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지리산 피아골, 화엄사 계곡에서
가을 끝자락임에도 아낌없이 보여준
선명한 단풍에 매료된 눈길에 못이겨
만추지절에 한 번 더 단풍을 만나고 싶은
간절함이 강천산을 향하고 있었다.
모르면 모를까 강천산 얘기단풍의
가냘프고 아련한 미소가 눈에 선한 데
안 가고 배길 방도가 없었던게 팩트다.
담양 대나무의 사열을 받으면서
첫 발을 디디는 것도 특별한 맛이다.
지난 주 풀코스의 고행이
아직 가시지도 않은 관계로
오늘 강천산은 B코스를 선택하고
넉넉하게 얘기 단풍을 즐길 셈이다.
담양 금성산성주차장에서 하차.
금성산성-동문-북바위-강천계곡-주차장
가장 단조로우면서 아름답고 편안한 코스다.
활엽수에 단풍이 들고 있지만
관심 밖인 듯 스쳐지나가기 바쁘다.
창원에서 새파랗던 하늘이
순창 어귀에 들어서려니 하늘이 뿌연 것이
안갠지 구름인지 모르지만
어째든 날씨가 맘에 안 드는 건 사실이다.
금성산성으로 오르는 동안
이마에 빰방울이 맺힐라 하면
쌀쌀한 찬바람이 스쳐 닦아주고
스무스하게 뚜꺼비 바위를 지나가고
숨 한번 헐떡거리지 않고 금성산성 남문 도착
산성의 조망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금성산성은 고려시대 쌓은 것으로
산성의 둘레가 7.345m이고
성 안에는 곡식 2만 3천 석이
해마다 비축 되었다고 한다.
특이한 점은 산성 밖에는 높은 산이 없어
성문 안을 전혀 볼 수 없는 형세를
잘 살펴서 지은 성으로 평가 받고 있다.
충용문을 들어서면 널찍한 광장이 있고
주변에 단풍이 물들어 시선이 달달하다.
조금 가다보면 길가에 돌탑이 위태위태 서 있다.
곧이어 동자암이 고즈넉하게 앉았는데
돌탑과 주변 경관을 가꾸는 것은
동자암 스님의 일이신 것 같았다.
푹씬거리는 갈잎을 밟고 가는 산우들
주변 단풍은 시시한 듯 곁눈질로 감상하는
여유로움에서 허락받기가 애매한
나만의 평안을 찾는다.
동문 도착
이렇게 쉬운 길인지 모르겠는데
암튼 B코스 대장 송운 님만 믿고 따른다.
송운 님이 정찰 나간 것을 모르고
회장님과 며몇 산우들를 따라
구장군 폭포 방향으로 진군하고 말았다.
단풍은 익었으되 철따라 가는 시점이라
이만큼의 눈요리를 하도록
보여주는 것만 해도 감사한 일.
캄보디아 앙코르왓트에서 본 듯한 형상
산봉우리이나 올바른 능선 하나 오르지 않고
편안하게 내려가기만 해도 되는 건지
추궁받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단풍이 열광하는 것을 보니
대충 종착점에 다 왔다는 분위기가 느껴지는 시선.
햇빛은 약하다해도 대낮이라 반영이 시원찮다.
역시 얘기단풍의 화려한 행렬이 이어진다.
영하날씨에 가까운 추운 기온에
단풍도 퇴색되고 시들어가는 것으로 보아
아마 이번 주말까지만 보여주고
해피엔딩을 맺을 것 같다는 생각.
구장군 폭포
수좌굴
옛날에 설담과 뇌암이라는 수도승이
이곳에서 참선을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 옴.
현수교 가는 계단
출렁거림을 약간 느낄 수 있는 현수교 체험
하릴없이 현수교 끝부분에서 오르는
데크계단이 500계단 쯤 될까?
암튼 천국행 계단같은 느낌.
그러나 끝까지 올라가면 실망스럽다.
조망까지 바란다면 사치!
강천사에 서광이
병풍폭포
오후 5시 30분 산행 종료시간인 데도
3시도 안돼 산행종착점에 도착,
소맥을 걸친 김에 맨발 걷기를 하다가
발이 시리고 추워 죽을 뻔 하다가
상아 님 클록스 신발을 얻어 신고
겨우 살아 왔다는 창피한 이야기.
산정 하나 올바른 능선 하나 오르지 않고
북바위 허리춤에서 내리막 길을
내려오다보니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밥상을 받으려니 뒷꼭지가
왜 이리 간지럽노?
산행을 하다보면 이런 날도 있는거지 뭐!
ㅋㅋ
2025. 11. 19
순창 강천산에서 인곡
첫댓글 인곡님 작품속에 여유로운
울님들의 모습이 고운단풍의
빛처럼 참 곱습니다 ㅎ
산행기 즐감하며
수고하셨어요 ^^~
담에는 엔간하면 따라붙이겠습니다.
백설공주처럼 이쁘게...
오순도순 함께한 산길 즐거웠습니다.
끝까지 리딩하지 못해서 미안한 마음입니다.
멋진 사진 남겨주셔서 고맙습니다^^
오랜만에 함께할 수 있었는데 오판한 게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쉬운 길 후회는 없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덕분에 얘기 단풍까지 섭렵하였으니
기쁘고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