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를 쳐다보면 안된다?
위 글의 댓글 중에 이라크 여성은 쳐다도 보면 안된다고 하신 분이 있었는데, 전혀 그런일 없습니다. 자이툰부대 영내에 현지인들에게 기술교육을 하는 센터가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처음 3개월동안(자이툰사단 영내) 현지인에게 운전을 가르치는 조교 임무를 맡았었습니다. 여성들도 운전을 이라크 최초로 배우는 혁신적인 일도 하면서 같이 웃고 떠들었고, 제과제빵을 배우는 수십명의 여성들도 가끔 먼저 손을 흔들어주기도 하는 여유(?)를 보이더군요. 히잡을 벗고 다니는 여성도 종종 보였는데, 통역 현지인 말로는 좀 노는 여자들이라고 하더군요. 근데... 남자건 여자건 암내가 심해서 더운 날씨에도 수시로 창문을 열어야했던 기억이 ㅠ
동생분은 현지인들과 접촉 자체가 거의 불가능할겁니다. 영어 통역병이라면 아마 동맹군들과의 업무상 협조나 공문서 발송 위주의 작업들의 보조를 하지 않을까 싶네요. 통역병은 따로 있을테니.. 아니면 간단한 의사소통을 위한 일에 불려가는 정도일겁니다. 행정병이면서 영어에 능숙하다면 간부들 입장에서는 유용한 인재니까요. 군대는 원래 멀티플레이어를 좋아합니다. 이것저것 시키려구요. 저는 운전병으로 갔는데도 한달동안은 컴퓨터에 능숙하다는 이유로 중대장실이나 지휘본부의 행정작업도 도왔습니다.;;
저는 이라크 들어가기 전, 대한항공 전용기를 타고 서울공항에서 출발해서 쿠웨이트에 도착했습니다.
거기에 있는 OO미군 캠프에 도착했는데, 캠프라고 해서 야영캠프 떠올리시면 안됩니다. 엄청난 사막 한가운데에 엄청난 규모의 주둔지더군요. 우리나라 미군부대 넓이의 수백배는 될듯. 아무것도 안하고 그곳에서 대기를 합니다. 먼저 계급이 높은 분들부터 한국공군기를 타고 약 40명씩 작전지역으로 투입됩니다. 그래서 저는 차례를 기다리느라 일주일을 그 캠프에서 보냈는데, 그동안 동맹국의 군인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습니다. 외국 군인과의 마찰은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각자의 총을 신기한듯 구경하고 같이 사진도 찍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 딱총과는 비교도 안되는 특수한 장비들이 많았는데, 그들은 직업군인이라 기본으로 지급되는 장비에 추가적으로 자기들이 필요한 첨단 장비들을 구매해서 쓴다더군요.
식사는 물론 아웃백에 버금가는 어메리칸스타일의 버라이어티한 메뉴들이구요. 그래서 다들 몇일사이에 살이 많이 쪘습니다. 느끼한 식단에 약한 사람들은 정말 힘들어하더군요. ㅋ 혹시 동생분이 미쿡음식 약하다면 가기전에 기내에서 고추장이라도 좀 챙겨가라고 하세요.
가기전에 2달정도 훈련받고(이때가 가장 힘들었음 ㅠ.ㅠ) 파병되기 바로 전에 3박4일 휴가를 받습니다.
훈련받느라 새카맣게 탄 얼굴로 나왔더니 많이 우시더군요. 암튼 그렇게 짧은 휴가 마치고 들어가서 업무 잘 마치고 한국 오면
가족들이 환영식에서 기다립니다. 그때는 가족들에게 평생의 가장 귀한 대접을 받는 시기입니다. 아들도 최고의 효자가 되어서 돌아오죠.
그리고 1달 휴가를 받습니다. 자대 복귀날짜도 까먹을 정도로 푹 쉬고 민간인처럼 지낼 수 있습니다.(이때, 벌어온 돈 유흥비로 쓰는 애들도 많은데 못쓰게 해야합니다.) 그렇게 자대로 가면 전역을 앞둔 말년 병장으로 2,3개월을 마무리하게 됩니다.
편지를 보내면 현지에 도달하는데 보름 정도 걸렸습니다. 아프간도 비슷할 것 같은데요. 편지 주고받는 걸 추천합니다. 이라크에서 전화는 1분에 1천원 꼴이었습니다. 5만원 전화카드를 사면 50분 통화 할 수 있었으니까요.
남자라면 가볼만 합니다.
해외파병가서 다치는 경우보다 국내의 행정실에서 단순사고로 다칠 확률이 높다고 봅니다. 걱정마세요.
이것저것 생각나는대로 적어봤습니다. 도움이 되시려나...
(근데...차마 말 못한 내용들도 많은데, 요 정도까지는 군 기밀에 해당되는 건 아니겠지요?ㅋ)
첫댓글 그렇죠 군경력란에 해외파병 명기하면 서류심사할때 눈 비비고 다시 봅니다. 제일 관심있어하는 군경력이고 말빨도 잘 먹힙니다. 아직 한국사회서 서류 읽어보는 사람들이 군 경력에 무심한듯 하면서도 자잘하게 반영하는 세대 입니다. 아 누구ROTC출신이야 제 파병갔다 왔어 사석이나 술자리에서 언제고 한번 나옵니다.
와 좋은 경험 하셨네요. (엄친아답게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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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동맹국 군인들과 총을 서로 구경한건 다시 생각해보니 쿠웨이트가 아니고 이라크 주둔지에서였네요. ㅋ 이라크로 들어가야 총과 실탄을 지급받거든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