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 제78호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사진 왼쪽)과 국보 제83호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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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이 추진하던 국보 제83호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의 뉴욕 전시가 사실상 무산됐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오늘(30일) “국립중앙박물관이 국외 반출 허가를 신청한 문화재 21건 26점 가운데 국보 제83호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 등 3건 3점을 제외한 18건 23점(국보 8건 9점, 보물 10건 14점)만을 뉴욕에서 전시하기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뉴욕 전시를 위해 국외 반출이 금지된 국보는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을 비롯해 국보 제91호 도기 기마인물형 명기, 국보 제195호 토우장식 장경호 등 3점이다. 문화재청의 이 같은 입장은 훼손될 경우 대체가 불가능한 대표적인 문화재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오는 10월29일부터 내년 2월23일까지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박물관에서 ‘황금의 나라, 신라’ 라는 주제로 특별전을 개최하기로 한바 있다. 특히 제83호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은 지난 2008년 벨기에를 비롯해 그동안 8차례 2년4개월간 국외에 반출돼 전시되면서 훼손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덕숭총림 수덕사 방장 설정스님은 지난 6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문화재를 아끼는 입장에서도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의 국외 전시는) 절대불가하며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면서 “해외에 소중한 국보를 전시해 효과를 어느 정도 얻었는지 모르지만 중요한 문화재를 쉽게 전시하는 일은 국격(國格)을 낮추고 자존심을 상하게 하기에 충분하다”며 국외 반출을 반대한바 있다.
당시 설정스님은 “불상들은 과거 불교를 지극히 믿고 신심이 장했던 스님들, 또는 신자들에 의해 조성돼 경건하고 신성한 신앙대상으로 향화하고 기도했던 부처님”이라면서 “존경의 대상인 성상이 박물관에서 차 한 잔 올리지 않는 처참한 상황에서 구경거리로 전락되고 있다”고 국외 전시를 분명하게 반대했다.
이에 앞서 지난 5월에는 본지 주간 일감스님도 특별기고를 통해 “우리 국민들과 불자들의 정서는 뒷전으로 밀어내고 국립박물관의 이해타산에 따라 더 이상 미륵부처님이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일이 있어서는 안될 것”이라며 “국립 중앙박물관은 더 이상 미륵반가사유상의 해외반출을 하지 않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의 국외 반출을 불허한 문화재청의 이번 조치는 향후 국보급 문화재의 해외전시를 보다 신중하게 추진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