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애원'만큼 '이상한' 방향으로 화제가 된 작품은 없다. 필자는 절대로 이 작품을 둘러싸고 벌어진 '귀신소동'에 대해 믿지 않는다. 이승환에게 무슨 호감이 있어서가 아니라, 이 작품은 귀신소동만 없었다면 이 작품은 한국 뮤직비디오 역사에서 또 하나의 걸작으로 평가받을만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과연 이렇게 공들여 작품을 만들어놓고 작품의 본질을 흐리게 할 귀신소동을 일으킬만큼 이승환이 바보는 아닐 것이다.
'애원'이 대단한 것은 우선 그 개념에서 앞서가 있기 때문이다. '애원'은 뮤직비디오를 영화와 마찬가지로 독립된 '작품'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뮤직비디오의 후반부에 제작에 참여한 사람들의 크레딧이 올라가면서 마치 영화처럼 한편의 완결된 작품으로서의 형식을 띄고 있는 것은 이 뮤직비디오가 최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015B의 '21세기 모노리스'가 있기는 하지만 그 작품은 아예 영화사에서 영화를 만들기전 실험단계의 의미로 만든 작품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가수가 직접 제작한 뮤직비디오로는 '애원'이 처음이라고 해야할 것이다. 또한 '천일동안'에 이어 '애원'에서도 지금은 톱스타가 된 김현주 장혁등을 캐스팅해 시청자에게 신선함과 궁금증을 자극하는등 그당시 이미 요즘 뮤직비디오의 전형을 제시했었다.
하지만 개념이 앞서가서 '애원'이 대단한 작품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역시 뮤직비디오의 놀랄만큼 뛰어난 완성도이다. 우선 이 작품은 그당시 CF필름이나 약간의 필터링을 통해 지나치게 밝고 부드러운 느낌을 내던 이전의 뮤직비디오들과 달리 파스텔톤의 질감에 영화필름을 사용, 보다 자연스럽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통해 다른 작품과 차별화되고 있다.
그리고 이런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바탕으로 '애원'은 그전까지의 어떤 뮤직비디오도 보여주지 못한 '현실의 비현실화'를 이루어낸다. 이 뮤직비디오에 등장하는 공간적인 배경은 모두 분명히 한국의 지하철역에서 찍은 것이다. 인공적인 세트나 해외로케는 절대로 없다. 그러나 '애원'속의 지하철역은 더 이상 현실의 지하철 역이 아니다. 그것은 존재하면서도 존재하지 않는, 뮤직비디오 '애원'속에만 존재하는 한국의 지하철역이다.
파스텔톤의 부드러운 영상속에서 푸른색으로 배경의 톤을 잡고, 김현주의 붉은 입술, 붉은 장미등으로 뚜렷한 색상대비를 통해 강렬한 시각적 이미지를 주는 것은 물론, 각 컷마다 슬로우 모션, 스텝 프린팅, 광각 렌즈등으로 거의 모든 장면에서 현실을 가공하고 왜곡해 나간다. 현실은 현실이되 단 한컷도 그냥 무심하게 넘어갈 수 있는 컷이 없다. 특히 신문가판대에 놓여있는 붉은 장미나, 외국 신문들을 배경으로 신문 가판대안에 앉아있는 김현주의 얼굴이 클로즈업 되는 장면은 마치 프랑스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시킬 정도로 현실과 비현실 의 경계에서 대단한 영상미를 자랑하고 있다. 특히 김현주를 클로즈업시키면서 그녀를 최대한 아름답게 그려내는 장면들은 '다만'의 김남주를 통해 보여준 일단의 시도가 '애원'에서 하나의 스타일로 자리잡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를 통해 '애원'은 두 남녀의 감정을 자제하면서도 오히려 보는 이에게 곡의 애절함을 보다 극대화시킨다. 시각 장애인 김현주와 그녀를 마음속으로 사랑하던 장혁의 엇갈리는 사랑이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펼쳐지고, '다만'에서처럼 서로가 제대로 만나는 장면은 거의 없이 아쉬움과 깊은 사랑만을 간직하는 스토리라인 속에서 뮤직비디오는 광각렌즈를 통해 지하철을 배경으로 장혁과 김현주를 따로 따로 부각시키며 이들의 외로움을 보여주고, 그들을 제외한 다른 모든 배경들을 스텝프린팅으로 빠르게 보여주는 영상은 그 둘의 관계를 보다 명확하게 보여주면서, 다른 일상적인 '현실'과 이들만의 '현실'을 분리시켜 놓는다.
특히 지하철의 문이 열리면서 흑백으로 변한 장혁의 얼굴이 클로즈업 되다가 김현주를 스쳐 지나가게 되면서 칼라로 변하고, 다시 이것이 제 3자의 시선을 통해 흑백으로 변하는 장면은 두 남녀의 정서적인 연결과 더불어 이들과 다른 현실의 차단을 보여준다. 또한 동시에 이 장면은 '당부'와 마찬가지로 두 남녀의 잠깐 동안 스쳐가는 장면속에 장혁의 기억을 통해 김현주의 얼굴을 담은 컷들을 짧게 스쳐 지나가는 장면이 들어있어, '당부'가 하루아침에 나온 작품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런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속에서 극단적인 영상미를 추구하는 이 작품의 스타일은 결국 영화와는 달리 아주 논리적인 스토리대신 음악과 영상의 조합으로 총체적인 분위기를 전달하는 뮤직비디오만의 스타일을 효과적으로 표현한다. 스토리만으로 따져보면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스쳐 지나가고, 남자가 여자를 찾아 나선다는 단순한 내용일지도 모르지만 그것이 '애원'의 음악과 절묘하게 맞물리고, 각 컷마다 극단적이다 싶을정도로 강렬한 이미지들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보는이로 하여금 감성적으로 곡의 느낌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특히 이 뮤직비디오는 음악의 구성적인 변화와 속도감을 영상으로 표현해 냈다는데 의의가 있는데, 앞서 설명한 김현주와 장혁이 만나는 장면에서 문이 열리고 장혁의 얼굴이 클로즈업됨과 동시에 곡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조원선의 보컬이 등장하는 장면은 음악적인 흐름과 뮤직비디오의 흐름을 일치시키는 명장면이고, 조원선의 보컬이 끝나고 드럼이 연주되면서 곡이 피치를 올리면 영상은 일직선으로 늘어진 텅빈 양쪽의 지하철 사이를 뚫고 이승환에게 빠르게 접근하면서 곡의 속도감과 구성적 변화, 그리고 조원선에서 이승환으로의 자연스러운 변화를 이끌어낸다.
뿐만 아니다. 이 작품에서 이승환은 등장하는 장면마다 흑백, 푸른색등의 색깔로 표현되어 다른 사람들과 격리되고, 주위의 배경을 스텝 프린팅으로 빠르게 돌리고 그는 게 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이들의 이야기를 바라보고 그것을 노래로 전달하는 '화자'의 역할이라는 것을 분명하게 전달한다. 그전까지 한국 뮤직비디오가 '가수가 안 나오면 안되는' 가요계의 특성상(조성모에서 그것이 깨지긴 했지만) 가수가 어쩔 수 없이 나오되 어색한 연기를 보여주거나 비현실적인 공간에서 어정쩡한 존재감을 주는 정도에 그쳤다면, 이 작품은 그마저도 해결하면서 한국 뮤직비디오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던 것이다. '당부'가 이승환식 뮤직비디오, 혹은 한국 뮤직비디오의 완성에 다다른 작품이었다면, '애원'은 그 시작이었다. 다만 귀신이 훼방을 놓았을 뿐이다.
IV. 침묵의 기록 - 못말리는 이승환
'애원'에서 기존 한국 뮤직비디오의 틀에서 벗어난 자기만의 작품을 보여준 이승환은 '침묵의 기록'을 통해 '그대는 모릅니다'와 더불어 그의 뮤직비디오중 가장 극단적인 스타일의 작품을 만들어낸다. 이 작품은 한마디로 극도로 디테일한 화면구성과 그로테스크한 분위기, 그리고 모호한 이미지만으로 만들어낸 뮤직비디오로,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승환의 뮤직비디오 중에서도 가장 비현실적인 영상으로 가득찬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스토리는 절대로 중요한 것이 아니다. 스토리라고 해봤자 한 남자가 떠나간 여성에 대한 그리움으로 수없이 인형을 만들어나가고, 결국 늙게된다는 것인데, 스토리만으로는 아무것도 아닌 내용인데다가, 스토리의 앞뒤도 전혀 맞지 않는다. 시간은 뒤죽박죽이고, 심지어 마지막 장면에서는 아직 젊은 시절의 사내 주변으로 인형이 불타버려서 늙은 이후에 인형으로 가득찬 방에 대한 설정을 뒤엎어 버리기까지 한다.
그렇기 때문에 '침묵의 기록'에서 중요한 것은 스토리라인의 논리적인 구성이 아닌, 극단적이고 비현실적인 이미지들이 만들어내는 어떤 일관적인 느낌이다. 이 뮤직비디오에서 현실적이라고 할 수 있는 공간은 아무것도 없다. 수많은 전구나 인형들이 공중에 매달려 있기도 하고, 수많은 인형들이 방을 가득 채우며, 중간중간 컴퓨터 그래픽으로 표현한 기괴한 느낌의 남성이나 마치 굳어버린 듯 앉아있는 여성의 모습, 그리고 그로테스크하게 물속에 누워있는 사람의 모습등 모든 장면은 현실과 동떨어져있고, 오직 강렬한 이미지만이 남는다.
그래서 이 작품에는 그 이미지들을 표현하기 위한 다양한 기법이 사용된다. 이후 '당부'에서 다시한번 쓰인 폐쇄적인 공간을 가득 채우는 창의 문양이나 수많은 인형들로 좁은 공간 안에서도 거대한 스케일과 신비로움을 함께 표현해내는 방법 흑과 백의 대조를 통해 극단적인 색상대비, 그리고 컴퓨터 그래픽을 통한 신비로운 질감등 장면마다 모두 인공적이고 극도로 형식적인 이미지에 집착하면서 끊임없는 시각적인 자극을 준다.
그리고 이를 통해 '침묵의 기록'은 곡이 갖고 있는 사랑에 대한 미련을 넘어선 집착의 모습을 형상화하고 있다. 이 작품은 생과 사의 극단적인 대비와 그 양쪽에 모두 들어있는 인공적인 요소들이 작품을 감싸고 있다. 수없이 늘어서 있는 인형들과 창백하게 서 있는 일본식 여자 인형은 귀엽거나 아름답기 보다는 섬뜩하고 차가우며, 이것은 생명없는 인형을 통해 살아있는, 그러나 떠나버린 여성을 자신의 기억속에서 되살리려 하는 남성의 집착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흑백의 대비속에 실제 빛을 대신하는 전구나, 인형이 하늘에 걸린채 마치 인형처럼 고정된 여성의 모습은 인형과 그녀의 존재를 동일시하며, 그녀를 자신의 기억속에 있는 모습으로 '박제화'하는 남성의 마음을 극단적인 방법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반면 밝은 화면속에서 종종 등장하는 물은 인형과 달리 살아있는, 혹은 활기를 주는 존재이다. 이는 중간에 갑자기 꽃이 등장하고 그 위에 물방울이 떨어진다든가, 아니면 물 속에 잠겨있는 인형에 또다른 푸른 빛의 물이 들어가는 장면등으로 표현되는데, 이는 그 인형에 대한 집착과 더불어 그것이 자신의 생명을 근근히 연장시켜주는 물이자, 동시에 자신 스스로가 살아있되 살아있지 못한, 물과 같은 수동적인 존재라는 것을 보여준다. 이는 늙어버린 청년이 잔속의 물을 떨어뜨린다거나, 마지막 장면에서 '불'로 인형을 태워버리는 장면에서 보다 분명하게 나타난다.
즉, 이 작품은 한 남자의 지독한 집착을 아주 비현실적이고 그로테스크한 이미지로 그려낸 것으로, 이는 '왜 그댄 떠나간뒤에 날 힘들게 하고 있나요 여전히 그댄 예쁘군요 나 정말 아니죠 외로워 해야만 나인 것 같아요'같은 가사를 담고 있는 '침묵의 기록'이 가지고 있는 정서와 일치한다. 그리움은 집착으로 변하고, 집착은 섬뜩한 광기를 불러 일으키며, 그것은 결국 '날 인내해왔던 그 시간들을 침묵속으로 묻은채'라는 가사와 함께 모든 것을 불태워버리는 마지막 장면을 통해 결말지워지는 것이다. 이승환과 차은택 감독은 이런 인간의 집착적인 감정을 한국 뮤직비디오에서 그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볼 수 없었던 독특한 스타일과 난해한 이미지 중심의 뮤직비디오로 만들어낸 것이다.
물론 이 작품은 이승환의 뮤직비디오중 최고의 작품이라고는 할 수 없다. 실험적이기는 했지만 이미지는 지나치게 난해하고, 물의 이미지같은 것은 그다지 효과적으로 표현되지는 못했다. 하지만 아무리 정규 앨범이 아닌 발라드 베스트 모음집이라 해도 이런 난해하고 극단적인 이미지 위주의 뮤직비디오를 만들어냈다는 것은 분명히 가치있는 일이고, 여기서 시도해본 실험적인 요소들은 결국 '그대는 모릅니다'와 '당부'를 통해 그의 작품세계 안에서 완벽하게 소화된다.
V. 그대는 모릅니다 - 끝.... for the future
이 뮤직비디오는 이승환과 차은택 감독 모두에게 있어서 하나의 정점이자 전환점이라고 할만한 작품이다. '애원'에서 보여준 '현실속의 비현실'과 '침묵의 기록'에서 보여준 극단적인 이미지가 이 작품에 모두 표현되고 있고, 이것은 동시에 이승환의 뮤직비디오가 음악의 흐름은 물론, 그 음악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느낌까지도 영상으로 표현해내는 단계에 이르도록 하고 있다.
이 작품을 보다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그대는 모릅니다'의 음악적인 특색부터 분명하게 느껴야 한다. 이 곡은 분명히 '천일동안'으로부터 시작된 이승환의 거대한 스케일의 클래시컬 발라드의 연장선상에 있다. 그러나 이곡은 그러면서도 이전의 곡들과 구별되는 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이 곡이 '지독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교한 사운드적인 구성을 했다는 것이다. 화려한 오케스트레이션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그 안에 또다른 사운드를 한층 더 깔고, 거기에 또다른 멜로디까지 부분적으로 집어넣을 정도로 이 곡에는 수많은 사운드가 층층으로 쌓여 있으며, 이는 이승환이 이전부터 보여온 사운드에 대한 집착이 극대화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대는 모릅니다'는 그에 맞춰 '애원'과 '침묵의 기록'을 통해 쌓인 역량과 거기서 보여준 여러 가지 요소들이 보다 극대화되어 나타나 있다. 한 여성이 어떤 남성을 그리워해 그를 닮은 '인형'(혹은 마네킹)에게 애정을 쏟는다는 스토리라인부터 심상치 않고, 인형뿐만 아니라 '침묵의 기록'에서 보여준 또 하나의 이미지인 '물'이 이젠 아예 바다의 이미지로 거대화 되었다. 스토리와 이미지 양쪽에서 모두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요소들을 집어넣은 셈이다.
그렇기에 '그대는 모릅니다'엔 단 한 장면도 평범한 장면이 없다. 모든 장면들은 분명히 현실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극단적으로 미화되어 있고, 동시에 그로테스크한 영상으로 가득하다. '애원'이 현실을 보다 아름답게 보여주는 정도였다면, 이 작품은 아예 현실과 비경계의 사이에서 뮤직비디오만이 보여줄 수 있는, 논리적인 구성을 뛰어넘는 음악에 따른 감성적인 전개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를테면 포스터가 붙어있는 벽, 버스안, 놀이동산처럼 지극히 현실적인 배경이 등장하지만 그것을 보여주는 방법은 지극히 비현실적이고 환상적이다.
여성은 아무렇지도 않게 맨발로 거리를 다니고, 그런 그녀의 모습은 슬로우 모션이나 빠른 편집은 물론이고 부분적으로 스톱모션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심지어 그녀와 인형이 함께 타는 버스에는 아무도 없으며, 차창밖으로 지나가는 차들은 슬로우 모션으로 움직이는 버스 안과는 달리 빠른 속도로 움직인다. 그녀의 현실은 차창 밖의 현실과 또다른 현실이며, 극단적으로 말해 이 세상에는 그녀와 그녀의 남성을 대체할 인형밖에 없는 것이다.
'침묵의 기록'이 떠나간 여성에 대한 그리움을 수많은 인형을 만들면서 그리움을 달래는 정도였다면, '그대는 모릅니다'는 남자의 죽음(중간에 상가집을 의미하는 등불과 조화가 등장한다)조차도 인정하지 못하는 극단적인 집착의 상태인 것이고, 이는 결국 현실과 상상, 혹은 비현실의 경계선 속에서 극단적인 영상미를 추구하는 방법으로 표현되는 것이다. 물속에서 꽃을 들고 웃는 여인의 모습이나 놀이동산의 모든 놀이기구에 불빛이 켜지며 인형과 함께 노는 여성의 모습은 현실일수도, 현실이 아닐 수도 있는 독특한 이미지들을 만들어낸다.
또한 '화자'로서의 이승환은 '애원'에서 다른 이들과 분리되어 화자의 역할을 확실히 굳힌 것을 넘어서 아예 뮤직비디오의 화면을 배경에 깔고 독립된 세트에서 노래를 부르면서 스토리라인과 완전히 분리되어 뮤직비디오속의 '현실'이 사실은 가수를 위한 '비현실'임을 보여준다.
그러면 이 현실과 비현실의 결과는? 이 뮤직비디오를 유심히 보면 분명히 여자와 함께 물에 들어갔던 마네킹이 어느 순간 갑자기 살아 움직여 헤엄치는 것을 볼 수 있다. 결국 현실은 비현실에 가까운 이미지들로 그 경계를 모호하게 하더니, 결국 그 경계를 넘어섰다. 이는 동시에 논리적인 스토리라인과 감성적인 영상 이미지가 하나로 함께 합쳐진, 이성을 바탕으로 그것을 뛰어넘는 감성적인 스타일을 보여주는 뮤직비디오로서의 한 극단에 간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가사와 사운드 면에서 모두 자신의 스타일 안에서 가장 극단적이었던 '그대는 모릅니다'는 뮤직비디오를 통해 그 극단의 끝을 보여주었고, 이 작품을 그의 작품중 가장 탐미적이고 신비한, 그러나 정서적으로는 가장 극을 달리는 것으로 만들었고, 그것은 그의 뮤직비디오 역사에 있어 하나의 종결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세가지 소원'이라는 휴식기를 거쳐 '당부'라는 역사상 최고의 뮤직비디오의 탄생으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