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에서 일찍 내려와 대중교통을 이용해 귀가해 밥을 먹고 산책을 해도 밤이 길다.
며칠 술 마신 몸 탓인지 한라산행 탓인지 모르지만 잠자리에 일찍 든다.
술을 마시지 않고 자는 밤은 더 길다.
희용이도 몇번 뒤척인다.
차라리 텐트를 쳤으면 좋았을 걸! 무겁게 가방 두개에 짊어진 것만 많았다.
아침에 일어나 가는 비를 맞으며 행원마을 정자를 보고 걷는다.
행원생태공원 돌비가 서 있고 정자가 여럿이다.
검은 돌에는 유래비가 제모습을 갖추고 서 있다.
비에 반쯤 젖어 돌아오니 주인이 준 감자와 누룽지로 아침을 차려주어 먹고 또 잔다.
2시쯤의 비행기를 타고 청주로 간다는 희용이는 후임자를 위해 청소를 깨끗히 하고
안내문까지 쓰고 있다.
11시가 못 되었는데 차를 타고 제주시내로 나온다.
국립제주박물관에 가서 탐라순력도 등 제주 역사와 자연에 대해 공부를 한다.
제주에 온 유배자들의 이야기를 차분히 읽지 못한다.
여러번 와본 희용이는 나에게 천천히 보라며 기다린다.
주차장이 좁은 은희네식당에 가 한바퀴 돌아 쇠고기 해장국을 먹는다.
술을 더 참는다.
제주공항에 가 내려달라 하고 그가 차를 두고 오고 다시 만나 잠깐 같이 앉아 있다가
그가 청주가는 비행기를 타고 들어간다.
난 용감하게 트렁크와 배낭을 뒷쪽 의자에 두고 버스를 타러 나간다.
버스 정류장은 급행과 간선과 지선이 있는데 어느 걸 타야할지 잘 모르겠다.
재작년인가 고흥 교장연수를 왔을 때도 혼자 남아 시내 답사를 했는데
ㅎㅏ나도 기억이 없고 모두 처음이다.
관덕정을 찾다가 그 이름을 단 버스는 떠나 버리고, 중앙사거리 버스를 탄다.
시간은 더 걸린 듯하다. 난 항상 서툴다.
소위 가르치는 위치에 있던 자가 이리 서투니 나의 가르침이 무엇이었는지 잘 모르겠다.
학교나 교실이라는 것이 현실을 떠나 소위 추상적인 것만 더듬은 아닌지 모르겠다.
말로는 사고력 신장이라고 했을 거다.
중앙로사거리가 맞나? 내려서 관덕정으로 걷는다.
지난번 와본 길이 생각난다.
관덕정에서 현판을 중심으로 사진을 찍어보고 제주목관아로 들어간다.
연희당 앞에서 화장실에서 본 남자에게 여기서 근무하냐니 그렇단다.
제주고씨라는 남자는 목관아의 복우넉놔 제주의 성씨 등에 대해서 나와 대화를 해 준다.
이야기가 이어지는데 그의 전하기가 울리자 난 허리숙이고 귤림원을 지나 나온다.
그래도 그에게 오현단과 삼성혈 가는 길을 들었다.
차를 타고 가라던 그가 오현단부터 들르면 삼성혈도 그리 멀지 않다ㅏ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