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훈장 받은 첫 외국인은 맥아더 장군입니다
백령도 해역에서 침몰한 천안함의 수색작업을 하다 순직한 고(故) 한주호 준위는 충무무공훈장을 받았습니다. 46명의 천안함 희생 장병에게는 화랑무공훈장이 수여됐죠. 무공훈장은 전투에 참가해 공적을 세운 사람에게 주는 훈장입니다. 다섯 가지 등급 중 ‘충무’(3등급)가 ‘화랑’보다 한 등급 높습니다. 대한민국의 훈장은 분야별로 12종류가 있습니다. 훈장마다 수여하는 대상이 다르고, 공적에 따라 등급도 나뉩니다. 국가가 수여하는 최고의 영예인 ‘훈장’을 알아보겠습니다.
‘훈장 1호’는 이승만 전 대통령
훈장 제도가 지금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한 것은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다음해인 1949년이다. 나라를 세우는 데 힘쓴 사람에게 주는 건국공로훈장을 시작으로 아홉 종류의 훈장이 만들어졌다. 1963년도에는 훈장을 통합·관리하기 위해 상훈법이 제정됐다. 이후 새마을·문화·체육 훈장이 만들어졌고(73년도), 과학기술훈장이 추가돼(2001년)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건국 이래 훈장을 받은 유공자는 모두 48만 명에 달한다. 한 해 평균 1만 명이 훈장을 받는다. 제일 처음 훈장을 받은 한국인은 이승만 전 대통령이다. 이 전 대통령은 49년 8월 15일 자신에게 건국훈장을 수여했다. 외국인으로 맨 처음 훈장을 받은 사람은 더글러스 맥아더 한국전 유엔군 최고사령관이다.
우리나라 대통령이나 외국의 대통령, 그 배우자가 받을 수 있는 무궁화대훈장은 이승만 전 대통령부터 고 노무현 전 대통령까지 9명의 역대 대통령이 모두 받았다. 관례상 대통령 취임식 날 훈장을 받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은 퇴임식 때 받았다. 그는 “임기가 끝난 뒤 한 일에 대한 평가로 받겠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같은 뜻을 피력해 현재까지 훈장을 받지 않았다. 외국의 대통령과 그 배우자로 이 훈장을 받은 사람은 현재까지 125명이다.
훈장을 받더라도 특권은 없다. 정무설 행안부 상훈담당관은 “훈장은 그 자체로 최고의 영예를 뜻하는 것이지 상품·상금이 없으며 특권도 부여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예외적으로 보국·무공훈장 수여자는 보훈처의 심사를 거쳐 국가유공자로 지정되기도 한다.
12종류, 56개의 훈장 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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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훈장을 받을 수 있다. 외국인도 가능하다. 단 ‘대한민국에 뚜렷한 공로가 있는 자’여야만 한다(상훈법 1·2조). 12가지 종류의 훈장마다 받는 사람이 다르다.
▶ 무궁화대훈장 (대통령)
▶ 건국훈장(건국 공로나 국가유지 공로)
▶ 국민훈장(국가발전)
▶ 무공훈장(전투)
▶ 근정훈장(공무원)
▶ 보국훈장(국가 안전)
▶ 수교훈장(외교)
▶ 산업훈장(산업 발전)
▶ 새마을훈장(새마을운동)
▶ 문화훈장(문화예술 발전)
▶ 체육훈장(체육 발전)
▶ 과학기술훈장(과학기술 발전)
등 대상자가 정해져 있다. 12가지 훈장 중 무궁화대훈장을 뺀 나머지는 공적·지위에 따라 5등급으로 나뉜다. 56개의 훈장에 붙여진 이름은 우리나라 전통 문화·예술 전문가들의 자문을 거쳐 정해졌다.
훈장은 헌법 80조에 따라 대통령이 수여한다. 훈장을 받으려면 4단계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정부 부처마다 공적심사위원회를 열어 행정안전부로 대상자를 추천하고, 행안부는 검토를 거쳐 국무회의에 안건을 올린다. 대통령은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친 내용을 마지막으로 결제한다.
아래에서 위로 추천하는 선정 절차가 바뀐 적은 건국이래 두 번뿐이다. 최근의 사례는 고 한주호 준위의 경우다. 한 준위는 처음에는 보국훈장 광복장에 추서됐지만 광복장은 33년 이상 성실히 근무한 군인이라면 누구든지 받을 수 있어, 고인의 영예에 걸맞지 않다는 여론이 일었다. 이명박 대통령의 재검토 지시로 그는 충무무공훈장을 추가로 받게 됐다.
박정희 전 대통령 때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1965년 국내에서 베트남 파병 연습 중에 수류탄이 터지는 사고가 나자, 자신의 몸을 던져 막은 고(故) 강재구 소령도 처음에는 보국훈장 광복장을 받았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의 지시로 재검토를 거쳐 무공훈장 중 가장 등급이 높은 태극무공훈장을 받았다.
똑같은 훈장을 두 번 받을 수는 없다. 이전에 받은 등급보다 높거나, 다른 종류의 훈장이어야 한다. 예외적으로 보국·무공 훈장은 같은 등급이나 그보다 낮은 등급의 훈장을 반복해서 받을 수 있다.
훈장 취소되면 고철덩어리
제2 연평해전의 희생자인 고 한상국 중사의 부인 김종선(36)씨가 대한민국이 싫다며 이민을 떠난 일이 있었다. 당시 김씨는 남편이 받은 화랑무공훈장을 반납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러나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현행법상 반납에 대한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정무설 상훈담당관은 “그 공적이 거짓으로 드러나 취소되지 않는 한 본인의 기분에 따라 받고 안 받고를 결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받은 훈장을 분실·파손한 경우에는 행안부에 신청해 다시 받을 수 있다. 훈장을 다시 제작할 때 드는 돈은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
무궁화대훈장 제작 원가는 2000만원
훈장은 등급에 따라 옷에 다는 가짓수에 차이가 난다. 1등급 훈장은 어깨에서 허리까지 두르는 띠 ‘대수(大綬)’ 끝에 메달인 ‘정장(正章)’을 단다. 거기다 왼쪽 가슴에 또 하나의 메달인 ‘부장(副章)’을 달면 한 세트가 된다. 2~3등급 훈장은 ‘중수(中綏)’로 목에다 건다. 2등급 훈장에는 왼쪽 가슴에 달 수 있는 부장이 하나 추가된다. 4~5등급 훈장은 ‘소수(小綬)’로 왼쪽 가슴에 다는 정장 하나뿐이다. 모든 등급마다 ‘약식훈장’이 있다. 왼쪽 옷깃에 배지인 ‘금장’만 달거나, 왼쪽 호주머니 위에 얇은 띠인 ‘약장’을 달 수도 있다.
훈장을 만드는 곳은 조폐공사다. 한 개의 훈장을 만들기 위해 10가지 공정을 거쳐야 한다. 공정의 80%는 수작업으로 이뤄진다. 하나의 훈장을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은 8시간 정도로 공정마다 담당자가 따로 있다. 훈장을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은 천차만별이다. 대통령에게 수여하는 무궁화대훈장의 가격은 2000만원이다. 순금에 루비가 박혀 있어 비싸다. 나머지 11개 훈장의 가격은 60만~120만원 선이다. 99.9% 은에다 금을 도금하고 일부 훈장에는 자수정을 박는다.
프랑스엔 ‘레지옹 도뇌르’
영국엔 ‘가터 훈장’ 유명하죠
영국의 최고 훈장은 ‘가터훈장’이다. 에드워드 3세가 1348년에 제정한 이 훈장은 무릎 부근에 매다는 게 이색적이다. 유래가 있다. 에드워드 3세가 연회에서 솔즈베리 백작부인과 춤을 추다 백작부인이 떨어뜨린 속옷의 일종인 ‘가터’(양말 대님)를 아무렇지 않게 집어 자신의 다리에 맨다. 그러면서 “나쁜 생각을 하는 자에게 재앙이 있으리”라고 외쳤다. 지금도 이 훈장 가운데는 프랑스어로 이 말이 적혀 있다. 처음에는 군에 공적이 있는 사람에게만 수여해 수훈자를 왕과 기사를 포함한 26명으로 제한했다. 지금은 왕실과 국가에 대한 봉사 공적이 있는 사람으로 외국 원수와 왕족에게까지 수여한다.
일본의 최고 영예 훈장은 ‘국화장’으로 국가 또는 공공에 공로가 있는 사람에게 수여한다. 1·2등급이 있다. 국가기록원이 2004년 일본 정부의 서훈(敍勳) 기록을 분석한 결과 고종황제가 이 훈장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의 훈장 체계는 복잡하다. 군인에게 수여하는 훈장과 민간인에게 수여하는 훈장이 나뉘어 있다. 군인에게 주는 최고 훈장은 ‘명예훈장’으로 적에 대항해 목숨을 걸고 공을 세운 사람에게 수여한다. 민간인에게 주는 최고 훈장으로는 ‘자유훈장’이 있으며 국가의 안전과 국익, 세계평화 등에 기여한 사람에게 준다.
한은화 기자 (2010. 5. 28,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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