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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의 '일본화'…모든 지표 3년 전으로 후퇴
정부가 앞장서 성장률 깎아먹는 기이한 재정 운용
'사회 삶' 외면, 민주주의 추락이 '일본화' 분기점
극우 전위대가 된 한국형 룸펜 프롤레타리아들
'공적권한 사유화 집단' 해체 못한 민주당 책임도
윤 정권 막고 민주주의 복원…노인세대 각성해야
최배근 건국대 교수
한국경제의 일본화 가능성은 오래전부터 우리 사회에 회자하는 담론이다. 경제지표와 사회구조 등을 보면 '일본화'는 상당히 설득력을 갖는다. 아니 이미 '일본화'가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먼저 대중이 기억할만한 세 가지 이야기로 시작하자.
첫 번째 이야기. "일본 산업은 혁신을 하지 못했습니다. 일본 산업은 미래를 위한 새로운 먹거리를 창조하는 데 있어 10년을 잃었습니다. (…) 이제는 제조업이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아요. 새로운 산업이 중요한데요, 일본뿐 아니라 한국도 이런 점에서 뒤처져 있어요." 지난해 말 KBS 시사기획 '창'이 일본을 타산지석으로 삼자며 기획한 프로그램의 첫 회에 소개된 와타나베 히로시 국제통화연구소 이사장의 인터뷰다. 그는 일본의 실수를 얘기하고 있지만, "한국, 너희들도 일본의 길을 따라가고 있어"라며 말을 맺는다.
두 번째 이야기. "나는 우리의 미래에 강한 우려를 갖고 있다. 그것은 공포라고 해도 무방하다. 앞으로 고령화가 더욱 진행되면서 사회보장 재정이 궁핍해지고 경제의 생산성은 더욱 떨어질 것이다. 대외수지도 악화할 것이다. 노후 자금이 충분하지 않아 생활 보호를 신청하는 고령자 가구가 급증할 것이다. 해결책 마련이 시급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무런 대책도 준비도 되어 있지 않다. 모두가 비정상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이 상황에서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모른다. 이와 같은 상황에 대해 국민들이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 것이 현재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이다. 국민은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 한국 얘기처럼 들리지만, 한국 얘기가 아니다. 대장성 관료를 지낸 노구치 유키오(野口 悠紀雄)가 일본을 걱정하며 쓴 최근 칼럼(8월 28일, '왜 일본 국민은 소리를 높이지 않는가. 주식, 부동산 등 일본 자산이 폭락하는 흉악한 미래') 내용 중 일부이다.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 이야기는 앞의 두 이야기에 대한 답을 담고 있다. 올해 초(1월 20일) 10년 동안 (그러나 30년 전부터 일본과 관계를 맺어오며 일본인 여성과 가정을 꾸리고 세 자녀까지 두고 있을 정도로 일본 사회에 대해 잘 아는) 영국 BBC의 도쿄 특파원으로 일하던 루퍼트 윙필드-헤이즈(Rupert Wingfield-Hayes) 기자가 고국으로 돌아가는 길에 자신의 경험을 회고하며 쓴 기사가 큰 반향을 일으킨 적이 있었다. 기사 제목은 '일본은 미래였다. 그러나 과거에 갇혔다(Japan was the future, but it's stuck in the past)'이지만 '과거에 갇혔다'에 방점이 있는 회고 기사였다. 기사 말미에 소제목으로 박혀 있는 '노인이 아직도 권력을 쥐고 있다(The old are still in power)'가 '일본이 과거에 갇혀 있는' 이유를 한마디로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총소득 추이(2023년 2분기)
모든 경제지표가 3년 전으로 후퇴
앞의 세 가지 이야기들에 한국을 대입하면, 마지막 기사에서 '한국이 (일본과 달리 현대사에서 세상의) 미래'였던 적이 없었던 것만 제외하면 대부분 들어맞는다. 윤석열 정권 출범 이래 모든 경제지표가 뒤로 후퇴하고 있다. 90년대 일본의 '잃어버린 10년'과 닮은 점이 많다. 예를 들어, 지난주 화요일(9월 5일) 발표된 2/4분기 (우리나라 국민이 만들어낸 소득인)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전분기 대비 0.7%가 줄어들었다. 2000년대 이후 2/4분기 기준으로, 코로나 팬데믹이 발발했던 2020년의 –2.2%와 윤석열 정권이 시작한 지난해의 –0.9% 다음으로 낮은 증가율이다. 1990년대까지 확장하면 외환위기 때인 1998년 –1.7%가 더 낮았던 유일한 해였다.
윤석열 정권 출범 이래 GDP의 누적 증가율은 1.6%인 반면, GNI의 누적 증가율은 0.1%가 줄어들었다. 올해 2/4분기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473.6조 원으로 2021년 2/4분기의 476.5조 원보다 약 3조 원이 줄어들었다. 2.4조 원을 정부가 줄였다. 올해 2분기 설비투자 규모인 45조 5366억 원도 2021년 2분기의 46조 5537억 원보다 1조 원 이상 줄어든 규모이다. 올해 2/4분기 수출 규모도 1558억 달러로 2021년 2분기의 1567억 달러보다 9억 달러 줄어든 규모이다. 주요 경제지표들이 '잃어버린 3년'을 가리키고 있다.
경제지표의 이러한 변화는 일본과 대조적이다. 올해 2/4분기 일본의 실질 국민총소득(GNI) 582조 600억 엔은 2021년 2/4분기의 567조 3610억 엔보다 2.6%(14.7조 엔) 증가한 규모이다. 그런데 윤석열 정권 출범 전에는 한국이 일본을 압도하였다. 예를 들어, 문재인 정권이 출범한 2017년에 비해 2021년까지 한국의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7.0%가 증가한 반면 일본은 0.6%가 오히려 줄어들었다. 그런데 윤석열 정권 출범 이후 한국은 줄어들고, 일본은 증가한 것이다. 그 결과 한일 간 격차도 축소되었다. 2017년 2/4분기 기준 2021년 2/4분기에는 7.6%p에서 2023년 2/4분기에는 4.4%p로 줄어들었다. 세계경제 불황의 탓으로 돌리는 윤석열 정권이 찌질한 이유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서울 구로 디지털산업단지 G밸리산업박물관에서 열린 킬러규제 혁파 규제혁신전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8.24.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합뉴스
정부가 앞장서 성장률 깎아먹는 기이한 재정 운용
문제는 이러한 '후퇴'가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윤석열 정권은 올해 들어 상반기에 정부가 성장률을 0.8%p 끌어내렸다. 2021년보다 3.2조 원 줄어든 국세 수입 감소의 결과물이다. 2000년 이래 정부의 성장기여도가 2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한 적은 금융위기 이후인 2009년 3, 4분기의 –0.4%와 –0.3%, 그리고 코로나 팬데믹이 있던 2020년 3분기와 4분기의 –0.2%와 –0.1%가 유일하였다. 그런데 당시 정부가 끌어내린 성장률은 2009년 0.7%p, 2020년 0.3%p로 올해보다 적었다. 도대체 올해가 금융위기나 코로나 팬데믹 당시와 비교할 만큼 경제위기 상황인가? 게다가 하반기에도 정부의 성장률 끌어내리기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올해 상반기에 관리수지 적자가 GDP 대비 –7.6%로 윤석열 정권이 설정한 –2.6%를 크게 초과한 상태이다. 현재 재정적자 규모를 축소하는 방법은 대규모 지출 축소밖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지출 축소가 성장률을 다시 끌어내릴 수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GDP 대비 국가채무 비중도 51.1%로 윤석열 정권의 올해 목표치 49.8%를 초과한 상태이다. 윤석열 정권이 최근 단기차입(돌려막기) 방식과 이자 부담을 증가시키는 방식으로 재정지출을 유지하고 국가채무를 억제하는 배경이다. 최근 발행한 엔화 외평채도 (엔화 가치가 상승할 경우) 대부분을 상환해야 하는 차기 정권에 부담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재정 파탄은 한국경제의 미래와 관련된 연구개발비의 대규모 축소로 이어지고 있다. 과기부 출연기관의 정부출연금이 올해 2조 2466억 원에서 내년에는 1조 9493억 원으로 약 3000억 원이 줄어든다. 내년 출연금 규모 또한 2021년 규모(2조 794억 원) 이전으로 돌아간 것이다. 정부 지원금의 축소는 인력 유출로 이어져 한국 과학기술 부문에 깊은 상처를 입힐 수밖에 없다. 이 정도면 한국경제의 일본화는 성장률 끌어내리기를 넘어 국가 기반을 파괴하는 수준이라는 점에서 일본보다 치명적이다.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7개월간 월평균 일자리는 34만 9000개가 증가했다. 그런데 60세 이상 일자리가 월평균 40만 4000개가 증가하였다. 청년층 일자리는 월평균 10만 8000천개가 감소하였다.
[ 윤석열 정권에서 일어난 주요 경제지표의 변화 ]
출처 : 한국은행, 한국무역협회, 산자부, 중소벤처기업부, 기재부, 통계청, 한국상장사협의회
민주주의 추락이 '일본화' 진입의 분기점
어떤 이들은 말한다. 한국경제의 일본화가 윤석열 정권에서 시작한 것이냐고. 상당 부분은 정당한 지적이다. 고령화, 인구 소멸과 지방 소멸, 보이지 않는 산업 혁신, '충격'이 가해지면 급격히 무너질 수 있는 자산시장 등등은 윤석열 정권 이전부터 진행형이었다. 그러나 일본화 '가능성이 있었다'는 것과 '실제 일본화로 진입했다'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민주주의 추락이 분기점이었다. 한국경제의 대전환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국민 대다수가 동의하고 있지만, 목소리를 내지는 않는다. 심지어 많은 국민은 정반대로 한국 사회와 경제를 과거에 묶어두고 있다. 한국의 일본화 진입은 그 결과물이다.
어떤 사람들이 한국 사회와 경제를 과거에 묶어둘까? 사람의 삶은 기본적으로 '개인 삶'과 '사회 삶', 두 가지 삶으로 구성된다. '개인 삶'은 (돈의 힘이 지배하는) 시장 논리에 순응하는 개인 이익을 추구하는 삶이고, '사회 삶'은 민주주의에 대한 각자의 책임을 수행하는 정치적 삶이다. 민주주의가 죽은 사회는 많은 사람이 '사회 삶'(정치적 삶)을 외면한 결과물이다. 그런데 '개인 삶'을 추구하더라도 사람의 심성이 있는 한 측은지심이나 수오지심 등으로 인해 '사회 삶'을 사는 사람에 대한 미안하고 빚진 마음을 갖는다.
물론, 개중에는 '내가 뭘 잘못했어?' 하는, 이른바 (수오지심도 없는) '괴물'이 존재한다. 그리고 식민지 → 분단 → 군부독재 등 비정상 사회가 장기화하며 '괴물'의 양적 숫자가 증가했고, 여기에 비정상 사회의 뿌리 역할을 하는 조중동 등 부패언론의 지원을 업고 '괴물'은 자신을 정상이라고 주장하기 시작한다. '사회 삶'을 외면한 사람들이 가졌던, 불편한 수오지심을 내려놓을 수 있게 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자녀들에게도 '사회 삶'을 외면하라고 요구한다. 즉 가정교육을 통해 (일베 등) '괴물'이 양산되는 배경이다. 그리고 '괴물들'은 (삶이 불안한 대중에게 결핍된) 돈의 힘에 대한 숭배를 확산시키고, 부자가 되는 대신 사회 헌신을 하는 삶을 살아간 사람을 '루저'로 이미지화하고, '돈의 힘'이 지배하는 야만적인 세습 사회를 만들려 한다. 그리고 이들은 (다양한 사회적 소수자들을 공격하며 현실적 위안으로 삼는) '21세기 룸펜 프롤레타리아'를 극우 전위대로 활용한다.
우리나라의 노인 소득 빈곤율은 OECD 회원국 가운데 추종을 불허하는 1위다. 사진은 폭염 경보가 발효 중인 가운데 무료 급식을 받기 위해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앞에 줄을 서있는 어르신들. 2023.8.1. 연합뉴스
'공적 권한 사유화한 집단' 해체하지 못한 민주당 정권 책임
극심한 자산 불평등을 낳은 부동산 카르텔 공화국의 사생아인 '한국형' 룸펜 프롤레타리아는 민주주의 실패의 산물이다. 상상을 초월한 극우 정권이 대한민국에서 출현한 것도 바로 문재인 민주당 정권에서 '특권층이 지배하는 대한민국'을 '국민이 진짜 주인인 나라'로 바꾸지 못하고, 공적 권한을 사유화한 집단을 해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 대한 민주당의 반성이 없는 한 대한민국은 정권이 바뀐다고 달라질 것이 없다.
한국 사회와 경제의 일본화 진행을 막으려면 한국 사회를 과거에 묶어두려는 세력에 대한 민주적 통제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 과제이다. 일본과 달리 한국 사회는 노인이 권력을 장악한, 즉 과거에 갇혀버린 사회는 아니다. 그렇지만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마지막 희망인 청년 세대를 룸펜 프롤레타리아로 만드는 것은 사회 책임이라는 사실을 직시해야만 한다. 그리고 청년층의 룸펜 프롤레타리아화가 민주주의 실패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대한민국의 일본화를 막는 길은 일단 윤석열 정권을 끌어내리고, 민주주의를 복원시키는 길밖에 없다. 그리고 민주주의 복원은 (그동안 칼럼에서 소개한) 사회 구성원의 소득과 금융에 대한 기본권 확립에서 시작해야 한다. 이는 '공공금융(public finance)'이라는, 재정의 진짜 이름을 찾아주는 일이다.
마지막으로 공허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노인들에게 바램이 있다. 대한민국을 과거에 잡아두지 마시길. (실력이 없어 자기 눈이 아니라 조중동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비겁해야 살아남을 수밖에 없었던) '과거 세대' 중 많은 이들이 비정상 사회가 장기화하며 수오지심이 없는 '괴물'로 진화하였다. 그렇지만 이들도 자기 자녀를 사랑하는 마음은 누구 못지않을 것이다. 자신들이 대한민국을 과거에 가두고 있는 '과거 세대'가 되는 순간 자기가 사랑하는 자녀의 앞길을 가로막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를 바랄 뿐이다.
출처 : [최배근 칼럼] 민주주의가 밥 먹여 준다 < 최배근 통찰 < 민들레 광장 < 기사본문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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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감사합니다.^^
사람들이 좌우, 지역주의 프레임에서 탈피해야 진정한 기득권 카르텔을 깨달을 수 있는데요.
기득권의 언론 장악으로 프레임을 타파하지 못한 것이 큰 문제입니다.
지도권 인사들이 외치는 80년대 사상과 이념을 지금도 외칩니다.
민주당,진보도 기득권화해서 딸랑이 된지 오래지요.
자기들 밥그릇 찰 인사가 없기 때문에 민주당도 '공적 권한 사유화" 에 일조하였죠.
미래세대 젊은이들이 정치, 사회, 경제를 정확히 직시해야 프레임의 틀을 깰것입니다.
당신들의 희생과 무지를 이용해 기생하려 합니다.
욜로하라, 소비하라. 인생 한방이다. 실장님 버전 신데렐라 드라마, 광고 등 등.
특권층이 지배하는 대한민국 의 21세기 신분체제 내각제, 귀족화 구축하지요
일반 국민들은 사농공상에 의해 나누어지고 금융산업의 자산에 의해 노비층이 형성됩니다.
그들이 꿈꾸는 세상을 원하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