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 아름다운 만남
겨울이 쉽게 물러 가지 않을 것임을 알면서도 자꾸 문을 열고 밖을 보게 된다
혹독할 거라 예고 했던 지난 겨울이 유난히 따뜻했기 때문인지 햇빛을 받는 곳에는 벚꽃 봉우리에 붉고 흰빛이 살짝 보인다
이틀이 지난 후에 기차 여행에서 바라보는 벚꽃은 하얀 뭉게 구름 같았다
무슨일이 있어도 오늘은 꼭 와야된다 그렇지 않으면 벚꽃이 다 질거고
지금 아주 환상적이야 하면서 친구한테 꽃의 부름이 시작 됐다는 전화를 했다
기차여행은 충북 옥천에 내가 운영하고 있는 자그마한 카페이고 잠시 쉬어 갈수 있는 쉼터이기도 하다
잠시 커피 한잔을 마시며 벚꽃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건조한 일상에서 지친 내가 퍼뜩 정신이 들면서 내 주위에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들이 있음을 상기한다
카페를 하기전에 어느 봄날 친구들과 사전 계획없는 여행을 떠난 적이 있었다 목적지는
고창으로 정하고 정오쯤 변산 반도에 이르렀다
잔잔한 봄 바다를 끼고 해한 도로를 달리다가 예쁜 카페를 발견하고 들어 가니 커다란 유리창 너머 서해 바다가 은빛으로 반짝 거리고 있다 들뜬 기분에 창밖 풍경을 보면서 친구들과 수다를 떨고 있는데 주인이 이렇게 친구들과 여행 하는 모습이 부럽고 좋아 보인다고 했다
마침 손님이 우리 뿐이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점심때가 훌쩍 지나고 뱃속에서 신호를 보내 왔다
주인은 금방 눈치를 채고 손님도 없고 하니 같이 점심이나 먹자고 제의 했다
덕분에 우리는 현지인이 아니면 찾기 어려운 맛집에서 점심을 잘 대접 받았고 그 인연으로 인해 우리는 친구가 되었다
목적지도 가기전에 우연히 만난 찻집 주인에게 이미 꽃보다 진한 향기를 맡았으니 다음 일정은 덤이였다 채석강의 줄기를 따라 가며 온갖 꽃들을 보았지만 그 여행의 대한 기억은 꽃보다 카페 주인의 인정은 잘 가꾸어진 정원을 구경한 것보다 훨씬더 아름 답고 즐거 웠다
봄날에 길을 나서면 어디 간들 곱고 어여쁜 꽃을 보지 못할까
그러나 고운걸 같이 보고 같이 즐거워 하는 친구와 함께 하는 것이 향기에 취하기 때문이다
올봄에는 내가 카페의 주인이 되어 그 친구를 부르게 되었다 옥천을 대표로 하는 정지용의 향수 시를 들려 주고 옻의 본 고장 특산품을 자랑 삼아 옻순도 맛보이고 싶었다
카페를 운영한지 7개월동안 많은 분들이 다녀 갔다 기차여행에서 처음으로 봄을 맞는 손님들은 대부분 지루한 일상속으로 봄바람처럼 불어올 신선한 변화를 갈망하면서 가볍게 차 한잔을 마시고 가곤 한다
다행이 그 친구도 내 전화를 받고 그 다음날 기차 여행 카페를 찾아 왔다
토종닭에 옻을 넣고 푹 삶은 국물에 옻순을 살짝 데쳐 샤브를 해서 먹고 녹두와 찹살을 물에 불려 옷순을 데쳐 먹은 국물로 죽을 끓여 줬드니 너무 맛있게 먹었다
꽃보다 아름 다운 친구와 같이 점심을 먹고 정지용 생가와 육영수 여사님 생가를 둘러 보고 차를 우려 내니 그 어느해 봄보다 향기로운 봄이었다
아무리 화살처럼 빠른 세월속 짧은 봄날이어도 친구와 함께 했던 옥천 기차여행의 봄은 마냥아쉽지 만은 않았다 너무 행복한 여행을 했다고 내년에 또 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돌아간 친구의 빈자리는 행여 바쁜 일이 있더라도 누가 부르면 부름에 지체 없이 달려 가리라는 뜻이 담겨져 있었다 내년봄에도 친구가 먼저 전화 하기전에 지금쯤 꽃이 피었냐고 내가 먼저 전화를 해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