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2.11 - 서영남
오늘 교회에서는 자선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자선주일이라고 합니다. 자선을 사전에서는 선의를 베품. 특히 불행, 재해 등으로 가난하거나 불행한 처지에 있는 사람을 가엾게 여겨 도와줌을 말합니다.
마태오복음서에서는 “네가 자선을 베풀 때에는, 위선자들이 사람들에게 칭찬을 받으려고 회당과 거리에서 하듯이, 스스로 나팔을 불지 마라.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그들은 자기들이 받을 상을 이미 받았다. 네가 자선을 베풀 때에는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여라. 그렇게 하여 네 자선을 숨겨 두어라.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너에게 갚아 주실 것이다.”(마태 6,2-4).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자선을 하라고 하십니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할 수 있을까 생각합니다. 우리는 모두 하느님의 아들과 딸입니다. 하느님의 자녀입니다. 그리고 우리 이웃은 바로 형제자매입니다. 그래서 세상에는 남이란 없습니다. 서로 가족입니다. 가족을 남이라고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가족이 어렵고 힘들 때 조금 도와주었다고 나팔을 부는 사람은 없습니다. 당연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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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0일(토)에는 눈이 펄펄 내렸습니다. 겨울입니다. 오늘은 민들레 진료소가 있는 날입니다. 이제는 진료를 받기 위해 찾아오시는 손님들 때문에 덩달아 국수집도 번잡하게 되었습니다.
민들레국수집에 귀한 손님들이 왔습니다. 탤런트 김정화 양이 어머니와 오빠와 함께 설거지 봉사를 하러 왔습니다. 민들레국수집이 환해졌습니다. 우리 손님들도 괜히 싱긋 웃습니다.
이제 민들레국수집도 세계화가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미8군 성당에 다니는 아이들이 교리 선생님들과 함께 열여섯 명이나 봉사하러 왔습니다. 이번에 견진성사를 받을 아이들입니다. 콜롬부스 기사단에서 마련해서 보내 준 크리스마스 선물 150 꾸러미도 함께 가져왔습니다. 미국 아이들이 방긋 웃으며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하면서 우리 손님들께 선물 꾸러미를 드리면 우리 손님들도 “댕큐!”라고 하면서 좋아서 어쩔 줄 모릅니다. 아이들이 앉을 자리가 없어서 길에 천막을 치고 겨우 추위를 피했습니다. 아이들이 떡볶이를 먹으면서 매워서 어쩔 줄 모릅니다. 우리 손님들과 같이 접시에 밥을 담아 맛있게 먹습니다. 아이들은 참 예쁩니다.
오 바오로 부부께서 애써 농사지은 쌀을 직접 싣고 오셨습니다. 세월이 참 빠릅니다. 처음 민들레국수집을 시작할 때부터 참 많이 도와주셨습니다. 음성에서 농장을 하실 때에는 우리 손님들 몸보신을 할 수 있도록 사슴이며 온갖 좋은 것을 깨끗하게 손질해서 보내주시곤 했습니다. 근래는 완도 근처의 섬에 들어가서 유기농 쌀농사를 짓고 계신다고 합니다.
12월 11일(일)
오늘은 민들레 치과가 열리는 날입니다. 석원(가명)씨와 선호(가명)씨는 며칠 전부터 들떠있습니다. 오늘 틀이를 하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칫솔질도 아주 정성스럽게 했습니다. 그리고 고마운 분들께 냄새가 나지 않게 하느라고 좋아하던 술도 먹지 않고 오늘을 기다렸습니다.
오늘은 미역국을 끓였습니다. 소고기를 아주 쪼끔 넣었습니다. 배추겉절이. 배추김치, 갓김치, 깍두기. 시금치나물, 무나물, 양파장아찌, 콩자반, 두부부침입니다. 점심 무렵부터는 짜장이 나갈 것입니다. 그리고 곁들어서 달걀 프라이도 낼 것입니다.
주헌 씨가 참으로 오랜만에 나타났습니다. 거의 이십 일 정도 두문불출했습니다. 또 술을 마실 것인지 물어보았습니다. 당연히 앞으로는 결코 마시지 않겠다고 합니다. 그냥 믿어주기로 했습니다.
아침에 국수집으로 오다가 ‘파란’이라는 사람을 길에서 봤습니다. 힘이 하나도 없이 외톨이로 멍하니 서 있습니다. 2003년 민들레국수집을 처음 시작할 때에는 동인천역 근처에서 악명을 떨치고 있었습니다. 여자도 둘이나 거느리고 노숙을 했습니다. 두목 노릇을 했습니다. 인정머리라곤 없었습니다. 그런데 점점 영역이 좁아지기 시작했습니다. 둘이나 거느리던 여자도 힘센 젊은 사람에게 뺏겼습니다. 몇 년 전부터는 혼자서 동인천역 근처에서 지냈습니다. 젊고 힘센 사람이 오면 심부름하면서 술 한 잔 얻어먹곤 하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이제는 내릴 꼬리조차 없는 처량한 신세가 되었습니다. 정글의 법칙입니다. 마음이 씁쓸합니다.
첫댓글 '민들레 국수집'을 생각하자마자 벌써 제 마음이 포근해지기 시작합니다. 더불어 올 일 년, 열두 달, 365일 '민들레 국수집'에 가득 채워질 사랑나눔을 생각하면 더욱...^^
2012년 화이팅!!!!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 속에서 한쪽 한쪽마다 따뜻함으로 꽉 찬 민들레 국수집 일상 모습에 늘 감동하고 세파에 찌든 정신이 정화되는 것을 느낍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