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덤 속 시체들이 벌떡 벌떡 발기하는 동틀 녘 난 가끔씩 내 무덤에 알리움 한 송이 들고 찾아 간다 (무덤에 다다르려면 낡은 나룻배를 타고 가야해 할머니 환한 주름 같은 서글픈 물결을 따라 강을 건너야 하지) 무덤에 다다르면 알리움 한 송이 무덤 앞에 내려놓고 내 이름이 적혀있는 묘비 앞에서 잠시 눈을 감는다 눈물샘에서 헤엄치고 있던 잉어 한 마리 파드득 몸부림 칠 때 눈물샘에 동글동글한 파장이 생겨 그 모습에 또다시 코끝이 찡해져 올 때 그제야 난 눈을 뜬다 나를 태우고 왔던 나룻배마냥 무덤도 강물 따라 소리 없이 흘러가고 내 몸에서 여문 꽃잎 하나씩 따다 무덤 위로 떨어뜨리니 꽃잎을 밟고 가는 무덤의 발자국 소리가 내 얼굴을 밟고 간다 강물 위를 떠돌던 하얀 물새는 지평선 너머로 사라지고 무덤은 붉은 열매처럼 빛나는데 내 집 담장 너머를 기웃거린 죄 한참을 서성이다 초인종을 누르고 냅다 도망친 죄 나보다 더 큰 내 원죄를 임신한 저 무덤이 내 얼굴을 밟고 간다
첫댓글 알리움...끝없는 슬픔이란 꽃말이 정말 잘 어울리네요.. 근데 왜이케 가슴이 저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