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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스크랩 K2익스트림팀 스팬틱 원정대
민준영 추천 0 조회 79 09.04.13 22:54 댓글 1
게시글 본문내용

Focus_K2익스트림팀 스팬틱 원정대

훈련 등반

빛나는 벽에 알파인스타일로 신루트 뚫는다

북서필라 왼쪽 스퍼를 통한 신루트 개척 노려


글임성묵 기자 사진김종곤 K2익스트림팀 팀장


“능선을 버리고 벽으로 가자.” “고도가 아니라 태도다.” 19세기말 세계산악계를 뒤흔든 머메리의 주장 등로주의. 대담하고, 전위적이며, 매혹적인 이 주장은 알피니즘이 태동한 알프스에서 시작, 히말라야로 전파되었다. 우리나라도 2000년대 초부터 신루트 개척, 대암벽 등반, 알파인스타일 등반 등 이런 사조에 대한 공감대가 조금씩 넓어지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K2익스트림팀이 오는 6월 초 파키스탄 바투라 무즈타그에 있는 험봉에 도전장을 냈다.

이들이 오를 산은 훈자, 나가르 지역의 부르샤스키어로 ‘빛나는 봉우리’라는 뜻의  게니시츠히시(Ghenish Chhish) 영어로는 스팬틱(7027m)이다. 노을이 지면 황금빛으로 빛나는 이 벽은 1987년 영국의 믹 파울러와 빅토르 사운더가 초등 했다. 이들은 누구도 도전하지 않았던 2000미터 수직벽 중앙을 관통하는 40피치의 신루트를 개척, 8월 11일 정상에 섰다.

이 등반 13년 후인 2000년, 5개국 7명의 등반가들로 구성된 국제대가 수자바사(Suja Bassa)로 불리는 곳에 베이스캠프를 설치, 새로운 루트 개척에 나섰다. 이들은 팀을 둘로 나누어 등반에 나섰는데 러시아의 알렉산더 크레노프와 미하일 대비는 초등루트 왼편 수직 벽에 볼트를 사용하지 않고 신루트를 개척, 등정에 성공했다. 마르코 프레제리와 두 명의 등반가로 구성된 팀은 초등루트를 알파인스타일로 재등했다.

이 등반 후 지금까지 이 벽을 오른 등반가는 없다. 벽 길이가 2000미터가 넘고 폭이 좁은 기둥바위기 때문에 새로운 루트가 열릴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불가능 속에서 가능성을 찾는 것이 K2익스트림팀. 이 벽에 대한 자료를 면밀히 검토한 이들은 필라 우측 스퍼에서 새로운 루트 가능성을 보았고 그래 이 산에 도전장을 냈다.

원정대는 거벽등반가 김형일 대장을 필두로 파키스탄 직지봉을 등반한 민준영 대원, 트랑고 타워에 신루트를 개척한 김팔봉 대원, 아콩카구아를 등반한 서정환 대원으로 구성되었다. 한마디로 관록과 패기가 조화된 팀이다.

익스트림팀 창단 후 첫 원정에서 이런 난벽을 대상지로 선택한 이유는, 쉬운 루트로 올라 등반의 성과를 포장하기보다는 실패하더라고 높은 가치의 등반을 추구하겠다는 도전정신 때문이다. 극한의 벽을 헤쳐나갈 이들의 인수봉 훈련 등반에 동행했다.


3월 17일 도선사를 출발한 원정대원들은 평일이라 썰렁한 야영장을 지나 인수봉으로 향했다. 투박한 이중화를 신고 대슬랩에 도착한 대원들은 쉴 틈도 없이 빠르게 장비를 찼다. 오늘 훈련은 완경사 주마링과 크랙 등반, 선택한 코스는 인수A였다.

“형! 장비 주세요. 제가 갈게요.”

막내인 서정환 대원이 리지화로 갈아신고 대슬랩 등반에 나섰다. 겨울 동안 등반가의 손길을 타지 않아 마찰력이 살아난 바위를 성큼성큼 오르자 어느덧 오아시스다.

서 대원이 등반을 마치고 로프를 고정하자 아래에 있던 대원들은 기다렸다는 듯 주마링을 시작한다. 북서필라의 벽등반 시작점까지 가기 위해 지나야하는 완경사 설벽 대비 훈련이었다. 이걸 알기에 대원들은 모두 무거운 배낭을 지고 실전처럼 주마링을 해 오아시스에 도착한다.

“예상 등반선이 길고 가파르기도 하지만 상단부 세락 붕괴 위험이 있어 속도등반만이 안전과 성공을 담보할 수 있습니다.”

김형일 대장의 말에 모두 동의하는 듯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다.

잠시 동안의 휴식이 끝나자 대원들은 일사불란하게 로프와 등반장비를 정리, 오아시스 위쪽에 있는 인수A 출발점으로 향한다.

이들은 이동 중에도 줄 처리와 장비정리에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이런 사소한 일들을 신경쓰지 않으면 실제 등반에서 금쪽 같은 시간을 허비, 위험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형! 궁형길쪽으로 변형해서 가도 되죠?” “그래, 그쪽으로 돌아가자.”

서정환 대원이 다시 등반을 시작한다. 레이백 동작과 스테밍 동작을 섞어가며 등반하던 그는 넓은 크랙 안에 있는 틈새에 캠을 설치하며 첫피치를 마무리한 후, 캠 장비로 확보지점을 보강한다. 신루트 개척에서 확보지점은 100퍼센트 안전해야 한다는 원칙 때문이었다.

이를 위해 원정대원들은 장비 선택에도 많은 고민을 했다고 한다. 설치 시간이 오래 걸리는 볼트 사용은 자제하고 캠 장비와 피톤으로 빠르게 확보지점을 만드는 것이 원칙이고, 부득이하게 볼트를 사용하게 된다면 설치가 빠른 수축볼트를 사용한다는 복안이다.

제2피치도 서대원이 선등에 나선다. 이 피치는 5.8급에 지나지 않지만 크랙이 넓어 몸을 비비면서 올라야 한다. 속칭 노가다길이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거친 호흡소리가 가끔 터져 나온다.

무거운 배낭을 메고 자세 안 나오는 크랙을 오르자면 짜증이 날 만도 하지만 이들은 오늘 흘린 땀이 북서필라 신루트 개척의 밑걸음이 될 것을 알기에 모두들 즐거운 표정이다.

서정환 대원이 등반을 종료하자 테라스 아래로 봄이 오고있는 시가지 풍경이 펼쳐진다. 로프를 고정하자 대원들이 테라스에 속속 도착한다.

위로는 완경사 슬랩과 영자크랙이 남아 있었지만 이곳에서 훈련을 마치기로 했다.

“등반도 중요하지만 안전하고 빠르게 오르는 시스템을 좀 더 익힐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돌발변수가 발생할 경우 대안을 항상 생각하고 있어야 합니다.”

김형일 대장과 대원들은 연등으로 등반할 경우 등반시스템과 이와 관련된 로프 다루는 기술에 관해 즉석 산상 토의를 한다.


원정대는 두 달 후면 거친 암탑과 가파른 설벽이 기다리는 카라코람산맥의 거대한 벽으로 떠난다. “알피니즘은 고도가 아니라 태도”라는 믿음을 실천할 이들. 어렵거나 새로울 것도 없는 등정이 주목받는 이때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을 선택한 것이다.

그리고 이들은 오를 것이다. 그냥 오르는 것이 아니라 고정로프 없이, 전진캠프 없이, 현지인의 도움 없이, 6명 이하의 대원으로 오를 것이다. 국제산악연맹에서 정의한 순수 알파인스타일로 깎아지fms 거벽에 신루트를 개척하며 오를 것이다.


(박스)

2008 K2익스트림팀 스팬틱 원정대

대상지: 그레이트 카라코람 히스파르 무즈타그 바르푸빙하

대상산: 스팬틱(7027m)

등반루트: 북서 필라 신루트

벽길이: 2100미터

등반방식: 알파인스타일

등반기간: 20089년 6월 3일 ~ 8월 15일

대원: 김형일 대장, 민준영, 김팔봉, 서정환 대원

스팬틱 등반사: 1955년 7월 5일 독일의 칼 크라머와 그의 동료가 남동릉 초등

               1987년 8월 5~11일 믹 파울러와 빅토르 사운더가 북서 필라 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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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09.04.14 08:48

    첫댓글 으흠... 파마머리가 안나와서 좀 아쉽군~ㅎㅎ 얼마 안남았네~ 준비 잘해서 잘 댕겨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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