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LONG LIVE DREAMFACTORY' 앨범에 있는 이승환을 비롯한 드림팩토리 소속'이었던' 가수들의 뮤직비디오가 담긴 비디오 CD를 함께 보면서 읽는 것이 '매우' 좋습니다. 그 많은 뮤직비디오를 여기서 모두 제공할 수는 없습니다.
* 분량관계로 2회에 나누어 올립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 언론모니터팀은 22일 보고서에서 "최근 방송프로그램의 한 장르로 잡아가는 뮤직비디오가 가사 내용과는 무관하게 총기난사 장면이나 성행위를 암시하는 장면 등을 자주 내보냄으로써 주 시청층인 청소년의 인격형성과 정서 함양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언론모니터팀에 따르면 지난 1년간 뮤직비디오와 관련,방송위로부터 주의 이상의 제재조치를 받은 것은 지상파방송이 16건,케이블 방송이 107건이다.
유승준의 ‘찾길바래’는 폭력성으로 경고 및 관계자 경고 조치를 받았고 지난해 가수왕인 조성모의 ‘포 유어 소울’도 총기 난사 장면으로 경고 조치를 받았다.엄정화의 ‘이스케이프’,백지영의 ‘새드 살사’,이승환의 '그대가 그대를', DJ DOC의 '런투유’는 각각 선정적인 춤장면으로,버튼의 ‘러브 이즈’는 주인공이 칼에 맞아 쓰러지는 폭력 장면으로 각각 경고조치를 받았다. ......(중략)
....언론 모니터팀은 “뮤직비디오가 음반판매촉진이라는 상업적인 목적에 의해 제작됐지만 청소년이 주로 시청하는 시간대에 방영되기때문에 제작단계부터 청소년의 인격과 정서에 충격을 주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 국민일보, 2001년 3월 23일
그렇다. 뮤직비디오는 선정적이다. 뮤직비디오는 폭력적이다. 뮤직비디오는 상업적이다. 하지만 물어보자. 그럼 '친구'같은 영화는 폭력적이지 않은가? 아니면 갱스터영화의 걸작들은? 그리고 '나인 하프 위크'같은 영화는? 물론 위의 기사거리를 제공한 단체 같은 곳에서는 이런 영화들도 모두 '쓰레기'라고 말하고 싶은건지도 모르겠지만, 중요한건 영화에 대해서는 그런 말을 직접적으로 얘기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뮤직비디오는 작품성에 상관없이 폭력이나 에로틱한 부분만 들어있으면 무조건 유해매체가 되어버린다.
물론 뮤직비디오는 청소년들이 즐겨보고, 그동안 뮤직비디오가 '생각없는' 폭력과 선정성을 내세워 스스로 완성도를 떨어뜨린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문제는 뮤직비디오를 '음반판매촉진이라는 상업적인 목적'으로 보는 그런 시각들이 뮤직비디오를 하나의 제대로 된 장르로 보는 것을 가로막아, 일반인들이 한국 뮤직비디오의 '작품성'의 측면에서 보는 것을 가로막는다. 영화는 아무리 못 만든 작품도 언론에서 리뷰를 하고, 관객들도 나름의 평을 하지만 뮤직비디오는 모두 그냥 그렇게 넘어가는 것이다. 어쩌면 엄청난 제작비와 폭력이 난무하는 요즘 뮤직비디오의 경향은 뮤직비디오를 '작품'으로 인정하지 않는 대중의 시각이 낳은 결과일지도 모른다. 일단 규모가 크고 자극적이어야 시선이라도 모으니 말이다.
그리고...... 사람들의 이런 '관심 속의 무관심'속에서, 한국에서 가장 일관되고 뛰어난 완성도를 가진 가수의 뮤직비디오 세계는 철저하게 무시당했다. 바로 이승환의 뮤직비디오들 말이다. 이승환은 분명히 국내에서 손꼽을만한 인기가수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의 '발라드 인기가수'라는 이미지는 그가 음악 외에 이루어놓은 많은 것들을 제대로 보지 못하도록 하고 있고, 그 중에서도 가장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 바로 그가 뮤직비디오에서 이뤄낸 성과이다.
물론 어떤 사람들은 그가 뮤직비디오 '당부'를 통해 화제에 오른 것을 거론하며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느냐고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문제는 이승환에게는 '당부'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후 '폭력 선정비디오'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그대가 그대를'은 물론이고, 그가 보여준 대부분의 뮤직비디오들은 언제나 그 당시 뮤직비디오 흐름을 앞서가는 시도를 했던 것은 물론, 자신만의 분명한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당부'뿐만 아니라 그의 작품들은 대부분 한국 뮤직비디오 역사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만한 시도와 완성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승환은 감독의 것으로 평가되는 대다수의 한국 뮤직비디오들과 달리 자신만의 분명한 스타일을 속에서 감독의 연출력을 소화해낸다는 점에서 주목 받을만 하다. 그의 작품에는 다른 가수들과 달리 '천일동안'부터 '그대가 그대를'에 이르기까지 일관된 흐름을 가지고 있고, 그 안에서 기존 뮤직비디오의 틀을 깨는 다양한 시도들을 하고 있다. 어느 장르이건 시대를 앞서가는 시도와 자신만의 뚜렷한 색깔을 표현해내는 인물에게 높은 평가를 내리는 것을 생각해볼 때, 이승환은 그 자신이 뮤직비디오를 연출하지는 않지만 뮤직비디오의 '아티스트'라는 평을 받을만한 인물인 것이다. 믿을 수 없다고?
I. 천일동안, 이별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다만 - 화려하지 않은 시작?
이승환 뮤직비디오의 역사는 그 이전에도 공연을 담은 실황 비디오나 더 클래식 앨범에 있던 '제리 제리 고고'등이 있기는 했지만 본격적인 시작은 4집 앨범 'HUMAN'의 '천일동안'이라고 해야할 것이다. 사실 이 뮤직비디오는 지금의 관점에서 보면 잘만들었다고 할 수는 없는 작품이다. 이승환이 노래부르는 장소의 세트는 붉은 천과 기둥정도만을 몇 개 세워놓아 만들다 만 것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잠깐 쓰인 컴퓨터 그래픽은 눈에 거슬릴 정도로 실사와 제대로 조합되지 못했다. 또한 한 남녀의 사랑을 다룬 스토리부분역시 규모면에서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이 작아 오토바이 한 대와 승용차 몇 대의 추격전만이 전부이고, 이 역시도 슬로우모션만으로 찍어놓은 탓에 속도감이나 긴박함을 불어 넣지는 못한다. 또한 '싸움잘하는 미청년'과 청순가련형 여인, 그리고 그들을 괴롭히는 폭력배들이라는 설정역시 너무 관습적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 작품에서부터 이승환이 이미 나름대로의 자기 스타일을 형성해 나가고 있었다는 것인데, 스토리라인과는 별개로 이승환이 노래 부르는 공간이 보여주는 비현실성이 그것이다. 이는 이후 차은택 감독과 만나면서 보다 극대화되어 '침묵의 기록'이라는 '기록적인' 작품을 탄생시키게 된다. 또한 남녀의 사랑과 이별이라는 테마는 일반적인 것이긴 하나 이승환의 그것은 보다 독특해서, 남녀 주인공들이 함께하는 시간이 거의 없이 깊은 그리움을 가지게 되고, 그 이후의 스토리가 상당히 모호한 특징이 있다. 이 작품에서도 그것이 부분적으로 나타나 있어서 남녀는 결국 함께 생사를 하지 못하고, 남자 주인공이 각목을 쥐고 달려나가는 장면에서 끝나는 뮤직비디오의 결말은 보는 이에게 주인공의 미래에 대한 상상력을 발휘하게 만든다.
또한 한가지 염두에 둬야 할 것은 바로 이 작품이 95년 만들어진 뮤직비디오라는 점인데, 지금 볼때는 별 것 아닐수도 있지만 그당시 이만한 스토리라인에 이정도의 규모로 제작된 뮤직비디오는 거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토리라인을 바탕에 둔 대작 뮤직비디오의 원형은 'To Heaven'부터가 아니라 '천일동안'이라고 해야할 것이다.
또한 후속곡으로 제작된 '다만'의 뮤직비디오역시 이승환이 조금은 어설픈 연기를 한다는 점이 아쉽기는 하지만 역시 이후 이승환이 보여줄 뮤직비디오의 특징들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 이승환의 뮤직비디오는 이후 김현주가 출연한 '애원'부터 '당부'의 신민아, '그대가 그대를'의 김정화에 이르기까지 매력적인 여성의 얼굴을 신비한 이미지로 담아내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곤 했는데, 이 작품에서도 김남주의 얼굴을 흑백화면속에서 클로즈업으로 담아내 김남주의 매력을 최대한 담아내고 있고, 스토리라인 역시 인기가수 이승환과 김남주가 만나서 사랑을 하는 것이 아니라 단 한번 만나 포옹하기까지의 과정을 보여주면서 서로의 그리움을 묻어둔채 좀처럼 만나지 못하는 남녀의 설정을 보다 분명히 하고 있다. 또한 현실속의 가수 이승환이 콘서트를 준비하고, 무대에 올라서는 과정과 가상의 사랑이야기를 연결 시킨 것도 당시로서는 보기 힘든 설정이라고 할만하다.
그러나 이 두작품보다 이승환의 4집 앨범중 가장 뛰어난 완성도를 보여준 것은 바로 '이별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이다. 그의 음악이 그렇듯, 그는 발라드 가수라는 이미지 속에서도 꾸준히, 그리고 점차 분명하게 의도적으로 유치하고 가벼운 분위기를 나타냈고, 뮤직비디오 역시 이 두가지 방향을 동시에 가져갔으며, '이별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는 그 시작이 된 작품으로서 그의 뮤직비디오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에는 그당시로는 파격적이라 할만한, 그러나 코믹한 모습들이 쉴새없이 등장한다. 마치 만화를 연상시키는 화면분할이 이뤄지기도 하고, 이승환은 상대 여배우와 대형 포크를 들고 싸우기도 하며, 중간중간 폭주족, 케니지 '흉내내는' 연주자, 말(진짜 말!), 요리사, 섹시한(?) 백인여성들이 나와 정신없이 세트를 휘젓고 다니면서 폭소를 자아낸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등장인물들이 모두 나와 정신없이 뛰어다니며 난장판을 만들어내는 장면은 곡의 코러스와 맞물려 유치하지만 코믹하고, 보는 이를 즐겁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이런 모든 요소들이 지금의 뮤직비디오들과 비교해도 오히려 뛰어나다고 할 수 있을만큼 빼어난 완성도로 만들어졌다는 것인데, 아주 밝고 선명한 파란색과 흰색의 체크무늬로 이루어진 인공의 세트를 기반으로 전체적으로 원색을 강조한 뮤직비디오의 분위기는 곡의 발랄한 분위기만큼이나 산뜻하고 깔끔한 이미지를 전달해내며, 그러면서도 적절한 필터링을 통해 만들어내는 화면의 부드러운 질감은 주인공들의 비현실적인 의상과 행동등과 맞물려 마치 만화를 보는듯한 느낌을 만들어낸다.
그당시 다른 뮤직비디오들이 일반 CF를 연상시키는 색감과 질감, 그리고 '예쁜' 이미지 컷과 현란한 편집으로 시각적 어필에 주력했던데 비해, 이 작품은 곡과 어울리는 자기만의 '톤'을 창조해내면서 다른 작품과 차별화되는 완성도를 보여준 것이다. 특히 '천일동안'과는 달리 어색한 컴퓨터 그래픽대신 편집이나 블루스크린을 통한 화면 합성등 기본적인 테크닉만으로 이정도의 영상을 보여준 것은 주목할만한 부분이다. 또한 촬영이 끝나자 촬영장의 모습을 전체적으로 보여주면서 이 뮤직비디오가 아주 작은 인공의 세트안에서 촬영된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은 당시로는 독특한 설정이었다. 그해 나온 뮤직비디오중 가장 전형적이지 않은, 가수와 감독의 창조성이 돋보이는작품.
II. 가족 - 아이에서 어른으로
'HUMAN'앨범에서 발표한 뮤직비디오들이 이승환이 이후 보여줄 작품의 특징들을 담아내면서 그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면, 5집 'CYCLE'에서부터 이승환은 시대적 배경에 대한 고려없이도 언제나 걸작의 반열에 오를 수 있는 뮤직비디오들을 '꾸준히' 만들어낸다.
그 시작이 바로 '가족'이다. 사실 이 작품은 그 영상을 풀어나가는 방법에 있어서는 그렇게 뛰어나다고 할 수는 없을지도 모른다. 고민많던 인물들이 결국 희망을 가지고 웃음을 되찾는다는 흐름은 그다지 특별한 것은 아니다. 또, 이 작품에는 그들이 어떻게 해서 희망을 가지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도 뚜렷한 설명을 하고 있지는 않으며, 중간중간 여러사람이 하늘을 보며 웃음짓는 모습들은 지나치게 작위적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이 작품은 영상을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대중에게 메시지를 '설명'하는 대신 음악을 '극본'으로 삼아 한컷 한컷에서 보여주는 강렬한 이미지들을 통해 곡이 가지고 있는 정서를 느끼게 함으로서 이승환의 뮤직비디오중에서도 보는 이를 가장 정서적으로 감동시키는 강렬한 힘을 가지고 있는 작품이다.
흑백화면으로 다양한 연령대의 남녀의 모습이 나타나는 가운데 등장인물들은 짧고 거칠게, 그러나 강렬한 방법으로 각자가 처한 삶의 고단함을 이야기한다. 링위에 주저앉은 권투선수, 황량한 벌판에 서있는 아이, '토지 일괄 보상'(!)이라는 문구가 써져있는 담벼락에 기대고 앉아있는 아이들, 그리고 놀이동산의 거대한 기구 한편에서 쓸쓸하게 소외된 노인의 모습등은 가족이면서도 삶의 고단함속에 어느틈엔가 서로가 서로를 소외시키기 시작한 그 가족 구원들의 모습들을 잡아내고, 그것은 '가족'의 전반부 가사가 담고 있는 가족에 대한 아쉬움과 미안함, 그리고 진정한 '가족'이라는 집단에 대한 그리움과 연결된다.
그리고 이는 일반적인 뮤직비디오들과 달리 흑백화면속에 최대한 느릿하게, 움직이지 않는 화면속의 등장인물들을 천천히 확대해나가는 영상에 의해 보다 확실하게 표현되는데, 이는 마치 가족들의 흑백사진을 보는듯한 느낌을 주면서 가족에 대한 추억과 그리움을 표현해내고, 그러면서 '가족'은 이승환뿐만 아니라 그 어느 뮤지션도 잘 표현해내지 못했던, '서민'의 정서에 바탕을 둔 가족공동체의 분열, 그리고 화합에 대한 희망을 그려낸다.
또한 이 작품은 동시에 그런 감정의 변화를 놀이동산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보다 효과적으로 보여주고 있는데, 다른 배경들과 마찬가지로 초반부에는 움직임이 작던 바이킹과 무표정한 여성의 모습을 한 화면에 잡아 각자 소외된 가족들의 황량한 느낌을 전달한다면, 후반부에는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바이킹의 화면, 조명이 밝게 들어온 놀이기구, 활동적으로 움직이며 노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놀이동산으로서의 역할, 그리고 이를 통한 가족의 복원을 암시한다.
특히 초반부에는 섬뜩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무표정하게 정면을 응시하던 사람들의 모습들이 후반부에서 549명의 팬으로 구성된 대형 코러스와 함께 등장하는 사람들의 어색한, 그러나 따뜻한 엷은 미소로 바뀌면서 흑백사진처럼 중첩되는 일련의 과정을 보여주는 장면들은 이 뮤직비디오의 가장 눈부신 장면들이다.
최대한 감정표현을 자제하면서 아직은 어색한, 그러나 이제 다시 서로에게 다가서기 시작하는 가족의 모습들을 담아내고, 곡의 거대한 스케일 속에서도 가족이 주는 소박하고 따뜻한 느낌을 전달하며, 동시에 '나의 마음들을 그냥 말하고 싶지만 어색하기만 하죠 사랑해요 우리 고마워요 모두...'로 대표되는 가족에 대한 정서를 정서를 고스란히 영상에 옮겨 놓으며 오히려 그 어떤 격렬한 감정표현보다 보는이를 울컥하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특히 '어색하기만 하죠'에서 도시의 거리를 배경으로 신문뭉치를 들고 자신의 여동생과 함께 약간은 어색하고 서투른 듯 웃음짓는 어린 오누이와, '내 누이의 고마운 추억이 있죠'에서 엷게 미소짓는 어린 남매의 모습은 이제는 너무나 멀어진 가족에 대한 안타까움과 그리움, 추억에 대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들을 가사와 함께 정확하게 집어낸다.
비논리적이고, 약간은 거칠기도 하지만 곡의 정서와 일치되는 영상을 통해 뮤직비디오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동시에 뮤직비디오도 그 나름의 사회적인 시각을 담아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작품이 '가족'인 것이다.
이는 '가족'이 4집의 정아미 감독, 그리고 이후의 차은택 감독이 아닌 하홍 감독과 함께한 유일한 작품이라는데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는데, 그러면서도 이승환은 그속에서도 자신만의 특색이 묻어나오는 부분들을 보여주며 그가 이 작품의 주인임을 보여준다. 현실적인 배경이면서도 마치 동화속의 한 장면처럼 아름답게 그려진 놀이동산의 풍경들이나 볼록거울(?)을 통해 아이의 모습을 왜곡시키면서 보여주는 장면들은 그의 이전, 이후 작품들에서 꾸준히 보여주는 비현실적인 영상에 대한 느낌을 담아내고 있고, 대형 스크린속에서 화자가 되어 비현실적인 공간에서 노래부르는 이승환의 모습역시 그의 뮤직비디오에서 나타나는 공통적인 현상들이다. 그는 자신의 생각을 제대로 표현해줄 감독과 일한 것이지, 자신의 스타일을 포기한 것은 아니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 작품에서 보여준 그만의 스타일은 드디어 차은택과 함께 작업을 시작한 '애원'부터 화려하게 꽃피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