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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짐을 짓지 않겠다: 한강, 『작별하지 않는다』(문학동네, 2021년 9월 9일 출간)
인사를 나누고 헤어진다는 뜻을 가진 단어가 ‘작별’이다. 유의어로 송별이나 이별 등이 있지만 곰곰 들여다보면 이들과 작별은 다른 점이 있다. 송별이나 이별은 내가 어찌해볼 수 없는 영역에 속해 있는 반면, 작별은 내가 어찌해볼 수 있는 영역에 속해 있다는 점이다. 작별의 한자가 그렇다. 작별은 지을 작(作)+헤어질 별(別)로 이루어져 있다. 그대로 풀이하면 ‘헤어짐을 짓는다’는 의미이다. 여기에서 헤어짐을 짓지 않을 수 있는 가능성도 생겨난다. 한강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는 제목도 이러한 맥락 안에서 사유해야 한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작별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가 담긴 선언처럼 들린다.
이는 2부 ‘밤’의 1장 제목이기도 하다. 본문에서 ‘작별하지 않는다’는 주인공 경하와 인선이 같이 하기로 한 프로젝트의 제목으로 소개된다. 경하는 자신이 꾸는 검은 통나무들에 관한 꿈 이야기를 인선에게 털어놓는다. 그러면서 “함께 통나무들을 심어 먹을 입히고, 눈이 내리길 기다려 그걸 영상으로 담아”보자고 제안한다. 그 뒤에 이를 준비하던 인선은 프로젝트의 제목을 경하에게 묻는다. 그때 경하는 “작별하지 않는다”라는 답을 한다. 인선은 경하에게 다시 질문한다. “작별인사만 하지 않는 거야, 정말 작별하지 않는 거야?” “완성되지 않는 거야, 작별이?” “미루는 거야, 작별을? 기한 없이?” 이에 대한 대답을 경하는 명확하게 하지 않았다.
대신 한강은 소설 바깥에서 말했다. “작별하지 않겠다는 각오라고 생각했어요. 어떤 것도 종결하지 않겠다는 그것이, 사랑이든 애도든 끝내지 않고 끝까지 끌어안고 가겠다는 결의라고 생각했습니다.” 이와 같은 작가의 말을 잘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 이 소설은 2014년 장편소설 『소년이 온다』로 5·18 광주를 소환하여 응시한 한강의 역사 윤리를 계승하기 때문이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문예지에 2019년 겨울부터 다음해 봄까지 전반부가 연재되었고, 이후 후반부 작업을 더해 올해 9월 단행본으로 나왔다. 이 작품의 서술자는 5·18 광주에 대한 소설을 쓴 작가 경하이다. 한강의 분신처럼 보이는 경하는 작품을 집필한 이후 내내 앓고 있다.
“학살과 고문에 대해 쓰기로 마음먹었으면서, 언젠가 고통을 뿌리칠 수 있을 거라고, 모든 흔적들을 손쉽게 여읠 수 있을 거라고, 어떻게 나는 그토록 순진하게—뻔뻔스럽게—바라고 있었던 것일까?” 이렇게 경하—한강은 쓰고 있다. 학살과 고문에 대해 쓰기로 마음먹은 작가는 집필하는 동안 학살과 고문의 현장 속에 머물 수밖에 없다. 왜 그렇게 힘든 일을 작가는 스스로 떠맡을까. 심지어 한강은 『소년이 온다』를 쓸 때, 제2차 세계 대전, 스페인 내전, 보스니아 내전, 미국 원주민 대학살에 관련한 자료까지 검토했다. 2017년 10월 미국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글 「미국이 전쟁을 말할 때 한국은 몸서리친다」에서 그 이유를 밝힌다.
“나는 무엇이 인간을 그토록 잔인하게 만드는지, 또 그 폭력에 직면해서도 인류애를 잃지 않은 사람들에 대해서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묻고 싶다. 나는 야만과 존엄성 사이의 벌어진 틈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더듬어 찾고 싶었다.” 이번 소설도 그러한 목적에 닿아 있다. 그것은 키우던 새를 돌봐달라는 인선의 부탁으로 경하가 눈이 펑펑 내리는 겨울 제주에 내려가는 사건으로 시작된다. 목공 작업을 하던 인선은 손가락이 절단되는 사고를 당해 병원에 입원한 상황이다. 인선의 거처로 향한 경하는 그곳에서 인선의 가족—특히 인선의 어머니 정심과 얽힌 제주 4·3과 마주한다.
1999년 ‘제주 4·3사건 진상 규명 및 희생자 명예 회복을 위한 특별법’이 제정되고 나서야 진상 조사가 조금씩 이루어지고 있는 제주 4·3은 1940년대 말부터 1950년대 초까지 국가가 국민을 수만 명 학살한 만행이었다. 수십 년의 세월이 흘렀으나 종결된 역사는 아니다. 제대로 논의되고 애도된 적 없어서다. 한강은 1990년대 후반 제주에서 방을 얻어 머물렀던 적이 있는데, 그때 주인 할머니와 길을 걷다가 경험한 일화를 고백한다. “골목길을 걷는데, 할머니가 별안간 멈춰서더니, 이 담이 4·3 때 사람들이 총을 맞아서 죽었던 곳이야, 라고 설명하더라고요. 눈부신 청명한 오전이었는데, 무서울 정도로 생생한 실감으로 다가왔어요.”
“작별하지 않겠다는 각오라고 생각했어요.
어떤 것도 종결하지 않겠다는 그것이,
사랑이든 애도든 끝내지 않고 끝까지
끌어안고 가겠다는 결의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기억과 자신이 자주 꾸던 꿈을 연결 지어 한강은 『작별하지 않는다』를 쓸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이때 꿈은 소설 속 경하가 꾸는 꿈이자 인선과 같이 진행하려고 한 프로젝트 ‘작별하지 않는다’의 모티브가 되는 꿈이다. 눈 내리는 벌판, 수천 그루의 검은 통나무가 마치 묘비처럼 산등성이까지 심겨 있다. 묘지가 있었나, 생각하는 순간 발아래로 물이 차오른다. 무덤들이 모두 바다에 쓸려가기 전에 뼈들을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어쩌지 못한 채로 깨고 마는 꿈이다. 꿈에서 하지 못했던, 그러나 자신이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여기는 그 일을 경하—한강은 제주 4·3을 끌어안는 소설 쓰기로 수행한다.
이것과 대면하기는 소설 읽는 독자에게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지만 쉽지 않다고 포기해서는 곤란해진다. 그와 연관된 에피소드가 있다. 손가락 봉합 수술을 받은 인선의 회복 과정이다. 잘린 손가락을 이어붙였다고 치료가 끝나지는 않는다. 신경을 살리기 위해 봉합된 손가락을 바늘로 찔러 피를 내야 한다. 수술 부위가 썩지 않도록 간병인은 3분마다 인선의 손가락에 소독한 바늘을 찔러 넣는다. 하루에 480번씩 3주 동안 해야 하는 일이다. 통증에 통증을 더해 잠도 제대로 잘 수 없는 나날을 인선은 견뎌내야 한다. 이 장면은 제주 4·3에 대해 쓰고 읽는 행위의 알레고리처럼 읽힌다.
예컨대 인선이 독자, 간병인이 작가와 겹친다. 인선의 손가락 신경이 죽지 않도록—독자의 역사 윤리 감각이 부패하지 않도록, 간병인은 바늘로—작가는 소설로 아픈 자극을 가한다. 인선—독자와 간병인—작가 둘 다 고생스럽고 못할 짓이다. 놓아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할 테다. 그런데 단념하면 신경이 죽어 봉합한 손가락을 절단해 환지통에 시달려야 한다. 3주 동안의 극심한 아픔과 평생의 지속적인 아픔 가운데 무엇을 택해야 할까. 답은 알겠는데 결정과 실행이 어렵다. 다행히 우리의 역사 윤리 감각이 부패하게 놔두지 않는 대처 방안은 이보다 괜찮다.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으면 되니까. 바늘보다는 책이 낫다.
허희
대학과 대학원에서 문학을 공부했다. 2012년 문학평론가로 활동을 시작해 글 쓰고 이와 관련한 말을 하며 살고 있다. 2019년 비평집 『시차의 영도』를 냈다.
* 《쿨투라》 2021년 12월호(통권 90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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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전쟁 말할 때 한국은 몸서리친다" 작가 한강 NYT 기고문 미국서 화제
중앙일보
업데이트 2017.10.09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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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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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한강. 박종근 기자.
한국에서는 추석 연휴인 기간, 미국 뉴욕타임스에 실린 맨부커상 수상 작가 한강(47)의 기고문이 미국인들 사이에서 잔잔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한강은 '미국이 전쟁을 언급할 때 한국은 몸서리친다"는 제목의 기고문으로 미국이 전쟁 시나리오를 들먹이는 것이 한국인들에게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보자는 게 글의 요지다. 기고문은 7일(현지시간) 실렸다.
한강은 최근 북미 갈등으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면서 한 노인에게 벌어진 헤프닝을 소개하면서 글을 시작했다. 전쟁에 대한 우려 때문에 은행에서 돈뭉치를 찾아오다가 절도 피해를 본 노인의 사건 이야기다.
한강은 "1950년 한국전쟁이 일어난 이후부터 전쟁은 그 노인이 청소년기에 줄곧 겪어온 체험이었을 것"이라며 "평범한 중산층으로서 살아온 그가 돈을 찾기 위해 은행으로 가는 길에 어떤 느낌이 들었을지 상상이 된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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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을 겪은 노인에게 '전쟁의 공포'는 젊은이들과 달리 실제적인 것이다. 하지만 한강을 비롯, 전쟁을 직접 경험하지 않은 젊은이들에게 북한이란 복잡미묘한 존재다.
한강은 "나는 그 노인과 달리 한국전쟁을 겪지 않았다"며 "전후 세대들에게 북한이라고 알려진 나라는 때로 모종의 비현실적인 존재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물론 남한 사람들은 평양이 서울에서 자동차로 2시간 거리이며 전쟁이 끝나지 않았고 휴전 중이라는 것을 안다"며 한국인들에게 북한이란 일상에서는 비현실적인 존재이면서도 현실적으로 위협을 가하는 복잡한 존재임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강은 한반도 위기가 고조되고 있음에도 태연한 듯 일상을 살아가는 이런 한국인들을 향한 외신들의 시선에 대해서도 물음을 던졌다. 그는 "이런 고요함이 한국인들이 정말 무관심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일까. 모두가 전쟁의 공포를 진실로 초월해냈을 것 같으냐"고 질문했다. 그리고 '절대 그렇지 않다'는 말을 이어갔다.
한강은 "수십 년간 쌓인 긴장과 전율이 한국인들의 깊숙한 내면에 숨어 단조로운 대화 속에서도 갑자기 불쑥불쑥 모습을 드러낸다"며 "특히 매일 나오는 뉴스에 따라 최근 몇 달 동안 이런 긴장이 우리의 초조한 내면에서 서서히 고조되는 걸 목격했다"고 덧붙였다.
사례로는 자택이나 직장에서 가까운 방공호의 위치를 확인하거나 명절 선물로 전쟁을 대비한 '서바이벌 배낭'을 준비하는 등 최근 한국 풍경을 소개했다.
한강은 "우리는 바로 국경 너머에 있는 북한이 또 핵실험을 할까, 방사능이 누출될까 무섭다"며 "우리는 서서히 고조되는 말싸움이 실제 전쟁으로 번질까 두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반도 남쪽에 5천만명이 살고 그 가운데 70만명이 유치원생들이라는 게 단순히 숫자가 아니라는 사실이 그런 두려움의 이유"라고 강조했다.
[사진 뉴욕타임스 홈페이지]
이처럼 두려움을 안고 사는 한국인들이 짐짓 평온한 모습을 견지하는 이유는 북한이라는 존재를 세계 다른 지역들보다 더 구체적으로 안다는 데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독재정권의 억압을 겪은) 우리가 독재정권과 그 아래서 고통받는 이들을 자연스럽게 구분하기 때문에 선과 악의 양분법을 넘어 전체적인 시각을 갖고 환경에 대응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누구의 이익을 위해 전쟁을 하는가?"라는 물음과 인식이 한국인들 사이에서 존재한다는 것을 알렸다. 한강은 한국전쟁이 이웃 강대국들이 저지른 대리전이었다며 70년이 지난 지금도 비슷한 위협이 미국 뉴스에서 들려온다고 지적했다. "여러 시나리오가 있다." "우리가 이길 것이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남한 사람들이 매일 2만명씩 죽는다." "전쟁이 미국이 아닌 한반도에서 일어나니까 걱정하지 말라." 최근 전해진 자극적 뉴스를 토막토막 소개했다.
한강은 "한국은 하나만 안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말에 한국인들이 뚜렷하게 아는 게 한 가지가 있다고 맞받았다. 그는 "우리는 평화가 아닌 어떤 해결책도 의미가 없고, 승리는 공허하고 터무니없으며 불가능한 구호일 뿐이라는 걸 안다"며 "또 다른 대리전을 절대로 원하지 않는 사람들이 지금, 여기 한반도에 살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반도 긴장 상황에서 겉으로는 평온함을 유지하지만, '전쟁'이란 단어에 조용히 몸서리치는 한국인들의 심정을 대변한 한강의 글은 미국인들의 SNS에 공유되며 다양한 논의를 이끌어내고 있다. 공감하는 반응도 있고, 한국인들이 알아서 할 일이라는 식의 반응도 있다. 한국이 추석 연휴를 보내는 동안 미국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돌출 발언과 그에 따라 커져가는 한반도 긴장 상황 속에 있었다. 그런 가운데 미국인들은 한강의 NYT 기고문을 통해 한국인들의 심정을 새로운 시각으로 볼 수 있는 창을 얻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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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6****
2017.10.13 04:15
기지양반? 뭘 흔들어? 흔들긴...당신 생각이거든. 아무도 관심없거든? 미국은 한국사람처럼 촛불애 흔들리는 너라가 아니거든..알고좀 써야지. 글고 기자가 왜? 자기좁은시야 의견을 집어처느냐? 쓸려면...그글에 몇명이나 반응했는지...통계조사좀 하고 분석해서. .. 그걸 올리면 되지? 나머지는 독자가 얼어서 판단할것이야... 무슨 개똥 같은 소리만 쫙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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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sg****
2017.10.10 15:55
'평화'를 주장하면 '북한 혹은 북핵을 옹호'하는 걸로 간주해버리는 수준이라니;; 호전적인 한민족의 DNA인가 무식함의 방증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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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2017.10.10 10:22
북이 주제넘게 핵으로 미국을 위협하는 이유는 한반도의 미군철수와 전쟁발발시 미군의 불개입이 목적이지. 미군만 없으면 핵을 이용해 조공을 받아내거나 연방제를 내세워 대한민국의 경제력을 접수할 수 있으니까. 미국을 비난하고 북한에 평화를 기대하는 동안 사태가 여기까지 온 것인데 현살은 시궁창이네. 미국 비난하는 십분지 일이라도 북한에 대한 비슷한 비난을 보여준 적이 있는지 궁금하다. 미국이 북한과 중국이 원하는대로 우리나라에 대한 지원을 포기하고 손을 떼면 그 다음은? [출처: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19938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