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메세지
빗새
결국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하루종일 배터리 충전을 받지 못한
전화기의 생명을 깨우는 순간
그가 죽었다는 소식이 맨 먼저 들어왔다
전화기가 살아나지 않았으면
죽지않았을 그의 삶
3년동안 싸웠으면 많이 싸웠다고
쳬념섞인 세 달 전
힘없던 그의 목소릴
생생히 기억하는데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며
병상에 누운 너는 너대로
또 다른 삶과 싸우는 나는 나대로
서로의 삶을 놓아야 만나는 운명을 위해
암투병에 힘들어 하는 너를 잊고 있었는데
내 일말의 양심을
무수한 문자메세지에 날려보내고
너의 답장이 돌아오지 않아도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난 너에게 짐지워진 의무감들을
하나씩 벗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하지만, 늘 되돌아오지 않는 답들은
내 심장에 굳은 살을 박고 있었다는 것을
너의 영전에 속죄를 빌었다
살아있을 때 따뜻한 손 잡아줄 용기없어
죽은 너의 얼굴에 머리 숙인
나의 비겁을, 내 삶의 게으름을
부디 용서해달라고
너를 배웅하고 나오는 길
네 전화번호로 날아온
너의 별세 소식을
전화기 속에서 지워야 하나
말아야 하나
전화기만 만지작거리는데
삭제 키를 누르는 순간
너와 내가 만들었던 추억들이
부실공사 건물 무너지듯
우르르 무너져 내릴 것 같아
마음 착잡한
폭우내리는 여름 아침
2013. 7.24 새벽
첫댓글 차아암
의미있는 글입니다...
무생물에 생명을 부여해서
삶의 힘겨운 여정을
그려낸 듯 합니다..
아름답고 멋지십니다...
한여름 밤의 꿈을
꾸어봅니다..
이젠 새로운 인연맺음보다 헤어짐에 익숙해져야 할 낫살이 되었는데도...
그렇질 못한가 봅니다...
인연의 끝맺음이 부실하였다 느껴질지라도 분명 좋은곳으로의 이별일겝니다...
조금 먼저가고 조금 늦게 갈뿐이겠지요...
건강하시고 힘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