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곱이 돌 하나를 가져다가 머리에 베고 잠을 잤다고 합니다.
돌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가?
돌은 밤에는 수분을 머금었다가 뜨거운 낮에는 수분을 발산해서 주위를 시원하게 하고,
밤에는 낮에 달궈진 온도를 유지하면서 주위를 따뜻하게 한다고 합니다.
또 허물어지기 쉬운 흙이나 모래를 지탱하는 기능도 하고요.
돌은 나무들처럼 늘 제자리에서 자기 나름의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돌을 쉼터라고 하거나 멘토라고 하기도 하지요.
창세기의 이 대목은 사람이 인생을 살아가다가 지치고 힘겨울 때
하느님께서 도움의 은총을 주신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말하고 있습니다.
야곱은 돌을 베고 자면서 길몽을 꾸고 마음의 긴장을 해소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그런데 야곱은 머리에 벴던 돌을 가져다 기념기둥을 세우고 그 꼭대기에 기름을 붓습니다.
마치 가톨릭에서 성물을 축성하듯이(개신교에서 우상숭배라고 하는 행위를 한 것입니다).
야곱은 왜 이런 행위를 한 것인가?
임시대상(transitional object)이 필요해서입니다.
사람이 가진 외로움, 심리적인 허전함은 그냥 채우기 어렵습니다.
그런 때는 내 손에 만져지는 어떤 대상물이 필요합니다.
실제적인 대상물을 손에 잡고 기도할 때에 기도가 집중이 잘된다는 것입니다.
돌기둥은 야곱에게 임시대상이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그 다음에 야곱이 기도하는 내용이 나오는데,
내용으로 보아 야곱의 신심은 그리 깊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왜냐하면 기도의 내용이 조건부이기 때문입니다.
만약에 하느님께서 이러이러한 자기 요구를 들어주신다면
자기도 무엇인가를 내어놓겠다고 약속하는 것으로 보아
야곱은 하느님께서 자기를 온전히 지켜주신다는 것에 대한 믿음이 약하고,
하느님을 거래의 대상으로 생각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야곱의 이런 기도에 대하여 응답하지 않으시고 침묵을 지키십니다.
야곱의 갈 길이 아직도 멀었음을 암시하신 것입니다.
첫댓글 아멘! 감사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