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꽃씨는 무수히 독소를 뿜으며 꼼짝 못하게 섬 안에 가두었다. 이해할 수 없는 아픈 일들이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내 안의 섬에선 곰팡이가 풀풀 피어났다. 목숨 바쳐 순교한 성인들의 성지를 홀로 찾아다니며 싱그러운 바람을 불어넣고 있을 때였다.
나의 반쪽이 지난 해 이루지 못한 칠순 기념 여행을 노크한다. 전남 신안군 천사의 섬, 특히 섬티아고 12사도 순례길 동행은 나도 실로 고대하던 바이다. 에콰도르 해외봉사로 떨어진 시공간을 쌍둥이꽃 추억으로 채울 기회 아닌가.
5월 12일 무작정 떠난다. 내 차로 쌍둥이꽃 두송이는 바람을 탄다. 서해고속도로로 목포까지 노래 매들리도 리듬을 탄다. 신안군 압해대교를 건너 압해도 송공항 근처 '압해민박' 집에 도착하자, 숨었던 붉은 일몰이 내 안의 섬으로 물먹은 솜처럼 젖어온다. 다음 날 새벽 1004개 섬들의 천사들이 날개짓을 한다. 송공여객선터미널에서 유람선에 오른다. 진섬, 소악도, 소기점도를 거쳐 대기점도에 내려선다. 우리의 순례길 코스인 '섬티아고' 라 명명한 12사도의 집이 있는 곳이다.
배에서 내린 선착장에선 지중해 산토리니 느낌의 새파란 둥근 지붕에 새하얀 예쁜 집이 먼저 반긴다. 예수님의 수제자인 베드로 사도의 집에 들어가 첫 번째로 문안인사를 드린다. 순례자의 길을 따라 묵주의 로사리오 기도를 하며 하룻밤을 자고, 12사도의 집을 차례로 방문한다. 시름은 어디가고 안온함이 주루룩 퍼져온다. 불어오는 바닷바람 속 농어회에 맥주 건배로 쌍둥이꽃은 감사로이 하루를 접는다.
기대가 너무 컸었나 보다. 섬티아고 12사도의 순례길은 생각만큼 순교성지도 기도하는 집도 아니었다. 비슷하게나마 섬티아고 섬에서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성당의 종소리를 들으려던 마음은 아픈 무릎처럼 시큰거렸다. 프랑스, 스페인의 조각가와 우리나라 작가들의 섬과 바다를 배경으로 예술작품 야외전시장의 느낌이었다. '가고 싶은 섬' 개발 공모에 당첨이 되어 도깨비방망이로 뚝딱 지어놓은 듯한 인공적인 섬티아고 섬 느낌에 가슴 한켠이 아렸다. 그러나 어쩌랴. 시들어갈지 모르는 아웃사이더 섬사람들의 열심히 살고자하는 외침의 메아리인 걸. 이곳은 마음으로 순례의 길을 걷고, 묵상으로 기도하면 참 아름다운 섬이라 말하고 싶다.

*첫번째 사도 베드로 건강의 집


*2번째 사도 안드레아 생각하는 집

*안드레아 집 뒷편에서 바라본 일몰

*3번째 사도 야고버 그리움의 집


*4번째 사도 요한 생명평화의 집

*5번째 사도 필립 행복의 집

*6번째 사도 바르톨로메오 감사의 집


*7번째 사도 토마스 인연의 집

*8번째 사도 마태오 기쁨의 집


*홍해를 가르는 모세 지팡이처럼

*9번째 사도 작은 야고버 소원의 집


*10번째 사도 유다 타대오 칭찬의 집

*11번째 사도 시몬 사랑의 집

*12번째 사도 가롯 유다 지혜의 집

첫댓글 가보고 싶었던 곳 이였어요.
두 자매의 행복의 감동이
두 배로 느껴져서 덩달아
저도 신이 나네요.
기회가 되면 가봐야겠어요.
잘 보고 나갑니다^^
칠순 기념으로
쌍둥언니랑 트윈즈
지난 해 남미 캐나다
20일 해외여행을
생전 첨으로 계획하고
부풀었었지요.
코로나 때문에 못 갔지만
나에게 장거리 해외여행은
뜬구름 같은 거란 생각이
이번엔 더 진해졌다오.
국내로 3박 4일 여행에
스스로 만족하며 사는 게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