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사 파산설
미국·유럽·홍콩 증시 일제히 급락
“그동안 축적된 불안 터졌다”
암호화폐도 ‘휘청’, 비트코인 10% 하락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사 헝다그룹 파산설이 돌면서 주요국 증시가 20일 일제히 급락했다. 최근 축적돼온 시장 불안이 헝다를 계기로 터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사진은 지난 20일 홍콩증권거래소 앞 전광판 모습. 홍콩 항성지수는 이날 3.3% 급락했다. 중국과 한국 증시는 추석 연휴로 휴장이었다. /AP 연합뉴스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회사 헝다(恒大)그룹의 파산설이 촉발한 시장 불안으로 미국, 유럽, 홍콩 등 주요 증시가 20일 일제히 폭락했다. 회사채와 금융사 대출 등 빚을 약 355조원 떠안고 있는 헝다는 최근 중국 정부가 부동산 시장의 ‘거품’을 빼겠다며 규제를 강화하면서 심각한 위기에 빠졌다. 헝다의 회사채를 보유한 금융회사, 헝다에 원자재 등을 납품하는 회사들과 헝다와 비슷하게 규제 ‘철퇴’를 맞고 있는 중국의 다른 부동산 개발사 등으로 위기가 번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중국과 한국 증시가 추석 연휴로 휴장한 20일 주요국 증시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뉴욕 증시 급락, 공포 지수는 급등
20일 뉴욕 증시는 지난 5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S&P500 지수는 개장 직후 2.9%까지 폭락했다가 1.7% 내려가 거래를 마쳤다. 지수를 구성하는 500종목 중 단 50개만 상승할 정도로 충격은 증시 전반에 걸쳐 이뤄졌다. 중국 부동산 개발 산업의 침체로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큰 에너지 관련주 하락 폭이 특히 컸다.
우량주 위주의 다우존스산업평균은 1.7%, 빅테크 주식이 많은 나스닥도 2.2% 하락했다. 시장의 불안감이 커질 때 상승해 ‘공포 지수’라 불리는 시카고선물옵션거래소(CBOE) 변동성 지수는 전일보다 23.6% 상승한 25.71까지 치솟았다. 공포가 번져 위험 자산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되면서 암호화폐 시장으로도 충격이 번졌다. 비트코인 가격은 오전 9시 현재 전일보다 9.6% 폭락한 4만2723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추석 휴장을 하지 않은 홍콩 항성 지수는 3.3% 하락한 2만4099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10월 수준으로 지수가 내려앉았다. 항성 부동산 지수는 전일보다 6.7% 폭락했고, 홍콩 증시에 상장된 헝다 주식은 전일보다 10.3% 급락한 2.28홍콩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연초 대비 10분의 1 수준이다. 시장에 공포가 번지며 유로스톡스50과 독일 DAX가 각각 2.1%, 2.3%씩 하락하는 등 유럽 증시도 전반적으로 내려갔다. 오전 11시20분(한국 시각) 기준 항성지수는 전일 대비 0.1% 하락한 2만4071, 헝다 주가는 3.1% 하락한 2.21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중국 헝다그룹 주가. /야후파이낸스
◇“시장에 쌓인 공포, 헝다 계기로 터져나왔다”
헝다 및 중국 부동산 개발 시장의 위기는 글로벌 증시에 공포를 드리운 결정적 계기이지만 실제 피해가 전방위적으로 확산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일부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NH투자증권 한광열 연구원은 “헝다의 디폴트(채무 불이행) 우려는 매우 커졌고 중국 정부 지원 여부도 불확실한 것은 사실이나 헝다의 부채는 단순한 채권 형태가 대부분이어서 다른 금융사와의 연계성이 낮다. 디폴트가 발생해도 금융 시스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글로벌 증시가 이토록 타격을 받고 있는 데 대해선 최근 시장에 축적돼 온 다양한 불안 요소가 한꺼번에 터져 나왔을지 모른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CIBC 프레이빗웰스의 데이비드 도너비디언 최고투자책임자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코로나 충격으로부터의) 중국 및 글로벌 경제 회복이 더뎌질 가능성이 있다는 시장의 불안이 헝다를 계기로 드러난 것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요한 그란 알리안츠IM ETF 팀장은 “지난 몇주 동안 축적돼 온 여러 우려에 헝다가 ‘낙타 등을 부러뜨린 지푸라기’(the straw that broke the camel’s back, 차기 직전이었던 한계를 넘어버리게 만드는 작은 사건) 같은 역할을 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글로벌 증시는 델타 변이 코로나 확산, 경제 회복세 둔화,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테이퍼링(양적 완화 축소) 임박, 장기간 상승으로 인한 거품 붕괴 우려 등 잠재적 악재로 불안한 흐름을 보여 왔다.
15일 중국 광둥성 선전에 있는 대형 민간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그룹 본사 앞에 보안요원들이 배치된 가운데 투자자들이 몰려들어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무려 350조원에 이르는 천문학적 부채를 쌓은 헝다그룹이 파산에 임박했다는 소식이 나오면서 부동산 시장에 큰 충격파가 닥치고 나아가 중국 경제에도 여파가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로이터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