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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 14
S#1. 중환자실 (밤)
전기 충격에 의해서 눈뜨는 자영.
의료진들, 화들짝 놀라고 자영모, 예상치 못했던 상황에 놀라 굳어지고.
S#2. 포장마차 (밤)
혼자 앉아서 술마시는 승재, 소주 병채 들어 벌컥벌컥 들이킨다.
가슴의 떨림 때문에 거친 숨 내쉬는 승재, 자기가 저지른 짓에 대한 두려움 없애려 다시 술 마시고.
S#3. 병원 외경 (아침)
S#4. 자영 입원실 앞 (아침)
'절대 안정' 팻말 붙어있다.
S#5. 자영 입원실 (아침)
약간 세워놓은 침상에 몸을 기대고 멍하니 있는 자영. 아직 몽롱한 듯 기운 없이 앉아있다.
자영모와 영철, 자영부, 둘러 서있고.
식구들, 다들 감격에 겨워 어쩔줄 모르는 표정들이다.
자영모 : 자영아... 난 니 이름 다시는 못 불러 보는줄 알았다. 우리가 보이긴 보이냐?
자영 : ... (엷은 미소 띄며 고개 끄덕인다)
자영모 : (자영의 손을 잡으며) 이게 꿈인지 생신지 모르겠다.
자영부 : (눈물 참으며) 우리 딸, 한번만 안아보자. (자영 조심스레 안는다) 고맙다, 자영아...
자영모 : 아유 애 피곤해요, 그만해요. 절대 안정이래잖아요.
자영부 : 그래, 그래... (눈물 훔치며 웃음띤 얼굴로 자영 놓아주고)
영철 : 누울래? 안 힘들어?
자영모 : 지금까지 잔 애한테 뭘 또 자래? 난 겁난다, 한달 넘게 또 못 깨어날까봐.
자영 : ...한...달...?
자영모 : 그래, 너 두달 가까이 자리보존하고 있었어. 그동안 우리 사는게, 사는게 아니었다.
영철 : 힘들게 자꾸 말시키지 마세요.
자영 : (힘든 듯 천천히 말하는) 현우... 씨랑 신희는...
자영모 : 자영아, 그러고 보니까 너 그날 어떻게 된거야? 니가 왜 신희 차를....
자영부 : (자영모 말 막으며) 응, 신희 현우 다 잘있다. 다들 니 걱정만 하고 있어.
자영 : (현우가 궁금한) ...현우씨...
영철 : (둘러대는) 어, 현우? 지금 미국 가 있어.
자영 : ?
영철 : 어제 갑자기 아버지 사업 일 때문에 미국에 한동안 가 있어야 될 일이 생겼다구... 니 걱정 많이 하면서 갔어.
자영 : 응... (서운함 감추고 끄덕이는)
S#6. 현우 병원 중환자실 (아침)
현우, 의식 없이 누워있고 현우부모, 의사 얘기 듣고 있다.
현우모, 밤새 긴장하고 있어서 탈진한 듯 현우부에게 의지해서 서있다.
의사 : 일단 호흡은 정상으로 돌아와서 고비는 넘겼으니까 다시 입원실로 가도 되겠어요.
현우모 : (희망 갖고 싶은) 우리 현우 괜찮아지겠죠? 대여섯달 만에도 깨나는 경우도 있다면서요.
의사 : 큰 기댄 안 하시는게 좋습니다. 간혹 그런 경우가 있긴 하지만 아드님처럼 중증 뇌자상일 경우...
뇌사로 가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현우부 : (덜컥하고) 여태 고비 잘 넘겼잖습니까?
의사 : 글쎄요... 다행히 환자가 무의식 속에서도 삶에 대한 의지가 있는 것 같긴 하지만...
S#7. 승재 사무실 (낮)
책상에 앉아있는 승재, 불안한 표정으로 신문 뒤적이고 있다.
직원 : (다가와서) 부팀장님. 현미음료 판촉 이벤트 기획서 결재 서류 좀...
승재 : 응? 아 참! (서둘러 책상 위에서 서류 찾고)
직원 : (의아한 듯 승재 보고)
승재 : 아, 미안해. 내가 금방 볼 테니까 조금만 기다려요.
직원 : 네.
직원, 가면서 다른 직원과 눈 마주치자 왜 저래? 하는 눈길 교환한다.
승재, 기획서 들여다보지만 집중이 안되는 듯 의자 깊숙이 기대 기획서 읽는다. 역시 눈에 안 들어온다.
승재, 수화기 들었다가 다시 놓는다.
S#8. 분장실
기운 없이 앉아있는 신희.
미자, 빵이며 요플레, 우유 등 줄줄이 꺼내며.
미자 : 자 골라봐. 뭐 먹을래?
신희 : 생각 없댔잖아.
미자 : 야, 너 지금 녹화 들어가면 저녁때까지 아무 것도 못 먹잖아.
신희 : 됐어.
미자 : 아침도 안 먹었다며? 너 정말 요새 왜 그러냐? 그러다 또 쓰러진다?
E : (신희 핸드폰 울린다)
신희 : (받는) 네.
승재(F) : 나야.
신희 : 응... 왜요?
승재(F) : 몸 좀 어떤가 해서... 혹시 무슨 연락받은거 없어?
신희 : 연락이라니, 무슨 연락?
S#9. 명수음료 일각
승재, 오가는 사람 없는 후미진 곳에서 핸드폰으로 통화 중이다.
승재 : 아냐, 그냥... (갸웃하고)
신희(F) : 무슨 일인데요?
승재 : 아냐. 있다 좀 보자. 다시 연락할게.
승재, 끊어진 핸드폰 닫는다. 아직 연락을 못 받았나... 불안하고.
S#10. 자영 병원 복도
검사실 앞에서 안절부절 기다리고 있는 은실.
영철, 자영이 탄 휠체어 밀고 나오자 '자영아!' 하며 달려간다.
자영, 담요를 무릎에 덮고 쇼올을 등에 두르고 있다.
자영 : (반가운) 은실아...
은실 : (눈물 훔쳐내며) 야, 정말 오랜만이다, 자영아.
영철 : (타박하는) 오랜만? 무슨 인사가 그렇게 싱겁냐?
자영 : 너 고생 많았다며.
은실 : 고생은 무슨... 내가 너 꼭 일어날줄 알았어. 몸은 어때, 괜찮아?
영철 : 야, 병실에 가서 얘기해. 자영이 힘들어.
은실 : 그래, 가자. 비켜봐 오빠. 내가 밀게. (영철 밀면)
영철 : (안 비키는) 아 저리가, 내가 할 거야.
은실 : (입 삐죽하며 물러나고)
S#11. 병원 일각
창밖이 환히 보이는 복도.
자영 휠체어 밀고 오는 영철과 따라오는 은실.
자영 : (창 밖으로 시선 가며) 오빠 조금만 있다 가자.
영철 : 안돼. 지금 자칫하면 폐렴에 걸릴수 있대. 얼른 가서 쉬어야지.
자영 : 조금만.
영철 : (할수 없이) 그럼 5분만이다... (휠체어 세우고 자영 숄 다시 여며주고)
자영 : (새삼스런 눈으로 창밖 풍경 본다)
은실 : 세상이 달라 보이니?
자영 : (끄덕이고)
영철 : 나두 그래. 너 누워있을 때하구 지금하구 어떻게 이렇게 세상이 달라보이냐?...
고맙다, 자영아. 살아줘서 아니 깨나줘서 정말 고맙다.
자영 : 오빤?... 내가 미안하지...
영철 : 아냐. 너한테 제대로 오빠 노릇 한번 못해보고 너 그냥 가면 어떡하나...매일 가슴이 조마조마하드라.
자영 : (생각난 듯) 그 사람은... 어때?
영철 : 누구?
자영 : ...신희가... 친 사람...
영철 : (눈이 번쩍) 신희가 친 사람? 너 지금 신희가 친 사람이라 그랬니?
은실 : (역시 깜짝 놀라고)
자영 : (흥분하는 영철 영문몰라 쳐다보고)
S#12. 자영 병실
자영, 얘기 다 들은 듯 충격 받은 얼굴이고 영철과 은실, 앉아서 얘기하고 있다.
영철 : 어쩐지 이상하다 그랬어. 근데 경찰이 찍은 사진에 니가 운전석에 앉아있는걸로 떡하니 찍혀있으니 어쩔 도리가 없드라.
신희도 딱 잡아떼고.
자영 : (이상한 듯) ...현우씨...
영철 : (아차, 하고)
자영 : ...현우씨가 다 알텐데... 왜 그렇게 됐어?
영철 : (난감한 듯 은실 보고)
자영 : (이상한) 오빠...
영철 : ...자영아... 어떡하냐... 사실은...
S#13. 현우 입원실
병실로 옮겨진 현우.
현우모, 현우 손잡고 간절한 눈으로 보고 있다.
S#14. 자영 병실
눈물 뚝뚝 흘리는 자영.
은실, 옆에서 어쩔줄 모르며 자영 달래고 있다.
은실 : 자영아, 너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도 않았는데 이러면 어떡해? 아유 암튼 영철 오빠 주책 알아줘야 돼...
자영 : 은실아, 나 현우씨 병원으로 좀 데려다 줘. 당장 가 봐야겠어...
은실 : 니가 지금 그 몸으로 어딜 간다 그래? 퇴원하구 가, 응?
자영 : (애가 타고) ...현우씨 어떡하니?... 나 이제 어떡하니...
은실 : (한숨만 푹 내쉬고)
S#15. 레스토랑 (밤)
고급 레스토랑.
승재, 술 마시고 있고 신희, 심드렁한 얼굴로 앉아있다.
승재 : (초조함 감춘) 뭐 좀 먹어야 되지 않어?
신희 :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고, 먹으라면 먹어야죠.
승재 : (기분 나쁠 여유가 없다) 혹시 말야... 자영이 소식 알아?
신희 : (예민한) 걔 얘긴 왜 또 꺼내요?
승재 : 어, 아니야...
신희 : 근데 왜 피곤하단 사람 불러놓고 술만 마셔요?
승재 : (무슨 말을 할까 하다가) 아니... 술 생각이 나서... (술잔 훌쩍 들이키고)
신희 : (짜증스럽게 승재 보고)
S#16. 도로 + 신희 차 안 (밤)
신희, 심란한 표정으로 운전하고
승재, 조수석에서 취해서 눈감고 있다.
E : (신희 핸드폰 울린다)
신희 : (핸드프리로 받는) 네.
정희(F) : 언니 난데, 지금 어디야?
신희 : 왜.
정희(F) : 엄마가 늦는다고 걱정해서. 어디서 또 쓰러진거 아니냐구.
신희 : 금방 갈 거야.
신희, 핸드폰 탁 끊고
다시 운전하는데 또 핸드폰 벨 울린다.
신희 : (신경질 적으로 받는) 왜 또!
자영(F) : 신희니?
신희 : (무심히) 누구세요?
자영(F) : 나... 자영이야.
승재 : (눈 번쩍 뜨고)
신희, 기겁해서 급브레이크 밟으며 길 한쪽에 선다.
신희,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건가,
승재 쳐다보면 승재 역시 믿을수 없다는 얼굴이다.
자영(F) : 신희야! 신희야!
신희 : (승재 보며) 너... 자영이 맞어?
S#17. 자영 병실 (밤)
침상에서 수화기 들고 있는 자영.
은실, 옆에서 호기심어린 눈으로 보고 있다.
자영 : 신희야, 왜 내가 운전한 걸로 사진에 찍혀있니?
S#18. 신희 차안 (밤)
신희, 정말 자영이구나, 정신 차리려 애쓰는데 막 떨린다.
자영(F) : (대답 없자 부르는) 신희야!
승재 : (얼른 입 모양으로 작게) 말해.
신희 : (침 꿀꺽 삼키고) 니가 운전했으니까 사진에 찍혔지.
자영(F) : (기막힌) 뭐? 그게 무슨 말이야? 운전 니가 했잖아.
신희 : (빨리 끊고 싶어서 서두르는) 너 아직 정신이 덜 돌아온 모양인데, 운전니가 했어. 중간에 니가 하겠다 그랬잖아.
자영(F) : 말도 안돼. 나 운전 안했어, 신희 너 왜 그러니?
신희 : 그거 경찰 조사에서 다 밝혀진 일이야. 이제와서 나한테 이러지마.
신희, 얼른 전화 끊는다. 다시 핸드폰 전원 끈다.
S#19. 자영 병실 (밤)
은실, 다시 전화기 버튼 누르고 있다.
은실 : (수화기 놓으며) 계속 꺼있다는데?
자영 : (애가 타는) 다시 해봐...
은실 : 해두 소용없어. 신희 얘, 일부러 끈건데 뭘.
자영 : (그제야 신희 짓이란 걸 확인하고 굳어지고)
S#20. 신희집 거실 (밤)
앉아있는 이의원, 신희모, 정희, 모두 무겁고 착잡한 표정.
신희와 승재, 들어온다.
신희모, 승재 보고 인상 팍 찌푸리고 정희, 외면한다. 승재, 기분 상하고.
신희 : 어떻게 된 거래요?... (준엽 방 쪽 쳐다보며) 준엽이 아저씨 있어요?
이의원 : (없다는) 앉거라. 자네도 앉게.
신희 : (신희모 옆에 가 앉는다)
승재 : (앉고)
이의원 : 니 전화 받고 병원에 알아봤더니, 자영이... 정말 깨났더구나.
신희 : 어떻게요? 갑자기 어떻게 깨났대요?
신희모 : 어떻게 된 영문인진 모르겠지만 자영이 산소호흡기가 갑자기 빠지는 바람에 전기 충격으로 치룔하던 중에 깨났대.
승재 : (낭패스럽고)
신희 : 산소호흡기가 왜 빠졌는데?
신희모 : 그걸 우리가 어떻게 알어? 산넘어 산이라고 대체 어쩌다 호스가 빠져서 이런 일이 생겼나 모르겠다.
신희 : 그럼 이제 어떡해요? 자영이 찾아오면 뭐라 그래요?
이의원 : ...신경쓸거 없다. 어차피 기소유예로 다 끝난 사건이라 자영이한테 특별히손해갈 것도 없어.
그러니까 신희 넌 자영이가 다시 연락하면 담담하게대해. 아까 우리한테 전화하듯 횡설수설하지 말고, 알았냐?
신희모 : 그게 말이 쉽죠.
승재 : 제가 잘 다독이겠습니다.
신희모 : 자네가? (고개 돌리며) 고양이 쥐 생각해주는구만...
승재 : (기분 상하고)
이의원 : (얼른) 그래, 자네가 신희한테 신경 좀 쓰게.
정희 : (어렵게) 그래두 되는 거예요? 차라리 자술하는게...
이의원 : (버럭) 쓸데없는 소리!
정희 : (찔끔해서 입 다물고)
이의원 : 신희 알아들었냐?
신희 : 네...
식구들, 무겁게 앉아있다.
승재, 식구들의 싸늘한 냉대 느끼고.
S#21. 자영 병실 (밤)
잠 못들고 뒤척이는 자영. 사고 나던 날 생각한다.
마지막 사고 순간까지 너무나 또렷한 기억...
S#22. 신희방 (밤)
누워서 잠못 들고 생각에 잠긴 신희, 불안한 듯 벌떡 일어나 앉는다.
S#23. 승재 오피스텔 (밤)
실내에 흐르는 음악.
승재, 어쩌다 일이 이렇게 됐지...짜증나고 초조한 표정으로 창밖 내다보고 있는데
용석, 방에서 나와서 조심조심 화장실 쪽으로 간다.
승재 : (돌아보는) 형.
용석 : (깜짝 놀라 돌아본다)
승재 : 형 왜 그래. 왜 도둑고양이처럼 그러고 다녀?
용석 : ...어, 너 방해할까봐.
승재 : (버럭) 형 왜 내 눈치 봐! 내가 언제 형 눈치 줬어?
용석 : 니가 줘서가 아니라 그냥 내가 그래.
승재 : 그러지마, 형이 나한테 어떤 사람인데... 그리구 왜 툭하면 가게에서 자?
용석 : 거기가 편해서 그래.
승재 : (화난) 거기가 뭐가 편해! 바퀴벌레 기어다니는 그 구석방이 뭐가 편해!
용석 : 승재야 나, 내일 아예 가게 방으로 옮길거야.
승재 : 형!
용석 : 난 여기가 안 편해, 승재야. 너하구 난 확실히 다른가봐. (욕실로 가고)
승재 : (이래저래 속상해서 서있고)
S#24. 자영 병원 외경 (아침)
S#25. 정신과 진료실
자영, 의사 앞에 앉아있고 자영부모 함께 있다.
의사 : 보통 이렇게 큰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 사고당시의 기억을 완전히 잃는 경우가 아주 많습니다.
당시 상황을 전혀 기억 못하는 경우도 있고 아니면 자기 나름대로의 확신으로 어떤 상황을 만들어 믿어 버리는 경우도 있구요.
자영모 : 좀 쉽게 말씀을 해주세요. 그래서 어떻다는 겁니까?
의사 : 지금 환자분처럼 사고의 충격과 함께 자기가 절대 운전하지 않았다고 믿어버리는 경우도 있다는거죠.
자영부 : 그런 말씀이 어딨습니까? 사고때 기억이 또렷한 앤데 운전을 안했다면 안한 거지요.
의사 : 사실입니다. 이런 경우가 간혹 있거든요.
자영 : 선생님. 저 정말 그날 운전 안했어요.
의사 : 자꾸 그때 일을 생각하지 마시구요, 좀더 안정을 취하세요.
자영 : (믿을수 없고) ...
S#26. 물리 치료실
다리와 팔을 움직이는 재활치료를 받는 자영. 얼굴에 땀이 맺히고 힘들어 보인다.
자영(E) : 그럴리 없어... 절대 그럴리 없어...
S#27. 자영 병실
자영, 사복으로 갈아입고 있고
은실, 자영 환자복 받아서 침상 위에 놓는다.
영철 : (들어온다) 다 갈아입었어? 자! 집에 가자!
자영 : 오빠 나, 현우씨 좀 보러 가야겠는데...
영철 : 현우?
자영 : 잠깐만 들렀다 가고 싶어. 퇴원하면 보러 가도 된댔잖아.
은실 : 그래, 오빠. 잠깐 들러서 보고 가게 해. 얘가 퇴원때까지 얼마나 맘 졸이고 있었는데.
S#28. 현우 병원 외경
S#29. 현우 병실
자영, 누워있는 현우 옆에 앉아있다. 가슴이 미어지고 눈물이 솟아오른다.
가만히 현우 얼굴 만져보는 자영. 현우, 움직이지 않는다.
<프래쉬 백>
현우와의 첫 만남.
4부 41씬. 패밀리 레스토랑 앞에서 '난 댁이 마음에 안들어요' 하는 자영에게 '난 마음에 든다...'고 얘기하던 현우 모습.
5부 35씬. 자영에게 화내던 현우 모습.
그 외, 같이 유학가고 싶다던 현우.
두 사람의 첫키스, 헤어지자는 자영에게 매달리던 현우.
방파제에서 애절하게 자영을 잡던 현우... 스키장에서의 추억.
현우 손잡는 자영, 눈물 후두둑 떨어진다.
자영 : 현우씨... 나 괜히 깨났다... 현우씨 이러고 있는거 알았으면... 우리 부모님한텐 미안하지만 나두 깨나지 말걸...
현우모, 들어오다가 놀라서 멈칫 선다.
기척 느끼고 돌아보는 자영.
현우모, 자영임을 확인하고 믿을수 없다는 듯 놀라서 쳐다본다.
S#30. 병원 복도
의자에 나란히 앉아있는 자영과 현우모.
현우모 : 어쨌든 부모님이 좋아하시겠네.
자영 : ...네...
현우모 : 근데 난 자영이 보기 반갑지 않아. 그동안 두사람 허락한거 얼마나 후회 했는지 몰라. 끝까지 반대할걸,
그랬으면 현우한테 저런 일도 안 생겼을 텐데...
자영 : (덜컥해서 쳐다보고)
현우모 : 현우 저렇게 누워있는데, 내 자식 저렇게 만든 자영이 깨났다고 축하하고싶은 여유도 없고,
현우한테 오는 것도 싫으니까 다신 오지 말아.
자영 : 어머니 심정 어떨지, 얼마나 힘들고 괴로우실지 알겠습니다... 하지만 저 운전하지 않았어요.
현우모 : (믿지 않는다. 외면한채 가만히 있고)
자영 : 그날 왜 제가 운전석에 앉아있는 사진이 찍혔는지... 어떻게 돼서 그렇게 된건지 모르겠지만
정말 제가 운전한게 아니예요, 어머니.
현우모 : (대꾸 없이 일어서고)
자영 : (따라 일어서는) 현우씬 알아요, 어머니. 현우씨만 일어나면...
현우모 : (맵게) 현우 상태 어떤지 뻔히 알면서 그런 말이 나와?
자영 : 어머니...
현우모 : 너란 아인 정말... (휙 가버리고)
자영 : (안타깝고 속상하고)
S#31. 택시 안
조수석에 앉은 영철.
자영, 뒷좌석에 앉아서 창밖만 보고 있다.
S#32. 자영방
자영, 창가로 들어오는 햇빛을 받으며 자기 물건 담긴 상자 열어본다.
자질구레한 화장품부터 손수건, 머리띠. 수첩도 나온다.
펼쳐보면 현우와 찍은 스티커 사진 나온다.
자영, 눈물이 글썽해지고.
S#33. 자영집 거실
오랜만에 웃음소리 가득한 거실. 식구들, 둘러앉아 과일 먹으며 얘기하고 있다.
자영, 심란함 감추며 애써 미소짓고 있다.
자영부 : 자영이가 오니까 이제 좀 사람사는 집 같다.
자영모 : 그래, 그동안 얼마나 썰렁했는지 아니? 니방이랍시고 짐은 다 들여놨는데 그 앞 지나가다 방문만 봐도 가슴이 턱 막히고..
(또 눈물 나오려하고)
영철 : 에이 엄마. 맨날 자영이 땜에 맘아퍼서 울더니 좋다고 또 울어요?
자영 : 그래, 엄마. 울지 마세요.
자영모 : (끄덕이며) 그래, 오늘까지만 딱 울고 인제 안 울어.
자영부 : 자영이 참, 학굔 어떡할래?
영철 : 내일 당장 오빠랑 등록하러 가자.
자영 : ...저 한학기 쉴래요.
자영부 : 아무래도 학교 다니긴 무리겠냐?
자영 : ...몸 보다두요... 제 사고, 어떻게 된건지 그거부터 알아볼래요.
자영모 : 알아본들 별수 있겠어? 상대가 되야지, 신희네랑.
자영 : ...
S#34. 방송국 스튜디오
'시네마 가이드' 녹화장.
남자 MC와 신희 같이 앉아있다.
미자, 카메라 옆에 서서 구경하고.
남MC : 자, 지난주에 말씀드렸죠? 한동안 출산 휴가를 떠나신 김미라씨 대신 오늘부터 저하고 같이 진행하게 된 이신희씨입니다.
신희 : 안녕하세요, 이신흽니다. 매주 저쪽 자리에서 리포터로 찾아뵙다가 이렇게 가운데로 옮겨 앉으니까 많이 떨리는데요.
남MC : 네, 이신희씨. 추적! 캐릭터로 열심히 뛰시더니 이젠 제 짝꿍이 되셨네요.
신희 : 네, 앞으로 보고 나면 행복해지는 영화, 많이 소개해 드릴꺼구요. 볼때마다 기분 좋아지는 MC가 되겠습니다.
남MC : 자, 그럼 오늘 소개해 주실 영화는 뭐죠?
S#35. 방송국 앞 (저녁)
녹화 끝내고 나오는 신희와 미자.
신희, 침울한 표정.
미자 : 신희 넌, 정말 방송 체질이더라. 어쩜 그렇게 하나도 안 떨고 방실방실 웃으면서 진행을 하냐?
신희 : 그랬니...
미자 : 야, 근데 정말 운 좋았어, 너. 아무리 4,5개월 이라지만 메인MC가 어디야?
신희 : 누가 4,5개월이래?
미자 : 김미라씨 애기 나면 복귀한다매?
신희 : 빈자리 앉았으면 내가 임자지 누가 비켜주니? 두고 봐, 내가 김미라 보다 더 잘할 테니까.
미자 : (입 모양으로 와- 하며 신희 쳐다보고)
신희, 멈칫 선다. 기다리고 서 있는 자영.
S#36. 까페 (저녁)
자영과 신희, 팽팽히 앉아있다.
신희, 마음 준비를 한 듯 냉정하고.
자영 : 그동안 생각 많이 했어. 정말 니 말대로 내가 운전을 한게 아닐까... 생각하고 또 생각해봤어. 근데 역시 아냐.
우리 까페에서 나와서부터 중간에 니가 테입 찾다가 사고날뻔 했고... 그리고 너 지도 찾다가 길 건너던 사람 친거...
너무 분명히 기억나.
신희 : 그거 니가...
자영 : (말 자르는) 더 들어.
신희 : (멈칫)
자영 : 생각해 봤어. 너희 집에서 왜 날 운전자로 몰았을까...
신희 : 너 지금 우리 아빠까지 걸고 넘어지는 거야?
자영 : 운전석에 내가 앉아있는 사진이 찍힌걸 보면 니가 자릴 바꾼거겠지만 기소유예로 금방 처리된 거 보면
너 혼자 한 일은 아닐거야.
신희 : ...
자영 : 시장 선거 앞둔 너희 집에서 왜 그랬는지 이해 못하는 것도 아냐. 내가 원하는 건 신희야, 현우씨를 저렇게 만든 사람이
내가 아니라는걸 밝히는 거야. 그것만 현우씨 부모님한테 말해. 그러면 나두 더 이상 문제삼지 않을께.
신희 : 니네 병원 의사가 너 약간 심각한 상태라고 그랬대더니 너 정말 중증이구나?
자영 : (기막힌) 현우씨하고 나 이렇게 만들어놓고 그 정도도 못하겠다는 거야?
신희 : (애써) 누가 그렇게 만들었다는 거야? (벌떡 일어서며) 나두 너 보면 그 끔찍한 사고 생각 자꾸 나서 괴로우니까
귀찮게 하지 마.
자영 : 현우씨, 니가 사랑했던 사람이야. 그런 사람한테 어떻게, 현우씨 깨나면그땐 뭐라 그럴래?
신희 : (무심코) 그럴 일 없을 거야.
자영 : (같이 일어서며) 그러길 바라겠지. 하지만 현우씨 일어날 거야, 나처럼. 내가 어떻게든 일어나게 할 거야. (가만히 신희 보고)
신희 : (켕겨서 기분 나쁜, 시선 돌리며 나가려는데)
자영 : 니가 정 이렇게 나오면... 나 끝까지 밝힐거야.
신희 : 뭐? (돌아보고)
자영 : 너하구 니 아버지... 나 하나쯤 아무리 뛰어다녀도 소용없게 해놨겠지... 하지만 끝까지 숨길순 없을 거야.
신희 : (움찔하고)
자영 : 나, 죽었다 깨난 사람이야. 현우씨 저러고 있는 동안은 나두 맘 편히 못살아, 그럴 생각도 없어.
그러니까 또 한번 죽을 각오로 밝힐 거야.
자영, 먼저 나간다.
신희, 버티던 얼굴이 순식간에 흐려진다. 이마에 솟는 진땀 닦아내는 신희.
S#37. 명수음료 외경 (밤)
승재(E) : 그래서 뭐라 그랬어?
S#38. 명수음료 주차장 (밤)
승재 차 안에 앉아서 얘기하는 신희와 승재.
신희, 불안함에 차밖 자꾸 살핀다.
신희 : 잡아떼긴 뗐는데... 기집애, 죽다 살아나더니 독기 품고 덤비는게...
승재 : 겁먹지 마.
신희 : 혹시 경찰에서 다시 조사하면 어떡하죠?
승재 : 그럴 일은 절대 없어. 그리고, 다시 한번 말해줄게. 자영이가 찾아낼 증거물도 어디에도 없어.
신희 : 이러다 정말 미치겠어.
승재 : (시동 걸며 냉정한) 솔직히 말해봐. 너 자수할수 있어? 자수하고 싶니?
신희 : (그럴순 없고) ...
승재 : 어차피 니가 바라는건 하나야. 자영이에 이어서 정현우가 깨나던 안 깨나 던, 그런 일은 없겠지만...
넌 지금 니 인생을 포기하고 싶지 않아. 그게 니 마음이야. 나두 지금 내 자릴 잃고 싶지 않아. 그게 우리 마음이야.
신희 : ...
승재 : 지나치게 이러는거 너답지 않으니까 빨리 정신차리란 말야. 자영이 문젠 내가 다 알아서 할 테니까, 알았어?
신희 : ...알았어요.
S#39. 신희집 거실 (밤)
기운없이 들어오는 신희.
신희모, 기다리고 있다가.
신희모 : 너 왜 이렇게 늦게 다녀? 아직 기력도 못 찾은 애가.
신희 : 나 좀 쉴께요.
신희모 : 여태 어딨다 오는 거야?
신희 : 박승재 만났어. (2층으로 가려는데)
신희모 : 뭐? 너 정신이 있어? 그런 놈을 뭐하러 만나고 다녀!
신희 : (귀찮은) 그럴 일이 있었어.
신희모 : 너 앞으로 다신 밖에서 걔 만나지 마.
신희 : (짜증내며 돌아서는) 엄마가 안 만나게 해줘, 그럼.
신희모 : 아니, 얘.
신희 : 나더러 어쩌라구 이래? 어차피 졸업하면 그사람하구 결혼해야 되는거 아냐? 우리 식구 다 살려면 그래야 하잖아!
(2층으로 뛰어 올라가고)
신희모 : 정말 속상해서... (소파에 털썩 앉고)
S#40. 교통사고 현장
사고 현장에 붙어있는 플랫카드.
'목격자를 찾습니다. 1998년 12월 24일 새벽 0시 40분경 흰색 승용차가 행인을 치었던 사고의 목격자를 찾습니다 '
S#41. 병원 진료실
자영과 영철, 의사 앞에 앉아있고
의사, 컴퓨터로 X-RAY사진과 진료기록을 살펴보고 있다.
의사 : 핸들에 받히면서 흉부좌상이 좀 있다고 쓰여있고...
영철 : 무슨 소리예요. 그때 들을땐 그런거 하나도 없었는데. 아니 무슨 운전석에 있었어야 핸들에 받히던지 말던지 하죠.
의사 : 글세 챠트 상엔 그렇게 기록돼 있어요.
영철 : 오른쪽 빗장뼈 부러지고 이런 사진도 있죠?
의사 : 빗장뼈가 나가요? 아닌데...
자영 : (표정 굳어지고)
영철 : 이상하네? 분명히 오른쪽이 나갔다고 들었는데. 그때 나만 들은게 아니라니까요. 그거 혹시 딴 사람꺼 아녜요?
의사 : 그럴리가 있습니까... (보며) 이자영씨 맞아요.
자영 : 그때 저 담당했던 의사선생님 좀 만날 수 없을까요?
의사 : 아, 윤박사님요? 그분 지난 주에 미국 병원으로 옮기셨어요.
영철 : 예?
자영 : (그랬구나, 다 알겠다) 오빠, 그냥 가자.
S#42. 재즈바 앞
가게로 들어가는 자영.
저만치 떨어져서 자영을 따라오던 남자, 핸드폰 건다.
S#43. 승재 사무실 앞 복도
사무실에서 나오며 핸드폰 통화하는 승재, 주위 살핀다.
승재 : (이윽고) 다시 말해봐. 어디? 압구정동 카페? 거길 찾아갔단 말야? (얘가 단단히 달라붙고 있구나) 계속 따라붙어.
어디 가서 무슨 짓을 하는지 누굴 만나는지, 빠짐없이 알려줘. (전화 끊고)
S#44. 재즈바 안
테이블에 마주 앉아있는 자영과 대리운전 기사.
자영 : (환해지는) 그때 대리운전을 하라고 그래던 거... 그것도 기억나세요?
기사 : 그럼요. 그날 그 날씨 예보하시는 분한테 제가 대리운전 해드리겠다고 그랬더니 술 다 깼다고 그러셨잖아요.
자영 : 맞아요. 그 친구가 운전하고 가는거 분명히 보셨죠?
기사 : 그럼요. 제가 눈썰미 하나는 끝내주는데요.
자영 : 그럼요, 제가 내일 다시 올테니까 그때 다시 얘기 좀 해주실래요?
기사 : 근데 왜 그러시는데요?
자영 : 내일 와서 말씀드릴께요.
S#45. 국회 사무실
회의하고 있는 이의원, 문비서, 준엽, 그외 참모진들.
이의원 : 그럼 모든 준비는 끝난건가?
준엽 : 예, 후보등록 하시는 대로 거리 유세에 시작할수 있도록 차량, 장소,인력, 다 대기중입니다.
이의원 : 내일 일정은 어떤가?
문비서 : 오전 9시 유세단 발족식부터 참석하시면 됩니다.
이의원 : 알았네. (끄덕이고 일어서고)
모두 : (따라 일어선다. 이의원에게 인사하고)
준엽 : (테이블에 놓인 서류 챙기는데)
E : (준엽 핸드폰 울린다)
준엽 : (받는) 네, 최준엽입니다... (깜짝 놀라는) 자영아!
이의원 : (나가다가 얼른 돌아본다)
S#46. 까페
준엽, 감격스런 얼굴로 자영 바라보고 있다.
준엽 : 그럼 벌써 퇴원한지 며칠 됐단 말야? 야 임마! 근데 이제야 전활해?
자영 : 죄송해요, 여러 가지로 여유가 없었어요. 아저씨도 바쁘신거 같구.
준엽 : 아무리 바빠도 그렇지... 그래 자세히 좀 얘길해봐. 어떻게 된 거야?
자영 : 저 깨난 얘기는 좀 있다 드리구요... 아저씨.
준엽 : 그래.
자영 : 저 아저씨 도움이 꼭 좀 필요하거든요?
S#47. 재즈바 안 (다음날)
소형 녹음기 들고 매니저 앞에 서있는 준엽과 자영.
자영 : (황당한) 그만 두다뇨?
매니저 : 글세 갑자기 그만 두겠다는 연락만 하고는 안 나오더라구요. 아마 다른가게로 옮겼을 거예요.
자영 : (갸웃하다가) 혹시 누가 찾아오거나 그러진 않았어요?
매니저 : 그러고 보니까 어제 웬 말쑥하게 차린 남자분이 찾아와서 한참 얘기하는걸 보긴 봤는데...
자영 : (또 당했구나, 허탈하고 화도 나고)
S#48. 거리
걷은 자영과 준엽.
준엽 : 너무 실망하지 마. 어차피 신희는 니가 중간부터 운전했다고 그랬으니까 그 친구 말이 결정적인 증언이 되는 것도 아니잖아.
자영 : 우연일까요? 아니면 아저씨도 제가 정말 운전해놓고 기억을 못한다고 생각하세요?
준엽 : 사고 순간까지 다 기억난다며.
자영 : 신희 만났을 때... 너무 당당했어요. 저 같으면 미안하고 겁나고 그랬을 텐데, 조사해 봐라, 나올거 아무 것도 없다 그러더니..
이런거였군요.
준엽 : 의원님이 하신 일이라고 생각하니?
자영 : 병원 기록도 바뀌고, 목격자도 안 나타나고, 증언해줄 사람은 사라지고... 현우씨도 아직 저러구 있는데...
세상에 진실이란게 있긴 있는 걸까요...
준엽 : ...다른 방법이 있나 찾아보자.
S#49. 연립 거실 (다른날)
준엽과 자영, 자영부 앉아있다.
준엽, 자영에게 노트북 사용법을 가르쳐준다.
준엽 : 한글 쓰는건 일반 PC랑 똑같고 통신도 여러개 깔려있으니까 전화선만여기다 연결해서 쓰면 돼.
자영 : 고마워요 아저씨.
자영부 : 이거 자네한테 너무 신셀지네.
준엽 : 아니예요. 외국 가는 후배한테 거의 거저 얻었어요.
자영부 : 그럼 이젠 뭘 어떻게 해야되는 건가?
준엽 : 진정서 내고 기다려 봐야죠.
자영부 : 진정서?
준엽 : 재수사를 요청하는 진정서를 올릴수가 있거든요.
S#50. 자영방
노트북에 앞에 앉아있는 자영, 다부진 표정으로 앉아 자판 두드린다.
모니터에 뜨는 글씨. '진정서... 존경하는 검사님께...'
S#51. 현우 병원 앞
추운 듯 몸 오그리고 서있는 자영.
현우부 차 오고 현우부모 내린다.
두어걸음 다가가 공손히 인사하는 자영.
현우모, 인상 싸늘해지고.
S#52. 병원 휴게실
안 좋은 기색으로 앉아있는 현우모와 현우부.
자영, 그 앞에 앉아서 얘기하고 있다.
자영 : 사건 재수사 요청하는 진정서를 냈습니다.
현우부모 : (뜻밖인 듯 서로 쳐다보고)
자영 : 재수사하면 제가 운전하지 않았단 사실이 밝혀질거라고 생각합니다.
현우부 : (자영말 믿는 눈치)
현우모 : (못 믿고) 그럼 밝혀진 다음에 찾아와. (일어서려는데)
자영 : (다급한) 저 현우씨 자주 찾아오고 싶어요, 어머니.
현우모 : (보고)
자영 : (간절한) 현우씨가 언젠간 일어날 거라고 믿으신다면 제 말 믿어주세요.
제가 운전했다면 저 뻔뻔하게 여기 찾아오지도 못했을 거예요.
현우모 : (정말인가 싶지만) 나, 너 보면 정말 괴로우니까 제발 이러지 마라.
자영 : (안타깝고) ...
S#53. 신희집 서재 (밤)
이의원, 책상에서 연설문 종류 외우는 듯 중얼거리다 서류 보고 있는 준엽 본다.
이의원 : 자네도 요새 통 못 쉬었지. 자네가 옆에 있어서 얼마나 힘이 되는지 모르겠네.
준엽 : 제가 무슨...
이의원 : (의미있는) 요 며칠 자네가 잠깐씩 자릴 비우니까 금세 표가 나더구만.
준엽 : (뜨끔하고) ...
이의원 : 이번 선거 끝날때까지만 고생하게. 난 자네를 비서실장이나 정책보좌관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자네가 곧바로 유학갈 생각이 있으면 어디라도 보내 주겠네. 그리고 돌아오면 교수가 되건, 정부 쪽 일을 하건
공기업에 취직을 하건 내가 끝까지 책임져 줄테니 염려말게.
준엽 : 폐를 끼쳐 드리고 싶진 않습니다.
이의원 : 폐라니 이 사람아. 난 옛날부터 자네를 친동생처럼 생각하고 있었는데 섭섭하네.
준엽 : (지나친 배려가 부담스럽고)
이의원 : 여기저기서 날 잡으려고 혈안돼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딱 자네 같은 사람 한 사람만 더 있으면 좋겠어. (하하 웃고)
준엽 : ...
S#54. 신희집 거실 (다른날, 아침)
차마시는 이의원과 신희모, 정희, 신희.
신희모 : 이렇게 온 식구 둘러앉아 차 마실 날도 오늘이 마지막이네.
정희 : 후보 등록하시면 정신없으시겠어요.
이의원 : 니들도 도와야지.
정희 : 네.
신희 : ...
이의원 : 신희 너두.
신희 : 전...
이의원 : 괜히 자영이 신경 쓰고 자꾸 움추러들 필요 없다. 너 MC 맡고나서 사람들이 니 얼굴 많이 알아본다며?
아버지 유세장 다 따라다녀.
신희 : (싫지만) 네...
E : (전화벨)
신희모 : (받는) 여보세요?... 잠깐만요. (이의원에게) 당신 전화예요.
이의원 : (받는) 네, 전화 바꿨습니다... 아, 장검사... (놀라는) 네?
모두 : (쳐다보고)
이의원 : 이거 성가신 일이 기어이 생겼군요... 허참... 그래요? 그럼요, 장검사 계신데 제가 뭐하러 그런 소소한 일에
걱정을 하겠습니까... 예, 그럼 그렇게 알고 있겠습니다... (끊고)
신희모 : 무슨 일이예요?
이의원 : (골치 아픈 듯) 자영이가 진정서를 냈다는구나. 재수사 해달라고.
신희 : 네?
S#55. 자영네 분식집
자영모, 주방에서 바쁘고 자영, 은실과 마주앉아 종이에 수저 끼우고 있다.
영철, 커다란 밥솥에서 배달 갈 밥그릇에 밥 퍼서 한쪽에 나란히 놓고 있고
은실, 가끔 영철에게 시선이 간다.
자영, 그런 은실을 물끄러미 쳐다본다.
자영모 : (주방에서 나오며) 얘, 니 오빠 말야, 난 얘가 이렇게 머리 잘돌아가는데가 있는줄 몰랐다. 배달도 아예 예약을 받더라?
자영 : 예약?
자영모 : 점심시간 지나고 한가한 시간에 이 근처 한바퀴 도는거야. 내일 특별 메뉴는 황태칼국수 백반인데 미리 예약 받는다구.
그래서 한 스무그릇은 미리 예약 받아온다? 그러니 배달 시간 줄어, 돈 벌어...
자영 : 스무그릇? 대단하네?
은실 : 매일 바뀌는 특별 메뉴는 내 아이디어야.
영철 : 왜 생색 안내나 했다.
자영모 : 그게 왜 생색이야? 은실이 말이 맞구만. 은실이 얘두 장사수완이 보통 아니구 영철이두 진작 빚을 내서래두
이런 가게 하나 내줄걸 싶어.
영철 : 이제 아버지까지 다시 운전일 잡으셨으니까 그러니까 넌 그저 푹 쉬어. 우리가 니 맘고생 많이 시켰잖아.
자영 : 고생은... (시계 보며) 저 현우씨 병원에 좀 가볼께요.
자영모 : 또 가? 현우 어머니가 싫어한다며.
자영 : (서글프게 웃으며) 갔다올께. (나가고)
S#56. 중환자실 앞 복도
이동 침대에 누운 현우 다급하게 밀고 가는 의료진들.
현우부모, 사색이 되서 쫓아가고 현우, 중환자실로 들어간다.
현우부모, 중환자실 앞에서 멈춰서고.
불안한 눈으로 현우부 보는 현우모.
S#57. 중환자실
다시 산소마스크 쓰고 누워있는 현우. 의료진들 모여있고.
S#58. 현우 병실 앞
걸어오던 자영, 활짝 열린 병실 문 보고 이상한 듯 들여다본다.
텅 비어있는 병실.
자영 : (놀라서 돌아서다 지나가는 간호사에게) 저, 여기 환자 어디로 갔어요?
간호사 : 중환자실로 다시 갔어요.
자영 : (놀라는)
S#59. 중환자실 앞
초조하게 앉아있는 현우부모.
자영, 달려오다가 멈칫 선다.
자영 : (정신없다) 어떻게, 현우씨 어떻게 된 거예요?
현우모 : (기막힌) 너 정말...
자영 : (그제야 멈칫하는데)
중환자실에서 의사, 나온다.
현우모 : (얼른 일어나 다가가는) 박사님. 우리 현우 왜 저래요?
의사 : ...급성 폐렴입니다.
현우부 : 폐렴이요?
의사 : 아드님 같은 환자한테 합병증으로 급성 폐렴이 잘 옵니다.
자영 : (말도 못 붙이고 애가 타고)
현우모 : 그럼 어떻게 되는 거예요?
의사 : 글쎄요... 워낙 고열이 나서... 지금 가래 제거하고 항생제 투여하고 있긴한데... 오늘 밤새 경과를 좀 봐야할 거 같습니다.
현우부 : 괜찮겠지요?
의사 : 고열이 계속되면 뇌에 치명적일수도 있으니까... 좀 지켜봅시다. (인사하고 가고)
현우모 : (훅 울음 참다가 자영 본다. 원망스런) 어서 가거라. 지금 현우 하나 지켜보기도 힘드니까 어서 가.
자영 : 어머니 제발 현우씨 옆에 있게 해주세요.
현우모 : 얘가?
현우부 : (사색이 된 자영 안색 본다. 말리는) 여보. (자영에게 그러라고 끄덕이고)
<시간 경과>
현우모, 괴로운 듯 눈감고 있다가 보면
자영, 저만치 떨어져 서서 기도하듯 눈감고 있다.
현우모, 조금 누그러지는 표정.
S#60. 선거관리 위원회 앞
기자, TV카메라 앞에서 리포트하고 있다.
후보자 등록하고 나오는 이의원과 준엽, 그외 참모진들 기자 뒤로 보인다.
기자들, 사진 찍고.
기자 : 드디어 99년 3월 15일 지방선거가 오늘 후보자 등록을 시작으로 16일 간의 공식 선거전에 돌입했습니다.
평화당의 박기현 서울 시장 후보에 이어 지금 개혁민주당의 이택중 후보가 후보 등록을 마치고 나오고 있습니다.
이택중 후보는 IMF 타개를 가장 큰 공약으로 내세우며...
S#61. 선거 사무실 앞
이의원, 준엽, 참모진들과 차에서 내리다가 깜짝 놀란다.
기다리고 있다 인사하는 승재.
이의원 : 자네... 웬일인가?
승재 : 잠깐 좀 뵈러왔습니다.
이의원 : (기다리고 있는 준엽에게) 어, 최보좌관. 먼저 들어 가 있게.
승재 : (준엽에게) 안녕하십니까.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저 박승재라고 합니다. (손 내밀고)
이의원 : (은근히 긴장하고)
준엽 : (얼결에 악수하며) 최준엽입니다. (누구죠? 하는 얼굴로 이의원 보면)
승재 : 저 신희하고 결혼할 사람입니다.
준엽 : (깜짝 놀라고)
S#62. 한식집
이의원, 놀라서 승재 쳐다보고 있다.
이의원 : 약혼?
승재 : 예. 결혼은 신희 졸업 후에 하더라도 약혼은 미리 했으면 합니다.
이의원 : (이 놈이? 쳐다보고)
승재 : 신희, 자영이 때문에 많이 불안해하는데 약혼이래도 해야 옆에서 힘이 더 될 것 같습니다.
저, 아버님이 말씀하신 200% 매출 신장, 신희 졸업때까지 충분히 해낼거라는 거 아시잖습니까.
이의원 : (대응책 찾는) 그야 그렇지만 내가 요새...
승재 : 아버님 바쁘신거 압니다. 간단히 밥 한끼 먹는 자리면 되니까 부담 가지실 필요없습니다.
그리고 한 식구가 되야 저도 아버님 선거 일 돕기가 수월하지 않겠습니까?
이의원 : (잠시 생각하다 흔쾌히) 좋아.
승재 : (뜻밖인 듯 쳐다보고)
이의원 : 어차피 졸업까지 좀 남았으니까 약혼 정돈 해둬야 서로 안정도 되겠지.
승재 : 감사합니다... (너무 쉬운데?)
이의원 : 자네, 혹여라도 내가 자네가 겁나서 약혼시켜 주는걸로 생각은 말게.
승재 : 예?
이의원 : 솔직히 자네하고 신희가 얽힌 인연이 썩 내키는건 아냐. 하지만 자네 능력을 인정하기 때문에 허락하는 거야.
난 사내가 첫 번째로 갖춰야할게 능력이라고 생각하네.
승재 : 예...
이의원 : 그렇다고 우리 신희한테 잘못해도 된단 얘긴 아닐세.
승재 : (진심으로 느낀 듯)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아버님.
이의원 : 근데, 약혼하면 한가족이라 그랬나?
승재 : 예.
이의원 : (비디오 테입 의미하는) 그럼 서로간에 찜찜한 구석은 없어야겠구만.
S#63. 안방 (밤)
신희모, 잔뜩 열받아서 이의원에게 대들고 있다.
신희, 이 악물고 앉아있고
신희모 : 약혼이라뇨? 아니, 누구하고 약혼을 해요?
이의원 : 그렇게 알고 준비해.
신희모 : 당신 정말 제정신이예요? 졸업후에 하자고 간신히 시간을 벌어놨는데, 약혼이면 결혼이나 마찬가지잖아요!
이의원 : (방문 쳐다보며) 최군 들어, 조용해.
신희모 : (목소리 낮추며) 그리고 그 사람이 신희 신랑감으로 당키나 해요? 그 눈을 좀 보세요.
밑바닥에서 독만 품고 살아남은 사람 눈이잖아요. 난 그 눈만 봐도 섬뜩한데 어디 그런 사람한테 신흴 줘요?
이의원 : 아무것도 없으니까 독도 품는거야. 그런 독은 여유가 생기면 없어져.
신희모 : (미치겠다) 신희야, 넌 어때? 뭐라고 말 좀 해봐.
신희 : 약혼... 꼭 해야해요?
이의원 : (무슨 말인가 하려다가) 정 붙이고 살면 다 살게 돼 있다. 그리고 그 녀석, 널 좋아하긴 하잖냐.
신희 : (일어나서 말없이 나간다)
S#64. 신희방 (밤)
신희, 열받은 얼굴로 들어오고
신희모, 급하게 따라 들어온다.
신희모 : 신희야, 이걸 어쩌면 좋니?
신희 : ...
신희모 : 오늘은 하루종일 정신이 하나도 없네. 자영인 진정서 냈단 얘기만으로도 골치가 아픈데... (무심코) 어쩌다 호스가
빠져가지구... (하다가 너무 심한 듯) 아니, 자영인 가만 좀 있어주면 안 되니? 이왕 그렇게 된 일인데...
신희 : (갑자기 뭔가 생각난 듯) 호스...
신희모 : 아버진 당장 이번주로 약혼날 잡으라는데 어떡하니...
신희, 혼자 생각에 빠져든다.
승재(E) : 혹시 말야... 자영이 소식 알아?
신희모 : 얘!
신희 : (설마... 하다가 벌떡 일어선다)
신희모 : (놀라서 쳐다보고)
S#65. 승재 오피스텔 앞 (밤)
급하게 와서 서는 신희 차.
S#66. 승재 오피스텔 (밤)
회사 서류 보던 승재, 현관벨 울리자 나간다.
문 열다 깜짝 놀라는 승재.
신희, 승재 팍 밀치고 들어온다.
승재, 왜 왔는지 안다는 듯.
승재 : 앉아라.
신희 : ...당신이지. 자영이 산소호흡기 빠진거... 당신 짓이야.
승재 : (긍정하는 침묵) ...
신희 : 미쳤어... 당신은 무서운 게 없어? (소리치는) 그게 어떤 짓인지 알아?
승재 : 그 얘기하러 여기까지 온거야? 아닐텐데.
신희 : 살인자... 돈이 그렇게 좋아! 사람 죽일 생각까지 할만큼 돈이 좋니?
승재 :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야! 내가 자영일 죽일려고 했던게 화가 나니? (신희 똑바로 보고) 아니겠지.
신희 : 그래요! 자영이 깨난게 화가 나! 당신이 가만히만 있었으면 자영이 깨나진않았을거 아냐!
현우오빠까지 깨날까봐 더 불안하진 않았을 거 아냐!
승재 : ...그럴줄 알았으면 나두 안했어.
신희 : (화나서 퍼부어 대는) 그랬겠지. 자영이 깨나서 다 들통나면 당신도 끝장인데 당연히 안 했겠지!
승재 : (인상 확 구겨지고)
신희 : 드런 놈... 다신 나나 우리 아빠 협박할 생각 마. 안 그럼 당장 니 짓인거 경찰에 말해버릴 테니까.
승재 : 결국 그거였구나. 죽어도 나같은 놈하군 약혼조차 못 하시겠다?
신희 : 왜 당신까지 내 숨통을 막아! 자영이 때문에 하루하루 불안해 죽겠는데!
승재 : 어차피 졸업하면 할 결혼이야.
신희 : 누가 졸업하면이야? 조건이 있었잖아!
승재 : ...내가 못할거라고 생각했구나.
신희 : (멈칫)
승재 : (굳어지고) 왜 안되는데, 내가 부족해서?
신희 : 나하구 결혼한다고 명수음료가 당신 게 되진 않아.
승재 : (화난) 왜 안되는데! 너 내가 꼭 명수음료 때문에 이러는줄 알아?
신희 : ?
승재 : 나 그동안 널 위해 최선을 다했어. 처음엔 그래, 니가 이택중 딸이어서 솔깃했지만 단지 그것만이었다면
이렇게 미친 듯이 널 돕지 못했어. 너 내가 자영일 왜 안 건드렸는줄 알아? 널 생각했어. 자영일 납치한 걸로도
이미 충분히 비열한 짓이었지만, 그 정도 인간은 아니라는걸 니가 알아야한다고 생각해서 그런거야.
신희 : (혼란스런) 그 말을 나보고 믿으란 말야?
승재 : 자영이? 너 그렇게 불안해하다가 폐인될거 같애서, 자영인 어차피 평생식물인간으로 누워있어야 된다니까!
걔 보단 너 사는게 먼저다 싶어서!...그래서 그랬어. 널 위해서! 알아?
신희 : (부정하고 싶은) 말두 안돼! 거짓말이야!
승재 : 안간힘 쓰는 널 보면 날 보는거 같아서... 니가 불쌍했어.
신희, 승재 쳐다본다. 처참한 자기 상황에 눈물 고인다.
도망치듯 홱 나가려는데 승재, 신희를 잡아 끌어안아 입맞춘다.
신희, 밀어내다가 가만 있는다.
<시간 경과>
승재 침대에 나란히 누워있는 신희와 승재.
승재, 신희의 흐트러진 머리를 간추려준다.
승재 손 탁치며 돌아눕는 신희.
신희 : 이랬다고 내가 당신꺼라곤 생각하지 마.
승재 : (허탈한 웃음 웃는다. 하지만 한편으론 스스로 안심되는 미소) ...
S#67. 중환자실 앞 (밤)
의자에 앉아있는 현우모. 저만치 떨어진 벽에 기대 고개 떨구고 있는 자영 본다.
순간 눈빛에 안쓰러움 담기는 현우모.
현우부, 오다가 자영 본다.
자영, 얼른 고개 숙여 인사하고.
현우모 : 늦으셨네요.
현우부 : 응. 현우는 좀 어때?
현우모 : 아직 잘 모르겠어요. 아침 돼봐야 안대요.
현우부 : 여기 계속 (현우모와 자영 둘 다) 이러고 있었던 거요?
현우모 : 맘이 불안해서요.
현우부 : 저녁은 먹었소? (자영 보고)
현우모 : 생각 없어요.
현우부 : 그럼 현우 병실에라도 가 있습니다. 무슨 일이 있으면 그리로 연락을 할거 아냐. 어서.
현우모 : (힘겹게 일어선다. 자영이 조금 신경 쓰이고)
현우부 : (자영에게) 집에 가야지.
자영 : 예...
현우모, 무슨 말인가 하려다가 현우부와 간다.
혼자 남은 자영... 천천히 의지로 가서 힘없이 앉는다.
<시간 경과>
창으로 새벽빛 들어오는 복도에 혼자 앉아있는 자영, 밤을 새웠다.
저만치 코너 돌아오던 현우모, 밤 지새운 자영 보고 멈칫 선다.
간호사 : (중환자실에서 나와 다가온다) 여태 여기 있었어요?
자영 : (얼른 일어나며) 어때요? 어떻게 됐어요?
간호사 : 다행이예요, 열도 내리고 호흡도 다시 돌아왔어요.
S#68. 중환자실 (새벽)
눈물 어린 눈으로 현우 보고있는 자영.
현우 이마 짚어 보고 안심하는 자영.
자영 : 고마워 현우씨... 잘 버텨줘서 고마워. 나 사실 요즘 화가 많이 났었거든? 현우씨 이러고 있는거... 신희, 신희네...
그리고 사람들... 믿을 사람이 하나도 없는거 같애서... 현우씨 이렇게 누워서라도 살아있는게 고마운것도 모르고...
(하다가 현우에게 푹 엎드리며 간절한) 현우씨, 얼른 일어나... 평생 내 옆에 있어주겠다 그랬잖아. 그러니까 일어나요, 응?
그 순간 약간 움직이는 현우 손가락.
자영, 눈물 훔치느라 보지 못한다.
S#69. 중환자실 앞 (새벽)
지친 듯 걸어나오던 자영, 의자에 앉아있는 현우모 본다.
자영, 고개 숙여 인사하면.
현우모 : (일어선다. 누그러진) 집에 가서 좀 자.
자영 : (놀라) 네?
현우모 : ...아직 몸도 다 회복 안 됐을텐데 그렇게 한데서 밤새우고 괜찮겠어?
자영 : (눈물 나오려는) 괜찮아요.
현우모 : 현우, 이제 또 한고비 넘겼다니까 걱정말고 가.
자영 : (마음이 풀리셨구나) 네.
현우모 : (중환자실 쪽으로 가려는데)
자영 : 저 어머니...
현우모 : (돌아보는)
자영 : 오전에 진정서 때문에 법원에 가거든요.
현우모 : 그래?
자영 : 저... 갔다가 다시 와도 될까요?
현우모 : (안쓰럽다) 그래... 내가 잘못 알고 있었다면 미안하다.
자영 : (그간의 설움에 눈물 툭 떨구고)
현우모 : (와서 자영 다독여준다)
S#70. 승재 오피스텔 (아침)
유리창으로 들어오는 햇빛에 눈뜨는 신희.
낯선 풍경에 잠깐 멈칫했다가 기억나는 듯 힘겹게 몸 일으킨다.
승재 셔츠 입고 있는 신희, 둘러보면 아무도 없다.
신희, 쓸쓸히 일어나서 보면 식탁 위에 밥상 차려져있고 메모 놓여있다.
집어드는 신희.
승재(E) : 속 풀고 나가라.
냄비 열어보면 북어국 끓여져있다.
신희, 기막히고 허탈한 듯 서글픈 미소 짓는다.
S#71. 도로 + 신희 차안 (아침)
초췌한 얼굴로 운전하던 신희. 차창으로 들어오는 환한 아침 햇살에 비친 자기 얼굴 백미러로 본다.
어딘가 낯선 느낌에 이어 서러움 느낀 듯 눈물 글썽이는 신희. 의식 없이 누워있던 현우 모습이 자꾸 떠오른다.
신희, 갑자기 차 돌린다.
S#72. 중환자실 (아침)
면회복 입고 들어오는 신희, 현우에게 간다. 물끄러미 현우 본다. 사랑하는 현우의 얼굴...
신희, 가만히 현우 얼굴 만져본다. 눈물 핑 돈다.
신희 : 오빠... 나 정말 오빠 사랑했어. 결국 이렇게 만들었지만... 정말 사랑했어.
고개 숙이고 눈물 흘리는 신희.
그 순간 움직이는 현우의 손가락, 가늘게 떨린다.
신희, 한동안 고개 떨구고 있다가 울음 꿀꺽 삼키며 고개 든다. 현우 보지 않은채.
신희 : 잘 있어 오빠. 이제 정말 다신 오빠 보러 안올 거야... 그 얘기하러 왔어... (일어서는데)
현우(E) : (어눌한) 신...희...야...
기겁해서 돌아보는 신희.
현우, 가늘게 눈뜨고 신희 보고 있다.
S#73. 도로 + 신희 차 안
강변 도로. 울면서 운전하는 신희, 가속 패달 밟는다. 빠르게 달리는 신희 차.
신희, 갑자기 한쪽으로 차 세우고 내린다.
어쩔줄 모르는 신희, 현우가 살아난 기쁨과 두려움, 회한... 복잡한 감정을 어쩌지 못해 푹 쪼그리고 앉아 울음 터트린다.
S#74. 지방 법원 검사실
검사 앞에 앉아있는 자영.
검사 : 글세, 증인이나 증거자료도 뚜렷이 없고 그저 난 억울하다... 하는 호소문갖고는 사건 재수사를 지시할 수가 없어요.
자영 : 검사님. 뚜렷한 증거가 없으니까 진정서를 올린 겁니다. 다시 조사를 해서 증거를 찾아달라구요.
검사 : (더 들을 필요도 없다는 듯) 다음!
자영 : (또 지는구나, 입술 깨물고)
S#75. 버스 안
버스에 앉아있는 자영. 절망에 빠져 눈물 나오려한다.
S#76. 중환자실
면회복으로 갈아입고 들어오는 자영, 현우 침상쪽 보다가 소스라치게 놀란다.
비어있는 현우 병상.
자영, 허둥대며 간호사에게 달려간다.
자영 : 저기, 정현우씨, 정현우씨 어디 갔어요?
간호사 : 정현우씨요? 입원실로 옮겼어요.
자영 : 네?
간호사 : (웃으며) 의식 찾으셨어요. 축하해요.
S#77. 입원실 복도
설레서 달려가는 자영.
S#78. 현우 입원실
조용히 문 열리고 나타나는 자영의 얼굴.
현우, 침상에 기대앉아 창밖 보고 있다.
햇살에 드러나는 현우의 얼굴.
자영, 설레는 마음으로 들어온다.
자영 : (다가가며) 현우씨.
현우 : (천천히 돌아본다)
자영 : (순식간에 눈물 차오르며 한걸음 가까이 가면서) 현우씨...
현우 : (무심한 눈길로 자영 보며) ...누, 구, 세, 요?
자영 : (깜짝 놀라고)
EN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