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칸디나비아 여행
/윤행원
스칸디나비아의 여행은 꿈의 여행이다. 북구의 아름다운 경치, 백야(白夜)와 오로라 그리고 호수와 높은 절벽 위의 빙하(氷河)와 검푸른 산이 어우러진 피오르드... 등 가는 곳마다 여행의 색다른 정취를 느낀다.
여름도 한창인 8월 중순, 평소에 가까웠던 단골여행 벗님들과 함께 10일간의 북유럽을 일주했다. 덴마크, 노르웨이, 핀란드 그리고 스웨덴, 오는 길에 카타르 도하 관광은 덤으로 보게 된다.
북유럽은 복지시스템으로도 유명하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라는 말이 있듯이 국민의 기본생활 복지는 철저하게 잘 갖추어져 있다. 그러나 세상엔 공짜는 없다. 세금은 그들 말로 엄청나다. 하늘에서 내려온 돈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복지도 결국은 국민의 높은 세금으로 이루어 진 것이다. 무엇이나 일장일단이 있다.
많은 것을 보고, 배우고, 느끼고 돌아왔지만 노르웨이 국민이 자랑스러워 하는 화가 에드바르드 뭉크와 그리고 솔베이지의 노래로 유명한 작곡가 에드바르드 그리그의 기념관과 생가를 보고는 깊은 인상을 받게 된다.
특히 오슬로에 있는 뭉크 미술관은 전 세계에서 온 관광객이 언제나 구름같이 모이는 장소다. 들어갈 때 공항 검색대를 방불하는 엄격한 소지품 검사를 받고서야 통과된다. 미술관 입구에서 조금 들어가면 중간에 반쪽 벽을 일부러 만들어 뭉크의 ‘절규’를 걸어 놓고 있다. 옆에서 名畵의 眞品을 보는 감격은 하나의 충격이다.
미술관 안에서 사진은 허용되고 있다. 그러나 플래시는 금지다. 나는 플래시가 안 터지는 줄로 알고 사진을 찍었더니 어느새 우람한 경비아저씨가 와서 눈을 부라린다. 그래서 카메라를 다시 조정하고 찍었더니 웬걸 이것 또한 불이 번쩍하는 게 아닌가. 엄중한 경고를 받고는 아예 카메라를 접어 넣어야 했다. 옆에서 찍던 서oo 교수도 같은 경고를 받고 어물쩍 거린다.
뭉크는 죽을 때, 그가 갖고 있는 부동산 뿐만 아니라 그림과 판화 및 소묘작품도 모두 오슬로 시에 기증을 했다. 이 미술관은 에드바르드 뭉크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여 1963년 오슬로 시에서 설립한 뭉크미술관이다. 뭉크는 노르웨이 지폐 초상화로 등장할 정도로 국가적 자랑으로 여기는 화가다.
사진으로만 보았던 진품을 직접 보는 감동과 흥분은 차라리 전율(戰慄)이다. 뭉크는 수많은 그림을 그렸다. 그의 작품은 삶과 죽음의 문제 그리고 인간 존재의 고독, 질투, 불안 등을 응시하는 인물을 주로 그렸다. 현대 인간의 불안을 상징한 ‘절규(the cry, the scream)는 그의 대표작이라 할 만큼 빼어나다. 그는 사람들의 고통과 고뇌를 바탕으로 한 인간 내면을 극명하게 표현한 것이 그의 그림의 기조다.
어릴 때 받은 가족의 불행한 경험 때문이라고 한다. 성질 괴팍한 의사였던 아버지와 일곱 살 때 폐결핵으로 죽은 어머니 그리고 얼마 후, 남동생이 죽고 누이마져 폐결핵으로 잃고는 인생에 대한 처절한 고독과 인간내면의 고통스러운 모습을 일찍부터 본 것이다. 뭉크는 80세 넘게 살았지만 죽을 때까지 결혼을 하지 않고 혼자서 외롭게 만년을 보냈다.
뭉크의 작품은 보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충격을 주고 있다. 모든 예술 특히 문학도 마찬가지지만 미술이라는 것도 삶의 고통을 치유하는 행위라는 것을 알게 된다. 1893년에 그린 절규는 현대인의 정신적 고뇌를 상징한다. 해골 같은 얼굴에는 공포에 찬 비명이 찢어지듯 흘러나올 듯 강한 표현이다. 배경화면의 붉은 구름은 마치 온 세상이 불타고 있는 것처럼 공포 그 자체다.
중세의 수도였던 베르겐은 예술의 도시로도 유명하다. '절규'를 그린 뭉크, '인형의 집'을 쓴 극작가 헨리크 입센 그리고 '솔베이지의 노래'로 유명한 그리그가 활동한 곳이다. 세상 사람들이 사랑하고 노르웨이 국민들이 자랑스러워하는 인물들이다.
노르웨이는 1970년 까지는 가난한 농업 국가였다. 그 후 북해유전 개발로 석유가 펑펑 쏟아지는 바람에 국민소득이 8만5천 불이나 되는 부자나라가 되었다. 유치원 부터 중, 고등학교를 거쳐 대학까지 그리고 평생 의료혜택을 무상으로 받고 있는 완벽할 정도로 모범적인 복지국가다. 기본 생활이 보장되는 국민들은 세금 많이 내는 것을 도리어 즐거워한다고 가이드는 귀띔을 준다.
그러나 물가는 악 소리가 날만큼 비싸다. 편의점에서 작은 병 코카콜라가 8,000원, 500cc 생맥주가 19,000원, 핫도그 하나가 15,000원 그리고 오슬로 시내 어느 한식점에선 육개장이 32,000원, 이런 정도다.
물가도 비명이 나올 정도로 비싸고 날씨도 변덕이 심한 나라 노르웨이 인 데도 세계의 여행객들은 북유럽에서는 유일하게 노르웨이를 가보고 싶은 나라로 꼽는다고 한다. 그만큼 볼 것이 많고 느낌이 많고 피오르드의 빼어난 경치가 사람을 유혹하는가 보다. 이번 여름에 가진 북유럽, 특히 노르웨이 기행(紀行)은 초가을 날씨처럼 선선한 그 곳의 기후를 즐기면서 배움과 보람이 가득한 매우 소중한 나들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