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만나고 책으로 배우는 앎(知), 지혜(智), 깨달음(悟)의 공간’- <G&GO말글터>서점
‘책’은 단순한 종이와 글자가 아닌, 사람들의 이야기와 지혜를 담고 있는 매개체다.
‘서점’은 책을 통해 사람들을 잇고 지식을 전달하고 문학적 감성을 지원하는 공간이다.
2000년대 들어와 인터넷서점이 활성화되고 대형서점이 복합문화공간으로 변신하는 사이 지역의 동네 서점들이
문을 닫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35년간 꿋꿋하게 서점을 지켜온 강릉G&GO말글터서점이 지난 해 10월31일 제19회 ‘2024년 대한민국 소상공인대회’에서 모범소상공인 상을 받았다.
강원도 최대 규모의 서점이자 강릉을 대표하는 서점 <G&GO말글터>의 창립자인 김도언(60)대표와
배우자인 박정언(54)이사를 만나 그동안의 이야기를 들었다.
Q1. <G&GO말글터>서점은 1989년, 26살 청년 김도언 대표에 의해 시작되어 35년이 지난 지금까지 지역 주민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2021년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백년가게’로 선정된 후 2024년에는 모범소상공인상을 받게 된 것을 축하합니다.
어떤 점을 가장 높게 평가 받으셨나요? 지역에서 서점을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고객 중심의 경영이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창업 초창기부터 단 한권의 책이라도 배달해 드렸던 서비스 정신, 의자를 배치해 고객들이 편안하게 앉아서 독서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한 점, 쿠폰 지급과 마일리지 포인트적립으로 서점의 이익을 독자들과 나눈 것, 코로나 상황에도 새롭게 매장을 꾸며 더 쾌적하고 정돈된 공간으로 거듭나게 한 점입니다.
지역에서 서점을 운영하는 것은 가치있는 문화활동이라 생각합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할까? 고민하는 과정에서 고향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으로 서점을 선택했습니다.
책은 수많은 사람들의 경험과 사상이 모여 있기에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할지 길을 만들어주는 도구라고 생각했습니다.
Q2. 독자들은 서점이 다루는 책의 종류와 배열, 책을 고르고 추천하는 방식, 책장과 테이블의 배치 등 서점의 공간 구석구석에서 서점의 철학과 취향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제한된 공간에서 책을 진열할 때 고려하는 기준은 무엇입니까?
-고객들이 원하는 책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고객의 동선을 고려하는 겁니다.
서점이 추구해야할 본연의 의무에 충실하기 위해 인문·사회·과학 분야의 책을 앞으로 배치하고, 목적을 가지고 구매하는 참고서나 수험서, 자격증 관련 책은 뒤에 두었습니다.
또한 ( ? )책은 표지 전면이 보이는 곳에 배치해 두고, 어린이를 위해서는 ( )했습니다.
Q3.<G&GO말글터>서점은 지역인에게 지적 영감과 추억을 만들어 준 곳이었습니다.
그동안 여러차례 매장을 옮기고 확장해 가면서 늘 새로운 시도를 해 왔습니다.
현재 북웨이브라운지는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 공간인지 설명해 주시기 바랍니다.
-2023년 북큐레이션 공모사업에 선정되어 받은 예산으로 마련한 공간입니다.‘북큐레이션’이란 북(BOOK)과 큐레이션(Curation)의 합성어로, 특정한 주제에 맞는 여러 책을 선별해 독자에게 영감을 주고 삶의 방식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곳이죠.
그동안 저자와 독자가 만나는 북토크를 20회 이상 진행 큰 호응을 받았어요.
그중 강릉작가들이 강릉을 주제로 출간한 책에 대한 북토크도 지역민과 함께해 의미가 컸어요.
북토크는 책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책을 통해 교유하고 연결하는 힘이 있지요.
한 번 참석한 분들이 계속 신청해 찾아오고 계십니다.
Q4.그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서점을 이용하며 지식과 정보를 얻고, 누군가는 자신의 인생을 바꾼 책을 만나기도
했을 겁니다.
서점을 찾은 고객들 중 기억에 남는 사람은?
-오래 전 고3인데도 야간 자율학습도 안하고 저희 서점에 매일 와서 책을 읽는 여고생이 있었어요.
입시 공부를 해야 하는 학생이니 걱정이 되어 괜찮냐고 물어봤더니 허락을 받고 왔다더군요.
후에 그 친구가 미술관 큐레이터가 되어 『 내 사랑 미술관』이라는 책을 출간해 저희 서점에서 출판기념회를 하게
된 겁니다.
그동안 저희 서점에서 읽었던 수많은 책들이 자양분이 되어 지금이 자신이 될 수 있었기에 꼭 ‘말글처서점’에서
출판기념회를 열고 싶었답니다.
Q5.서점을 운영하며 많은 일들이 있었을 텐데 그 중 가장 혹독했던 때는 언제였고, 어떻게 문제를 해결했나요?
-지역 문화 운동 차원에서 시작한 서점은 늘 적자였죠.
초기에 부실 재고를 떠안고 시작한 것도 문제였고, 수익이 나지 않은데다 외상으로 판매한 책값은 회수 되지 않고, 운영비 마련을 위해 어음을 끊고 돈을 사방에서 빌려 돌려 막기를 하면서 버티다 보니 압박감이 심했습니다.
현재 위치로 옮겨오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어요.
그때 마다 문제를 회피하지 않고 직면해서 해결책을 찾았고, 다양한 책 관련문화행사를 기획해 서점에 대한
이미지도 높였습니다.
Q6.오랜 시간 서점을 운영하며 느꼈던 보람과 에피소드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서점이 책과 문화의 가치를 전파하고, 자주 방문해 머물고 싶은 공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운영했습니다.
꼬맹이 때부터 성인이 되어서도 꾸준히 이용해 주시는 독자가 있고, 외지에 나갔다가 다시 돌아온 분들이 아직도
서점이 있어서 좋다하고, 아이들을 서점에 맡겨 놓고 시장에 장을 보러 다녔던 분들의 자녀들도 책 덕분에 잘 성장했다며 전화 주실 때, 문학 계간지를 열심히 사 가던 학생이 대학 교수가 되어 찾아오고, 저희 서점 1호 직원이었던 이정임 작가가 출간한 『내가 좋아하는 것들, 강릉』을 들고 북콘서트를 했던 일, 서점에서 강릉mbc와 함께 책 찾기 대회를 하며 책으로 놀이를 했던 시간 모두 이제는 추억이자 보람입니다.
Q7. 못 다한 이야기나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도 들려주시기 바랍니다.
-‘독서는 앉아서 하는 여행이고, 여행은 두 발로 하는 독서’라는 말처럼 책은 세상을 만나는 공간입니다.
서점에 오시면 꼭 책을 사지 않더라도 우연한 마주침이 있을 겁니다.
많은 책 가운데 나와 인연이 되는 책을 만나 영감을 얻고, 고민을 해결하고, 자신을 고양시킬 수 있습니다.
앞으로 서점에 도서위치정보시스탬을 도입하고, 직원들의 제안인 산불로 헐벗은 산에 나무를 심는 ‘나무 심는 책방’ 프로젝트를 시작해야 겠다는 씨앗을 품고 있습니다.
그동안 저희 <G&GO말글터>서점을 이용해 주신 강릉 시민 여러분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