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연고자 합동위령제 100회를 맞아 양혜경 넋전을 기록한 양시영씨의 ‘바람’이
오는 5월24일부터 30일까지 마포 월드컵로에 있는 ‘아지트’에서 분다.
오늘 느닷없이 사진가 양시영씨가 ‘넋전’ 양혜경씨를 대동해 동자동 쪽방을 방문했다.
평소 귀가 어두워 전화를 잘 받지 못해 정영신 동지를 통해 쪽방 주소를 알아내 찾은 것이다.
두 분 다 뵌 지가 언제인지 기억마저 가물거려 반갑기 그지없었다.
누추한 곳을 찾아주신 것만도 고마운데 식사를 대접한다기에
동자동 입구에 있는 ‘대우정’에서 반가운 오찬의 시간도 가졌다.
양시영씨가 가져 온 중국 명주로 속을 데우며 사연을 들었는데,
그동안 무연고자를 위한 합동위령제를 추진한지가 100회나 된단다.
100회를 기념하여 양혜경씨의 넋전을 기록한 사진을 바탕으로 '바람'을 일으키는데,
삭막한 세상에 이런 분이 계서서 그나마 세상이 돌아가는 것 같았다.
그동안 양혜경씨가 살아 온 사연을 들어보니 너무 기구하여 자서전을 써야 할 것 같았다.
양혜경씨 어깨 위엔 앙증맞도록 귀여운 앵무새 두 마리가 앉아 있었다.
요즘 앵무새를 키워 분양하는 일을 부업으로 한다는데,
사람과의 정이 단절되어가는 세상이라 찾는 사람이 많을 것 같았다.
가슴 아픈 무연고자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는데,
무연고자는 하늘에서 뚝 떨어진 사람이 아니라 사회와 가족으로부터 버림받은 사람들이다.
동자동 사는 쪽방주민들도 사망하게 되면 관청에서 추적하여 가족들에게 연락하는데,
시신 수습도 못한 채 한 달을 기다려야 한다.
찾아오는 경우가 가뭄에 콩 나듯 드물지만,
온다 해도 써다 남은 돈만 챙기고 시신은 거들떠보지도 않는 야박한 세상이다.
무연고자란 몰인정한 사회가 만든 말이다.
용미리 무연고자 묘역에서 그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8년4개월에 걸쳐
100번이나 꾸준히 합동위령제를 치렀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그것도 정부나 자선단체의 지원도 없이 개인이 치른 것이 아닌가?
양혜경씨의 넋전도 넋전이지만, 100회 중 80회를 기록했다는 양시영씨의 노력도 보통이 아니다.
그들의 노력이 헛되게 하지 않는 방법은 다 같이 바람 넋전을 돌아보며
무연고자들의 넋을 기리는 방법뿐이다.
무연고자를 위한 양혜경, 양시영씨의 넋전 '바람'에 많은 성원 바랍니다.
글 / 조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