저는 이렇게 순수하게 4천여 편의 영화를 보아온 마니아입니다. 영화를 보진 않았지만 영화를 보는 위안에 제 삶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런 영화가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메시지를 줄 수 있겠다는 생각에 영화를 통해 진로를 탐색하고, 인생을 설계하는데 도움을 주고자 무턱대고 5부작 강연을 기획했습니다. 재미와 유익성은 있겠지만 미진한 부분도 있을 겁니다. 어쩌면 그래서 더 많은 생각들을 안겨줄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드려 시리즈 강연에 참석해보시길 추천 드립니다.
영화인문학을 통한 생애설계 연재 강연 :
에피소드1. 나는 누구인가?
에피소드2.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
에피소드3. 나는 무엇을 잘 하는가?
에피소드4. 앞으로 나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에피소드5. 내 삶의 목적은 무엇인가?
*글쓴이 정철상은...
인재개발연구소 대표로 대구대, 나사렛대 취업전담교수를 거쳐 대학, 기업, 기관 등 연간 200여 회 강연을 하고 있다. <대한민국 진로백서>, <서른 번 직업을 바꿔야만 했던 남자>, <심리학이 청춘에게 묻다> 등의 다수 도서를 집필했다. 대한민국의 진로방향을 제시하며 언론과 네티즌으로부터 ‘젊은이들의 무릎팍도사’라는 닉네임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