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독(毒)을 차고 / 김영랑
내 가슴에 독을 찬 지 오래로다
아직 아무도 해한 일 없는 새로 뽑은 독
벗은 그 무서운 독 그만 훑어버리라 한다
나는 그 독이 선뜻 벗도 해할지 모른다고 위협하고
독 안 차고 살아도 머지 않아 너 나 마주 가버리면
억만세대가 그 뒤로 잠자코 흘러가고
나중에 땅덩이 모지라져 모래알이 될 것임을
'허무한듸!' 독은 차서 무얼 하느냐고?
아! 내 세상에 태어났음을 원망 않고 보낸
어느 하루가 있었던가 '허무한듸!' 허나
앞뒤로 덤비는 이리 승냥이 바야흐로 내 마음을 노리매
내 산 채 짐승의 밥이 되어 찢기우고 할퀴우라 내맡긴 신세임을
나는 독을 차고 선선히 가리라
막음날 내 외로운 혼 건지기 위하여
●핵심 정리 💜
화자ㅡ나
대상ㅡ벗
상황ㅡ암울한 일제 식민지 현실
태도ㅡ일제에 대한 적극적인 저항 의지
주제ㅡ 식민지 현실에 대한 대결 의지
성격 ㅡ 의지적,저항적,상징적
어조 ㅡ 결연한 남정적 어조
주제 ㅡ 순결한 삶의 의지
(식민지 현실에 대한 대결 의식과 삶의 의지)
●특징
*주정적 정감을 직설적으로 표출 함
*대화체를 통해 화자의 의지를 강조함
●작품 이해
*작가가 순수 서정의 세계에서 나와 현실 상황과 대결하는
자세를 시화한 것으로 보임.
*현실 순응주의를 버리고 끝내 현실에 맞서 저항할 것을
결의 함.
❤️저녁 해 / 김종길
어느 해 늦가을 어느 날 오후
나는 경부선 급행열차를 타고 있었다.
열차가 수원(水原)을 지날 무렵,
서호(西湖)에 반사된 현란한 저녁해가
차창 가득히 어떻게나 눈부시던지,
나는 골든 델리셔스라는
사과덩이 속을 파고드는
한 마리 눈먼 벌레가 되었다.
추수가 끝난 들녘도
잎이 진 잡목숲도, 인가(人家)도,
황금빛으로 무르익은 과육(果肉) 속이었다.
●작품 분석💜
가. 시어의 이해(이미지와 의미, 기능)
1) 시어의 이미지: 어느 해<시간적 배경>,
늦가을<계절적 배경>,
사과덩이·벌레·과육<비유적-노을에 물든 세상을 참신한 발상으로 표현>, 황금빛<색채이미지, 시각적>
나. 표현상의 특징 및 효과파악
1) 구체적 지명을 통해 현장감을 드러냄
2) 시각적 이미지를 통해 대상을 보다 선명하게 드러냄
3) 참신한 비유를 통해 화자의 정서를 효과적으로 드러냄
다. 작품의 종합적 감상의 수용과 적용
1) 구성: 늦가을의 오후에 접한 서호의 낙조(1∼2연)
낙조가 빚어낸 아름다운 늦가을 풍경과 그에 대한 감동(3∼4연)
2) 주제: 낙조로 물든 늦가을 풍경과 그에 대한 감동
라. 시의 변용 및 창작(패러디, 고쳐쓰기, 창작하기, 장르의 변용)
1) 화자가 주장하는 장면에 초점을 맞추어 시상전개: 박성룡의 과목
2) 작품해설
이 시는 시간상으로는 소멸의 계절인 늦가을 어느 날, 그것도 해가 지고 있는 오후, 공간상으로는 추수가 끝나 비어 있는 들녘과 나뭇잎이 져 버린 숲 등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시 ·공간적 배경이 모두 쓸쓸하다. 바로 그 속에서 화자는 지는 해의 빛이 빚어낸 눈부신 풍경을 접한다. 화자는 지는 해의 빛이 쓸쓸한 시 ·공간을 비추어 빚어낸 찬란한 아름다움에 푹 빠져 말로는 이루 표현하기 어려운 감동에 젖는다. 그 감동을 3,4연에서 비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는데, 풍경은 사과의 '무르익은 과육 속'으로, 그 풍경에 도취되어 있는 화자 자신은 과육 속을 파고드는 '눈먼 벌레'로 비유했다. 이렇듯 참신한 비유와 더불어 이 시를 더욱 빛나게 하는 것은 감각적 이미지들이다. 눈부신 해와 황금빛의 사과가 만들어 내는 선명한 시각적 이미지, 무르익은 사과 과육이 환기하는 미각적 이미지가 그것이다. 이로써 이시는 독자에게 아름다운 낙조 풍경과 그에 못지않은 풍성한 미적 쾌감을 선사한다.
❤️별을 헤는 밤 / 윤동주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속에 하나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 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 경, 옥,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아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스라이 멀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 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거외다.
■결론 💜
별 헤는 밤」은 순수에 대한 동경과 그로 인한 부끄러움, 부끄러움을 통한 자기 구원의 과정을 그림
윤동주 시인님은 암울한 시대 현실 속에서 한 점 부끄러움 없이 살아가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을 성찰했던 지식인의 고뇌를 보여줌
아름다운 우리말을 통해 소중한 가치들을 호명하며, 고통스러운 현실 속에서도 고결한 삶을 지향했던 시인의 의지는 오늘날의 우리에게도 깊은 울림을 줌.
❤️깃발 / 유치환
이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
저 푸른 해원(海原)을 향하여 흔드는
영원한 노스텔지어의 손수건
순정은 물결같이 바람에 나부끼고
오로지 맑고 곧은 이념의 푯대 끝에
애수(哀愁)는 백로처럼 날개를 펴다
아! 누구인가?
이렇게 슬프고도 애닯은 마음을
맨 처음 공중에 달 줄을 안 그는.
아아 누구던가
아아 누구던가...
................................
[시해설]💜
-집필 의도 및 감상
기(旗)는 흔히 ‘국가’를 표상한다.
그러나 이 시의 깃발은 특정 국가의 국기(國旗)가 아니라 관념상의 ‘국가’라는 개념을 표상할 뿐이다.
인간은 오랜 세월 동안 이상을 추구하고 이상국(理想國)의 실현을 동경해 왔다. 그러나 지구상의 국가들은
많은 문제점을 간직한 채 존재할 뿐 아직 염원하는 이상은 실현되지 못한 상태에 있다.
유치환은 이 시에서 근본적으로 국가의 개념에 대하여 회의를 품고 있다. 이것은 독일의 철학가 니체의 허무주의 영향때문이라고도 볼 수 있으며, 1920,30년대에 유행하던 아나키즘(anarchism; 무정부주의)의 영향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인간은 자기 한계를 초탈하여 이상에 도달할 수 없음에도 여전히 이상에 도달하고자 하는 꿈을 버리지 않고 있다. 이와같은 인간의 허무적이고 비극적인 의지를 그림으로써 유치환은 인간의 본질을 파악하려는 철학적인 시도를 하고 있다.
●-기본 이해 항목💛
주제 : 영원과 이상에 대한 동경과 좌절.
갈래 : 상징시, 관념시.
성격 : 상징적, 의지적, 허무적, 역동적.
배경 사상 : 아나키즘(무정부주의).
어조 : 남성적 어조.
심상 제시 방법 : 비유적 심상.
영향 관계 : 독일의 철학가 니체의 허무주의 영향.
●단락 구성 :
제1단락(제1~3행) ㅡ 힘차게 펄럭이는 깃발의 역동적 모습.
제2단락(제4~6행) ㅡ 깃발의 순수한 열정과 애수.
제3단락(제7~9행) ㅡ 영원과 이상에의 비극적 의지.
●시어 및 구절 풀이
깃발 ㅡ 깃발은 깃대에 매달려 높은 공중에서 휘날린다.
이것은 이상에 도달하고자 하는 염원을 나타내지만, 깃대에 매달려 있기 때문에 벗어날 수 없는 한계를 지니게 된다. 여기에 깃발이 지닌 모순적 역설이 성립된다.
이 시에는 ‘깃발’을 은유로 나타낸 보조관념이 5개 있다.
‘아우성·손수건·순정’은 이상향에 대한 동경을, ‘애수·마음’은 이상향에 도달하지 못하는 감상적 심정을 상징한다.
이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
1) 시각인 ‘깃발’을 청각인 ‘아우성’으로 전이(轉移)시킨 ‘공감각적 심상’의 표현.
2) ‘소리 없는 아우성’은 모순 형용으로 된 역설(逆說)의 표현.
3) ‘아우성’은 이상을 실현시키고자 하던 많은 사람들의 부르짖음 소리가 깃발에 들어 있다는 것.
저 푸른 해원 ㅡ ‘푸른’은 이상과 동경을 상징한다. ‘해원(海原)’은 바다를 뜻하는 일본어식 표현이다.
따라서 ‘푸른 해원’은 ‘이상 세계·동경의 세계’를 뜻한다.
영원한 ㅡ 희구하는 ‘이상’이 아직 실현되지 않았음을 암시한다.
노스탤지어(nostalgia) ㅡ 1)우리말로 ‘향수(鄕愁)’에 해당하는 뜻으로, 외래어인 ‘노스탤지어’를
시어로 사용한 것은 동음 이의어인 ‘향수(香水)’와의 혼동을 피하기 위해서이다.
2) ‘향수(鄕愁)’는 과거 지향적인 성격이 있지만, ‘노스탤지어’는 미래 지향적인 ‘동경(憧憬)’의
의미도 갖고 있어 이상(理想)을 동경하는 자세를 표현하기에 어울린다고 하겠다.
손수건 ㅡ ‘손수건’은 ‘깃발’과 외형상 공통점이 있다. 따라서 ‘손수건’은 깃발이 힘차게 펄럭이는 역동감의 효과를 나타내기 위해 쓰인 것이다. 그러나 ‘손수건’을 ‘이별’의 의미로 해석하면 이 시의 방향을 잘못 이끌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순정 ㅡ 1) 순수한 그리움. 2) ‘노스탤지어’에서 유발(誘發)되어 나온 시어이다.
순정은 물결같이 바람에 나부끼고 ㅡ 1)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는 모습. 2) 이 구절은 원관념을 이중의 비유로 형상화하고 있다. 즉 비유에 있어 대부분의 원관념은 추상적관념적인 데 비해, 보조관념은 구체적·형상적인 사물이다. 그러나 이 구절은 이 점이 반대로 되어 있으니, 원관념인 '깃발’이 구체적?형상적 사물인 데 비해 보조관념인 ‘순정’은 추상적·관념적인 성격을 갖는다.
따라서 ‘순정’을 ‘물결’이라는 보조관념을 사용하여 이중적 비유로 형상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 이와 같은 구조의 비유로 된 구절은 ‘애수는 백로처럼 날개를 펴다’가 있다.
오로지 ㅡ 자기의 의지가 변함없음을 나타낸다. 맑고 곧은 이념 ㅡ 모든 깃발은 어떤 이념을 상징한다.
그리고 그 이념은 항상 순수하고 올바른 성격을 지니게 마련이다.
푯대 ㅡ 1) 깃대. 2) 모든 깃대는 항상 하늘을 향해 꼿꼿이 서 있다. 이것은 이상에 대한 동경과 곧은 의지를
상징하는 것이다. 애수(哀愁) ㅡ 1) ‘애수(哀愁)’는 이 시의 정조(情調)를 대표한다. 2) 앞의 ‘순정’과 밑의
‘슬프고도 애닯은 마음’을 연결하는 매개적 역할을 한다.
백로처럼 날개를 펴다 ㅡ 1) 백색은 ‘현실’을 상징한다. 2) 대부분의 깃발(기)은 바탕 색이 흰색이다.
3) 이 구절은 이상을 염원하지만 실패하고 좌절할 것을 암시한다. 모든 새는 아침마다 하늘로 비상(飛翔)하지만
저녁이면 지상으로 되돌아온다. 새가 하늘 꼭대기에 도달하지 못하는 이유는 새가 지상에 터잡고 살고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깃발이 깃대에서 펄럭이는 것은 이상을 향해 날아 오르겠다는 의지를 표상한다.
그러나 그 깃발을 깃대에서 이탈(離脫)시켰을 때, 그것은 하늘로 날아오르지 못하고 지상에 추락하게 마련이다.
아! ㅡ ‘한탄·탄식’을 나타내는 영탄법. 누구인가? ㅡ ‘이렇게 슬프고도 ~ 달 줄을 안 그는’과 도치된 표현.
슬프고도 애닯은 마음 ㅡ 순수, 영원의 세계를 염원하나 현실에서 벗어날 수 없는 비극적 의지를 뜻한다.
맨 처음 공중에 달 줄을 안 그는 ㅡ 아득한 오랜 옛날, 그 어떤 사람이 깃대에 깃발을 달아매고 그것이 이념의 표상이요, 이상을 상징한다고 부르짖었을 것이다. 그와 같은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발전하여 형성된 것이 ‘국가’란 개념이다. 그러나 역사상 ‘국가’는 이상을 실현시키지 못하고 대체로 몇몇 권력자가 백성들에게 고통만 주어 오게 됐다. 이래서 19세기 말엽에 나온 극단적인 정치적 이데올로기가 ‘아나키즘(무정부주의)’이다. 아나키즘은 정치 권력이나 정부의 지배를 부정하고, 절대적 자유가 보장되는 사회를 이상으로 삼기 위해 정부 조직을 파괴하는 행동을 실천할 것을 부르짖는다. 주권을 상실하고 일제 식민지 치하에서 고통을 받는 시인은 근본적으로 국가라는 제도에 대해 회의를 느꼈을 것이다. 유치환이 무정부주의를 부르짖는 아나키스트라는 것이 아니라, 당시 아시아권(圈)에서 유행하였던 아나키즘의 풍조가 이 시에 영향을 주어 반영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옮긴글]
❤️귀뚜라미 / 나희덕 (1994)
높은 가지를 흔드는 매미 소리에 묻혀
내 울음 아직은 노래가 아니다.
차가운 바닥 위에 토하는 울음,
풀잎 없고 이슬 한 방울 내리지 않는
지하도 콘크리트벽 좁은 틈에서
숨 막힐 듯, 그러나 나 여기 살아있다
귀뚜르르 뚜르르 보태는 타전소리가
누구의 마음 하나 울릴 수 있을까.
지금은 매미떼가 하늘을 찌르는 시절
그 소리 걷히고 맑은 가을이
어린 풀숲 위에 내려와 뒤척이기도 하고
계단을 타고 이 땅밑까지 내려오는 날
발길에 눌려 우는 내 울음도
누군가의 가슴에 실려가는 노래일 수 있을까.
●특징💜
1연: 매미 소리에 묻힌 귀뚜라미의 울음
2연: 고통 속에서도 소망을 잃지 않는 귀뚜라미
3연: 가을이 되면 자신의 울음이 노래가 되기를 희망하
는 귀뚜라미
이 시는 뜨거운 여름 높은 가지에서 큰 소리로 울고 있는
'매미' 소리와 낮고 차가운 곳에서 서러운 울음을 토하고
있는 '나(귀뚜라미)'의 울음을 대조적으로 보여 주고 있는
작품입니다.화자가 귀뚜라미는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면
자신의 울음도 누군가에게 감동을 주는 노래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의문문의 형식으로 2연과 3연에서 반복
하고 있습니다.
*의인법 = 귀뚜라미를 의인화하여 화자로 설정함.
*대조법 = 귀뚜라미 <ㅡ> 매미
*청각적 심상 = 자연적 소재의 소리에 상징적 의미를 부여하여 화자의 정서 표현
*설의법 사용 = ㅡㄹ 수 있을까의 유사한 통사 구조 반복 하여 운율을 형성하고 화자의 소망을 드러냄.
●주제
*자신의 노래가 감동을 줄 수 있기를 소망함.
*소외된 이들의 목소리가 가치를 가질 수 있기를 소망함.
❤️속(續) 눈길 / 고은
이제 바라보노라
지난 것은 다 덮여 있는 눈길을.
온 겨울을 편력(遍歷)하고 와,
여기 있는 꿈나라를 바라보노라.
나의 마음속에 처음으로
고요한 눈 쌓이는 소리,
세상은 지금 기도(祈禱)의 끝이노라.
지나온 어느 나라에도 없었던
설레이는 평화(平和)로서 덮이노라.
바라보노라, 온갖 신(神)의 모습들의
보이지 않는 움직임을.
눈 오는 하늘은 오랜 믿음이 차고
내리는 눈 사이로 들리나니 대지(大地)의 고백(告白),
나는 처음 귀를 뜨노라.
나는 기도하지 않노라.
나의 마음은 이 끝나는 기도(祈禱)를
지키고 있는 어둠이노라.
온 겨울의 전세계(全世界)를 돌아다니고
이제 와 위대한 적막(寂寞)으로서
쌓이는 미래(未來)의 이 눈빛 앞에
나의 마음을 어둠으로 덮노라.
<특징>
1. 명상적 = 관념적. 상징적. 관조적
2. 주제 = 명상이 가져다 주는 내면의 평화
3. 명상이 점점 깊어져 감을 점층적으로 표현
4. 마음이라는 추상적 관념을 감각적으로 구체화하여
생생함을 느끼게 함.
5. 기승전결의 구성을 보여줌
[작품해설]💜
이 시는 시인이 민족과 역사를 만나기 전 허무주의적 세계에 빠져 있던 초기 시의 대표 작품이다. 그의 허무주의는 1950년대 전후(戰後)의 폐허를 배경으로 방랑과 입산, 환속으로 이어진 자신의 행려 의식(行旅意識)과 노장(老壯)의 무위(無爲)사상, 그리고 불교의 공(空) 사상과 관련 깊은 것으로, 그의 초기 시 세계에 깊이 침윤되어 있다.
시인은 눈 덮인 길을 바라보며 오랫동안 자신을 괴롭혀 왔던 방황과 고뇌를 가라앉히고 무념무상(無念無想)의 명상적 겅지에 다다르는 체험을 노래한다. ‘눈’은 그 흰 빛깔로 인해 ‘정화(淨化)’의 이미지이며, 모든 것을 너그럽게 감싸 안는다는 의미에서 ‘관용(寬容)’ 내지 ‘포용(包容)’의 이미지이기도 하다. 이 시에서 눈길은 ‘지난 것이 다 덮여 있는’, 즉 지난날의 방황과 고뇌를 정화시키고 포근히 감싸 안는 평온한 상태를 의미한다. ‘온 겨울을 떠돌고 와’, ‘온 겨울의 누리 떠돌다가’라는 구절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화자는 고통스러운 삼ㄹ 속에서 오래도록 방황을 거듭한 사람이다. 그러니 이런 방황의 끝에서 그는 모든 것을 덮어 버리는 눈을 바라보며 ‘나의 마음속에 처음으로’ 솟구쳐 오르는 벅찬 감동과 희열을 느낀다. 바로 이 순간의 눈 덮인 풍경을 그는 ‘설레이는 평화’라고 표현한다.
그러한 ‘눈길’을 바라보는 화자의 마음은 ‘밖에서는 눈길’인데 ‘안에서는 어둠’이다. 나아가 ‘쌓이는 눈 더미 앞에 나의 마음은 어둠’이라고 하고 있다. 이 어둠은 실제 어둠이 아닌, 마음속에서 느끼는 마음의 상태를 의미하는 것으로 눈길과 서로 조응되는 이미지이다. 따라서 어둠은 절망적 암흑이 아니라 평화의 경지에 도달한 상태에서 느끼는 어떤 감정의 상태를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결국 ‘눈’은 ‘겨울’, 즉 고통스러운 삶 속에서 방황을 거듭해 온 시인의 갊을 포근하게 감싸 안아 주는 이미지요, ‘어둠’은 ‘눈’으로 덮인 평화의 경지를 바라보며 느끼게 되는 시인의 평온하고 고요한 평정심을 의미한다.
❤️껍데기는 가라 / 신동엽
껍데기는 가라.
사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동학년(東學年)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살고
껍데기는 가라.
그리하여, 다시
껍데기는 가라.
이곳에선, 두 가슴과 그곳까지 내논
아사달 아사녀가
중립의 초례청 앞에 서서
부끄럼 빛내며
맞절할지니
껍데기는 가라.
한라에서 백두까지
향그러운 흙가슴만 남고
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
●갈래·성격
갈래: 자유시, 서정시, 참여시(저항시)로 분류됨.
성격: 현실 참여적·저항적·의지적 시로, 민족 현실과 분단·독재에 대한 비판 의식을 담고 있다고 정리됨.
●주제
‘껍데기’로 상징되는 허위·위선·외피·폭력적 체제는 버리고, 민중의 진실한 삶·민족의 순수한 정신(알맹이/흙가슴)만 남기를 바라는 염원.
●역사·민족적 맥락
4·19혁명과 동학농민운동, 분단 현실 등을 배경으로, 민중정신과 민주주의 정신이 왜곡된 현실에 대한 저항으로 읽힌다.
❤️월훈月暈 / 박용래(1925-1980)
첩첩 산중山中에도 없는 마을이 여긴 있습니다.
잎 진 사잇길 저 모랫둑, 그 너머 강江기슭에서도 보이진 않습니다. 허방다리² 들어내면 보이는 마을.
갱坑 속 같은 마을. 꼴깍, 해가, 노루꼬리 해가 지면 집집마다 봉당에 불을 켜지요. 콩깍지, 콩깍지처럼 후미진 외딴집, 외딴집에도 불빛은 앉아 이슥토록 창문은 모과木瓜빛입니다.
기인 밤입니다. 외딴집 노인老人은 홀로 잠이 깨어 출출한 나머지 무를 깎기도 하고 고구마를 깎다, 문득 바람도 없는데 시나브로 풀려 풀려 내리는 짚단, 짚오라기의 설레임을 듣습니다. 귀를 모으고 듣지요, 후루룩 후루룩 처마깃에 나래 묻는 이름 모를 새, 새들의 온기溫氣를 생각합니다. 숨을 죽이고 생각하지요.
참 오래오래, 노인老人의 자리맡에 밭은 기침 소리도 없을 양이면 벽속에서 겨울 귀뚜라미는 울지요. 떼를 지어 웁니다. 벽이 무너지라고 웁니다.
어느덧 밖에는 눈발이라도 치는지, 펄펄 함박눈이라도 흩날리는지, 창호지 문살에 돋는 월훈月暈.
●화자의 정서는 단순한 쓸쓸함이 아님.
고요,적막,오래 눌러앉은 외로움
사라져 가는 것들에 대한 애도
노인의 삶을 연민하거나 동정하지 않음.
삶을 있는 그대로 오래 바라보며 조용히 숨을 죽임.
이 시의 슬픔은 울지 않고, 대신 ‘귀뚜라미 울음’ ‘질단 소리’ ‘벽 속의 울음’처럼 간접적으로 번져나가며
이 부분에서 아프고 감정은 깊어짐.
●화자의 태도
화자는 노인의 삶에 개입하지 않음.
말을 걸지도, 해석을 강요하지도 않음.
“숨을 죽이고 생각하지요”라는 시구가 이 태도를 정확히 말해줌. 이건 무심함이 아니라, 존중임.
사라져 가는 삶을 대하는 가장 조심스러운 방식.
● 주제
▶ 사라져 가는 존재들의 고독과, 인간 삶의 근원적 쓸쓸함
노인은 단순한 개인이 아니라,
향토적 삶,공동체가 해체된 자리, 늙음과 고독,
끝을 향해 가는 인간 존재를 응축한 상징임.
노인의 삶은 **‘달무리’**라는 이미지로 형상화되며, 존재하지만 손에 잡히지 않는, 곧 사라질 것 같은 인간의 삶을 떠올리게 함.
●표현상의 특징
1️⃣ 감각적 이미지의 극대화
• 불빛,소리,질감,어둠,추위
2️⃣ 의성어·의태어의 사용
• “후루룩 후루룩” • “졸졸졸”
(단순한 자연음이 아닌, 말 대신 흘러나오는 삶의 흔적)
3️⃣ 서술의 느린 호흡
문장이 길고, 쉼이 많음
이 느림 자체가 노인의 삶과 겹쳐지면서, 독자도 자연스럽게 고요 속으로 끌려 들어감.
●의미 분석
🔹 ‘외딴집 창호지 문살에 비친 달무리’
*노인의 삶을 형상화한 핵심 이미지
*달무리: 희미하지만 분명한 존재
*창호지: 외부와 내부를 가르는 얇은 경계
*세상과 단절되었지만 아직 꺼지지 않은 삶의 흔적
🔹 ‘벽 속에서 겨울 귀뚜라미는 울지요’
*생명의 최소 단위에서 울려 나오는 존재의 소리
*보이지 않아도, 들리지 않아도,
*삶은 여전히 안에서 울고 있다는 메시지예요.
🔹 ‘월훈(月暈)’
달 둘레의 희미한 빛. 이 시 전체를 감싸는 상징,
인간 존재의 미약하지만 존엄한 흔적을 뜻함.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백석
어느 사이에 나는 아내도 없고, 또,
아내와 같이 살던 집도 없어지고,
그리고 살뜰한 부모며 동4생들과도 멀리 떨어져서,
그 어느 바람 세인 쓸쓸한 거리 끝에 헤매이었다.
바로 날도 저물어서,
바람은 더욱 세게 불고, 추위는 점점 더해 오는데,
나는 어느 목수네 집 헌 삿을 깐,
한 방에 들어서 쥔을 붙이었다.
이리하여 나는 이 습내나는 춥고, 누긋한 방에서,
낮이나 밤이나 나는 나 혼나도 너무 많은 것같이 생각하며,
질옹배기에 북덕불이라도 담겨 오면,
이것을 안고 손을 쬐며 재 위에 뜻 없이 글자를 쓰기도 하며,
또 문 박에 나가지도 않고 자리에 누워서,
머리에 손깍지 베개를 하고 굴기도 하면서,
나는 내 슬픔이며 어리석음이며를 소처럼 연하여 새김질하는 것이었다. 내 가슴이 꽉 메어 올 적이며,
또 내 스스로 화끈 낯이 붉도록 부끄러울 적이며,
나는 내 슬픔과 어리석음에 눌리어 죽을 수밖에 천장을 쳐다보는 것인데, 이때 나는 내 뜻이며 힘으로, 나를 이끌어 가는 것이 힘든 일인 것을 생각하고,이것들보다 더 크고, 높은 것이 있어서, 나를 마음대로 굴려 가는 것을 생각하는 것인데, 이렇게 하여 여러 날이 지나는 동안에,
내 어지러운 마음에는 슬픔이며, 한탄이며, 기라앉을 것은 차츰 앙금이 되어 가라앉고, 외로운 생각만이 드는 때쯤 해서는, 더러 나줏손에 쌀랑쌀랑 싸락눈이 와서 문창을 치기도 하는 때도 있는데, 나는 이런 저녁에는 화로를 더욱 다가끼며, 무릎을 끓어 보며, 어느 먼 산 뒷옆에 바위 섶에 따로 외로이 서서, 어두워 오는데 하이야니 눈을 맞을, 그 마른 잎새에는, 쌀랑싸랑 소리도 나며 눈을 맞을,그 드물다는 굳고 정한 갈매나무라는 나무를 생각하는 것이었다.
●.작품개요
갈래: 자유시, 서정시, 자전적 시
성격:서정적, 성찰적, 현실 비판적
주제: 고독과 슬픔 속자아 성찰, 운명 자각,삶에 대한
의지 다짐
*이 시는 백석이 실제로 남신의주라는 국경 도시에서 머물렀던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단순한 개인적 고백이 아니라, 당시 시대적 상황과
맞물린 민족적 고독을 함께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분석 💜
1. 현실 인식 - 궁핍한 한경 속에서 외로운 삶을 자각
2. 자기 비하와 절망- 고독과 부끄러움,자기 연민의 반
복
3. 운명 자각 - 어쩔 수 없는 힘에 의해 이곳까지 밀려왔
음을 깨달음
4. 내면 정화 - 감정의 침잠 속에서 새로운 시각 획득
5. 삶의 의지 다짐 - "굳고 정한 갈매나무"처럼 강하게
살겠다는 결심
●해설
"딜옹배기 북덕불" + 궁핍하고 초라한 현실의 상징
"손깍지베개" - 외로움과 쓸쓸한 삶의 단면
"슬픔이며 어리석음" + 자기 반성과 회한
"더 크고 높은 것"+ 개인을 념어선 초월적 운명
"갈매나무" -+ 역경을 이겨내는 강인한 생명리, 희망
의상징
이러한 시어들은 일상적이먼서도 상징적인 힘을 지니며,시
적자아의 감정 변화를 구체적으로 드리내고 있음
●표현 특징
담담하고 일상적인 어조 = 지나친 감정 과잉을 배제
하고 담백하게 고통을 표현
산문직 리듬 = 운율보다 서술적 구조를 통해 내면 독
백저럼 전개
상징적 이미지 = 갈매나무, 북덕불 등 현실과 정신세
계를 연결
점진적 감정 상승 = 절망에서 의지로 이동하는 구조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 은 개인적 고통율 넘어 시대적
아픔을 반영함.
전쟁과 분단, 이산의 상처 속에서 방황하던 시인이 절망을
극복하려는 의지를 보여주며, 인간직 보편성을 획득함.
이 작품은 한 개인의 고백이면서 동시에 시대 전체의 목
소리라 할 수 있슴.오늘날까지도 깊은 울림줌.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 / 김수영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왕궁 대신에 왕궁의 음탕 대신에
50원짜리 갈비가 기름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같은 주인년한테 욕을 하고
옹졸하게 욕을 하고
한번 정정당당하게 붙잡혀간 소설가를 위해서
언론의 자유를 요구하고 월남파병에 반대하는
자유를 이행하지 못하고
30원을 받으러 세번씩 네번씩
찾아오는 야경꾼들만 증오하고 있는가
옹졸한 나의 전통은 유구하고 이제 내 앞에 정서로
가로놓여있다
이를테면 이런 일이 있었다
부산에 포로수용소의 제14야전병원에 있을 때
정보원이 너스들과 스펀지를 만들고 거즈를
개키고 있는 나를 보고 포로경찰이 되지 않는다고
남자가 뭐 이런 일을 하고 있느냐고 놀린 일이 있었다
너스들 옆에서
지금도 내가 반항하고 있는 것은 이 스펀지 만들기와
거즈 접고 있는 일과 조금도 다름없다
개의 울음소리를 듣고 그 비명에 지고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애놈의 투정에 진다
떨어지는 은행나무잎도 내가 밟고 가는 가시밭
아무래도 나는 비켜서있다 절정 위에는 서있지
않고 암만 해도 조금쯤 옆으로 비켜서있다
그리고 조금쯤 옆에 서있는 것이 조금쯤
비겁한 것이라고 알고 있다!
그러니까 이렇게 옹졸하게 반항한다
이발장이에게
땅 주인에게는 못하고 이발장이에게
구청직원에게는 못하고 동회직원에게도 못하고
야경꾼들에게 20원 때문에 10원 때문에 1원 때문에
우습지 않으냐 1원 때문에
모래야 나는 얼마큼 적으냐
바람아 먼지야 풀아 나는 얼마큼 적으냐
정말 얼마큼 적으냐……
●표현💜
대조적 상황과 대비되는 시어를 사용하여 주제 의식을 효과적으로 드러냄.
일상의 경험과 일화를 나열하여 실제적 삶을 구체적, 사실적으로 보여 줌.
일상어, 비속어를 사용하여자신의 부끄러운 삶을 진솔하게 드러내고 반성함.
말줄임표로 시상을 마무리하여 반성과 자조 의식의 지속성을 표현함.
●[주제]
부정한 권력과 사회적 부조리에 저항하지 못하는 소시민의 삶
●구성
.1~2연: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 '나'
.3연 포로수용소 시절부터 지속된 '나'의 옹졸한 삶
.4연:왜소한 나'의 모습 인식
.5연: 절정에서 비켜서 있는 '나'의 소시민적 삶
.6연: 작은 일에만 반항하는 나의 옹졸한 삶
.7연:옹졸하게 살아가는 자신에 대한 자조적 태도
❤️우라지오 가까운 항구에서 / 이용악
삽살개 짖는 소리
눈보라에 얼어붙은 섣달 그믐
밤이
얄궂은 손을 하도 곱게 흔들길래
술을 마시어 불타는 소원이 이 부두로 왔다.
걸어온 길가에 찔레 한 송이 없었대도
나의 아롱범[1]은 자옥 자옥을 뉘우칠 줄 모른다.
어깨에 쌓여도 하얀 눈이 무겁지 않고나.
철없는 누이 고수머릴랑 어루만지며
우라지오의 이야길 캐고 싶던 밤이면
울 어머닌
서투른 마우재 말도 들려 주셨지.
졸음졸음 귀 밝히는 누이 잠들 때꺼정
등불이 깜빡 저절로 눈감을 때꺼정
다시 내게로 헤여드는
어머니의 입김이 무지개처럼 어질다.
나는 그 모두를 살뜰히 담았으니
어린 기억의 새야 귀성스럽다.
기다리지 말고 마음의 은줄에 작은 날개를 털라.
드나드는 배 하나 없는 지금
부두에 호젓 선 나는 멧비둘기 아니건만
날고 싶어 날고 싶어.
머리에 어슴푸레 그리어진 그 곳
우라지오의 바다는 얼음이 두껍다.
등대와 나와
서로 속삭일 수 없는 생각에 잠기고
밤은 얄팍한 꿈을 끝없이 꾀인다.
가도오도 못할 우라지오.
*아롱범: 표범.
*우라지오: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
*마우재 말: 러시아 말.
*귀성스럽다: 수수하면서도 마음을 끄는 맛이 있다.
●. 작품 개괄
ㆍ작가: 이용악(李庸岳, 1914~1971)
ㆍ갈래: 자유시, 서정시(회상적·애상적), 민족시적 성격
ㆍ발표·수록: 1930년대 후반 창작, 시집 《분수령》(1937) 등에 수록된 작품으로 알려짐
●시적 배경:
시베리아의 이국 땅, 러시아 연해주 우라지오(블라디보스토크) 근처 항구의 한 부두
●화자 상황:
일제 강점기, 고향과 가족에게서 떨어져 북방 이국 땅을 떠도는 유이민
추운 겨울 밤, 부두에 서서 고향·가족·유년의 기억을 떠올리며 그리움과 절망 사이에 서 있음
●제재:
우라지오 가까운 항구의 부두에서,
고단한 삶을 버텨 온 자신,
어머니·누이와 함께했던 유년의 기억,
그리고 돌아갈 수 없는 고향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
●주제:
시베리아 이국 땅에서 고향과 가족을 간절히 그리워하지만, 현실적 제약 때문에 돌아갈 수 없는 유이민의 슬픔과 한(恨), 그리고 그 속에서도 의연함을 잃지 않으려는 태도
❤️추일서정 / 김광균
낙엽은 폴―란드 망명정부의 지폐
포화(砲火)에 이즈러진
도룬 시의 가을 하늘을 생각케 한다.
길은 한줄기 구겨진 넥타이처럼 풀어져
일광(日光)의 폭포 속으로 사라지고
조그만 담배 연기를 내어 뿜으며
새로 두 시의 급행차가 들을 달린다.
포플라나무의 근골(筋骨) 사이로
공장의 지붕은 흰 이빨을 드러내인 채
한가닥 꾸부러진 철책이 바람에 나부끼고
그 우에 세로팡지로 만든 구름이 하나.
자욱―한 풀버레 소리 발길로 차며
호을로 황량한 생각 버릴 곳 없어
허공에 띄우는 돌팔매 하나.
기울어진 풍경의 장막 저쪽에
고독한 반원을 긋고 잠기어간다.
[●핵심 정리]
갈래 : 자유시, 서정시
성격: 회화적, 감각적, 주지적
주제:가을 풍경에서 느끼는 애수와 고독
●표현
회화적 이미지로 묘사함.
- 서구적, 도시적 감각의 소재를 사용함
비유와 묘사적 표현을 사용함
선경후정의 방식으로 시상을 전개함
상실, 하강, 소멸의 이미지를 통해 가을의 황량함을 제
시함.
*낙엽은 폴란드 망명 정부의 지폐
어수선하고 초라한 낙엽의 모습(무가치함)
포화에 이지러진 도룬 시의 가을 하늘을 생각케 한다.
// 기 : 시상의 제시 - 쓸쓸한 낙엽의 모습
폴란드의 고도. 황량함
길은 한 줄기 구겨진 넥타이처럼 풀어져
시각적 이미지
일광의 폭포 속으로 사라지고 / 초라하고 구불구불한 길
눈부신 가을 햇살 아래 펼쳐진 시골 길의 모습(은유)
조그만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연기의 모습을 회화적으로 표현함
새로 두 시의 급행 열차가 들을 달린다.
/ 들을 달리는 급행 열차
→ 재래적 서정을 문명적 소재로 바꾸어 놓고 있다(서정이 주정으로 흐르지 않고 객관화 함)
포플라 나무의 근골 사이로
앙상한 나뭇가지 ]나무 공장을 기계적 물질적 이미지로 비유한 것
공장의 지붕은 흰 이빨을 드러내인 채
앙상한 가을날의 풍경과 문명의 모습 - 도회적 이국적 정취
한 가닥 구부러진 철책이 바람에 나부끼고 / 포플라 나무, 공장, 철책의 황량한 모습
황량함
그 위에 셀로판지로 만든 구름이 하나.
/얇은 구름 // 서 : 구체적 소재를 통한 인상의 표현
엷은 구름이 떠 있는 모습
(셀로판지 - 이국적, 근대적 감수성)
자욱한 풀벌레 소리 발길로 차며
풀벌레 소리를 들으며 들길을 걸음(공감각).발소리에 풀벌레 소리가 끊어짐
호올로 황량한 생각 버릴 곳 없어
이 시의 중심 정서
허공에 띄우는 돌팔매 하나
문명의 황량함을 향해 던지는 ‘돌’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돌 -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돌을 던짐) 기울어진 풍경의 장막 저 쪽에
고독한 반원을 긋고 잠기어 간다. //결 : 개인적 정서의 표출 - 적막한 풍경 속에 고독을 느끼는 ‘나’
단지 문명 속의 인간의 고독을 겨냥해 날아갈 뿐이다. (고독한-‘황량한’과 함께 이 시의 중심 정서)
▶성격 - 회화적, 주지적, 애상적
▶제재 - 가을날(가을의 풍경)
▶주제 - 가을의 애수(哀愁) 어린 풍경과 고독감
▶표현 ①비유에 의한 시각화
②현대적 감각의 시어 구사
③다양한 이미지에 의한 서정․서경의 형상화
▶출전-<인문 평론>(194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