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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중앙박물관에서 2015년~2019년 열린 박물관 특별전 포스터 돌아보기 -
◆ 인간, 물질 그리고 변형-핀란드 디자인 10 000년 [2019년]
산 세리프체 사용으로 <인간, 물질 그리고 변형-핀란드 디자인 10 000년> 타이틀에 어울리는 세련된 느낌을 주는 것과 동시에 과감한 화면 분할로 기존 포스터와 차별성을 두었다.
유물 사진 역시 정면샷으로 촬영된 사진이 아닌, 대상이 가진 조형적 특성을 더 부각시킬 수 있는 사진을 사용했다. 또한 유물을 전체 모습을 볼 수 있도록 배치하지 않고 확대, 크롭 해 화면 분할 바깥으로 돌출시켜 기존 유물 사진 사용 방식과 차이를 두는 데 이런 점이 신선한 느낌을 주는 포인트이다.
유물과 현대 디자인 작품을 구분 없이 병치 사용해 어떤 것이 현대 작품이고 어떤 것이 유물인지 구분하기 어렵게 만드는 동시에 화면에 나온 전시품 모두 조형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돕는다.
직전 전시 <가야본성>전 포스터와 비슷한 결이 있어 앞으로 국립중앙박물관 전시 포스터가 어떻게 만들어질까 궁금증을 자아낸다.
다른 포스터와는 다른 점이 여럿 눈에 들어오는 포스터이다.
우선 다른 포스터에 비해 과감한 색상 사용이 인상적이다. 대부분 전시 홍보 포스터에는 유물 사진이 중앙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아 유물이 돋보이도록 유물과 비슷한 은은한 색상을 사용하거나, 유물을 돋보이게 만드는 어두운 배경을 주로 사용하는데 이 포스터는 붉은색이 메인 컬러로 포스터 전체에 꽉 차 있는 것이 특징적이다.
◆ 가야본성-칼(劒)과 현(絃) [2019년]
이전 포스터에서는 주로 세리프체 (삐침이 있는 서체)를 사용해 박물관, 문화재, 전시에 맞는 전통적인 느낌을 주로 사용했던 반면 이 <가야본성> 포스터에서는 고딕체를 사용해 모던한 느낌을 주었다. 고대 국가 가야를 주제로 한 전시에서 이런 폰트를 선택한 점이 새롭고 신선한 포인트였다.
포스터 속 유물 사용 방식 역시 기존 포스터에서 주로 사용했던 방식을 사용하지 않았다. 증명사진 같던 정면, 흰 배경에 유물 본래의 색상을 최대한 살리는 노출이 아닌 과감한 확대와 크롭 그리고 중첩 배치로 강한 인상을 준 것이 특징이다.
포스터를 구성하는 기본 구성(색상, 서체, 유물 사진)을 조금씩 바꾸어 전체적으로 큰 변화를 만든 포스터로 이전 전시 포스터와 비교하면 그 차이를 조금 더 쉽게 느낄 수 있다.
◆ 근대서화, 봄 새벽을 깨우다 [2019년]
<근대서화, 봄 새벽을 깨우다> 전은 3.1운동 및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자, 근대 서화 거장으로 불리는 심전 안중식의 서거 100주년 기념으로 열린 전시이다.
포스터 메인 이미지로는 심전 안중식의 <백악춘효>가 사용되었다.
화면 정면을 바라보는 해태 상을 지나면 지나는 사람 아무도 없는 고요한 안갯속으로 들어간다. 안개를 지나면 투시법으로 펼쳐진 광화문 앞에 설 수 있는데 문은 굳게 닫혀있고 성 벽 뒤로 울창한 숲과 경복궁 전각이 함께 어우러져있다.
경복궁 저 뒤로는 다시 한번 신화에 나올 법한 구름 떼가 펼쳐지고, 그 위로 경복궁의 주산인 백악산 자락이 보인다. 서양화법과 전통화법이 동시에 사용된 그림에 푹 빠져 그림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는 기분을 느끼다 보면 이미 100년 전 그림 속 공간에서 여러 서화가들과 함께 산책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다른 장식 요소 없이도 그림이 가진 힘으로 관람객을 전시에 초대하는 효과적인 포스터이다.
◆ 우리 강산을 그리다: 화가의 시선, 조선시대 실경산수화 [2019년]
전시 시즌에 걸맞은 눈과 마음이 시원해지는 실경 산수화가 메인으로 사용되었다.
마음이 뻥 뚫리는 바다 풍경을 좋아하는 이들을 위한 포스터 1종, 고요하면서도 생명력이 넘실대는 산세 풍경을 좋아하는 이들을 위한 포스터 1종. 총 2종으로 제작되었다.
푸른 바다와 바위에 부딪히는 포말, 배를 탄 사람들과 저 하늘 위 바다 새들이 모두 한눈에 들어오게 따로 프레임 구성 없이 제작된 점이 매력적이다.
산세 풍경을 담은 포스터는 SNS 속 업로드 사진을 보는 듯 현대적인 느낌도 있어 여러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감성이다.
두 포스터 모두 산수화를 감상하는 데에 방해되지 않도록 그림을 비켜 전시 정보가 적혀있고, 폰트 사이즈나 색상 모두 산수화와 어우러지게 구성된 점 역시 유물 자체의 매력을 배가시키는 포인트이다.
◆ 로마 이전, 에트루리아 [2019년]
대다수 기획 전시 홍보 포스터가 전시에 사용되는 유물을 메인 이미지로 사용한다. 반면 <로마 이전, 에트루리아> 전 메인 포스터는 3종 가운데 2종을 전시 유물이 아닌 전시장 디스플레이 풍경을 사용해 제작되었다.
전시장 풍경 없이 유물을 전면으로 보여주는 포스터 1종, 전시 유물 가운데 주요 유물이지만 전시장의 풍경과 함께 보여주는 포스터 1종 그리고 유물은 아니지만 전시장에 들어선 관람객이 처음으로 맞이하게 될 디스플레이를 보여주는 사진이 사용된 포스터 1종이다.
이 가운데 전시장 입구 디스플레이 사진을 메인으로 한 포스터는 전시장에 아직 들어가지 않은 이가 보면 다소 난해할 수 있다. 사진 속 바닥에 플레이 되는 영상은 지중해 바닷길을 건너 에트루리아로 들어간다는 의미로 제작된 것이며 좁은 복도를 지나 정면에는 에트루리아 유물이 관람객을 반긴다. 에트루리아라는 다소 생소한 고대 국가에 초대하는 초대장이자 전시장 입구로 관람객을 초대하는 초대장이었는데 이 초대장을 받아들고 바로 그 뜻을 이해하고 오신 분들이 많았을까 궁금증이 남는다.
전시 타이틀에 쓰인 ㅇ이 태양 무늬 그래픽으로 장식된 것이 눈에 띄는 포인트이다.
◆ 영월 창령사 터 오백나한, 당신의 마음을 닮은 얼굴
포스터를 보고 2초 이상 나한상 얼굴을 들여다보았다면 분명히 전시에 오고 싶은 마음이 들었을 거라 생각한다.
투박하지만 나름대로 푸근하고 또 보다 보면 정감 가는 화강암으로 만들어진 나한상이 단독으로 사용된 포스터이다.
웃고 있는 듯, 보는 이의 근심이나 걱정을 헤아리는 듯 오묘한 얼굴을 한 나한상의 얼굴에 집중하게 만드는 사진이 인상적이다. 나한상의 시선이 머무르는 곳에 전시 부제 ‘당신의 마음을 닮은 얼굴’이 은은하게 쓰여 있는 것도 효과적으로 보인다.
전시 기본 정보와 전시 타이틀, 기타 박물관 로고와 영문명 모두 담백하게 들어가 포스터를 보는 이에게 나한상과 독대할 시간을 내어준다. 포스터 속 사진의 나한상과 실제 전시장에 전시된 유물의 사이즈가 거의 같고 사진 속 배경 역시 전시 현장과 동일해 현장감이 있다. 소장 기회가 생긴다면 꼭 한 장 소장해 방에서 개인 독대 공간을 꾸려보길 추천한다.
◆ 대고려 918·2018 그 찬란한 도전 [2018년]
2018년 12월부터 2019년 3월까지 열린 <대고려 918-2018 그 찬란한 도전> 특별전 포스터이다.
메인 색상으로 고려 은니, 금니 사경의 바탕재가 되는 감지의 깊고 푸른 색상이 사용되었으며 배경 상, 하단에는 당초무늬 자개함 부분이 장식되어 있는데 이는 고려 시대 당초문이 회화, 공예 전반에 걸쳐 크게 유행했다는 점을 넌지시 알려준다. 가장 중앙에 포스터 메인 유물로 은제도금타출문표형소병이 압도적으로 큰 사이즈로 들어가 있어 고려 시대 귀족 사회 중심으로 발전한 금속 공예의 화려함을 보여준다.
메인 유물 양 옆으로는 전시를 위해 먼 길을 떠나온 국외 소장 유물을 포함 국보, 보물 급 유물이 줄지어 있어 전시의 규모를 짐작하게 한다. 포스터 속 화려한 라인업에 매료되어 전시장까지 저절로 발이 이끌려 입장한 관람객이 많았을 것으로 예상한다.
◆ 황금인간의 땅, 카자흐스탄 [2018년]
전시 제목에도 들어간 황금 인간 재현품 가운데 관모를 메인 유물로 사용한 포스터이다.
배경에는 말과 이동식 주택 유르트를 넣어 유라시아 유목민의 삶을 보여준다. 위, 아래 풍경 사진은 연결되지 않는 개별 컷을 사용했는데, 중간에 적당히 그림자를 주어 두 사진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한편 전시 타이틀이 주목받을 수 있는 장치로 사용했다.
지루해질 수 있는 포스터에 긴 관모가 세로로 놓여 긴장감을 주는 점도 인상적으로, 유물과 배경의 효과적인 사용으로 큰 장식 없이도 좋은 메인 포스터가 나올 수 있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메인 타이틀 및 전시 정보는 왼쪽 정렬로 유물과 대비되는 균형감을 주고 심심할 수 있는 포스터에 획 굵기 차이가 큰 한글 폰트를 명도 높은 색상으로 넣어 약간의 리듬감을 주었다.
◆ 지도예찬 - 조선지도 500년, 공간·시간·인간의 이야기 [2018년]
밝은 웜톤 오렌지 색상이 주 색상으로 사용된 포스터이다.
전시 타이틀이 오른 편에 들어간 전시 타이틀은 2015-2019년 사이 제작된 포스터 가운데 가장 큰 폰트 사이즈로 들어간 점이 인상적이다. 의도된 것인 지는 모르겠지만 글자 삐침이 화면 밖으로 나가 있는 점이 도리어 화면 바깥을 상상하게 만드는 확장성을 가지고 있어 답답함을 덜어준다.
부제와 전시 정보는 배경 속 지도와 어우러지는 사이즈로 들어가 있어 메인 타이틀의 큰 사이즈가 주는 부담을 중화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메인 유물로 깔린 지도 속 지명 등 여러 정보와 잘 어우러지는 특징이 있다. 전시장 디스플레이에는 포스터 색상이 아닌 밝은 핑크색 계열 색상이 메인 컬러로 사용되었다.◆ 황금문명 엘도라도 - 신비의 보물을 찾아서 [2018]
2018년 8월부터 10월 말까지 진행된 <황금문명 엘도라도>전 포스터이다.
멀리서 보면 금제 샹들리에처럼 보이는 중앙 유물 사진은 총 7개의 유물을 모아 배치한 것으로 여러 유물을 지루하지 않게 배치한 점이 흥미롭다. 주 색상으로는 깊이 있는 인디고 색상이 사용되었고 유물 사이사이에 주 색상과 같은 색상으로 명암이 들어가 있어 가까이서 포스터를 보면 유물이 각각 분리되어 보일 수 있도록 했다. 가장 아래에 배치된 유물 주위로는 더 깊은 명암을 주어 마치 먼 남아메리카 신비 속에서 유물들이 등장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중앙 배치로 자칫하면 지루해질 수 있는 포스터에 메인 전시 타이틀 레터링 디자인으로 장식성을 더하고 주 색상과 대비되는 붉은색 포인트 색상을 사용한 점도 포인트가 된다. 포멀하면서도 나름 숨어있는 재미가 있는 포스터이다.
◆ 칸의 제국, 몽골 [2018]
2018년 5월 16일부터 7월 17일까지 진행된 <칸의 제국 몽골> 전 포스터이다. 유목 민족 국가 몽골을 대표하는 여러 요소로 구성되었다.
유목 민족을 대표하는 유물 안장이 포스터 메인 하단부에 배치되어 있다. 유물 사진 다수를 병치하는 대신 높이가 있고 적당히 기울어진 비대칭성이 특징인 유물을 사용했는데, 이 유물의 특징을 살리며 화면의 균형을 잡기 위해 배경이나 메인 타이틀 배치 등 여러가지 요소를 사용한 포스터이다.
배경엔 몽골의 초원 사진이 들어가 유물과 전시 주제를 연결짓고 있으며, 주 색상으로 톤다운된 녹색을 사용해 배경의 초원 사진과 어울리는 한편 안장 유물의 색과 대비된다. 배경 상단은 은은하게 유물 안장에 들어간 몽골 전통 무늬를 넣어 심심하지 않게 장식한 점도 인상적이다. 메인 타이틀은 수직, 수평 그리고 상단 중앙 배치로 포스터 전체 밸런스를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 동아시아의 호랑이 미술-韓國・日本・中国-[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최 기간에 맞추어 열린 기념 전시이자 한, 일, 중 합동 전시이다. (한, 일, 중 합동 전시는 2014년부터 2년 주기로 개최되고 있다.)
평창올림픽 개최 기념이자 세 국가의 합동 전시인 만큼 부족함 없게 메인 포스터로 3종이 제작되었다.
한글 타이틀이 들어간 것은 2종으로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호랑이 그림이 들어간 것 하나, 한, 일, 중 유물이 모두 배치된 강렬한 붉은 포스터 하나로 구성되었다. 붉은색이 사용된 포스터는 기존에 자주 사용하지 않던 명도 높은 붉은색이 사용되어 꽤 강렬한 인상을 준다. 그에 반해 영문 타이틀이 들어간 포스터는 다소 슴슴한 디자인과 색상, 폰트를 사용했다. 메인 유물로 사용된 흉배 속 꼬리를 말고 앉아있는 백호는 올림픽 마스코트 수호랑을 닮아있어 올림픽 기념으로 개최된 전시인 점을 떠올리게 한다.
◆ 예르미타시박물관展, 겨울 궁전에서 온 프랑스 미술 [2017]
예르미타시 박물관은 프랑스 외 프랑스 미술품을 가장 많이 소장하고 있는 박물관이다. 그런 이유로 전시 부제는 ‘겨울궁전에서 온 프랑스 미술’로 정해졌고 메인 포스터 2종 모두 예르미타시 박물관 소장 프랑스 초상화로 제작되었다.
하나는 <안나 오볼렌스카야의 초상>으로 19세기 초상화가로 유명한 오귀스트 카를뤼스 뒤랑이 그린 것이고 다른 하나는 <니콜라이 구르예프 백작의 초상>으로 역시 19세기 유명 화가 앵그르의 작품이다.
화면 밖을 응시하는 초상화 2점을 메인 유물로 하고 포인트 색상으로는 겨울 궁전과 연결되는 쿨한 톤의 푸른색과 초상화 속 인물 의상과 어울리는 붉은색 두 가지로 들어가 있다. 포인트 색상이 대비되는 2종을 함께 놓고 보아도 조화롭고 이질감 없는 매력적인 포스터이다.
◆ 쇠, 철, 강 - 철의 문화사 [2017]
우리 역사, 생활 속에서 철이 어떻게 발전되고 변화했는지 보여주는 것을 주제로 기획된 전시이다.
포스터 메인 유물은 두 가지 모두 사인검으로 제작되었다. 쇳물을 붓는 사진이 배경에 들어간 포스터는 상단에서 철의 탄생, 철의 제작 과정을 보여주면서 하단의 은하수 사진으로 연결된다. 은하수가 흐르는 방향을 따라가면 왼편 끝에 사인검이 있어 배경 속 은하수 별이 사인검에 장식된 별자리 장식과 이어진다.
고구려 벽화가 배경으로 들어간 포스터는 사인검의 ‘검’이라는 요소와 벽화가 연결성이 느껴지도록 제작되었다. 오래된 벽화 아래 산화된 철의 표면으로 이어져 우리 역사와 함께 한 철 유물의 오랜 시간을 느낄 수 있다. 두 가지 포스터를 사인검 중심으로 함께 보면 철의 시작과 역사를 느낄 수 있어 더 의미가 깊어진다.
◆ 王이 사랑한 보물 - 독일 드레스덴박물관연합 명품전 [2017]
독일 드레스덴 박물관 연합은 유럽 내 가장 큰 박물관 연합체로, 배경 사진으로 들어간 그린볼트 박물관 역시 이 연합에 속해있다. 메인 유물은 그린볼트 박물관 소장품으로 17세기 제작된 <여성형 잔>이다. 그린볼트는 강건왕 아우구스투스가 수집품 가운데 가장 아끼던 보물들을 모아놓던 방으로, 그린볼트의 모습이 담긴 대형 사진도 전시장에 장식되어 보물의 방 그린볼트에 직접 방문한 듯한 현장감을 주는 장치로 사용되었다.
배경과 유물 모두 화려하고 장식이 많아 다소 산만할 수 있는 부분을 대각선 화면 분할 및 어두운 색상 배경 처리 등으로 잡아주었다. 전시 타이틀과 전시 정보는 어두운 배경 쪽으로 정렬되어 정돈된 느낌을 준다.
◆ 프랑스 근현대 복식, 단추로 풀다 [2017]
18-20세기 제작된 단추를 주제로 프랑스 근현대 복식을 풀어나가는 전시로 포스터에도 여러 시기에 제작된 단추를 넣어 장식했다.
인물 초상화를 넣은 단추, 동식물을 직접 붙여 넣어 장식한 단추, 지위나 계급을 나타내는 단추, 정치적 메시지를 담은 단추 그리고 시대 변혁을 보여주는 그래픽 요소가 담긴 단추를 골고루 보여준다. 배경 속 의복과 이어지는 단추도 있어 배경과 동떨어지지 않는 느낌을 함께 준다. 배경 사진에 사용된 유물은 18세기 북경에서 온 비단으로 제작된 의복으로 당시 시대상을 말해주는 유물이기도 하다. 포스터 전반적으로 두드러지는 큰 요소 없이 말끔하게 제작되었고 단추 사진 사이즈 조절 및 패턴, 색상으로 리듬감을 주었다.
◆ 선인들의 마음, 보물이 되다 - 新國寶寶物展 2014~2016 [2017]
지금은 자주 사용되지 않는 산세리프 서체가 메인타이틀에 사용된 포스터이다. (2017년 이후의 메인 전시 타이틀은 주로 세리프 체로 쓰였으며, 예외적으론 직접 레터링을 한 타이틀을 적용시킨 경우가 대부분이다.)
메인 유물로는 강원도 회양 장원리(금강산) 출토 금동관음보살좌상이 사용되었다. 보살상 얼굴이 돋보일 수 있도록 유물 뒤로는 자색 배경색이 사용되었으며, 보살의 시선을 따라가면
산수화가 원경으로 들어가 있어 수월관음도를 떠올리게 한다. 구도 상 관음보살상이 중생 세계를 굽어보는 구도로 배치되어 있다.
◆ 아라비아의 길-사우디아라비아의 역사와 문화 [2017]
사우디아라비아의 역사와 문화를 전시 주제로 하는 특별전의 포스터로, 전체적으로 건조한 사막을 떠올리게 하는 차분한 톤과 배경 사진으로 통일감을 주어 전시 주제에 맞는 분위기를 자아낸다. 개성 있는 인상이 이목을 끄는 유물<사람 모양의 석상>(기원전 4천 년 경, 사우디아라비아 국립박물관 소장)을 화면 오른쪽으로 배치해 자칫 단조로워 보일 수 있는 분위기에 재치를 더한다. B안과 채택안에 들어간 인물 석상 유물은 모두 기원전 4천 년 경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아라비아의 길’이라는 제목에 어울리게 레터링한 타이틀을 중앙 하단에 배치해 포스터 전체 인상을 다시 한번 잡아주어 매력을 더한다. 유물 오른쪽 상단에 전시 영문 타이틀과 전시 정보가 들어가 있어 균형을 잡는다.
◆ 이집트 보물전 - 이집트 미라 한국에 오다 [2016]
‘이집트 미라 한국에 오다’를 전시 부제로 하고 있지만 포스터 메인 유물로는 아마포에 감긴 미라가 아닌 미라를 덮는 화려한 장식의 내관이 선정되었다. 내관 전체를 크롭 없이 보여주는 안이 메인 포스터로 채택되었으며 내관 머리에 채색된 짙은 남색이 포인트 컬러로 들어가 있다.
화면 중앙을 장식한 <가우트세셰누 내관>은 기원전 700~650년경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내관 전면에는 화려한 채색이 가득 차 있는데, 가슴 중앙에 들어간 호루스와 아누비스, 호루스의 아들들 그리고 내관 옆 따오기 관의 모습과 닮은 따오기도 그려져있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동물을 신의 상징이자 인간과 같은 위치에 있다고 여겨 동물 미라와 관을 만들었다. 이는 고대 이집트 특유의 독특한 문화유산으로 이를 보여주기 위해 포스터에 삽입된 것으로 보인다.
◆ 세계유산 백제 [2016]
<세계유산 백제> 전은 백제역사유적지구 세계유산 등재 1주년 기념으로 열린 전시이다.
포스터 속 배경 사진은 익산에 위치한 미륵사지로, 메인타이틀 오른 편으로 복원된 동탑을 발견할 수 있다. 메인으로 사용된 유물로는 미륵사지 서탑 심주석에서 출토된 사리장엄구(보물 제1991호) 중 금제사리외호가 들어가 있다. 해당 유물 실제 사이즈는 13센티미터 정도로 포스터에 들어간 사진이 실제 유물보다 조금 더 크게 들어가 있어 전시장에서는 보기 힘든 여러 디테일을 관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유적지구 전체 모습이 실린 사진과 메인 유물 두 가지 모두 적극적으로 활용한 안이 메인 포스터로 채택된 것을 알 수 있다.
◆ 미술 속 도시, 도시 속 미술 [2016]
<미술 속 도시, 도시 속 미술>전은 타이틀에서 알 수 있듯이, 조선 후기에서 근대까지 변화한 도시의 모습과 미의식 등을 주제로 도시화에 따른 미술과 미술 환경 변화 양상을 조명하는 전시로 기획되었다.
포스터에 등장한 그림은 국립민속박물관 소장으로 19세기 유숙이 그린 <수계도>의 부분으로 인구가 대폭 증가한 한양의 모습을 보여주려는 듯 그림을 인물 위주로 크롭, 확대해 액자식으로 구성한 화면 중앙에 배치했다. 위, 아래로는 중앙 배치된 그림과 톤을 맞추어 조금 더 어두운 톤의 회화 유물 배경 일부가 삽입되었으며 중앙 그림 속 배경에 어울리는 꽃 가지를 넣어 심심함을 덜었다. B 안에는 전시 유물 중 하나인 <태평성시도>가 사용되어 채택안의 유유자적한 여유 있는 분위기와는 다소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 신안해저선에서 찾아낸 것들 [2016]
이케아(IKEA) 식 디스플레이로 인기를 끌었던 <신안 해저선에서 찾아낸 것들>전 메인 포스터는 2종으로 제작되었다. 두 가지 모두 깊은 바다 아래를 떠올리게 하는 짙푸른 색을 주 색상으로 사용했다.
포스터 가운데 1종은 14세기 원나라에서 제작된 <두 귀 달린 병>을 메인 유물로 사용했다. 중앙에 자리 잡은 유물 뒤로 넘실대는 파도를 형상화 한 그래픽을 넣어 유물이 출토된 신안 바다를 떠올리게 한다. 다른 하나는 바닷속으로 스며드는 햇빛이 인상적인 사진을 배경으로 선택해 그 빛을 따라 시선을 옮기면 종류별로 정리된 유물들에 시선이 멈추도록 배치했다. 여러 겹 겹쳐 상자에 실린 유물을 보며 1323년 짐을 실어 항구를 떠나는 배와 그 배의 선원들 모습을 상상하게 만드는 재미있는 사진이다.
◆ 아프가니스탄의 황금 문화 [2016]
신라 금관을 닮은 구석이 많아 눈길을 끄는 금관이 메인 유물로 사용되었다.
금관은 1세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며 틸리야 테페 6호 분에서 출토되었다. ‘황금 언덕’을 뜻하는 틸리야 테페는 1978년 발견되었는데 발굴 이후 전쟁과 내전을 겪으며 수많은 발굴 유물이 위험에 처하게 되었다. 문화유산을 보호, 보존하기 위해 대통령 궁 내 중앙금고에 유물을 보관하고 일곱 명의 열쇠지기가 이 금고의 열쇠를 비밀리에 지켰다. 열쇠지기들의 비밀 엄금으로 지켜진 보물들은 2004년이 되어서야 세상에 모습을 보일 수 있게 되었다. 채택 안과 B 안 모두 황금 유물을 돋보이게 할 수 있는 어두운 톤을 사용해 디자인되었다.
◆ 한일 국보 반가사유상의 만남 [2016]
한국과 일본의 반가사유상이 엇갈려 마주하고 있다. 상단 우측 반가사유상은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국보 78호 반가사유상으로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국보 83호 반가사유상에 비해 높고 화려한 보관을 쓴 점이 특징이다. 고아하게 뻗은 두 손가락은 뺨에 닿을 듯 말 듯 하고 눈은 반쯤 감겨있어 어떤 생각에 잠겨있는지 보는 이를 고민하게 만든다.
하단 좌측에 들어간 일본의 반가사유상은 쇼토쿠 태자(574-622년)가 세웠다고 알려진 나라 현 주구사 소장 유물로 아스카 시대 후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한다. 한반도 전래 반가사유상에 일본 특유의 조형 요소를 더해 묘하게 비슷하면서도 다른 매력이 있다. B 안에 두 반가사유상이 서로 등을 맞대고 깊은 생각에 잠긴 연출도 인상적이고 매력 있다.
◆ 보존과학, 우리 문화재를 지키다 [2016]
박물관 보존과학 40주년 기념으로 열린 전시로 포스터에도 보존과학에서 사용하는 비파괴 검사 방법 중 하나인 X선 촬영 사진을 메인으로 사용했다. 전시실에서는 잘 눈에 잘 띄지 않는 유물의 수리 복원 부위를 잘 보이도록 중앙 상단에 넣어 보는 이의 호기심과 상상력을 자극한다.
메인타이틀 양옆으로는 B 안과 전시 프롤로그에 사용된 다른 유물들이 작게 들어가 있다. 전시 타이틀과 정보 모두 단정하게 배치되었으며 좌측 하단에는 지금은 볼 수 없는 예전 국립중앙박물관 로고가 들어가 있어 반갑다. 전체적으로 화려한 장식이 들어가거나, 레터링 디자인에 포인트가 있지는 않지만 단정하고 깨끗한 느낌이 보존 과학실에 잘 어울린다.
◆ 리히텐슈타인박물관 명품전-루벤스와 세기의 거장들 [2015]
리히텐슈타인 박물관 소장품 120여 점을 국내 최초로 소개하는 기획전으로 소장품 가운데 대표적인 루벤스 작품 여러 점을 중심으로 17세기 플랑드르 작가들의 대표작이 여러 점 함께 전시되어 인기를 끌었다.
포스터 전면에 배치된 작품은 1616년 루벤스가 그린 <클라라 세레나 루벤스의 초상>으로 작품명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루벤스의 딸을 그린 것이다. 맑은 눈동자는 포스터 정면을 응시하고 있어 보는 이의 시선을 붙잡는다. 발그레하게 핀 볼의 홍조와 메인타이틀 색상 톤을 맞추어 조화롭게 어울리고 화가의 사인을 닮은 듯한 레터링 디자인이 개성 있는 포인트로 자리 잡고 있다. 최대한 그림을 가리지 않고 사용한 디자인이 메인 포스터로 채택되었다.
◆ 신석기인,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다 [2015]
관람객과 다소 거리감이 있는 고고학 전시 주제를 모던하고 캐주얼한 디자인 요소로 풀어낸 포스터이다. 메인타이틀과 전시 정보 모두 고딕체로 들어가 있어 ‘신석기’라는 시대적 중후함이 주는 느낌을 덜어내 거리감을 좁히고 암각화를 부분적으로 패턴으로 사용해 귀여운 느낌을 준다. 배경 색상으로 밝은 색상을 사용해 전체적으로 화면에 트인 느낌을 주었으며, 포인트 색상 역시 가볍고 상큼한 색상으로 사용해 유물과 신석기인 도상이 주는 무게를 덜어냈다.
채택 안과 반대 요소를 사용한 디자인을 B 안에서 살펴보자. 같은 전시 주제를 상반된 느낌으로 표현해 색다른 느낌을 느낄 수 있다.
◆ 불상, 간다라에서 서라벌까지 [2015]
타이틀 ‘간다라에서 서라벌까지’에 딱 들어맞는 유물 구성으로 좌측 상단에는 간다라 양식 불상이 들어가 있으며, 우측 하단에는 기획전 포스터에 심심찮게 등장하는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국보 78호 반가사유상이 들어가 있다. 배경에는 불교 경전 내용이 그려진 조각의 탑본이 들어가 있어 불교 세계관을 함께 보여준다.
흰색으로 배경색이 들어간 포스터에는 배경에 두 가지 지도가 들어가 있어 불교의 탄생과 불상 조각이 시작된 인도에서 동아시아 한국까지 전래된 길을 보여준다. 두 번째 포스터 하단에 들어간 금동 불상은 일본 도쿄 국립박물관 소장 유물로 백제 혹은 일본에서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유물로 문화와 기술의 교류, 전래를 보여주는 유물로 이 역시 전시 타이틀과 목적에 잘 들어맞는 유물이다.
◆ 폴란드, 천년의 예술 [2015]
바르샤바 국립 박물관을 비롯해 19개 기관에서 건너온 중세부터 20세기까지 폭넓은 시대의 여러 유물, 예술품을 한자리에 모아 폴란드 예술의 흐름을 조망할 수 있는 전시로 기획되었다.
포스터에 들어간 초상화는 1910년경 아폴로니우시 켄지에르스키가 그린 <워비치의 소녀>로 바르샤바 국립 박물관 소장품이다. 다른 포스터에 들어간 그림은 1872년 얀 마테이코가 그린 <프스쿠프의 스테판 바토리>로 이 역시 바르샤바 국립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다른 포스터들과는 다르게 전시 타이틀과 전시 정보를 사각 프레임에 넣어 배치했으며 메인 색상으로 사용된 붉은색과 배경의 흰색은 폴란드 국기에서 따 온 것으로 보인다.발원發願,
◆ 간절한 바람을 담다 - 불교미술의 후원자들 [2015]
왕과 귀족, 고위 관료의 후원을 바탕으로 화려한 불교문화를 꽃피운 고려 시대 유물 두 점이 포스터에 사용되었다.
우측에는 고려 1333년 제작된 아미타삼존불상 중 가운데 위치하는 아미타불을 놓고 하단에는 1334년 제작된 대방광불화엄경 보현행원품(보물 752호) 중 일부를 사용했다. 커다란 아미타부처 무릎 아래로 보살들이 손을 모아 가르침을 듣는 듯한 구도로 배치되어 극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와 같은 구도는 불화에서 본존불을 강조하기 위해 많이 쓰이는 방식으로, 그림의 주인공인 부처를 중앙에 가장 크게 그리고 양옆과 위아래로 협시 부처와 보살들을 그보다 작게 넣는 것이 일반적이다. 배경색은 검은색으로 넣어 두 유물이 가진 고유의 아우라를 확실히 보여준다.
◆ 빛의 예술, 보헤미아 유리 [2015]
한국과 체코 간 외교관계 수립 25주년 기념으로 개최된 전시로 체코가 자랑하는 보헤미아 유리를 중심으로 체코의 역사, 문화를 소개하는 자리로 기획되었다. 포스터 전면에 들어간 배경 사진은 유리 유물을 확대한 것으로 보이는데, 뒤편에 비치는 무늬와 중간에 보이는 기포가 있어 추정이 가능하다. 조각된 유리 유물 부분을 확대하고 색을 씌워 그래픽 요소처럼 만들었고 영문 타이틀에는 배경사진이 비쳐 보이는 패턴을 여러 종류 넣어 ‘유리’라는 소재의 느낌을 전달한다. B 안은 대부분 포멀한 박물관 전시 포스터로 제작되었으며 채택안은 그에 비해 신선한 요소가 여럿 들어가 눈에 띄어 함께 놓고 비교하면 그 차이가 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