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문 고유명칭 최대한 보존
불교문화재는 범어 사용
안내판·홍보물 등 적용
기관이나 지자체마다 제각각인 영문표기가 혼란을 부추기고 있는 가운데 문화재청이 제정한 ‘문화재명칭 영문표기 기준 규칙’이 8월1일 시행된다.
문화재청(청장 변영섭)은 7월30일 새로운 영문명칭이 필요한 경우에도 통일된 표기 기준이 없어 어려움을 겪었던 것을 해소하기 위해 ‘문화재명칭 영문표기 기준 규칙’(문화재청 예규 제124호)을 제정해 시행한다고 밝혔다.
‘문화재명칭 영문표기 기준 규칙’은 문화재청이 2010년부터 세미나, 공청회 등 15회에 걸쳐 관계 전문가, 주한 외국인, 비영어권 유학생, 일반인 등 100여명과 국립국어원, 국립중앙박물관, 한국관광공사, 서울특별시 등 관계 기관의 의견을 수렴해 마련됐다.
문화재청은 표기 기본원칙으로 △국문 고유의 문화재명칭 최대한 보존 △보통명사는 단어의 뜻을 영어로 옮기는 방식의 의미역을 적용하고, 고유명사는 해당 음을 로마자 표기법에 따르거나 의미역 표기 병행 △문화재 명칭은 생략 없이 그 명칭 전체 표기 △기준이 대립할 경우에는 활용성과 범용성이 큰 쪽을 선택 등 4가지 기본 원칙을 정했다.
이 표기 기준에 맞춰 로마자표기법, 부호, 기관명, 인명, 지명, 띄어쓰기, 대소문자 표기 등 7가지 일반원칙과 문화재 유형별로 명칭을 부여하는 17가지 기준을 정했다. 또 문화재명칭을 구성하는 890여개의 국문요소에 대한 영문 대역어를 제시했다.
이에 따라 건조물과 유적 명소는 문화재명 전체를 고유명사로 보아 자연지명과 유적이름 전체를 로마자로 표기하고 보통명사 의미역(접미어)을 덧붙이게 된다. ‘불국사’는 ‘Bulguksa’와 ‘Temple of Buddha Land’와 같이 문화재명칭을 로마자표기와 의미역표기가 병행하도록 했다.
특히 불교문화재와 관련해선 부처님과 보살의 영문명칭은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산스크리트어가 있을 경우 이를 사용한다. 또 특별기호는 생략하고 로마자로 가까운 발음을 표기하는 방식을 따른다. 불상은 국문 문화재명칭인 ‘재질+존명+형태’ 순으로 된 경우 ‘재질+형태+존명’ 순으로 표기하게 된다. 따라서 금동보살입상은 기존의 ‘Geumdongbosaripsang’ 등 영문표기 대신 ‘Gilt-bronze Standing Bodhisattva’로 바뀌는 것을 비롯해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은 ‘Gilt-bronze Pensive Maitreya Bodhisattva’, ‘석조약사여래좌상’은 ‘Stone Seated Bhaisajyaguru Buddha’로 각각 표기한다.
이와 함께 불교 관련 전적은 흔히 사용하는 산스크리트어가 있을 경우 이를 사용하고, 보편성이 떨어지는 경우 영문제목을 쓴다. 국문 명칭이 지나치게 길고 복잡한 경우에는 줄여서 핵심만 표현한다. 이에 따라 ‘묘법연화경’은 ‘Saddharmapundarika Sutra(The Lotus Sutra)’로, ‘대방광불화엄경’은 ‘Avatamsaka Sutra(The Flower Garland Sutra)’로 표기한다.
이밖에 유적지명이 있는 문화재는 ‘문화재명+유적지명’ 순서로 표기하며, 상·하위 관계를 이루는 2개 이상의 유적지명이 나열된 경우의 영문은 ‘문화재명+하위지명+상위지명’ 순으로 표기한다. ‘용주사 동종’은 ‘Bronze Bell of Yongjusa Temple’로, ‘남원 실상사 백장암 삼층석탑’은 ‘Three-story Stone Pagoda at Baekjangam Hermitage of Silsangsa Temple, Namwon’으로 표기하는 방식이다.
문화재청은 문화재 안내판, 인쇄 홍보물 등을 점차적으로 이번 기준을 적용해 나가기로 했으며, 관계 기관에도 이 표기 기준에 맞추도록 요청할 예정이다. 또 사용자의 편의를 위해 4천여개의 국가지정(등록)문화재에 대한 문화재의 공식명칭을 제시하는 영문용례집을 올해 연말에 배포할 계획이다.
문화재청은 “표준화된 문화재명칭 영문표기는 앞으로 학계, 번역계, 관광계, 문화재 활용과 안내·해설 분야 등에서 학술적·관광적·국제적으로 편익을 제공하고 사회적 비용을 절감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