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 환자에게 담배를 처방한 이유.
오래 전부터 알고 지냈던 스님에게서 연락이 왔다. 꽤 되었는데 목소리가 갈라지고 숨이 가빠서 병원에 갔더니 폐암이라는 것이다. 수술을 권하는데 수술은 내키지 않아서 필자에게 전화를 했다는 것이다.
스님을 찾아가서 뵈니 원인을 알 수 있었다. 마음정진을 위해 십여 년 전부터 토굴수행을 하고 있다고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이 왜 폐암에 걸렸는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당장 토굴수행을 멈추세요. 애먼 땅을 파고 뭔 놈의 토굴생활이오? 수양은 땅속에 기어들어가 염불하는 거이 아니고 평소에 마음을 너그러히 하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땀을 흘리는 것입니다."
스님은 나의 답변에 입을 굳게 다물고 슬며시 고개를 숙였다. 예전부터 좋아했던 스님이지만 건강에 대해서만은 냉정하게 답했다. 평소에 건강관리에 신경을 썼고 산을 오르내리며 운동과 수행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흡연은 물론이고 음주도 하지 않았다. 산에서 간혹 약초를 채취하면 담금주는 만들었으나 자신이 먹지 않고 아픈 이에게 나누어주었다. 헌데 폐암이라니..?
"흡연이나 음주보다 더 나쁜 것이 습이오. 오늘부터 하루 세 개피 정도 담배를 피우세요."
"예? 담배를요?"
스님은 황당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그도 그럴 것이 폐암환자에게 흡연이라니..
"피우기 뭣하면 피워놓고 코로 들이 마시던가요. 아무튼 하루 세 개피는 꼭 피우세요."
땅속은 늘 습하다. 늘 습한 기운 속에 있었으니 폐에 습이 들어가 수종을 만들었을 것이고 수종이 종양이 된 것이다. 폐에 찬 습은 습속의 곰팡이일 것이고 그 곰팡이를 제거하려면 식물성 연기가 필요하다. 곰팡이를 먼저 제거해야만 종양을 다스릴 수 있다. 즉 원인을 먼저 제거해야 결과를 치료할 수 있는 것이다.
식물성 연기의 미세입자는 숯가루다. 미세한 숯은 곰팡에 달라붙어 세균을 질식케 한다. 폐속의 곰팡이를 효율적으로 제거하려면 연기를 깊이 들이마셔야한다. 가장 좋은 수단은 흡연을 하는 것이다. 흡연은 폐에 가장 좋지 않다. 그러나 때로는 폐에 크게 작용하기 때문에 상처를 치료할 수도 있는 것이다. 스님에게 필요한 약과 약재를 주고 흡연을 강조하고 산에서 내려왔다.
며칠 후 스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죽다 살아났다는 것이다. 흡연을 하니 어지럽고 메스꺼워 죽을 지경이어서 밤새 한숨도 자지 못하고 콜록거렸다고 한다. 고통은 치유의 과정에서 피해갈 수 없다. 소위 '명현현상'이 그것이다. 명현현상이 끝나면 평범한 일상이 된다. 그 평범한 일상이 치유의 시작이 된다.
때로는 독이 명약이 된다. 아니 명약이 곧 독인 것이다. 독을 쓰므로 더 나쁜 독을 다스릴 수 있고 약을 써서 더 나쁜 약으로 만들 수도 있는 것이다. 산삼이 영약임은 사실이다. 그러나 산삼이 더 맹독일 수도 있다. 몸에 열(火)이 많은 사람이 복용하면 항문이 벌어져 사망할 수도 있다. 약초가 좋다고 상습복용하면 독이 되어 사람의 살과 피를 말릴 수도 있다.
버섯이 다 좋은가? 그렇지 않다. 항암버섯 중에 으뜸이라는 상황버섯도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다. 버섯의 기본체는 곰팡이다. 곰팡이 덩어리다. 나무의 종양으로 사람으로 치면 암덩어리인 것이다. 즉 나무의 종양이 사람에게는 약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오래 먹게 되면 사람의 몸에 세균을 모두 죽이고 사람까지 죽인다. 살이 빠지고 피가 마르게 된다. 결국 지나친 복용은 독으로 작용하게 되는 것이다.
세상에 다 좋은 것은 없다. 그렇다고 무조건 나쁜 것도 없다. 좋은 것과 나쁜 것을 적당히 다스리는 것이 자연의 이치에 순응하는 것이다. 이슈가 없다면 무료하고 따분하다. 결국 짜증을 낸다. 짜증은 결국 스트레스성 질병(정신질환)을 일으킨다. 세상의 이치가 그렇다. 무엇이든 지나침은 부족함만 못하다는 진리를.. 사회는 깨닫지 못하고 한쪽만을 편애한다. 폐해가 있어야 깨달음이 있음을..
해강.
약초연구소 둥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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