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즈피드는 어떻게 뉴욕 타임스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가 되었을까?
2014년, 뉴욕 타임스가 내부 보고서를 통해 자신들의 가장 강력한 경쟁 매체로 꼽은 ‘버즈피드’는 2006년에 설립된 뉴스 웹 사이트다. 버즈피드의 강력한 힘은 바로 그들이 편집한 기사에 있다. 이제는 인터넷 뉴스의 트렌드가 되버린 ‘세계에서 가장 예쁜 여인 12명’, ‘미팅에서 유의할 점 10가지’와 같은 쉽고 흥미로운 형태의 콘텐츠가 바로 그것이다. 버즈피드의 기사는 독자들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하지만 이러한 기사는 대부분 스스로 발굴해서 작성한 것이 아니다. 다른 매체의 기존 기사나 온라인상의 정보를 편집해서 쓴 것이다.
사실 상황은 국내도 크게 다르지 않다. ‘네이버 뉴스’를 보자. 이들은 9대 일간지와 3대 공중파, 경제지와 인터넷 신문 등 수많은 언론사에서 쏟아놓는 기사를 편집해서 보여주고 있다. 사람들은 넘실대는 정보의 바다 속에서 헤매는 대신 네이버 뉴스가 보여주는 기사를 클릭해서 본다. 그러니 이제는 조선일보나 KBS가 네이버보다 강력한 언론의 힘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기 어렵게 됐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 서방이 번다는 말이 있듯, 발로 뛴 기자와 언론사들보다 네이버 뉴스가 기사를 통해 더 많은 직간접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스마트한 세상들
IT와 상관없을 것 같은 분야들이 모바일 기술의 발전으로 IT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됐다. 기술이 업종 간의 연결을 만들고, 그 연결이 새로운 가능성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배달 앱 ‘배달의 민족’을 보자. 이들은 배달 음식 시장의 새로운 지배자로 떠올랐지만 정작 이들은 음식을 만들지도, 배달하지도 않는다.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시켜주고 수수료를 받았다. 이제는 수수료라는 수익 모델도 포기한 채 새로운 사업모델을 꿈꾸고 있다. ‘카카오택시’ 역시 택시 한 대, 기사 한 명 고용하지 않고 택시 산업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당신만 몰랐던 스마트한 세상들』은 이러한 변화에 대한 이야기다. 제목 그대로 당신만 몰랐던, 그러나 더 이상은 미룰 수 없는 스마트한 세상에 대한 설명서이자 입문서다. 저자는 앞서 이야기한 변화의 흐름을 크게 네 가지 개념으로 정리하고 있다. 정보를 모으고(플랫폼), 선별하며(큐레이션), 무료로 나누기도 하고(오픈소스), 연결시키기도 한다(O2O). 저자는 이 네 가지의 개념으로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다양한 기업과 사람들을 예로 들어 설명한다. 앞서 간략하게 설명한 버즈피드와 카카오택시, 배달의 민족과 같은 기업들은 우리에게 너무 친숙해진 것들이라 식상하게 보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것은 빙산의 일각이다.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새로운 사업 모델과 기업들이 끝도 없이 등장한다. 이러한 사례들을 읽다보면 불현듯 ‘저 멀리 뒤쳐진’ 나에 대한 두려움이 ‘훅’ 하고 밀려온다.
얼마나 적응하고 계십니까?
우리는 너무나도 편리한 시대에 살고 있다. 손안에 있는 작은 기기 하나로도 많은 것들이 해결되는 시대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직도 소비자로써 주어진 것을 그저 사용하는데 그치고 있다. 오늘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그런 ‘나’와 ‘우리’를 상대로 기회를 포착해 저만치 앞서가고 있다.
시대는 점점 더 빠르게 변화하고, 계속해서 발전하는 기술은 우리를 좀 더 스마트한 세상으로 몰고 갈 것이다. 개인의 영역도, 비즈니스의 영역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이러한 변화에 얼마나 적응하고 있는가? 또 얼마나 준비되어 있는가? 더 늦기 전에 이러한 환경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정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 글을 읽고 조바심이 생긴 이에게 강력하게 일독을 권한다. 당신이 오늘 아침에도 사용했던, 그러나 그것이 기회인지도 몰랐던 그런 스마트한 세상을 다시 새롭게 보게 될 것이다.
책속으로
IT와 상관없을 것 같은 분야들이 모바일 기술의 발전으로 IT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됐다. 대부분의 IT 기업들은 이와 유사한 비즈니스 모델을 앞세워 제2의 구글과 페이스북과 네이버를 꿈꾸고 있고, 우리 일반인들은 이들의 영향권 안에 있다. 동네 중국집도, 빵집도, 복덕방도, 모텔도, 심지어 하루 종일 집안에 틀어박혀 있는 한심한 아들 녀석도 무관하지 않다. 그들과 그들이 짜놓은 그물망에 잘 적응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미래는 크게 차이 날 가능성이 크다. p.12
과거에는 출처가 중요했다. 뉴스는 어느 언론사가 쓴 기사인지가 신뢰도에 중요한 기준이었고, 상품은 어느 제조사인지가 중요했다. 하지만 이제는 언론사와 제조사가 어디인지는 점차 무의미해지고 있다. 아무리 취재를 열심히 해서 충실하게 쓴 기사라도 큐레이션을 만나지 못하면 독자를 만나기 어렵다. 누가 추천했는지, 누가 큐레이션 했는지가 더 중요해졌다. 아침에 네이버 뉴스에서 본 정치기사를 쓴 언론사를 기억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사람들은 서브스크립션 박스에 담긴 화장품이 낯선 회사의 제품이라도 큐레이터를 믿고 바른다. 이는 본질보다는 포장과 유통 방식이 더 중요한 시대로 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p.40
유명한 장난감 블록 회사 레고는 2008년에 ‘쿠소(Cuusoo)’라는 사이트를 개설했다. 이 사이트는 레고 이용자들의 아이디어를 모아 제품에 반영하기 위한 곳이다. 한 이용자가 레고 블록으로 제작한 자신의 작품이나 구상도를 올리면 다른 이용자들이 이에 대해 평가한다. 1만 명 이상으로부터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으면 레고 측은 이 아이디어를 실제 제품으로 만든다. 아이디어 제공자는 판매 수익의 1%를 가져간다. 레고 디자이너는 120명에 불과하지만 이 프로그램 덕분에 레고는 12만 명의 디자이너를 고용하고 있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내고 있다. p.98
플랫폼이 무엇인지 이해하기 가장 쉬운 예로 나이트클럽을 들 수 있다. 나이트클럽은 무대와 조명, 음악으로 분위기를 만들어놓고 술을 팔아 매출을 올린다. 하지만 조금 깊숙이 들여다보면 나이트클럽 비즈니스의 본질은 음악이나 술이 아니다. 바로 만남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멋진 이성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나이트클럽을 찾는다. 잘생기고 예쁜 남녀가 많을수록 그 나이트클럽은 문전성시를 이룬다. 하지만 나이트클럽은 호스트바나 룸살롱처럼 잘생기고 예쁜 남녀를 직접 공급하지 않는다. 나이트클럽은 장(플랫폼)을 제공할 뿐이고, 어떤 사람들이 찾아오느냐에 따라 나이트클럽의 인기가 결정된다. 나이트클럽의 성패가 소위 말하는 수질관리(?)에 달려있는 이유다. p.142
기술의 발전은 이중적이다. 기술의 발전은 많은 사람들의 생활을 편리하게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생존의 위협이 되기도 한다. 인터넷 과 모바일도 마찬가지다. 특히 인터넷과 모바일은 시간과 공간의 제 약을 없애는 특징이 있다. 예를 들어 과거 꽃 배달이라는 비즈니스는 골목상권 비즈니스였다. 동네에 있는 꽃집끼리만 경쟁하면 됐다. 옛날에는 강남에 사는 사람이 굳이 일산에 가서 꽃을 배달시킬 이유 가 없었다. 그러나 꽃 배달이라는 비즈니스가 인터넷과 맞물리면서 꽃 배달 비즈니스는 더 이상 동네 꽃집끼리의 경쟁이 아니게 됐다. 강남에 사는 사람도, 일산에 사는 사람도, 분당에 사는 사람도 책상 앞에 앉아 포털 사이트로 검색해서 꽃 배달을 시킨다. 이 때문에 일산 꽃집과 강남 꽃집, 분당 꽃집이 경쟁 관계에 들어서게 됐다. 인터넷으로 인해 꽃 배달 비즈니스에서 지역이라는 장벽이 없어진 것이다. p.169
이들의 지속적인 독점을 막을 수 있는 것은 혁신적인 새로운 기업의 등장뿐이다. IT 세상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의 독점을 끝낸 것은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앞세운 애플의 혁신이었다. 애플이 독점을 하지 못하게 된 것은 구글의 개방형 혁신 때문이었다. 국내에서도 네이버가 인터넷을 독점하고 있었지만, 카카오가 등장한 이후 네이버의 독점력은 약해졌다. 이들의 지속적인 독점을 막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혁신이 거듭될 수 있는 환경이다. p.2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