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부동산시장은 격랑의 파도를 넘나들었다. 지난해 내놓은 10ㆍ29부동산 대책이 단계적으로 시행된 데다, 실물경기도 하강국면에 접어들면서 주택을 중심으로 거래가 꽁꽁 묶이고, 가격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주상복합아파트 시장은 초반에 반짝했으나 분양권 전매 제한 등 각종 규제로 열기가 오래가지 못했다. 상가나 펜션도 경기 침체의 그림자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이에 비해 토지시장은 각종 개발 호재에다 아파트에서 빠져나온 여윳돈이 몰리면서 나 홀로 상승세를 탔다. 이 과정에서 불특정 다수를 노린 기획부동산(땅을 싸게 매입, 전화 등을 통해 비싼 값에 파는 조직) 이 전국을 헤집고 다니며 투기를 부추겼다.
◇아파트값 외환위기 이후 첫 하락
기존 아파트 시장은 양도세를 실거래가로 과세하는 주택투기지역 확대와 4월 말 취득ㆍ등록세를 실거래가로 내는 주택거래신고제 시행(대상 지역 서울 강남ㆍ 송파ㆍ강동ㆍ용산, 경기도 과천, 분당신도시)으로 실종되다시피 했다. 투자는 물론 실수요자의 주택 구매도 사라지면서 부동산중개업체의 휴ㆍ폐업이 속출했다.
재건축 개발이익환수제 및 1가구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ㆍ종합부동산세 시행 방침이 차례로 예고되면서 일반ㆍ재건축 가릴 것 없이 약세가 이어졌다.
이를 방증하듯 중앙일보조인스랜드와 텐 커뮤니티 조사에 따르면 올 한해 전국 집값은 0.14%(지난해 12월 말 대비 24일 시세 변동률 기준) 내렸고, 서울도 0.06% 떨어져 외환위기 이후 첫 하락세를 보였다. 강남구도 3.18%가 내려앉아 ‘강남 불패신화’에 종지부를 찍었다.
재건축은 개발이익환수제와 투자심리 위축으로 서울 1.56%, 수도권 3.9% 떨어져 일반 아파트(서울 0.26%, 수도권 -2.07%)보다 낙폭이 컸다.
다만 서울지역 재개발시장은 개발계획이 수립 중인 2차 뉴타운 사업지역에 소액 투자자가 몰리면서 다소 빛을 봤다.
전셋값은 예년보다 늘어난 입주물량과 경기침체로 전세 이사 수요가 줄며 전년 대비 서울은 2.89%, 수도권은 6.44%가 각각 떨어졌다. 지역마다 전셋집을 빼지 못해 이사를 못 가는 ‘역전세난’이 심각하게 나타났다. 경기도 용인 죽전택지지구 아파트는 지난 6월 말 입주가 몰리며 한 때 32평형 전셋값이 6000만원대까지 곤두박질쳤고, 빈집이 속출하기도 했다.
◇분양시장도 침체 지속
기존 아파트 약세는 신규 분양 침체로 이어졌다. 서울ㆍ수도권과 광역시 등 분양권 전매가 금지된 투기과열지구에선 가수요가 빠지며 완전히 실수요시장으로 재편됐다.
강원도 춘천ㆍ원주 등 분양권 전매가 가능한 비투기과열지구와 2기 신도시의 첫 사업지인 경기도 화성 동탄 신도시 동시분양만 체면치레를 했을 뿐 예년과 같은 청약과열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서울 동시분양은 예년과 달리 일반 1순위에서 대규모 미달사태가 빚어졌다.
이로 인해 11월 말 현재 전국의 미분양 아파트는 총 6만4660가구로 지난해 말(3만8261가구)보다 거의 70% 증가했다.
다행히 정부가 지난달 부산 등 일부 지방투기과열지구에 대해서는 아파트분양권 전매 금지를 1년으로 완화키로 함에 따라(이달 28일 시행) 얼어붙은 분양시장에 다소 군불을 지펴줬다.
주상복합아파트는 지난 3월 말 6조9000억원의 뭉칫돈을 쓸어담은 서울 용산 시티파크 청약열기로 그즈음 선보인 부천시 중동 위브 더 스테이트까지 투자자들이 몰렸다. 하지만 국세청의 고강도 세무조사와 경기침체로 프리미엄 거품이 꺼졌다.
오피스텔도 평촌 아크로타워 등이 초반에 반짝 인기를 끌었으나 공급과잉과 주거용 오피스텔 금지 조치로 소비자로부터 외면받고, 공급물량도 예년보다 줄었다.
상가도 찬바람이었다. 내년 4월 상가 후분양제를 앞두고 근린상가와 테마쇼핑몰 분양물량이 쏟아졌지만 소비심리 위축으로 매출부진이 계속되자 분양률도 바닥을 기었다.
특히 수도권 택지개발지구의 근린상가는 분양가의 절반 가까운 값에 파는 경우도 늘었고, 기존 상가 권리금 역시 뚝 떨어졌다.
펜션ㆍ전원주택은 주5일 근무제 시행에도 불구하고 경기침체와 농어촌 민박 기준 강화 조치로 매물이 속출했고 분양이 중단된 단지가 많았다.
◇토지시장 나 홀로 강세
반면 토지시장은 올 한해 아파트시장에서 빠진 돈이 몰리며 부동산 투자자들에 효자노릇을 했다. 상반기 신행정수도 이전과 기업도시ㆍ공기업이전 등 각종 개발 재료가 발표되며 충남 연기ㆍ공주ㆍ서산ㆍ당진ㆍ아산과 강원도 원주ㆍ철원, 전남 해남, 경기도 파주ㆍ여주ㆍ이천 일대 땅값이 1년 새 2∼3배 이상 오르는 곳이 속출했다.
하지만 충청권의 경우 지난 10월 헌법재판소의 신행정수도 이전 위헌 결정 직후엔 땅값이 30% 가량 하락하고, 거래가 끊겨 올 한해 희비가 엇갈렸다.
도로ㆍ신도시ㆍ기업도시 등 개발 재료가 있으면서 토지거래허가지역으로 묶이지 않은 곳은 투자자들의 입질이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