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가을
소순희
해마다 찾아오는 가을이지만 해마다 다른 의미로 전달되는 또 한 해 가을이다.
멀미 나도록 짙푸른 푸른 거북등 같던 숲도 어느새 그 왕성함을 내려놓았다.
바라보는 산마다 오색으로 흘러내린 능선과 골짜기는 천연 비단결이다.
지구의 자전축 기울기로 인한 태양의 남중 고도로 변화되는 계절의 섭리를 신께서
주관하심이 나이 들어 가면서 더 절실히 새겨진다.
지루해질 때쯤 변화를 끌어내는 그 은총을 어이 감사치 않을 수 있으랴!
스물다섯 무렵 처음 북한산 뒤쪽 풍경을 접하고부터 해마다 그곳을 찾게됨이 30여 년이 넘었으니
지루할 만도 한데 볼수록 감회가 새롭다.
북한산 사기막골에서 바라본 인수봉과 숨은벽 그리고 백운대는 거대한 암벽처럼 버티고 있음이 남성적이다.
송추방향으로 좀 더 북향하면 도봉의 서역으로 우뚝 솟은 여성봉(504m)과 오봉(660m)이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사계의 풍요를 담아낸다.
수년 전 도봉에 올라 소회를 적은 바 있다. 이젠 멀리서 바라보는 산만으로도 족하니
몇 해나 더 기쁨을 누릴 수 있을까!
오늘 그 산 아래 이젤을 펴고 사생을 하면서 찬란한 노년기를 엮어갔으면 하는 바램이다.
2023'10'28(토)
<오봉스케치10.28>
도봉산자락 장군봉
<장군봉 스케치 10.28>
사기막골에서 바라 본 북한산(인수봉 숨은벽 백운대)
여성봉
오봉
첫댓글 여전히 강건해 보이시네요.
이젤과 붓을 든 멋진 중년 화가의 모습도 굿굿굿.
역시나 절기는 무시하지 못할 듯...
아 드디어 얼굴을 보여주시네요. 오래전 인사동 전시회때 무슨일 때문에 못찾아뵈서 그게 늘 아쉬웠는데... 무엇보다 그림이 참 좋으시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