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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공연은 다른 공연들보다 더 빠르게 지나간 것 같아요. 올해가 화살처럼 지나갔듯 올해 크리스마스 공연도 그랬어요. 뭐든 소중하고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은 순간들은 그토록 순식간에 지나가버리는가 봐요. 2014년은 제 생애를 통틀어(이렇게 거창하게 표현할 만큼 긴 건 아니지만) 가장 의미있는 해였거든요. 어제얌 루마님 공연도 그랬어요. 작년 크리스마스 공연처럼 막대에 메달린 자그마한 사탕 조각을 아쉽게 음미하며 빨아먹는 것 같은 느낌이었달까요? 어제 공연에서 느낀 바와 11월에 다녀왔던 성남 공연에서 느낀 바가 상당히 달라서 이번 후기도 꽤나 길어질 것 같네요. 올해를 쭉 돌아보면서 들은 거라 글이 다소 어두울 수도 있고요.
이번 공연 때는 루마님의 영원한 연주 파트너(이 표현이 맞나요?) 첼리스트 김영민씨도 함께 하셨어요. 성남 공연 땐 무대에 안 계셨죠? 갔던 모든 공연에서 두분이 연주하시는 걸 듣다가 안 계시니까 허전했어요. 루마님 죄송해요! 하하하... 어쩐지 이번 공연 땐 거의 공연 내내 무대에 함께 계시는 것 같더라고요. 1부에서 두 분이 연주하시는 걸 듣는 것이 처음이어서 신선했어요.
공연의 시작곡으로 Kiss The Rain을 들은 것도 이번이 처음이었어요. 그래서 다른 곡들보다 특히 더 잊혀지지가 않네요. 크리스마스지만 지난 4월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던 그 곡...! 12시간의 비행 끝에 영국에 도착한 날 밤, 피로에 지친 저는 홈스테이 집에 와서 4개월동안 제가 지내게 될 작은 방에 이민 가방처럼 커다란 캐리어를 대충 놓아두고 침대에 뛰어들었어요. 추위에 몸을 웅크리고 철저하게 혼자임을 느꼈던 그날 밤, 저를 위로해줬던 건 창문 유리를 두드리는 빗소리였어요. 그 사이로 간간히 들려오는 나무 흔들리는 소리와 이름모를 야행성 동물들의 울음소리, 1층에서 들려오는 TV 소리....(120년도 더 된 아주 오래된 집이라 방음이 전!혀! 안 돼서 그곳에서 지내는 동안 벼래별 소리를 다 들으며 지냈답니다.) 그리고... 제 마음속에서 잔잔히 흐르는 Kiss The Rain은 자칫 외로움과 두려움으로 체워졌을 지도 모를 밤을 편안하게 해주었어요. 루마님의 음악은 정말 인생의 배경음악이 맞는 것 같아요. 곁을 스쳐가는 모든 순간순간마다 음악이 흐르고, 같은 음악을 다시 들으면 그 배경음악이 흘렀던 순간으로 돌아가서 그 때 느꼈던 기분과 겪었던 일들이 생생하게 재생되니까요. Kiss The Rain과 빗소리를 듣고 희망을 얻은 후 시작된 영국에서의 4개월은 힘들고 아팠지만 행복했고 귀중한 시간이었어요.
Love Hurts + When The Love Falls.... 올해의 대부분을 외국에서 보내는 동안 뼈아픈 사랑을 해본 건 아니지만 그 시간들을 사랑한 건 맞으니까. 거기에 의미를 부여하기로 했어요. 편했지만 그 만큼 불편하기도 했던, 긁히고 상처입고 힘들었지만 그 시간들을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 아픔 때문이었으니까요. 루마님께서 맨트할 때 그러셨어요. 아픔은 사랑했다는, 사랑한다는 증거라고요. 물론 제가 말하고 있는 사랑을 두고 하신 말씀은 아니었겠지만 모든 사랑에 적용되는 멋진 명언인 것 같아요. 다행인지, 씁쓸함인지, 혹은 둘 다인지 몰라도 결국 그 사랑은 언젠가는 저물고 끝나기 마련이라는 말도요. 외국에서의 삶 자체를 어떠했든 간에 진심으로 즐겼고, 아파하면서도 사랑했지만, 온갖 종류의 감정을 다 조금씩 남겨놓은 체 가버렸으니까요.
지금 저는 한국에 돌아와 있고, 지나간 시간들을 떠올리며 이슬같은 추억에 젖어드니까요. 루마님의 두 번째 명대사, “사랑, 상처, 마음은 서로 연결되어 있어요.” 마음에 확 꽂히는 맨트였어요. 아픔은 사랑의 증거라는 맨트처럼요. 어제 공연 땐 다른 때보다 특히 감성 지수가 더 높았던가 봐요. 루마님의 맨트를 다른, 더 깊은 곳에서 듣고 이해하고 공감했어요. 루마님께서 음악으로 들려주신 사랑 이야기도요. 이야기는 최대한 기억한 대로 말하지면 대충 다음과 같아요. 한 남자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고백을 해요.(너에게 보낸 내 마음, Serenade) 그리고 고백을 받은 여자는 그의 사랑을 확인하고(Do Y...?), 서로 영원한 사랑을 약속해요.(약속 Our Same Word) 둘은 서로 사랑을 하다가 결국 대부분의 연인들처럼 이별과 맞닥드리게 돼요.(잊혀지는... 잊혀질 시간들, 추억과 함께 영원히 둘로 남는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이정하 시인을 언급하셨어요. 여담이지만, 재작년인가 루마님 음악을 만난지 얼마 안 되었을 때 EBS 검색창에 이루마님 성함을 쳤는데 스페이스 공감에서의 연주 실황이 몇 개 뜨더라고요. 그 중 하나에서 루마님이 The Same Old Story에 이정하 시인의 시 “비오는 날의 일기”를 가사로 붙여서 편곡하신 노래를 부르셨었어요. 가사가 열잔하게 마음에 와닿아서 이정하 시인의 시집을 죄다 수집했던 기억이 나네요. 방금 후기를 쓰다가 어젯밤에 루마님께서 “추억과 함께 영원히 둘로 남는다” 곡소개를 하시면서 언급하신 구절이 담긴 시의 정확한 제목이 궁금해져서 오랜만에 가지고 있던 이정하 시인의 시집들을 들춰봤는데 찾기가 쉽지 않네요. 제가 찾을 수 있었던 건 아주 오래전에 출간된 시집들 뿐이어서 시가 많지는 않은 것 같아요. 혹시 먼저 찾으신 분 계시면 댓글로 정확한 제목 좀 부탁드릴게요. 확실한 건 전에 성남공연 때도 같은 부분에서 언급하셨었고, 그 구절에 “추억”이 아니라 다른 단어가 들어갔었다는 거예요. 그 시 전체를 읽어보고 싶어요. 루마님의 곡과 비슷한 느낌의 시일지 궁금하기도 하고요.
다시 이야기로 돌아가서, 둘은 헤어지지만 서로를 그리워해요. 세월이 흐를 수록 그들에게 남은 추억의 색은 옅어지고, 행복한 순간의 편린들 만이 그들의 마음에 남아요. 그러다가 아주 훗날 둘은 행복한 추억을 만들었던 둘만의 장소에 찾아가고(Wait There), 거기에서 운명적으로 재회하게 돼요(Blind Improvisation, Destiny of Love). 그리고 그들이 했던 약속은 다시 유효해지죠. 흔하지만 진주같은 아름다움을 품은 사랑 이야기였어요. 그런데 이야기는 흔해도 이렇게 아픔에서 비롯된 특별한 사랑은 하기 힘들잖아요? 그래서 음악을 들으며 상상하는 동안 더욱 마음이 아리고, 그 만큼 기억에 남았어요. 사랑, 이별, 진심을 표현한 음악으로 가득했던 1부는 이렇게 끝이 났어요. 정말 올해가 빨리 가서 공연도 빨리 지나간 건지, 상상하는 것에 지나치게 심취해 있어서 빨리 끝난 것처럼 느껴진 건지.... 아마 후자 쪽이좀 더... ㅋㅋㅋ
2부의 첫 곡은 Words였어요. 음질이 낮은 작은 레코더로 녹음한 것 같은 Nothing to say가 들려오고, 그 후에 루마님의 피아노 연주가 이어졌어요. 원곡처럼요. 한참 루마님의 곡을 전체 재생해서 듣기를 좋아했을 때 Nothing to Say에 꽂혔던 기억이 났어요. 저도 어릴 땐 제 목소리나 연주를 녹음하는 걸 좋아했어요. 혼자 이야기를 지어내서 동화구연을 하듯이 흉내를 내어가며 녹음하기도 했고, 동요를 작곡해서 피아노로 연주하며 노래하는 걸 녹음하기도 했죠. 벌써 10년도 넘은 얘기니까 그 당시 녹음기의 음질이 지금 같지는 않았을 거라는 건 모두가 짐작하실 거예요. 집에 아무도 없고, 그래서 혼자 집을 지킬 때 피아노 위에 작은 녹음기를 올려놓고 연주를 녹음해서 들어보면 꼭 그런 소리가 났어요. Nothing to Say의 첫 부분 같은....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소리요. 루마님께서 Words라는 곡은 구두로 표현되는 말보다 소리를 표현한 곡이라고 하셨어요. 이 말씀엔 제가 특히 동의해요. 세상은 온갖 소리들로 가득하고, 저는 소리를 통해 세상을 보니까요. 2부는 소리의 언어를 듣는 시간이었어요. 특히 계절의 소리, 사람들이 언어로 표현하는, 온통 색깔을 표현하는 언어로 말해지는 계절의 모습이 아니라 굳이 색깔을 몰라도, 그 색깔을 표현하는 언어가 뭔지 몰라도 소리의 언어를 통해 계절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소리가 전해준 가을의 모습은 시원한 산들바람이 불고(With The Wind), 낙엽이 떨어져 흩날리고(Falling), 가을이 저물어가며 부르는 노래(마지막 소리)가 쓸쓸하게 흐르는.... 그런 모습이에요. 모든 분들에게 가을이 같은 모습으로 전달되지는 않았을 거예요. 소리의 언어는 다른 어떤 언어들과도 다르니까요. 각자에게 다르게 와닿을 수 있죠.
제가 해석한 겨울의 소리는 눈발이 날리는 거리를 학생, 연인, 직장인 등등 온갖 종류의 사람들이 왈츠를 추듯 바람 속을 뚫으며 걷고(Waltz), 아이들은 흩날리는 눈송이를 잡으려고 앙증맞은 손을 내뻗으며 달리고(Chaconne), 마지막 계절이 머무는 곳에 서서 지난 개절들을 체웠던 기억들을 떠올리는 거예요.(기억에 머무르다) 물론 모두가 겨울에 저렇게 여유로운 겨울을 보내지는 않겠지만요. 겨울은 마무리하는 계절이니까요. 겨울 내내는 아니더라도 하루, 하다못해 1분 1초라도 바람속을 걷다가 기억의 흐름에 몸과 마음을 내맡긴 체 잠시 멈춰선 적은 있지 않을까요?
또다른 계절의 순환을 시작하면서 새로운 희망을 선물하는 봄의 소리는 Maybe + Love를 통해 들을 수 있었어요. 세상이 꽁꽁 얼어붙은 겨울인데 봄의 모습이 그렇게 진짜처럼 상상되다니 놀라웠어요. 예전에 트위터에서 이런 글을 본 적이 있어요. “이루마님은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부어서 온몸으로 피아노를 연주하는 것 같다”는 글이었어요. 어떤 분인지는 모르겠어요. 그 글을 처음 봤을 때가 2년 쯤 전이었던 것 같아요. 그 때나 지금이나 동조해요. 루마님의 그런 특별한 노력이 소리를 통해 저를 포함한 모든 이들의 마음에 떠오른 이미지들을 더욱 또렷하게 형상화하는 거라고 믿어요. 진정성이 없는, 텅 빈 음악에서는 아무리 멜로디나 가사가 좋아도 마음으로 느껴지거나 떠오르는 것이 없으니까요.
심각한 이 분위기를 좀 전환해 볼까요? 유쾌한 웃음을 자아냈던 이번 즉흥 연주! 사실.... 진짜 유쾌했는지는 모르겠어요. 곡 제목을 보면 씁쓸하기도 하고.... 사회복지사이신 여성분이 선택되셨어요. 입사하신지 얼마 되지 않아서 전화 받는 것이 두려우시다며, 곡에 “전화가 두렵지 않아”라는 제목을 붙이셨어요. 높은음에서는 “도 미 솔 미 도 래 미 파 솔 미 도 미”가 반복되고, 루마님께서는 유선 전화기 벨과 비슷한 소리로 멜로디를 만드셨어요. 녹음해서 집 전화기 벨에 추가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음 다섯개로 단순한 화음을 만드셨는데 계속 웃음이 터져서 혼났어요. 피아노로 그게 가능할 줄 몰랐거든요. 곡의 끝으로 갈 수록 단조로 바뀌어서 다시 전화가 무서워질 것 같았지만요. 한참 띠리링거리는 전화벨의 음이 뭔지 알아내려고 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 하필 피아노가 없어서 결국 포기했어요. 그거 알아낸다고 계속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달라고 할 수는 없었으니까요. 어떤 전화기는 라와 시를 합친 듯한 음이던데.... 그 당시 저희 집 전화벨은 듣자마자 알 수 있는 음이 아니었어요. 지금 집 전화기로는 전화가 한 두 달에 한 번 올까 말까 해서 벨을 들은 게 까마득하네요. 어쩌다 이야기가 여기까지.... 아무튼 혼자 한참을 웃다가 같이 간 후배가 왜 웃느냐고 묻기에 설명해 주고, 루마님이랑 연주하시는 분의 성함이 그 친구와 같다며 같이 웃고.... 혹시 루마을 주민 분들 중에 저희 옆, 앞, 혹은 뒤에 계셨던 분들 계시다면 대표로 사과드릴게요. 감상에 상당히 방해가 되셨을 듯 해서요.
다음 세 곡은 루마님께서 공연 때마다 늘 마지막에 연주하시는 Passing by, River Flows in You, Reminiscent였어요. 어떤 일이 있었든 간에 2014년의 대부분은 지나갔어요. 이제 겨우 5일 남았어요.(막상 말하고 보니 진짜 무섭네요.) Passing By는 한 해의 끝자락을 잡고 아쉬워하며 지난 일에 미련을 두는 이들이 쥐고 있던 것들을 놓아주는 일종의 마음의 의식을 거행하게 한 것 같아요. 훌훌 털어버리는 것.... 그게 결코 쉽지 않잖아요? River Flows in You는 “너의 마음 속엔 강이 흐른다”라는 한글 제목을 보고 어떤 분이 “사람이 참 크네요.”라고.... 하셨다네요. 이게 맞나요? 정확히 기억이 안 나는데 그 비슷한 말이었던 것 같아요. 처음엔 무슨 뜻인지 의아해 하다가 웃음소리가 잦아들고 나서야 이해해서 혼자 또 웃음을 억눌렀어요. 참, 요즘 밀린 골디 팟캐스트를 듣는데 엠라대왕인가요? 방송 중간에 MBC에서 웃긴 것만 모아놓은 유튜브 채널 광고 나오던데, 혹시 그 채널에서 하신 말씀일까요? 마지막 곡 Reminiscent는 늘 공연 전체를 다시 회상하게 하는 곡이죠. 더 나아가 어제는 한 해 전체를 회상해 보았어요. 미국에서 4개월, 영국에서 4개월, 한국에서 4개월을 보냈네요. 셋 중 어떤 4개월이 더 좋았느냐는 질문은 안 하시겠자? 저도.... 하기 싫습니다! 다 똑같이 정말, 너무나 힘들었으니까요. 하지만 2014년은 제가 가장 사랑하는 해예요. 떠나보내기가 두려울 만큼이요. 하지만 Maybe, 돌아오는 2015년에도 희망이 있으니까.... 떠나보내야겠죠?
후기 아직 다 안 끝났어요. 엔콜 곡들이 남아있잖아요. 후기가 성남 공연 때 만큼이나 길어진 점에 대해서는.... 죄송합니다! 첫 엔콜 곡은 I.... 올해엔 안타까운 일들이 잇달아 터진 해였어요. 그래서 위로받아야 할, 위로받고 싶은 이들이 여느때보다 많았을 거예요. 손을 따뜻하게 잡아주고, 어깨를 감싸주며 위로의 말을 건낼 수 있는 건 여러분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해줄 수 있어요. 하지만 그 위로의 힘은 오래 지속되지 않아요. 충분히 위로가 되기까지 오래 곁에 머무르며 다독여줄 사람은 잠깐 위로해주는 사람들보다 훨씬 더 적어요. 가족이나 가장 가까운 지인들 조차 마음 속 깊은 곳까지 보듬어줄 수 있는 이는 단 한 명도 없기 때문일 거예요. 그게 가능한 건 '나' 뿐이죠. 심지어 '나' 조차도 자기 자신에 대해 잘 모를 때가 있지만, 그래도 날 겉으로 바라보는 이들보다는 많이 알고 있잖아요. I는 들을 때마다 '나'를 돌아보게 하는 곡인 것 같아요. 그리고 그동안 다른 사람만을 위해 일하고, 다른 사람들의 말만 들어주며 다른 사람들의 말에 상처받고 스트레스받았던 '나'를 위로해 주는 거예요. 마지막 엔콜 곡은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처음 느끼게 한 캐롤 메들리였어요. 어린아이들의 목소리가 드디어 여기저기서 들리기 시작했어요. 아이들밖에 없나요? 루마님의 맨트.... 왜 이 말이 잊혀지지 않는 걸까요? ㅋㅋㅋ 자다가 캐롤 얘기 나오니까 일어난 귀여운 아이들.... ㅋㅋ 아! 메들리 첫 곡 노엘을 들으니 중학교 1학년 때인가 그 전인가에 차임벨 연주하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어요. 제가 손에 땀이 많은데 긴장까지 해서 연습 중에 양손에 있던 차임벨이 미끌어져서 바닥을 굴렀던 아픈 기억이.... 그 때까지만 해도 피아니스트가 꿈이어서 거의 매일 피아노 레슨을 받았어요. 연습하면서도 손가락이 자꾸 미끌어져서 안 틀릴 음도 틀리고, 그래서 많이 울었어요. 악기를 집을 때마다 해프닝이 생기니까 슬프더라고요. 다음은 울면 안돼...로 시작하는 캐롤인데 제목을.... 그 때도 몰랐는데 아직도 기억을 못 하고 있어요. 그리고 White Christmas! 이게 10억장이나 팔린 곡이라고요? 헛.... 그렇게나 많이...? 그것도 원곡 부른 가수(역시 처음 듣는 가수라 이름을 잊어버렸어요) 곡이.... 이 곡에 대해 기억나는 건.... 작년과 재작년처럼 루마님의 곡 끊기...! ㅋㅋ 전 그 부분이 제일 좋아요. 따랏...하고 끊는 부분이요. 그 부분이 원래 White(와아아아잇)하고 길게 끄는 부분인데 일부러 스타카토식으로 끊으시는.... ㅎㅎ 아, 그리고 공연장에서 기차역으로 돌아가는 길에 택시 안에서 바리톤 음성의 가수가 White Christmas를 불렀어요. 공연장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에 불을 붙였어요. 다음은 제, 제목이.... 첫 가사는 Do you wanna build a snowman?(나랑 눈사람 만들래?)인데.... 영화 겨울왕국에서 애나가 엘사 방을 노크하면서 부른 그 노래요. 그 장면 참 슬펐는데.... 특히 마지막에 애나가 OK, bye!할 때요. 엘사가 동생 애나를 다치게 하고 놀라고 너무나 미안해서 방으로 들어가버리고, 애나가 부르자 저리 가버리라고 하죠. 다음 곡 역시 겨울왕국 OST 중 가장 인기있는 곡 Let It Go! 가사는 웃을 내용이 아닌데, 방학하기 전에 기숙사에서 어제 공연에 같이 간 그 친구랑 본 컬쿠쇼에서 진행자가 Let It Go 가사를 들리는 대로 한국어로 옮겼어요. 말도 안되긴 했지만 그 때 어이없어서 웃던 기억이 나서 둘이 웃음을 참았어요. 마지막 곡은 Let It Snow였어요. 그러게요. 눈 좀 내리지.... 화이트 크리스마스보다 샤이니(Shiny) 크리스마스였잖아요.
앞에서 들었다면 공연의 여운이 더 오래 남았을 거예요. 이번 공연은 본의 아니게 티켓을 늦게 끊어서 뒷좌석에서 들었거든요. 다른 공연장들은 중간 자리에서도 은은하게 잘 들렸으니까 이번에도 그렇겠지 싶어 걱정을 안 하고 있었는데, 애석하게도.... 음향 기기에 문제가 있었는지 뒷자리에서 듣는 느낌이 확 오더라구요. 곡이 멀리에서 듣는 것 같아서 앞자리에서 듣지 못해서 아쉬웠어요. 피아노 소리는 전체적으로 감미롭고 좋았지만.... 뒤에까지 소리가 골고루 은은하게 퍼지는 게 아니어서 너무나 아쉬웠어요. 제작년처럼 잡음이 들리는 게 아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루마님처럼 저보다 소리에 더 민감하신 분들은 그렇다 해도 공연 중에 꽤 많이 불편하셨을 듯 해요.
후기 다 쓰고 페이지를 확인해 보니 5쪽이네요.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께 큰절 올릴게요. 성남공연 후기도 4쪽을 넘겼는데 조회수가 꽤 높더라고요. 감격!!!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5시간 동안 후기만 썼네요. 전 이제 자러 갈게요. 좋은 꿈 꾸세요!
첫댓글 항상 느끼는 거지만 눈물별자리님 후기 읽으면 제가 진짜 루마님 공연하시는데에 있었던 것 같아요..
멋진후기 진짜 너무너무 감사드립니다♡
후기 읽고 감동받았어요~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4.12.26 11:43
이거 읽으니까 광주공연 보러갔던게 생각나서 웃으면서 봤어요 정말 처음부터 피아노 소리가 너무 예뻐서 아무것도 못하고 정자세로 앉아서 열심히 1부 듣고 화장실 갔다와서 다시 열심히 2부 들었습니다!ㅋㅋㅋㅋㅋ
후기를 접할 때 마다 느끼는거지만 공연후기를 어쩜 이렇게 쓰실수가 있죠? 저에겐 불가능한 일이예요~^^
한순간도 놓치지 않으시는 정말이지 섬세한 감성을 가지셨군요.. 감동감동 눈물별자리님같은 팬이 있어 이장님도 많이 행복하시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