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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설립자이자 현재는 미래 이니셔티브 센터장을 맡고 있는 김범수의 별명은 ‘브라이언’이다. 카카오프렌즈의 최고 인기 캐릭터로 그가 모델인 ‘라이언’에서 따온듯 하다. 수염을 짧게 기른 소탈한 인상에 격식에 얽매이지 않고 발상도 자유로운 김범수는 ‘라이언’캐릭터와도 잘 어울린다.
경영인으로서 김범수의 정점은 지난 2021년이 아닐까 한다. 당시 그는 기업공개를 성공적으로 마친 카카오뱅크에 이어 카카오페이도 상장을 앞두고 있어 마치 설화 속 황금방망이를 휘두르는 도깨비처럼 ‘금 나와라 뚝딱, 은 나와라 뚝딱’하며 화수분 같은 재산을 축척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경제전문매체인 미국 블룸버그통신으로 부터 이재용(13조9000억원) 삼성전자 회장을 밀어내고 한국 기업인 중 최고 재산가(15조 4000억원)로 선정되기도 했다. 미디어에선 카카오와 계열사에 대해 장밋빛 전망이 쏟아졌고 주가는 급등했다.
재산이 천문학적으로 쌓이면서 마음이 넉넉해졌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김범수는 그해 카톡 메시지를 통해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 재산의 절반 이상을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어린시절 찢어직 가난했던 김범수의 ‘개룡남의 성공신화’는 언론에 더욱 뜨겁게 주목받았다.
하지만 이후 불과 2년 만에 카카오는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 1일 윤석열 대통령은 “카카오의 택시 횡포는 매우 부도덕하다”며 카카오 모빌리티를 작심 비판한 것은 빙산의 일각이다.
카카오는 이미 전문경영인들의 도덕적 해이에 조직 전체가 비틀거리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 인수 시세조종 혐의’, ‘카카오모빌리티 분식회계 의혹’ ‘카뱅의 대주주 적격성 문제’, ‘포털 다음의 뉴스 알고리즘 정치적 편파 논란’등이 시리즈처럼 불거졌다.
간판 경영인들은 스톡옵션으로 받은 주식으로 수백억원의 차익을 손에 쥐고 ‘먹튀’해 회사 경영에 대한 책임감 보다는 ‘치부’에 연연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카카오 주가가 반 토막 나고 핵심사업의 미래 전망이 불투명해진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라이벌 네이버가 올 3분기 시장 컨센서스를 웃도는 역대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거두며 순항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카카오 사태의 본질은 무엇일까. 언론은 다각적인 분석을 내놓고 있다. 계열사만 140여개에 달하는 문어발식 경영과 이를 통제할 수 있는 관리시스템 부족, 부실한 리스크 관리, 대주주인 김범수의 무관심등을 꼽는다.
적절한 지적이지만 난 ‘경영철학’이 없는 함량 미달의 측근 경영인들에게 회사를 전적으로 맡긴 것이 위기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본다. 젊은 시절 창업 멤버로 함께 회사를 키울 때는 ‘꿈과 비전’을 공유했을 것이다.
하지만 회사가 급성장하는 과정에서 ‘ 정도경영’을 추구하기 보다 오로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확장과 실적에 매달리고 회사의 미래와 발전보다 사익을 추구하다 보니 ‘국민 밉상 기업’으로 전락했다.
이 정도면 오너가 경영전면에 나서 이들 측근경영인들을 제때 문책해야 했는데 팔짱만 끼면서 리스크를 키웠다. 김범수은 전문경영인들을 잘못 쓴 덕분에 ‘법의 칼날’앞에 서고 회사는 사회적 지탄을 받고 있다. 자업자득이다.
삼성그룹 창업자인 이병철 전 회장은 자서전 ‘호암자전’에서 '창업보다는 수성이 훨씬 어렵다'고 했다. 또 수성을 하려면 경영인을 잘 가려서 써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문경영인의 일곱가지 자질로 ‘덕망을 갖춘 훌륭한 인격자’, ‘탁월한 지도력’, ‘신망을 갖춘 인물’, ‘풍부한 창조성’, ‘분명한 판단력’, ‘’추진력’, 그리고 ‘책임질 줄 아는 사람’을 꼽았다.
삼성전자가 초일류기업이 된 것은 오너의 혜안도 있지만 인격과 능력, 리더십을 겸비한 전문경영인이 발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전회장이 가장 잘 쓴 말도 '기업이 사람이다' 였다.
도덕적 해이가 만연하고 무책임한 경영인들을 발탁해 조직을 이 지경으로 만든 김범수 창업자가 반드시 새겨들어야 할 덕목이다. 최근 카카오사태는 기업의 '성장통'으로 볼수 있지만 자칫하면 치명적 상처를 입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출처 / 네이버블로그(박상준 인사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