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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왕위를 계승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자질은 무엇이며, 왜 그렇다고 생각하는가? 본인은 그것을 갖추기 위해서 무엇을 할 것인가.
왕이 되기 위해선 스스로가 ‘왕’이어야 한다. 요컨대 ‘자신이 왕이 되어야 한다’는 당당함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성군이냐, 폭군이냐의 문제는 차후의 문제라 생각한다. 이상적인 군주의 모습은 시대에 따라 다르며 민주공화정에서 왕정으로 넘어서는 이 시점에서 현재의 왕에게 없는 것은 ‘당위성’이다. 과거의 왕위는 ‘신이 내린’ 자리였다. 많은 건국신화에서 신화가 등장하고, 혁명에 앞서 신의 계시를 들먹이는 것은 그것이 그들의 정통성을 보장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서양과 동양에서의 왕은 절대적 지위를 가지고 있고, 친족에게 세습되는 등의 비슷한 특징을 많이 가지고 있지만 미묘한 정서적 차이를 가진다. 서양에서의 왕의 모습을 잘 드러내는 예로는 소설 혹은 영화 반지의 제왕에서 ‘아라곤’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나라도, 국민도 버리고 떠나버렸지만 왕의 피를 이었다는 정통성을 가지고 있는 그는 결국 왕이 된다. 젊었을 때의 그의 방황은 또 하나의 성군을 위한 신화가 되었을 뿐이다. 그러나 그가 가진 것이 무엇인가를 되짚어보면 국민들에게 바른 혈통이라는 자긍심을 주는 것 이외에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는 어떤 나라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가지고 있지도 않고, 그저 왕좌에 앉아있을 뿐이다.
동양에서의 왕은 어떤 나라를 만들겠다는 대의명분이 주요한 역할을 한다. 이러한 예가 잘 드러나는 것이 십이국기라는 소설 혹은 애니메이션을 통해서이다. 제한된 장치들을 통해 이 얘기는 좋은 왕이란 무엇인가, 왕과 국가 그리고 국민은 어떠해야하는가에 대해 다양한 시각으로 다루고 있다. 여기에서도 왕권이 유지되기 위해선 당위성이 필요하다는 좋은 예가 나오는데, 경국의 왕인 요코가 “내가 왕이 될 수 있는가?”라는 물음을 던졌을 때 돌아오는 대답은 “기린이 당신을 선택했기 때문에, 당신은 왕이다.”라는 것이다. 신이 존재하고, 신을 대신하는 것은 기린이며 그러한 기린이 선택한 자라면 그 누구라도 정당한 당위성을 인정받고 왕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 십이국기에서는 재밌는 장치가 등장하는데, 왕이 바로 국가인 것이다. 왕이 올바른 길을 가면 국가는 번성하고, 왕이 잘못된 길을 가면 신의 상징인 기린은 병에 걸리고, 국가엔 요마가 들끓고, 왕은 죽게 된다. 허구의 이야기지만 이것이 왕의 모습이 아닌가. 최초의 왕은 모든 권력과 신성을 가지고 있었지만, 반대로 모든 것에 대한 책임도 가지고 있었다. 홍수가 범람해 그 해 농사를 망쳤다거나, 화재가 나서 많은 가옥이 불타올랐다거나 하는 모든 일들이 왕의 책임이었고, 왕은 신의 노여움을 가라앉힌다는 명목으로 자연재해에 불과한 행위라도 그 목숨을 바쳐야했다.
오늘의 민주 공화정에서는 인위적인 재해가 발생하더라도 그 책임이 사회의 여러분야로 분산되는 구조로 되어 있다. 특히 국가의 장인 대통령의 경우에도 청와대비서실로, 그리고 국회로 책임이 분산되어 그 자신이 책임지는 일은 없다. 민주 공화정은 실수를 인정하는 시스템이다. 사람인 이상 잘못을 할 수 있고, 그렇기에 절대적인 권력을 주지도 않는다. 우리가 뒤돌아서 대통령을 욕할 수 있는 권리도 여기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왕정은 다르다. 왕은 실수를 해도 되는 존재가 아니다. 그는 실수가 아니라 그러한 역사의 노선을 밟은 것이고, 그 책임 역시 자신의 이름으로 통감해야 한다. 맨 첫 문단에서 왕의 조건으로 밝힌 것은 그 자신이 왕이라는 당당함을 지녀야 한다고 했던 의미에는 이런 것도 포함되어 있다. 그 어떤 당위성이 자신에게 주어지지 않았음에도 스스로를 왕이라 주장할 수 있는 당당함이 있어야 하며, 자신의 행위에 대한 책임을 기꺼이 짊어져야 한다.
나는 군주론을 부정한다. 군주라면 어떠어떠해야 한다, 라는 말은 시대에 따라,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으며 현 세대의 평가가 역사의 평가와 반드시 일치하라는 법도 없다. 따라서 군주의 조건을 나열하지 않고, 왕이란 어떤 것인가에 대한 본질을 말해보았다. 사실 왕은 누구나 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 사람의 자질보다는 어떠한 당위성을 지니고 있는가가 더 중요한 자리이며, 이 당위성은 개인이 가지는 것이 아니라 시대가 주는 것이다. 그럼에도 스스로 선택해서 왕위에 오르고자 한다면 그 당위성을 스스로에게 부여할 수 있는 왕으로서의 당당함이 필요할 것이다.
[2] 지금 부활한 왕정을 어떤 형태로 체계화할 것인가? 그 이유는 무엇인가?
부활한 왕정이 어떤 역할을 해낼 수 있는가에 대해 생각해보자면 크게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을 것이다. 하나는 민주 공화제를 완전히 대체하는 새로운 정치구조, 그리고 다른 하나는 일본이나 영국과 같은 그저 형식상의 왕정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일본과 영국과 달리 역사와 전통이 이미 한번 끊어진 우리나라의 경우 형식상의 왕정이 된다 해도 별 의미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정치구조를 대체하는 형태가 될 수밖에 없다고 본다.
왕정은 정해진 임기가 없기 때문에 왕이 가지고 있는 국가에 대한 비전이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어떤 나라를 만들 것인가’에 대해 논할 때가 온 것이다. 민주주의에서 정치란 국민의 뜻을 대변하는 것임에 반해 왕정에서의 정치는 국민을 다스리는 것이다. 이는 현재의 상황만을 보고 국민의 뜻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역사의 흐름을 보고 과거와 미래를 무리수 없이 연결하는 것이 왕정의 일이라 생각한다. 현재와 같이 매일 매일이 급변하는 시대일수록 장기적인 안목이 필요한데 현재의 5년 임기인 대통령제보다 미래에 대해 더 효율적인 대처가 가능하리라 생각된다.
물론 각각의 방법에는 장단이 있다. 분명 왕정은 국가의 발전방향에 있어 긴 안목으로 그 방향성을 제시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왕정은 독재가 될 수밖에 없으므로 주변의 변화에 그리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또한 그 방향성이 바르다 하더라도, 현재의 정치가 올바르지 않을 수 있다. 이영도의 소설 눈물을 마시는 새에서는 왕을 말하며 네 마리의 새로 표현하는 부분이 있는데, 그 부분에 대해 인용하고자 한다.
“네 마리의 형제 새가 있소. 네 형제의 식성은 모두 달랐소. 물을 마시는 새와 피를 마시는 새, 독약을 마시는 새. 그리고 눈물을 마시는 새가 있었소. 그 중 가장 오래 사는 것은 피를 마시는 새요. 가장 빨리 죽는 새는 뭐겠소?"
"독약을 마시는 새!"
"눈물을 마시는 새요."
"다른 사람의 눈물을 마시면 죽는 겁니까?"
"그렇소. 피를 마시는 새가 오래 사는 건 몸 밖으로는 절대로 흘리고 싶어 하지 않는 귀중한 것을 마시기 때문이지. 반대로 눈물은 몸 밖으로 흘려 내보내는 거요. 얼마나 몸에 해로우면 몸 밖으로 흘려보내겠소? 그런 해로운 것을 마시면 오래 못 사는 것이 당연하오. 하지만..."
"하지만?"
"눈물을 마시는 새가 가장 아름다운 노래를 부른다고 하더군."
[3] 2006년 현재를 기준으로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국정현안 문제가 무엇이며, 그것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국정현안 문제와 해결책을 제시함에 있어 단정적인 공약은 내세우는 것은 지양하고 있다. 이를테면 세금을 낮추겠다, 라는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은 쉽지만 그러한 공약의 제시로는 세금을 낮춘다는 한가지의 답밖에 나오지 않는다.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으며, 어떻게 해결해야 한다는 방향성을 정하면 그 구체적인 방법은 그 후에 따라오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그래서 주요하다고 생각하는 문제 하나를 잡아 어떠한 해결책이 있는지 노트에 정리하는 형식으로 적어보았다.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할 문제는 이때까지 전통적인 가족에서 부양해온 문제들이 최근의 가족해체에 따라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국가차원에서의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나, 신생아의 수가 점점 줄어든다. 최근 독신인 인구가 늘면서 새로 태어나는 아이들의 수가 줄고 있다. 이 아이들이 커서 사회의 주역이 될 때쯤엔 일을 하는 청년층은 적은데 부양해야할 노년층은 늘어나 지금 아이들 세대의 부담이 커지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계속 감소하고 있다는 것에 더 큰 문제가 있다.
- 문제 해결의 방향성
독신인 인구가 늘고 있다는 것은 결혼을 하지 않고도 살 수 있는 사회가 되었다는 것이다. 또한 결혼은 하지 않더라도 아이를 가지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꽤 있다. 이들은 위한 정책이 필요하지 않을까. 신생아의 수는 줄어들고 있지만, 고아원과 같은 시설에 방치된 아이들의 수는 여전히 많다. 입양에 관한 법률을 완화시킬 때가 온 것이 아닌가? 현재 지급되고 있는 육아보조금은 그 금액과 방법에 있어 효율적이지 못해 육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많다. 이와 관련한 법률에 대한 개정이 시급한 것이 아닌가? 또한 한 아이에 얼마라는 금액의 제시가 아니라 아이들을 위한 의료보험, 교육 등의 관련제도를 정비하는 것이 더 우선순위이지 않을까?
둘, 독거노인이 늘고 있다. 가족이 점점 간소화되면서 홀로 사는 노인이 늘고 있다. 사회의 청년층에 비해 여러 위험요소가 많은 노년층은 홀로 살게 되면서 그 위험에 더욱 노출되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홀로 살면서 쓸쓸히 죽음을 맞는 노인들도 많다.
- 문제 해결의 방향성
독거노인 중엔 남은 생을 자유롭게 살기 위해 복지시설을 거부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을 위해 자유는 최대한 보장하되 기초적인 안전을 점검할 필요는 있지 않은가? 독거노인들은 무료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노약자에게 무료인 지하철과 같은 시민들의 이동수단에서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이는 노인들에게도 쾌적하지 않으며 일반 시민들에게는 혼잡함을 준다. 이러한 독거노인들의 여가를 위한 무언가가 필요하지 않은가? 공공기관의 노인 복지시설로는 그 역할이 충분하지 않다고 여겨지는데 다른 어떤 방법이 필요할 것인가?
셋, 종래의 가족 개념이었던 남녀간의 결합 외에도 새로운 대안가족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직접적인 혈연관계가 없지만 이들은 가족과 같은 친근감을 느끼고 지내기도 한다. 하지만 법적, 제도적인 장치가 없어 쉽게 깨어지기도 한다.
- 문제 해결의 방향성
비슷한 장애를 가진 장애인들끼리 운명공동체를 형성하기도 한다. 이들은 비슷한 아픔을 겪고 있으므로 가족보다도 더 끈끈한 유대를 보이기도 한다. 또한 장애 노인이라 학대받는 아동들을 일반 집에서 보호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경우 기존의 가족과 같이 한 단위로 묶어 세제 혜택이라던가, 기타의 제도개선이 필요하지 않은가? 최근 전 세계적으로 동성애자들의 인권에 대한 논의가 많아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동성애자들의 결혼, 혹은 동거에 관한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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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입니다.
정리하다보니 많이 늦었네요. 죄송합니다.
첫댓글 [4] 잘 적어 주셨네요. ^^ 수고하셨습니다.
[4]장문임에도 여러모로 생각이 잘 정리가 되어있는것 같습니다. 여러모로 수고하셨습니다.
[4]많은 것을 알고 계시고 있군요^^ 잘 읽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4]조리있게 잘 써주셨고 단락 정리까지 되어 있어 본인의 생각이 더 잘 전달되는 것 같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3] 십이국기의 <왕>은 절대군주로서, 백성을 위한다고 하는 것은 그 주요한 자질 가운데 하나에 지나지 않죠... 감동적이기는 했습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