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의 도시 탈린에서
에스토니아의 바다를 건너 도착한 아침이었다.
탈린이라는 이름조차 낯설었고
공항을 나서는 순간 바다 냄새와 나무 냄새가 섞인 차가운 공기가
내 폐 깊숙이 스며들었다.
이곳은 오래된 도시였다.
성벽이 남아 있었고 붉은 지붕들은 하늘보다 낮았다.
중세의 그림책을 한 장씩 넘기듯
돌길을 걷는 내 발자국이
역사의 문을 두드리는 소리 같았다.
사람을 만나러 떠난 여행이라 했지만
이 도시는 사람보다 먼저 침묵을 내밀었다.
조용한 골목의 벤치 위
빗방울이 떨어지고
그 위로 낙엽이 굴러갔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시간 속에서
나는 내 안의 소리를 들었다.
탈린의 골목은 좁았고
그 안에는 이름 모를 꽃과 오래된 간판이 어깨를 맞대고 있었다.
커피 한 잔을 내어주던 노인의 손끝에서
이 도시는 나를 처음 본 듯 따뜻하게 맞이했다.
언어는 달랐지만 마음은 통했다.
사람은 자신이 가야 할 길을
누군가의 눈빛에서 발견한다고 했다.
나는 이 도시의 창문 속에서 그 눈빛을 보았다.
빗물에 젖은 유리창 너머로
스스로의 그림자를 바라보았다.
그 속에 내가 있었다.
처음인 나였다.
성 올라프 교회의 첨탑에 올랐을 때
도시가 한눈에 들어왔다.
붉은 지붕들이 바다를 향해 기울어 있었고
회색 구름 사이로 한 줄기 빛이 떨어졌다.
그 빛은 멀리 있었지만 분명 내 앞길을 비추고 있었다.
사람을 만나세요.
도시를 만나세요.
그 만남이 당신의 삶을 바꾸고
당신의 마음속에 새로운 등불을 켜줄 것이다.
탈린은 내게 그런 도시였다.
말없이 나를 가르치고
조용히 나를 일으켜 세운 도시.
처음의 낯섦이 끝날 때
우리는 비로소 느껴진다.
이 세상 모든 만남의 시작은
결국 내 안의 고요로부터 비롯된다는 것을.
카페 게시글
에스프레소 의미
에스토니아의 탈린에서
캬페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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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11.05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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