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원들, 새 지휘자와 갈등… 한때 공연 보이콧 움직임
60세 정년 보장된 단원들 "오디션은 통제수단"
바이올린 포지션 바꿔도 "새 테크닉 연습 싫다" 꺼려
2010년까지 6년 동안 상임 지휘자 없이 운영돼… 관객 동원 숫자
서울시향의 절반에 불과
지난해 국내에서 4년제 음대를 졸업한 학생은 약 4000여 명. 플루트·바이올린 전공자의 경우, 4년간등록금·레슨비로 평균 1억원가량이 든다. 이들 사이에서 교향악단 입단은 '악단고시 합격'으로 불린다
이름 있는 악단에 들어간 선배들이 그만두는 경우는 좀처럼 드물기 때문이다.
클래식 음악계에서 '꿈의 직장'으로 불리는 KBS 교향악단 단원들이 20일 오후 8시 661회
정기연주회를 앞두고 3시간 전까지 검은색 단체 티셔츠를 입고 '공연 보이콧'을 논의했다.
단원들은 함신익(54) 상임지휘자 연임 불가, 지휘자 공식 사과 등을 KBS 측에 요구하다
조건을 철회하고 가까스로 무대에 올랐다.
- ▲ 함신익 상임 지휘자
단원들이 내세운 함신익 거부의 이유는 실력이 부족하고, 단원을 존중하지 않으며,
소통이 안 된다는 것. 최근 단원 8명이 '1주일에 8시간 이상 (외부) 출강할 수 없다'는
규정을 어겨 사측으로부터 1개월 이상 출연 정지를 받은 것도 불만. "징계가 과도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악단 관계자들은 "징계 여부는 표면적 이유이고, 본질적으로는 '오디션'(단원평가)을
둘러싼 기(氣) 싸움"이라고 지적했다. 단원들은 이날 "통제 수단으로 오디션을 주장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현재 KBS 교향악단 단원을 객관적으로 공정하게 평가할 수 있는
오디션은 불가능한 실정"이라며 "현재 지휘자는 자격 미달이며, 현 시점에서 오디션을 해야
한다면 단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기준 등을 새로 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담아 자료를 냈다.
이 악단은 지난 1998년에도 상임지휘자 겸 음악감독으로 취임한 정명훈씨가 외국인 연주자를
부지휘자로 선임하려 하자 '연주를 보이콧하겠다'며 반발했었다.
음악계에서는 이번 사태를 두고 "2010년까지 6년간 상임지휘자 없이 운영되며 '감독자'가
없었던 악단에 지휘자가 들어오면서 또다시 갈등을 빚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함씨가 월등한 실력과 카리스마로 악단을 통솔하지 못하면서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단원들과 충돌을 빚고 있다는 것. 함씨가 제2 바이올린 단원들을 제1 바이올린 자리에
앉히려 하자, 해당 단원들이 "세컨드만 10여 년 하다 보니 퍼스트 가서 새 테크닉 연습하는
게 싫다"고 거부했다는 얘기도 있다. 통상 제2 바이올린에서 퍼스트로 옮기는 건 일종의 '승진'이다.
◇유명무실한 클래식계의 '오디션'
'공정한 경쟁'인 오디션제가 도입될 때마다 클래식계에선 마찰이 빚어졌다. 서울시향 정명훈
감독 역시 6년 전 오디션제를 도입하려다가 "정리해고에 다름없다"며 반발하는 단원과 충돌했다.
정 감독의 '뚝심'으로 밀어붙이기는 했지만, '실질적 오디션'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게
음악계의 상식이다.
10여 개 국·공립 악단이 '연중 오디션을 통해 포지션을 정한다'고 말은 하고 있지만, 실효를
거두지 못하는 실정. 음악계 인사 A씨는 "음악 하는 사람 중에는 경제적·사회적으로 막강한
인사의 자제들이 많아 포지션 하나 바꾸려고 해도 시장, 청와대로부터 압력이 들어와 정명훈
정도의 카리스마가 아니면 지휘자들이 버텨내질 못한다"고 했다.
- ▲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홀 출연자 대기실에서 KBS 교향악단 단원들이 예정된 리허설을 거부한 채 협상을 기다리고 있다. 이들은 상임지휘자 함신익의 연임 불가 등을 요구하며‘공연 보이콧’직전까지 갔다가 요구를 철회하고 이날 저녁 연주에 참가했다. /이덕훈 기자 leedh@chosun.com
않다. 단원 92명 중 10~20년 근무한 단원이 49명, 20년 이상이 28명이다. 10년 이하 단원
8명 중 7명은 올해 6년 만에 선발된 신입 단원이다. KBS 교향악단의 연간 예산 약 80억원
중 80%인 62억원이 단원 임금. 단원들은 "현재 10년차 단원 연봉이 4700만원, 21년차
6500만원, 34년차 7600만원"이라며 "KBS방송국 직원 평균 연봉의 65~70%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단원들은 일주일에 8시간 미만 외부 강의가 가능하고, 사적인 레슨은
통제받지 않는다.
고참 연주자는 악단의 경쟁력이기도 하지만, "경쟁 없이 한 악단에서 장기 근속할 경우 전체
악단의 연주 질은 저하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의 지적이다. 국내 교향악단에서
20여 년 근무한 연주자 B씨는 "단원들이 한 악단에 오래 같이 있으면 앙상블(화음)은 좋아질지
몰라도 개인 기량은 급감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대안은 '법인화'
음악가 C씨는 "KBS 교향악단이 회생할 길은 '법인화'뿐"이라고 했다. 그는 "법인화를 통해
지휘자에게 무한책임을 지우면, 지휘자는 실력 있는 단원을 가려 뽑게 되고 단원들도 살아남기
위해 죽기 살기로 연습할 것"이라 설명했다. 수신료로 운영되며 국립교향악단의 후신으로
한때 국내 최고로 꼽혔던 KBS 교향악단은 법인으로 운영되는 서울시향에 비해 예산과 관객
동원 숫자가 절반에 불과하고, 연주의 '질' 면에서는 한참 뒤처졌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첫댓글 34년차 7600만원? 이게 많이 받는건가??? 연주자는 하루종일 근무하지 않으면 월급 많이 받는건가?? 그럼.. 니가 해봐!!! 라고 말하고 싶다... 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