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인도 트레킹 원정에서 장비를 담당한 64기 장태현입니다.
트레킹 소감 올리겠습니다.
이번 북인도 히말라야 트레킹은 저에게 여러 가지로 정말 뜻깊은 산행이었습니다.
일단 제 인생 첫 해외여행이자, 지리산에 이은 두 번째 장기 산행이었고, 첫 고산 산행이었습니다. 그래서 산행을 하기 전까지 ‘내가 이 산행을 잘 끝마칠 수 있을까? 고산병이 와서 중간에 내려가야 하는 상황이 오면 어떡하지?’ 등등 많은 걱정과 고민을 했습니다.
이번 산행에서는 한국과 다르게, 누구 하나 다치거나 나아가지 못하면 같이 가는 일행 전체가 멈춰야 한다고 생각하니 더더욱 걱정이 많았습니다. 특히 일행 중에서 제가 제일 체력이 약한 편이어서 더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갈등하고 있을 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으로 살면서 이번뿐만 아니라 부담되고 어려운 일들을 마주칠 텐데, 그럴 때마다 회피할 건가? 체력이 문제면 한국에서 열심히 훈련하고 준비하면 되는 것 아닐까? 내가 언제 또 이런 경험을 해보겠어? 등의 생각을 하다 보니 결심이 서고 마음이 가다듬어졌습니다. 그리고 걱정할 시간에 준비부터 열심히 해보자는 마음으로 열심히 훈련하고 체력을 길렀습니다.
그렇게 준비하다 보니 금방 인도로 출발하게 되었습니다. 첫 해외여행인 만큼 설레는 마음으로 도착하였는데,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공항에서 나와 뚝뚝이라는 교통수단을 탔는데, 한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운전을 두 눈으로 보았습니다. 차와 차 사이에 좁은 공간을 칼치기하며 다니고, 분명 교차로인데 차들이 눈치를 보며 건너는 모습은 정말이지 쉽지 않았습니다. 특히 길을 갈 때 인도 상인들이 소리치고, 길에 구걸하는 사람들이 몸을 만지며 돈을 달라고 하는데 차라리 빨리 레로 이동해서 트레킹을 하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어쨌든 신선한 충격이었던 델리에서 레로 이동하니, 날씨도 쾌적하고 사람들도 친절해서 정말 기분이 좋았던 기억이 납니다. 레에 가기 전 동훈이 형이 "레는 고도가 3500m라서 고산병이 올지도 모르니까 대비해"라고 하셔서 최대한 조심한다고 행동하였는데도, 첫날부터 고산병이 와 고생을 했습니다. 열이 나고 몸의 기운이 없었습니다. 그래도 다행히 다음 날에 회복되었고, 산에 올라가서도 고산병이 오지 않아 지금 생각해보면 초반에 고산병이 와 다행인 것 같습니다.
레와 판공초에서의 고도적응을 마치고 산행을 시작하였습니다. 4000m 지점인 럼체에서 출발하였는데, 첫날에는 평지 코스가 대부분이어서 그리 힘들지 않았지만, 배낭을 메고 얼마 걷지 않았는데도 숨이 많이 찼습니다. 그래도 첫날은 코스가 부담이 덜해 "이 정도면 할 만하겠다" 싶었는데, 고난은 이틀 차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두 번째 날은 4200m에서 5200m까지 계속해서 올라가는 코스라 체력적으로 정말 힘들었고, 그날은 비까지 많이 와서 한번 비를 맞고 체온이 떨어져 목표까지 가지 못하고 중간에 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날 지혁이 형이 비를 많이 맞아 고산병이 왔는데, 정말 고생하는 모습을 옆에서 보며 다시 한번 고산의 무서움을 느꼈고, 최대한 체온 조절에 신경 써야 함을 알았습니다.
셋째 날에는 이틀 동안 딜레이 된 거리를 한 번에 주파하느라 굉장히 많이 걸었습니다. 원래 계획은 체력이 비교적 온전한 초반인 둘째 날에 패스를 두 번 넘고, 셋째 날부터 페이스를 조절하면서 가려고 했지만, 거리가 계획과 너무 많이 벌어졌었고 도중에 물가가 나오지 않아 더 많이 걸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저녁 즈음에 유목민 거점을 발견해서 쉴 수 있었습니다. 거기서 물을 끌어올리는 옛날식 펌프를 사용했는데, 교과서 같은 책에서만 보던 것을 실제로 사용해봐서 정말 신기했습니다.
넷째 날부터는 몸이 적응을 시작한 것인지, 아니면 평지 코스여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확실히 전보다는 쉽게 걸었던 것 같습니다. 초카라는 소금호수를 걸었는데, 호수 주변을 걸으니 특유의 바다 같은 짠내가 올라왔습니다. 냄새가 마치 저의 고향인 군산 앞바다에서 맡은 냄새와 비슷해서 집 생각이 많이 났습니다.
그렇게 몸도 점점 적응해가고 더 이상의 위기는 없을 줄 알았는데, 마지막 날 아침에 요리하던 도중 가스가 다 떨어졌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결국 아침밥을 먹지 못하고 트레킹을 시작하였는데, 장비 담당인 제가 가스 체크를 제대로 하지 못하여 생긴 일이어서 너무 미안했고, 내색하지 않은 팀원들이 너무 고마웠습니다. 다음에 산행을 할 때는 매일매일 가스 양을 확인하여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겠습니다.
예상치 못한 상황들도 생겨나고 체력적으로도 정말 힘들었지만, 도중에 보이는 멋진 경관들과 잘 때 보았던 쏟아질 것 같던 별들, 그리고 무엇보다 함께했던 동훈이 형, 지혁이 형, 모건이 형, 은송 누나, 용진이가 이끌고 밀어주어서 산행을 잘 끝마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 살면서 잊지 못할 기억이 될 것 같습니다. 이런 귀중한 경험을 하게 해준 산악회에 너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