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울이 죽고 난 다음 다윗은 과도기적인 통치기간, 7년 반을 헤브론에서 보낸다. 사울의 아들 이스보셋이 사울의 군대장관 아브넬을 앞세워 이스라엘의 왕을 자처해 나라를 세웠기 때문이다. 이 때 다윗은 헤브론에서 유다 지파의 왕이 되어 거기서 7년 반을 다스렸다. 그런데 왜 하필 헤브론이었을까? 왜 하나님은 다윗에게 헤브론으로 올라가라고 하셨을까?
(삼하 2:1) 그 후에 다윗이 여호와께 여쭈어 아뢰되 내가 유다 한 성읍으로 올라가리이까 여호와께서 이르시되 올라가라 다윗이 아뢰되 어디로 가리이까 이르시되 헤브론으로 갈지니라
헤브론이 다윗 왕국의 첫 집권지로 선정된 이유는 지리적이 이유뿐 아니라 역사적인 의미도 있다. 헤브론은 요단 서편에서 가장 높은 산지다. 많은 사람들이 그곳을 산지로 일컬었고 가나안 입성시에도 유다지파의 영웅 갈렙이 “이 산지를 내게 주소서”라고 했을만큼 요새에 가까운 곳이었다.
헤브론은 예루살렘에서 남쪽으로 약 30km 떨어진 유다의 남쪽 산악 거점 도시였다. 외부로부터 공격을 받을 경우 수성하기도 편했기에 역사 속에서 많은 족속들이 이곳을 점령하고 성벽을 세웠다. 아모리와 헷 족속이 이곳에서 터전을 잡았었다. 그러나 헤브론은 그 이전에 다윗에겐 더 중요한 의미가 있는 곳이었는데 그곳이 바로 조상들의 고향이기 때문이다. 이곳은 아브라함이 가나안으로 이주해 와서 처음으로 제단을 쌓았던 곳이며 그의 아내 사라를 묻었던 막벨라가 바로 거기에 있었다. 따라서 대부분의 부조들, 이삭, 리브가, 레아와 야곱의 묘소가 거기에 있었다.
다윗은 사울에게 쫓겨 다닐 때도 이곳 헤브론에 공을 많이 들였다. 아말렉을 치고 얻은 전리품 가운데 일부는 바로 이곳 헤브론에 전해졌다. 그리하여 헤브론은 다윗을 매우 좋게 여겼을 것이고 사울이 죽자 다윗이 헤브론으로 이주했을 때 다윗을 반긴 첫성이 된 것이다.
(삼상 30:26) 다윗이 시글락에 이르러 전리품을 그의 친구 유다 장로들에게 보내어 이르되 보라 여호와의 원수에게서 탈취한 것을 너희에게 선사하노라 하고 (삼상 30:31) 헤브론에 있는 자에게와 다윗과 그의 사람들이 왕래하던 모든 곳에 보내었더라
다윗의 전리품은 선물이 되어 유다 여러곳으로 보내졌었고 (잠 18:16) 사람의 선물은 그의 길을 넓게 하며 또 존귀한 자 앞으로 그를 인도한다는 말씀처럼 후일 다윗이 이스라엘의 왕으로 등극하는 기반이 된 것이다.
헤브론은 이런 모든 이유에서 다윗에겐 영적인 고향과 같은 곳이다. 영혼의 고향 헤브론, 그래서 갈렙은 그렇게 헤브론을 달라고 그 고령에도 여호수아에게 요청했던 것일까? 반드시 되찾아야할 땅, 반드시 수보해야할 영혼의 점령지 헤브론이었다. 우리에게도 헤브론과 같은 의미의 장소와 시간과 물건들이 있다. 역사를 품고 있고, 의미를 담고 있으며 그것에서 다시 시작해야할 회복의 출발선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영혼의 고향을 잃어버리거나 소중한 신앙 유산을 상실해 버린 경우가 많다. 많은 것을 가져도 그것을 잃어버리면 의미가 없는 소중한 것들이다. 어릴적 어머니의 손을 잡고다니던 교회, 친구들과 교회 학생반에서 부르던 노래, 겨울밤 성극 준비로 교회 난로 곁에서 늦은 밤까지 연습하던 추억들 이 모든 것들이 우리들의 헤브론인 셈이다. 어쩌면 지금이 우리가 헤브론으로 올라가야할 시점이 아닐까? 세상의 저잣가리에서 방황하거나 이리저리 삶의 모진 바람을 피해서 도망다니던 다윗처럼 살았다면 이제는 우리가 헤브론의 올라가자. 우리 선조들이 제단을 쌓던곳, 우리 어머니가 그토록 바라던 눈물의 기도처가 있는 교회로 돌아가자.
하나님 아버지! 우리의 헤브론을 바라봅니다. 세상에서 돈 번다고 보낸 세월이 길었습니다. 이제 헤브론으로 올라갈 시간입니다. 용기를 주시고, 힘을 주셔서 돌아갈 우리의 영적 본향을 향해 첫발을 내딛게 도와 주십시오. 젖과 꿀이 흐르는 그 동산으로 다시 돌아가 우리의 부모님들이 믿고 살던 그 신앙안에서 안식을 찾게 하소서.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