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방가사
#사모곡/조경자
지인의 글을 새로 짓듯이 가사체로 하다.
나쁜 것은 삼키시고 설움으로 나를 길러
눈도 주고 귀도 주고 내 것으로 여겼더니
모진 고생 힘에 부쳐 일찍 떠나 가셨는가
엄마 나이 훌쩍 지나 팔십년을 살고 보니
시집와서 정신 없이 남편 자식 수발하고
돌아보니 자식 되어 아무 것도 한 것 없네
급한 불을 먼저 끄고 나중에 하리라던
그 맹세를 지키려니 부모님은 계시잖네
내리사랑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던가
반중홍시 품어가도 반기실 이 안 계시니
뉘우침은 항상 늦고 마음은 앞서가네
오호라! 풍수지탄 바로 이것 이었구나
경북 영천 화북땅에 이천 서씨 가문에서
무남독녀 생장하사 보통학교 졸업하고
침선방직 가사공부 요조숙녀 군자호구
바깥 혼주 형제 없는 홀홀단신 외로운 몸
스무살의 노처녀로 마땅 혼처 찾았으나
홀어머니 계신 것이 큰 약점이 되던 시절
곡절끝에 청송 안덕 함안 조씨 신랑감과
납채사성 납길납폐 연길친영 갖추어서
친가에서 혼례절차 마친 후에 신행오니
마흔여덟 우리 조모 쉰둥이를 출산하셔
노산임부 새며느리 보기에도 민망하여
서둘러서 친가로 첫 근친을 보내놓고
산후 끝이 좋지않아 시름시름 병이 들어
고모께서 친정 오셔 젖 먹이며 살림할때
근친 중인 새며느리 데려와야 한다하니
사랑어른 하신말씀 모녀간에 외로운 정
어찌 떼고 오라하나 생이별이 왠말인가
시어머니 우환소식 종종 듣고 있었는데
홀어머니 혼자 두고 집 떠나기 어려우나
떠날 채비 하는중에 하인 편에 부음당도
시모상을 치른 후에 집안을 둘러보니
홀시아비 육남매에 그 골몰이 오죽하랴
갓난이는 유모 정해 젖 먹여서 포양하고
바깥 머슴 시아버지 다섯 남매 부양하니
동쪽 하늘 달을 보고 하염없이 눈물지며
나는 언제 삼십 넘어 이 골몰을 면해 볼꼬
두루마리 가사공부 장롱속에 넣어두고
길쌈하고 농사수발 고통 세월 흘러 흘러
내 자식은 밀쳐두고 엄마 없는 시동생을
공부 시킨 보람 있어 경대 사대 졸업하고
삼남일녀 귀하지만 부모 없는 시동생을
자식보다 정성 들여 고이 길러 내었더니
충청도 땅 공주여고 발령받고 결혼하여
행복하게 잘 살면서 내 자식에 도움 주네
진학문제 장래문제 제 갈길을 열어주고
자녀들도 잘 키워서 서울대학 전산과와
경북의대 졸업시킨 장한 부모 표본이라
삼촌의 훈수대로 영남공대 입학하여
자취하던 남동생을 보살피고 졸업해서
결혼하고 손자 보고 살 만 하던 좋은 때에
보험혜택 없던 시절 우리 엄마 병이 깊어
좋은 약도 못 써보고 병원치료 어려워라
육십이세 짧은 인생 그 고생이 한스럽다
여자 몸을 받았으니 남녀 간에 존비경중
요즘같은 개명시대 일호분별 없다하니
구중궁궐 좋은 집에 화초병풍 둘러놓고
비취이불 원앙침에 부귀영화 새겼건만
없는 살림 나무 짜듯 삼대를 공궤하다
이만하면 됐다 하니 북망산이 눈 앞이라
여자삼대 한 평생을 눈물 없이 못쓰겠네
이내 나이 서른여섯 엄마 정을 알듯할 때
나도 콩이 튀는 중에 홀아버지 동생들과
부모에게 배운 교육 거울삼아 살아오니
못다한 정 한이 없고 사모의 정 깊어오네
다행히도 우리 부친 팔십이세 누리시고
동생들은 사업번창 나도 이제 성취한데
박복하고 불쌍하신 엄마생각 새로워라
꿈에라도 보고지고 우리엄마 보고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