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환경이다-59] 한반도의 기후변화 취약성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북한도 예외는 아닙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한반도의 기후변화 취약성을 살펴봅니다. (YTN 보도) 가을의 문턱이지만,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밤사이 남해안 일대에는 열대야가 나타났습니다. 9호 태풍 '말로'의 간접적인 영향권에 들지만, 전국적으로 더위의 기세는 여전하겠습니다...한국의 뉴스전문 방송인 YTN이 지난해 9월 초에 전한 날씨와 관련한 보도입니다. 지난해에는 폭염과 열대야가 어느 해보다 심했는데요, 방금 들으신 것처럼 야간 최저기온이 25도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 열대야가 특히 기승을 부렸습니다. 지난해 열대야 일수는 이전 10년 동안의 평균 열대야 일수보다 월등히 많았습니다. 8월은 9.2일로 3배나 많았고, 9월에도 열대야가 자주 나타났습니다. 폭염도 6월 3일부터 9월 21일까지 지속됐습니다. ‘폭염주의보’는 낮 최고기온이 32~33도 이상인 경우가 2일 정도 지속될 때 내려지고, ‘폭염경보’는 낮 최고기온이 35도 이상인 경우가 2일 이상 지속할 때 내려지는 특보인데요. 폭염으로 지난해 북한말로 '자동랭풍장치'라고 하는 에어컨과 선풍기의 매출이 각각 120%, 75%가 증가했고, 전력 사용량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이런 열대야와 폭염을 포함해 지난해 한반도에는 갖가지 이상기후가 나타났습니다. 새해 벽두부터 기상이변을 예고하듯 폭설이 내렸고, 봄철에는 이상저온이 한 달 넘게 지속되면서 농작물에 큰 피해를 줬습니다. 가을에는 태풍이 휘몰아치고, 전례 없던 가을 황사까지 발생했습니다. 겨울에는 한파와 폭설로 곤욕을 치렀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이상기후가 나타나고 있지만 한반도에 유독 여러 유형의 이상기후가 현실화되면서 한반도가 ‘이상기후 백화점’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적지 않습니다. 김광렬 서울대학교 대기학과 교수의 말입니다.김광렬: 한국 기후계를 보면 변화에 굉장히 sensitive한 지역이 있습니다. 한반도의 경우, 위도상으로 북쪽 기단의 영향도 받고, 남쪽 지역의 영향도 받는 지역입니다. 큰 아시아 대륙과 오른편에 큰 해양을 끼고, 비열의 차이로 인해서 모이스춰의 수송량이 상당히 많은 지역이에요. 그러니까 한국이 모이스춰의 이동 경로상에 있는 지역입니다. 또 겨울, 겨울 몬순 때는 대륙의 찬 공기가 내려올 수 있는 그런 경로상에 있는 지역입니다. 그래서 한국이 특별히 다른 지역보다 훨씬 기후변화에 취약합니다. 여기서 'sensitive'하다는 말은 '민감하다'는 뜻이고, '모이스춰'란 '수증기, 습기'를 말합니다. '몬순'이란 '계절풍'을 뜻합니다. 김광렬 교수처럼 한반도가 기후가 취약하거나 민감한 이유가 전 지구적 기후와 더불어 4계절이 뚜렷한 한반도의 지리적 특성이라는 전문가들도 있지만, 산업화라는 지리적 측면을 고려해 진단하는 전문가들도 많습니다. 예컨대, 한국 기상청의 정해순 기후변화감시센터장은 "기온 상승이 전 세계 평균보다 높게 나타나는 등 한반도의 기후변화가 현저하다"며 "활발한 산업 활동을 하고 인구밀도도 높은 한국이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과 인접해 있는 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합니다.기온 변화와 대기 흐름, 산업화로 인한 이 같은 이상기상 외에 최근 발생한 일본 대지진은 한반도가 지진과 지진해일로부터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점도 일깨우고 있습니다. 게다가 백두산 화산은 폭발 가능성을 안고 있고 일본 서해안에서 큰 지진이 발생했을 때 2~3시간 만에 한반도 동해안에 지진해일이 몰려올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기상이변으로 인해 인명과 재산에 피해를 줄 수 있는 각종 재해의 가능성이 거의 열려 있는 셈입니다.따라서 기후 변화 대책을 세워야 하지만, 한국은 특히 '남들이 하는 수준'에 그쳐서는 곤란하다는 지적입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의 환경부는 변동성을 중장기적으로 관찰하고, 가상 각본을 연구해 선제대응과 적응계획을 세워나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병국 국가기후변화적응센터장은 "기후변화에는 완화정책과 적응정책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면서 "세계적으로 탄소배출억제 등 완화정책이 한계를 보이고 있는 현실 속에서 기후변화 적응력을 키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이에 관한 김 교수의 말, 들어보시죠. 김광렬: 기후변화를 어쩔 수는 없죠. 장기적 측면에서 이산화탄소의 배출을 줄이고 환경을 깨끗하게 하려는 노력은 필요하지만, 지금 당장 태풍이 오는 경로를 바꿀 수는 없잖습니까? 대신 기후변화가 어떤 역학적 체계를 갖고 있느냐, 어떤 식으로 변화하고 있느냐를 정확하게 과학적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급한 기후변화라든지, 올 확률이 얼마나 되는지 정확한 예보를 해야죠. 정확한 예보로 최대한 피해를 줄이도록 하는 게 중요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변화에 수동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얼마나 금년에는 태풍이 얼마나 올 것이냐, 금년에는 얼마나 비가 내릴 것이냐 등 예측을 정확히 해서, 태풍이 많이 오는 해 같으면 준비를 해야 되겠죠.한 주간 들어온 환경소식입니다. -- 한국환경공단은 한국 내 기업이 중국에 투자한 카본블랙 폐가스 발전 청정개발체제(CDM) 사업을 유엔에 등록했다고 밝혔습니다. 카본 블랙이란 그을음에 해당하는 것으로, 탄소계 화합물의 불완전 연소로 생성되는데요, 타이어 산업에 아주 중요한 재료입니다. 등록된 청정개발체제 사업은 카본블랙 생산 공정에서 발생하는 가연성 폐가스를 보일러에서 연소시켜 시간당 6MW 발전용량을 가진 증기터빈 발전기를 통해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으로 연간 발전량은 약 4만3천Mwh에 달합니다. 중국 카본블랙 제조 산업 분야의 청정개발체제가 유엔에 등록되기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 한국의 국립산림과학원이 북한 풍산지방에만 자생하는 '풍산가문비' 나무를 복원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번에 복원된 풍산가문비는 지난 1923년 함경남도 풍산군 후치령에서 수집해 산림과학원의 전신인 임업시험장으로 옮겨진 부모목에서 증식해, 보전한 것입니다. 산림과학원은 그동안 풍산가문비 나무에서 종자를 채취하기 위해 노력해왔으나 노령화 등으로 채취가 어려워지면서 2002년 접목 형태로 차세대 나무 4그루를 증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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