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dino&no=113394
사실 무화과는 엄밀히 따지면 과일이 아님.
무화과는 속화로, 겉보기엔 열매처럼 생겼지만, 실제로는 꽃받침 안쪽에 수천~수만의 작은 꽃들이 돋아있는 형태다
나름 중간형태도 발견된바 있음.
이런 독특한 구조를 가지게된 가장 큰 이유는 무화과의 수분에 필요한 기괴한 공생관계 때문임.
아프리카부터 호주까지 전세계 대륙의 열대에 서식하는 1000여종의 무화과들은 각각 공생하는
한두종의 무화과좀벌이 있어야만 번식할 수 있음
무화과가 처음 맺히면 각 종의 무화과는 자신에게 정확히 필요한 종의 좀벌만 감지할수 있는 향기를 뿜어냄.
그 향기를 무화과좀벌 암컷이 감지해 갓 영근 무화과에 착지한 순간부터 7500만년간 빚어진 기이한 생활사가 작동하기 시작함
우선 암벌은 꽃받침이 오므라들어 형성된 작고 비좁은 통로를 통해 꽃 내부로 진입해야함.
오직 무화과좀벌만 허락하기 위해 진화한 통로는 좀벌에게조차 가혹한 대가를 요구함.
좁디좁은 통로로 들어가기 위해 암벌은 몸안에 남은 모든 수분을 짜내는건 물론 거추장스러운 날개까지 뜯어버림
사실 큰 상관은 없음. 어차피 두번다시 햇빛을 보지 못할거니까
내부로 진입한 벌은 꽃의 씨방에 산란관을 꽂아넣고 한 꽃에 하나씩 알을 낳기 시작함.
산란관이 닿지 못하는 깊이에 위치한 절반 정도의 씨방들만 벌이 바깥에서 가져온 꽃가루를 받아들여 씨를 맺을수 있음.
암컷은 낳을수 있는만큼, 죽을만큼 알을 싸지른 다음 정말로 사망함. 어차피 나갈수 있는 방법이 있는것도,
먹을것이 있는것도 아니니까.
여기까지만 보면 서로 약간씩 희생하는 좀 기묘한 공생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어떤 무화과는 한수 더 나아가 함정을 파기도 함.
무화과는 암술과 수술이 한 꽃에 모두 존재하는 자웅동체 종도 있지만, 암꽃과 수꽃이 각 무화과마다 따로 피어나는
자웅이체 종도 있음.
그중 자웅이체 종과 관계를 맺은 좀벌 종은 무화과에 착지한 순간 일생일대의 복불복을 수행해야함.
수꽃 무화과에 들어간 벌들은 자웅동체 무화과와 마찬가지로 무사히 알을 낳고 한살이를 마칠수 있음.
하지만 암꽃은 구조상 벌이 산란관을 씨방까지 집어넣지 못함.
암꽃 무화과에 들어간 벌들은 꽃들만 일방적으로 수정시키고 알은 단 하나도 낳지 못한채 그대로 뒤주에서 스러져야한다.
한편 무사히 산란된 유충들은 씨방에 벌레혹을 형성하고 무화과의 양분을 받아 성장한 내용물을
1~2달에 걸쳐 모조리 갉아먹고 번데기로 변태함.
산란을 피한 씨방들은 씨방대로 무화과 씨앗을 잉태하며 무화과는 조용히 익어감
고요는 이윽고 찾아올 광란의 전주임
수벌들이 일제히 벌레혹을 찢고 우화함.
무화과좀벌은 벌 중에서도 극단적 수준의 성적이형을 보여줌. 수벌들은 곱추에 굵직한 숏다리, 눈은 멀었고
거대한 턱과 자유자재로 움직이고 늘어나는 생식기를 보유하고 있음
미끄럽고 칠흑같은 협소한 공간에서 움직이기 위해 철저히 맞춰진 신체구조임.
거대한 턱이 첫 임무를 시작함. 종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수벌들은 아비규환의 턱부림을 시작함.
최대한 많은 암컷을 차지하기 위해 마주치는 다른 수컷의 목을 베어버리고 육지를 절단해 없애버린다.
무화과좀벌은 암컷이 6배 더 많은 비율로 산란하기 때문에 형제를 상잔하게될 확률은 적음
하지만 여러암컷이 한 무화과에 알을 낳을 경우 성비가 거의 동등해지기 때문에
주지육림의 하렘을 즐길수 있는건 또 아님.
그렇기에 턱이 두번째의 최중요 임무를 수행함.
수벌들은 암벌들이 들어간 벌레혹을 물어뜯고 그 틈새로 굵고 유연한 생식기를 우겨넣는다.
그리고 아직 우화하지 않은 암벌과 그대로 함.
대상이 자매인 경우도 꽤 많음.
광란 가운데 이제 암벌들도 우화하기 시작한다.
암벌들은 평범한 좀벌처럼 생겼다. 이들이 하는건 하나.
여전히 피어있는 무화과 꽃의 수술에서 꽃가루를 몸에 묻히거나 몇종의 경우는 적극적으로 수집함.
오직 이 임무를 위한 주머니 구조를 보유하기도 할 정도.
상황이 어느정도 소강되면 살아남은 수벌들은 세번째 임무에 돌입함.
이들은 무화과 벽을 물어뜯어 날개달린 암컷들이 몸성히 무화과 밖으로 나갈수 있는 통로를 만든다.
입구를 다 뚫으면 수벌들의 마지막 임무가 강제적으로 시작되는데
무화과 향기에 몰려든 개미떼에게 암컷들 대신 잡아먹히는게 그것임
개미가 없는 경우에도 오직 무화과 내부에만 맞춰진 수벌들의 신체는 외부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음
잡아먹히지 않은 수컷들은 통로를 완성하면 그대로 스러진다.
수컷들이 목숨을 태워 만든 통로를 비집고 나온 암벌들은 날아올라 새로 꽃을 맺은 무화과의 향기를 찾아헤맴.
서둘러야함. 암벌도 수명은 겨우 며칠 정도밖에 되지 않음.
10km 이상을 헤메는 경우가 흔하고 드물게는 160km 이상을 날아야하는 경우도 있음.
끝끝내 찾아낸 무화과에 암벌이 안착하면, 이 기괴하고 잔혹한 한살이가 다시 시작됨
무화과좀벌과의 극도로 전문화된 공생은 무화과에게 엄청난 수분 효율성을 안겨줬음
하지만 무화과에게도 어느정도 대가가 따랐음
좀벌 암벌의 수명이 겨우 며칠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무화과 개체군이 번식하기 위해서는
1년 내내 새로운 꽃을 끊임없이 만들어내야함
그렇기에 야생 무화과는 태양에너지가 가장 집중된 열대지역에서 주로 서식하고 가장 번성함
그리고 이 제약덕분에 무화과는 열대 숲 생태계에서 가장 중요한 종이 되었음.
1년 내내 안정적으로 열매를 공급하는 몇 안되는 식물인 무화과는 서식 대륙을 막론하고 새, 박쥐, 영장류 등
수많은 열대 동물들의 주식임
영장류가 보유한 큰 두뇌의 진화 자체가 무화과의 안정적인 영양공급 덕분에 가능했다고 생각하는 학자도 있을 정도
그리고 무화과좀벌이 일방적인 피해자인것도 아님
개체로써는 어떨지 몰라도 종 전체로 보면 무화과 내부는 분명 안전하게 밀폐된 안락한 보육원이니까.
무화과를 밖에서부터 굴착해 씨방을 먼저 차지하거나, 좀벌 유충채로 모조리 먹어치워버리는 기생벌들도
존재하는데 완전한 바깥은 오죽하겠어?
물론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세계에서 널리 재배되는 중인 무화과는 벌 없이도 열매가 익도록 개량된 품종이니
무화과를 먹으면 인류의 미래식량을 사전체험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좋다.
댓펌)
전에 이 무화과벌 다큐를 봤는데 저 한살이에 기생벌과 무화과 선충까지 추가되어 정말 복잡한 느낌이었음
선충들은 무화과를 먹고사는데 암벌이 떠나기 직전이 되면 마구 뛰쳐나와 벌 몸속에 잔뜩 파고들고 암벌이 다른 무화과에서 산란 후 죽어갈때 다시 튀어나옴
벌을 효율적인 이동수단으로 사용하는것
기생벌들은 좀벌 유충에 기생하고 좀벌들이 탈출로를 뚫고 나올때 이들도 같이 탈출하는데
기생 정도가 지나쳐서 균형이 깨지면 길을 뚫어줄 무화과 수벌이 없게 돼서 뒤주속에서 전멸하게 됨
첫댓글 흥미로와
와 너무 신기하다
산다는 게 뭔지ㅜㅜ
진짜 생태계는 정말 잘 짜여진 코드네
존나신기해 너무
자연이라는거는 볼때마다 신기함...
엄청 복잡하고 신기하다.. 자연이란 뭘까
글 읽다가 저 벌의 생이 안타까우면서도ㅠ (이렇게만 보면 저 벌은 무화과를 맺기위해서만 존재하는 거 같아보이는데 그 덕에 생태계가 유지되는거니까 존재가치라는게 하찮고 이런건 없구나 그런 생각이 든다.
그러고나섴ㅋㅋ무화과가 원래대로 꽃으로 피면 무슨 모양일지 궁금해서 지피티한테 그려달라했음 예전부터 무화과 약간 이상해씨가 얹고다니는 씨처럼 생겼다고 생각해서ㅋㅋㅋㅋ최종버전은 이상해꽃 같지않을까했는데 ㅋㅋㅋ 생각보다 이뿜..
지피티가 원래 무화과 구조대로면(?) 아래처럼 (안개꽃같이 작은꽃들)이 필거같대ㅋㅋㅋㅋ
와 대박 예쁘다!!!
그래서 선악과가 무화과라는 말이 있는거구나
와...
그래서 채식주의자중에 무화과 안먹는 사람들 있더라 육류나 다를바없다고
우와..
먼가 경이롭다.... 다큐 찾아봐여지
우리가 먹는건 개량종이구나 다행
생을 꼭 저렇게까지 살아야하나요
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