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야마 슈우시(寺山修司)는 일본의 아방가르드 예술을 대표하는 영화감독이자 시인이다. 예술을 통한 사회 혁명을 꿈꾸었던 그의 예술론은 "평균적 인간을 거부하고, 세계에서 탈출하라!"라는 주장으로 요약된다. 이 시에서 "사랑이라는 글자와/고양이라는 글자를/바꿔 써보자."라는 그의 제안을 되새긴다. 그런데 테라야마 슈우시는 왜 이런 황당한 주장을 했을까? 그것은 "고양이라는/지독히도 낡아 못 쓰게 된/단어 하나"라는 진술에 암시되어 있다. `고양이`라는 단어가 낡아빠진 것으로 인식되고 있으나 `사랑`이라는 단어 역시 그 진부함을 따지기 어려울 정도이다. 그래서 현대의 시인들은 좀처럼 `사랑`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는다. 굳이 소쉬르나 라캉 같은 이름을 떠올리지 않아도 우리는 언어가 인식을 지배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새로운 언어를 발명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영찬
충남 연기군 출생으로 한국외국어대학교 불어학과 졸업.
2002년 계간 '문학마당'과 2003년 격월간 '정신과 표현'에 시가 있는 수필을 각각 게재, 연재한 것을 계기로 작품 활동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