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말해두자면 솔직히 난 서태지의 팬이 아니었다.
태지보이스 시절 음악은 관심도 없었을 뿐더러, 그저, 마케팅에 능한 전략적인 사업가 기질이 있는, 명석한 뮤지션 으로 생각했다.
이번 컴백은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됬었다.
가요계의 판도를 뒤집어버리길 은근히 바랬었지만 TV에 가한 충격은 그다지 큰것 같지는 않다.
사전녹화라는 당돌한 발상으로인해 약간의 균열이 가긴 했지만. 우선, 이번 컴백으로 인해 호기심에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mp3 파일을 다운받아 들어보았다.
탱크... 초반 리프를 듣고, 상당히 놀랐다.
분명 이건 잘못 받은 파일이다.. 다른 뮤지션의 음악이다. 중간쯤 갔을땐 도대체... 어떤 뮤지션일까.. 피킹의 정확성, 그루브하면서도 탄탄한 거의 묘기수준의 베이스라인. 가장 충격받은 기타톤. 콘이나 가스맥 등의 하드코어류를 좋아해서 자주 들었지만 꽤 괜찮은 톤이었다. 디스토션을 많이 걸어뒀지만 전혀 이질감은 들지 않았다.
귀에 착착 감겼다.
정정하고, 마지막부분까지 다 듣고나서 멍한 표정으로 다시 확인해봤다.
서태지..
그였다.
도대체 공백기간동안 무슨맘을먹고....
눈에 선하다..
밤마다 복통을 앓으며, 외지에서 홀로 수천장의 앨범을 듣고 밤낮으로 기타를 잡고 살을 에이고, 뼈를 깍는 연습을 했을 그의 모습.
수많은 시행착오와, 실패를 거듭했을, 하지만 포기하지않고 죽어라 빠져들었을 광적인 그의 모습.
가사에서 보여지듯, 침묵속에서 굉장히 오랜시간을 생각하고, 책을 몇백권이라도 통독한 사람처럼 생각의 깊이가 느껴졌고, 그의 앨범전체를 다 듣고 난뒤 느낀점은
절제로 일관된, 탄탄한 곡의 구성과 극단적인 편곡방식.
대경성이나, ㄱ 나니, 울트라맨이야 등은 편곡방식이 거의 불 위를 걷듯 아슬아슬하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잡스러운 스크래치나, 샘플링은 자제하고, 가장핵심적인 리프의 느낌이나, 곡의 구성에 신경을 많이 쓴것을 느낄 수 있었다.
기타톤을 잡기위해 큰 강당에서 한달내내 톤만 잡았다고하니 감탄할 수 밖에..
그것도, 베이스,기타,보컬,작사,작곡,편곡,샘플링,엔지니어링,마스터링,프로듀싱, 모든것을 침묵속에 혼자 이루어낸 기적이었다.
정말로 이건 기적이라고 밖엔 표현할 길이 없다.
세계적으로 가능성있는 앨범을 혼자서 다 해냈다는건 정말이지 큰 충격이다.
한창 표절이니, 콘의 모방이라느니, 말이 많았었다.
확실히, 콘의 영향은 받았다.
창작은 항상 영향을 받기 마련이다. 영향을 받기에 창작이 이루어지는것 이고..
하여간 상대적인 것이다.
세상에 하드코어류의 음악이 없다고 치자, 프로그레시브, 펑크, 인더스트리얼, 메탈, 랩메탈 모든 장르가 없다고 치자.
아니, 아예 락이라는 근원적인 인식 자체가 없다고 치자
콘이라는 밴드의 이름을 걸고나온 괴상한 밴드가 있다.
세상 사람들이 음반을 들었다.
하나같이 이어폰을 빼고 괴로워 할 것이다. 이무슨 외계인 자다가 봉창뚜들기는 소리라며 의아해 할것이며, 철저히 매도하고, 타도할 음악.
그 음악을 이루기 위해 르네상스 전부터 모짜르트와, 베토벤, 그외 수천 수만의 음악가들이 만들어낸 피아노 음악, 오선지 위에서만 이루어지는 금속줄로 만들어낸 피아노 음악. 그 음악이 진보해, 클래식이라는 다소 크로스오버적인 음악들도 탄생되고, 드럼이라는 악기 의 탄생으로인해, 과학의 발달로 인해 기타라는 악기가 탄생하고 팝이라는 장르가 만들어지고, 그런 음악들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연구가에 의해 탄생된 락이라는 장르를 접하게 되었다. 사람들의 음악의식 수준이 높아지고 그 락이라는 장르 안에서도 메탈, 그 안에서도, 수많은 알수 없는 장르들이 탄생해 나갔다.
예를 들어, 마릴린 맨슨도 비틀즈 의 영향을 받았다고 했다. 전혀 다른 장르이지만 비틀즈 또한 그 전의 음악인으로 인해 비틀즈라는 어마어마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키는 밴드가 탄생한 것이고.
영향....
영향이라는 말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렇다. 태지는 음악적으로도 가장 진보된 미국에 가서, 좋은 음악인들의 음악을 접하고 영향을 받은 것이다.
그리고 또다른 전혀다른 느낌의 음악을 만들어냈다.
내 생각이지만 태지의 음악은 절제와 곡의 구성에서만큼은 콘이나, 림프, 그 외 내가 들어본 음악중에서도 충격이었고, 최고였다.
하지만 표절... 후훗. 무지의 극치를 달리는 안티.
표절이란 단어를 먼저 공부해보고
음악적인 이론을 먼저 인식하고 난 뒤 두 음악을 듣고 판단해 주길 바란다.
참! 한가지 물어볼것이 있다. 내가 보기로는 언더밴드들중에서도 태지음악이 표절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던가?
아마 없을 것이다. 아니 없길 진심으로 바란다.
왜냐면 음악 깨나 한다는 분들이 듣는 귀가 있지...
아직까진 언더에서 음악하시는 밴드분들 입에서 태지음악은 콘 과 림프, 가스맥, 크레이지 타운 짜집기다! 표절이다! 이런 얼토당토 발언을 듣지 못한것 같다.
그만큼 태지 본인도, 이런 무지의 극치를 달리는 안티들의 표절시비를 예상했을테고 의도적인 모험가 답게, 듣는 귀가 없는 안티들이 표절이라고 생각할만한 아이템들을
곡 마다 심어넣었을 것이다.
안티들이 음악을 듣고, 표절시비라도 일어나주길 은근히 바라면서.. 속으로는 많이 즐거워했겠지.. 힘든하루의 웃음거리를 제공해 주는 안티에게(비웃음 임)
아, 그리고 말이 나와서 말인데, 태지가 하드코어 음악인으로서의 보컬자질이 의심이 간다, 혹은, 짜증나는 보컬 톤이다. 이런 발언을 하시는 분들을 간혹 보았다.
이번 콘의 우드스탁 라이브 blind 를 한번 들어보시길 바란다. 나또한 콘의 팬이지만, 솔직히 심했다.
기타와 베이스는 유심히 들어보면 삑사리 투성이었고, 조나단의 보컬은 듣기 민망할 정도였다.
샤우팅 처리도 안되었고, 액션이 크지도 않은 부분에서의 거친 숨소리, 다듬어지지 않은 톤, 하나의 악기인 목소리가 많이 혹사당하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태지의 경우, 처음 컴백할 당시 보컬보다 날이갈수록 연구하고 피나는 연습을 하는지 갈수록 놀라운 변화를 보여주고 있었다.
잘 피지도 못하는 담배를 줄담배를 피워 목을 다듬었는지, 예전보다 훨씬 허스키해진 목소리톤을 잡았다.
가청주파수와, 임계가청주파수 사이경계의 음을 구분해 낼 줄 아는 듣는 귀가 탁월한 분들은 금방 알아 챌 수가 있었을것이다.
거친 액션에도, 변함없는 균형잡힌 보컬라인 더욱 늘어난 폐활량, 크게 다듬어지진 않았지만 하울링과, 샤우팅과 같은 하드적인 톤과 이쁜 목소리의 오묘하고 아이러니컬 한 조화.
더욱 발전하고 노력한다면, 멋진 보컬리스트가 되리라 믿는다.
요즘도 틈만나면 음악공부를 한다는 그.
타고난 음악적 재능과, 타협할 줄 모르는 고집불통 성격, 시대의 흐름을 읽는 탁월한 감각,마케팅과, 언론을 효율적으로 이용할 줄 아는 당돌함, 뭐든 빠르게 적응하고, 통달할 수 있는 천재적인 감각, 냉철한 관찰력과 사물을 남들과 다르게 보는 예민함, 자신의 매니아 들을 위하는 따듯한 인간미, 가사에서 보여지듯 해박한 지식, 기다림과 속도감을 이겨내는 강함,혼자서 뭐든 다하기때문에 더욱 커질수 밖에 없는 그만의 폭발적인 카리스마, 타고난 동안,그 열정, 두뇌, 여성과 남성의 양면성을 적절히 갖춘 성공할 수 밖에 없는 그.
생각보다는 이미지가 좋은 그가 좋다.
(어느 순간부터 내가 서태지 매니아가 된것 같다. 후훗)
빠돌이라고 놀려도 좋다. 단지 난 당신이 가엾을 뿐이다.
같은 조건에서, 같은 귀를 가진 인간으로서 같은 음악을 듣고 서로 상반되는 느낌과 반응을 가진 안티들,혹은 표절이라고 굳세어라 믿고있는 금순이 분들. 참 아이러니 할 뿐.
항상 발전하고 진보하는 무서운 속도감의 태지.
그는 조만간 세계적으로 진출해 누구도 상상하지 못할 세계를 개척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현재 진행중인 일본진출이 무사히 이루어 지길 바란다.
태지는 그의 음악을 즐겁다는 기분으로 느껴지길 원치 않을수도 있겠지만 대한민국이라는 내가 사는 이땅에서 이런 훌륭한 음악과 뮤지션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은 확실히 무척 신나고 즐거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