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덥습니다. 더워요.
한국은 물난리로 고생했다던데. 피해 많았을 텐데 앞으로 복구가 잘 돼야 할 텐데요...
여기서도 한국 뉴스가 나온 걸 봤어요. 더 타임스에서 해외 소식란에 아주 짤막히 손바닥 만하게 나왔더라고요. 한국 소식이라곤 그동안 찾아보기 힘든데다, 북한의 미사일 뉴스만 대문짝 만하게 나오던 터라 '서울'이란 글자를 주목했지만, 안타까운 소식이더라고요.
여긴 그 반대로 덥습니다.
더운 것 까진 좋은데, 냉방 시설이 많지 않아서, 그게 더 문제 인 것 같아요.
그동안 영국이(유럽) 이렇게 더워진게 최근 몇년 새라 냉방기구 없이도 잘 살수 있었다나봐요.
어제 이브닝 스탠더드를 보니까 1면에 "버스 온도 52도! 지하철 온도 47도! 최고 기록 경신!!" 이라면서 대문짝 만하게 나왔더군요. 대중 교통에 에어컨이란 건 붙어있지 않으니(대부분 승용차도 마찬가집니다) 실내기온이 그렇게 올라갈수 밖에요. 그나마 지하철 같은데 너무 살인적인 더위니까 사람들이 이용을 자제해서 온도가 덜 높아 진거라지요.
지하철 타보니 안내방송에서 '기온이 엄청나게 올라가고 있으니까 지하철 이용객들 께서는 꼭 물을 지참하시길 바랍니다. 혹시 일사병 증세 등 문제가 있는 승객께서는 혹은 그런 분을 발견하게 되면 다음 역에서 정차하셔서 휴식을 취하길(취하게 만들길) 권고하는 바입니다' 이런 얘기가 나오더라고요. 그래도 덥다고 해서 한국 같은 인명, 재산 피해가 나온 건 아니니... 휴.. 그나마 다행이네요. 우리 나라는 매번 이렇게 고통당하면서도 또 이렇게 당해야 하는 건지... 물론 천재지변 같은 건 인력으로도 막기 힘들다지만요... 그래도 '예방'이라는 단어는 그냥 만들어진게 아닐텐데요...
하여튼 저도 덥다보니 완전 녹초가 돼서 말린 오징어? 아니, 축 처진 늙은 개처럼 헥헥 거리고. 온 몸에서 기가 다 빠져나간 듯... 집에 선풍기도 없는 터라(에어컨은 언감생심!) 게다가 방바닥엔 카펫까지 깔려 있으니(일반적인 영국집들이 그렇죠) 아지랭이 피듯 더위가 모락모락~. 얼음물이라도 가져와 발 담그면 낫겠지만 안타까운 건 냉장고에 얼음 만드는 칸이 없다는 것--;; ㅋㅋ 어제 낮엔 대피하는 셈 치고 나가서 미술관 가서(흐미 시원...) 찬 바람 나오는데만 골라서 돌아다녔죠. 내셔널 갤러리 같은덴 입장료도 공짜라 어찌나 고맙던지... 우리 나라에선 은행이나 책방 가서 더위 피했을텐데, 여긴 우리 처럼 건물 통째가 책방인데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되고요(대신 작은 책방은 널려있죠. 우리와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많이요) 하여튼 여기서도 음식점 같은 데 보면 '풀리 에어 컨디션드'라는 게 자랑처럼 써 있는 곳도 많답니다. 물론 공기 정화의 의미도 있겠지만 그만큼 시원하고 신선하다는 걸 강조하기 위해서요. 우리 나라에서 '에어컨 빵빵하게 잘 나오고 공기 정화도 됨'이란 팻말을 붙였다면 '19세기에서 왔소?'라며 놀림 받을 일일 것 같은데요. ㅎㅎ
하튼
여기서도 국내 친지들 피해 때문에 잠 못이루는 분들 많은 것 같던데. 피해 복구가 잘 되길 바랄 뿐입니다. 특히 이번에 가족을 잃은 분들... 정말 휴...
또 말이 길어졌는데요.
저번에 설기현 선수 만났잖아요. 그래서 올려봅니다. 지면으론 한계가 있으니까 여기다 왕창.
그러고보면 참 생각이 많은 선수인것 같은데 어쨌거나 원하는 방향으로 잘 됐으니 다행이네요.
평소엔 그래도 쑥스러운듯이 잘 웃는 편이었던 것 같은데 최근 들어 웃음이 보이질 않아서 조금 안타까웠는데 이젠 좀 다시 웃을 수 있겠죠. 하여튼 그래서 '레딩 팬이 그러던데, 설 선수가 계약 하면서 웃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고, 레딩이 싫어서 그런건가? 하고 말하던데요'라고 슬쩍 물어봤었거든요. 인터뷰 끝에 여담으로. 그랬더니 '이번에 컨셉을 '과묵'으로 잡아봤는데 그게 싫어보였나요? 흠... 너무 좋아하는 모습 보이면 좀 그렇잖아요. 근데 팬들이 그렇게 생각하셨다면 제가 잘못한건가?...' 그러면서 또 허허 거리고 웃고요. 아이 둘의 아빠가 된 얘기 책임감들. 또 딸이 처음 나왔을 때 너무 신기해서(설선수 아들 4형제, 형도 아들만 낳았고) 만져보기도 힘들었다고 그러더라고요. 느낌이 이상해서리. 기저귀 가는 것도 이상하고 안아서 얼르는 것도 이상하고 (그러니까 마냥 신기하다는 얘기) 온 식구를 봐도 딸은 처음이라 그냥 요지경 같았다나봐요.
하여튼 가장이란 거 정말 사람을 변하게 하나봐요. 지난주에 레딩에 집을 구하는데, 한국에선 아직 가족들이 넘어오지 않은 터라 설 선수 혼자 집을 구했어야 하는데. 자긴 그냥 아무데나 가도 되는데, 왜냐면 일어나서 훈련장 가고, 경기 뛰고 그냥 쉬는 게 집이니까. 잠만 잘 데가 있으면 되는데. 가족들은 자기 없는 동안 집에서 시간을 보내야 하니까 가족 마음에 들기 위해서 집 고르려니 너무 너무 힘들다고 하더라고요. 이세상에서 가장 조언 많이 해주고 의지되고 도움되는 사람이 가족 특히 아내 윤미씨라고 하니 "아내 말 들어서 손해 본 사람 없다잖아요~"라고 말하면서 말입니다.
하여튼 홧팅입니다!!
설기현은 착하다. 별로 숨기는 것도 없고 별로 꾸미는 것도 없다. 유럽 생활한지 벌써 6년넘은 중고참인데도, 여전히 수수한 강원도 산골 청년같다. 그나마 웃으면 좀 낫지만, 무표정하면 어쩔 땐 우울해 보이기까지 한다. 아니, 실제로 그랬다. 지난시즌 중반부터 그에게서 미소를 보는 날은 그리 많지 않았다. 감독과의 소소한 다툼, 자신감 결여, 벤치행. 별로 좋은 날이 없었다. 하지만 이제 그도 살포시 웃는다. 스스로를 ‘어눌하다’고 표현하는 설기현.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당당하게 말한다. 그에게서 어눌함은 찾기 어렵다.
-프리미어리거가 됐어요. 바라던 일이 이뤄졌으니까 한결 마음 놓았겠어요.
“아주 옛날 부터 꿈꿔왔던 일이니까, 기분이야 좋죠. 근데 좋은 건 한순간이더라고요. 한숨 돌리고 나니 걱정부터 돼요. 이제 한국 선수들끼리 대결이 있을 텐데. 그렇잖아요. 지성이나 영표형 있는 팀은 워낙 좋고 최고의 팀들이니까. 그런 강팀들을 상대로 얼만큼 잘 할수 있을지도 걱정되는 거죠. 아무래도 신경이 쓰일 수 밖에. 또 제 포지션이 아직 정해지진 않았지만 나중에 영표형과도 맞붙어서 경쟁할 수 있는데 이래 저래 두렵죠. 챔피언십과 프리미어십은 스타일 자체도 다르니까 적응하는 것도 힘들테고. 휴. ‘제 2의 위건’이 되느냐, 아니면 또 다시 강등되느냐. 그런 순간에 놓일 텐데 잘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죠.”
-그래도 아직 실감 나는 건 아니겠어요. 리그도 시작하기 전이니.
-솔직히 그동안 여기 저기서 관심은 많이 보였어요. 하지만 제대로된 오퍼는 들어오지 않아 꽤 많이 속상해했던 걸로 아는 데요. 레딩은 어떻게 가게 됐나요?
“레딩은 시즌 끝나기도 전에 이미 승격이 확정됐잖아요. 그래서 그때부터 오퍼가 오긴 왔어요. 팀(울버햄튼)에선 아직 월드컵도 남았고, 플레이오프행도 결정되지 않은 상태라 좀더 기다려 보라고 했죠. 또 같은 2부팀인 와트포드(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 승격) 감독님도 상당한 관심이셨어요. 그래서 고민될 수 밖에 없었죠. 월드컵 기간 중에 저한테 3번씩이나 직접 전화해서 팀에 오라고도 하시고. 찰튼 같은 데서도 연락이 오긴 했지만 정확한 오퍼는 아니었고요. 하도 고민하니까 (송)종국이랑 (이)영표형이 나중에 무슨 얘기만 꺼내면 “또 그거냐? 됐다”라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할 정도였다니까요. 결국 모두 비교한 끝에 레딩으로 결정했죠.”
-어떤 점이 그렇게 고민되던가요?
“사실 와트포드는 플레이오프까지 치르느라 승격이 너무 늦게 결정되서 울버햄튼이랑 진득하게 얘기할 시간은 없었어요. 울버햄튼도 강등된지 2년이 넘어서 이제 보조금이 안나오거든요. 그러니 선수를 팔아 운영자금을 만들어야 할 수 밖에 없었고, 이적 얘기도 빨리 진행해야 했거든요. 와트포드는 특히 감독님이 좋았어요. 워낙 좋게 봐주셨거든요. 울버햄튼에서 글렌 호들 감독과 막판에 다소 문제가 있다보니 감독에 의해 선수가 얼마나 좌절할 수 있는지 알게 됐어요. 아무리 열심히 하려해도 아예 리스트에도 올려주지 않는 일이 계속되니 자신감을 잃을 수 밖에 없죠. 레딩의 스티브 코펠 감독은 과묵하고 조용해 스타일을 파악하긴 쉽지 않아서, 와트포드 감독님에게 애정이 쏠리긴 했는데 구단 사정이나 장래성 같은 것들 여러가지 비교해 보니 레딩이 나을 수 밖에 없을 것 같더라고요. 어렵게 고민해서 왔으니 잘해야죠. 그래서 더 부담스럽기도 하고.”
-부담이 된다고 했는데, 팬들 반응은 좀 챙겨보나요?
“밖에 나와있으니까 우리나라 팬들의 정확히 알 수 있는 건 아니고, 인터넷을 통해 가끔 보기는 보는데요. 솔직히 이번 저한테 그렇게 ‘안티 팬’이 많은 줄 몰랐어요. 댓글 같은 거 보면 ‘2부리그 주제에’, ‘공도 못차는 게~야구하냐?’ 등등 뭐 이것보다 심한 말도 많고요. 사실 근데 팬들은 제가 어떻게 활약한지 제대로 알수가 없을 테니까. 기사 같은 걸 보면 ‘90분 뛰었고 골은 기록하지 못했다. 설기현은 그다지 인상적이지 못했다’가 많잖아요. 중계도 안되고, 골 넣으면 잘 한거고 안넣으면 활약을 알수가 없으니까. 저도 이해해요. 또 대표팀 평가전 같은데서도 보여준게 별로 없고. 그래도 현지에선 팬들이 응원가도 만들어주고 좋아해주셨는데 다소 아쉽긴 했죠. 이제부터 열심히 하면 알아주시겠죠. 근데요, 또 걱정되는 것이, 예전엔 중계가 안됐으니까 못해도 알수가 없었잖아요. 이젠 못하면 확 드러날테니까 더 부담스러운거 있죠(웃음).”
-그러면 ‘역주행’ 얘기가 나왔을 때도 힘들었겠네요. 아내 윤미씨가 안타까워서 쓴 글이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요.
-벨기에 리그서부터 지금까지 차근 차근 밟아왔어요. 목표를 이루긴 했지만, 그래도 친한 친구인 이영표선수나 박지성 선수가 남들이 보기에 다소 ‘쉽게’ 프리미어리그에 입성했잖아요. 기분이 어땠나요.
-아직 주전 경쟁에서 자유로운 것도 아니에요. 보비 콘베이나 글렌 리틀같은 윙어들 입지가 굳건한데요.
“정말 그건 저 하기 나름인거 같아요. 그래도 기분 좋은 건 제가 챔피언십 뛰면서 서로에 대해 아주 잘 안다는 거에요. 또 유럽에서 오래 뛰다 보니까 한다리 건너면 다 아는 거에요. 챔피언스리그도 뛰고 했으니까 소문 소문으로 알기도 하고. 그래서인지 새로 왔는데도 아주 푸근해요. 원래 처음오면 조금 경계하는 편인데, 다들 저한테 와서 말걸고 패스도 잘해주고. 어제 2대1 패스 훈련하는데 주장 그레엄 멀티가 와서 같이 하자고 하더라고요. 일단 선수들이 젊으니까 초반에 프리미어리그에서 어떻게 해주느냐가 중요한데, 그게 완전 분위기로 가는 거거든요. 잘 해야죠.”
-코펠 감독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스타였죠. 게다가 윙어였는데, 더 엄격할 수 있을 것도 같고, 도움도 될 것 같은데요.
-먼 미래 계획은 뭔가요? 축구 그만두면 뭐 하고 싶어요?
-외국 진출 실패하는 경우도 많은 데 그래도 살아남은 편이에요. 비결은요? 그럼 어떤 선수가 되고 싶나요.
“처음부터 낮은 리그에서 시작해서 그랬던 것 같아요. 더 올라갈 데가 있으니까, 실패할 확률도 낮아지는 것이죠. 아직은 성공했다고 말할 단계는 아닌 것 같고요. 지금도 더 올라갈 데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이제부터가 시작인 거죠. 정말 열심히 하는 것 밖엔 없는 것 같아요. 그럼 안티도 좀 줄어들겠죠? 음. 무엇보다 제 두 아이에게 부끄럽지 않은 선수가 되고 싶어요.”
일단...약간 두서 없지만...
아, 그리고 워낙 차근 차근 밟은 편이긴 한데, 그래서 이런 것도 물어봤었어요. 안데를레흐트 있었으면 챔스에서 더 활약 할 수도 있었을 테고. 여기 스카우트들은 워낙 챔스를 중요시 하니까(예선까지 마구 중계를 하죠), 거기서 발탁돼 바로 프리미어리그행이 될 가능성도 있지 않았을 까요? 라는 내용이었는데요. 원래 사람은 만일, 만약 이런 것도 생각해보게 되니까요. 하여튼 설선수 답이, '그런 생각도 없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거기서 잘 된다는 보장도 없었으니까요. 미래는 항상 불투명하니까. 어쨌든 무언가 도전을 해보는 것이죠. 그때 제가 이적할 당시 안데를레흐트가 챔스 가긴 갔었는데, 저 이적한 뒤로 6전 전패 했어요. 저도 거기서 크게 빛을 보지 못했을 거에요. 그랬으면 또 1년을 허비했겠죠. 그래도 일단 영국에 오면 스카우트들이 많고 항상 서로의 경기를 주시해 보니까... 좀 가능성이 있겠다 싶었는데.. 이제 변화가 오게 된거죠.'라더군요. 어쨌거나 미래는 어찌 되는 지 아무도 모르는 법. 괜히 패배의식에 젖어 우리 나라 선수를 뭉갤 필욘 없을 것 같아요. 하여튼 그럼 또 이만
첫댓글 조선일보에 났던 기사 풀버전이네요.... 설선수 해외진출의 모범인데 진심으로 성공했음 좋겠어요!!!!!!
정말 잘 됐으면 좋겠네요! 설기현 파이팅!
설기현선수 파이팅!
역시 최보윤ㄳ ㅋ
설기현은 아시아의 조콜
히바우도는.....ㅠㅠ
설바우도인데 ㅋㅋㅋ
안티팬 ㅡ..ㅡ
자세한 인터뷰 좋네요...~~
멋지다..... 수해소식 접하게 되서 슬플 거 같은데 설선수가 잘 되었으면 좋겠네요...
아나 영표형 ㅋㅋㅋㅋㅋ
인간적이다. 안티팬들 신경 쓰지말고 화이팅
전 예전부터 설기현선수 맘에 들었는데 정말 잘되서 다행입니다. 앞으로 좋은 모습 보여주세요~~
토실토실 여진이 보고싶네요..ㅎㅎ
설기현은 정말 유럽 하위권부터 차근차근.. 드디어 프리미어리그 입성! 당연히 잘 할 꺼라고 믿습니다.
멋져
설선수 안티들 신경쓰지 마시고요.. 화이팅 입니다..
화이팅!!!
진짜 어쩜...너무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