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예산 165억을 들인 교육복지사업이 있다. 사업 대상에 해당하는 사람은 총11만 명인데, 실제 혜택을 받은 사람은 9천 명이다. 고작 8%가 혜택을 받았다. 165억은 모두 계획에 맞게 쓰였다. 무슨 이유일까? 이 혜택을 받으려면 수혜자가 자발적으로 신청도 하고, 참여도 해야 하는데 나머지 92%는 왜 무관심할까?
사업 이름은 ‘서울런(Seoul Learn)’이다. 서울시가 저소득층 청소년을 대상으로 학력격차를 줄이겠다는 목적으로 유명 학원 강사의 온라인 강의를 무료로 제공하는 사업이다. 서울 지하철 역사마다 광고를 하고 있다. 작년 한 해 동안 사업비와 별도로 홍보비만 13억을 들였다.
‘서울 런’은 오세훈 시장 역점 사업 중 하나다. 서울시 거주 차상위계층, 한부모가족, 학교 밖 청소년, 다문화가족, 탈북민 청소년 등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무료 교육 콘텐츠를 제공한다. 8개 사교육 업체가 학습 콘텐츠를 제공하며 대학생을 멘토로 선발해 맞춤형 멘토링 사업도 병행한다.
물론 취지는 좋다. 그러나 이미 유사한 온라인 학습 콘텐츠가 차고 넘친다. 언뜻 생각해봐도 EBS가 있다. 각 시도 교육청마다 제공하는 온라인 학습 사이트도 수준이 높고, 공교육에서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다. 문제는 취약계층을 위한 학습 지원은 온라인 콘텐츠를 제공하는데 그칠 게 아니라 다양한 각도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서울런 사업은 계획 단계부터 교육계의 비판이 높았다. 그럼에도 165억 원을 들여, 8%가 가입한 이 교육 서비스의 운영 실태를 조사해보니 당초 우려대로 시장의 치적사업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예산집행의 효과, 검증도 없이 지속
좋은교사운동은 2021년과 2022년 ‘서울런’ 사업에 대한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사업의 적절성을 분석해보았다. 이용 대상자 11만 명 중 9천 명에 해당하는 7.9%가 가입했는데, 그 중에서 소위 일타강사 강의의 차별성을 경험할 법한 고등학교 이용자는 29.5%에 불과하고, 44.6%는 초등학교 이용자였다.
가입자 8%의 평균 진도율은 49.5%이고, 저소득층 자녀 35%, 학교 밖 청소년 50%는 올해 재신청을 하지도 않았다. 가입 후 실제 이용자 수는 또 다를 수 있다.
2021년 서울런에 참여한 대학생 멘토의 수는 589명. 멘토 1인당 맡은 학생 수는 2.7명이고, 월 수당은 평균 178,400원이었다. 대학생들의 월 과외비에도 못 미쳐 서울시가 홍보하는 대로 우수한 학생들이 지원할지도 의문이다.
평균 학습시간, 층위별 학습 시간, 진도율별 인원 등도 존재하지 않아 피드백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수업 콘텐츠만 제공하면 성적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를 하는 걸까.
올해 예산 약 165억 중 온라인 콘텐츠 지원 사업 75억, 멘토링 사업 55억, 플랫폼 구축에만 32억이 계획되어 있다. 보통 일반 학교의 시범사업이 수천만 원인 걸 감안하면 100배에 해당하는 규모이다. 막대한 비용이 드는 만큼 이 사업의 효용성을 정확히 검증해야 한다. 사교육업체에 지불하는 상세 비용 또한 공개해야 한다.
학습 콘텐츠가 부족해서 공부를 못할까
저소득층 학생들은 학습 콘텐츠가 부족해서, 간단히 말해 학원을 못다녀서 공부를 못하는 것이 아니다. 교육격차에는 문화적 격차, 정서적 결핍, 진로진학 컨설팅의 격차 등 다양한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교육격차를 수준별 수업이나 부진 학생 수업 지도 등으로 해결하려 했던 교육청이 최근 방향을 전환한 이유도 이런 이유다. 교육청은 다중지원팀을 구성해 지역 교육기관을 연계한 지원활동 등 다각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서울시가 취약계층 학생에게 사교육 기회를 주고자 한다면 개별학생에게 바우처를 지급하면 된다. 굳이 새로운 학습 사이트를 만들어 유지관리 예산까지 들일 일이 아니다.
결과적으로 '서울런'은 많은 예산을 들여 사교육업체만 배불릴 가능성이 높다. 지금이라도 서울시는 ‘서울런’사업을 전면 재고해야 한다. 교육격차 해소가 그렇게 단순한 접근으로 해결 가능했다면 이렇게까지 악화되지도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