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은 2025. 2. 15. 토요일.
종일 약간 흐렸다.
광합성 식물체질인 양 날씨가 흐리면 나는 늘어져서 힘들어 한다.
오늘도 은근히 지치고 피곤해서 아침나절에 눈 감고는 낮잠을 잤다.
점심 뒤에 아내가 "병원에 들러서 문안 다녀옵시다"라고 권유했으나 나는 거절했다.
"당신이나 다녀와. 나는 아이들을 돌볼게."
"아이들은 작은아들이 보살피기로 했어요. 당신도 한 번 다녀옵시다."
"그려."
속옷을 갈아입었다.
혹시라도 속옷에서 '늙은이-냄새'가 날까 싶었다.
외출복을 입고는 아내 뒤를 따라서 서울 송파구 잠실 아파트 단지를 벗어났고, 도로변에서 아내는 콜택시를 탔다.
외지에서 큰딸이 불렀다는 콜택시.
서울 강동구 성내동 '강동구청역' 3번출구 바로 인근에 있는 "청병원' 앞에서 내렸다.
아내는 택시비도 안 냈다?
<청병원>에 들어서니 며느리가 반갑게 맞이하며, 또한 환자복을 입고, 허리에 의료기구를 매단 큰아들이 초췌한 모습으로 인사를 한다.
큰아들은 어제 담석증(쓸개)을 제거하는 복강경 수술을 받았다고 한다.
* 복강경 수술 : 배를 절개하지 않고 대신 작은 구멍을 낸 뒤 특수카메라와 특수기구를 넣어서 수술한다.
내장 담낭에 돌이 생겨서 염증을 유발하는 담석증.
귀 어둔 내 대신에 아내가 큰아들과 간병하는 며느리와 함께 자랑자랑 이야기를 나눴다.
아내가 지갑을 꺼내서 흰 봉투를 내밀었고, 며느리가 봉투 받기를 거절하다가 결국에는 받았다.
병원비 일부를 감당했으면 싶다.
큰아들 내외와 이내 헤어진 뒤 아내와 나는 병원 앞에 다가온 콜택시를 탔다.
이번에는 며느리가 콜택시를 불렀다고 한다.
나는 속으로 언짢아 했다.
<청병원> 바로 곁에는 지하전철8호선 '강동구청역' 3번 출구이다.
아내와 나는 노인이기에 전철을 타면 전철비는 무료이다. 송파구 잠실에서 살기에 강동역에서 잠실역까는 지하전철 구간은 2개이다.
며느리가 핸드폰으로 콜택시를 불러서 대절했으니 별 수 없이 그냥 택시에 올라타고는 귀가했다.
얼마 뒤에 내가 사는 송파구 잠실 아파트 단지 출입구에 도착했다
큰아들의 딸인 친손녀(초등학교 4학년)와 친손자(초등학교 3학년)은 어제부터 잠실 할머니네 집에 와서 지낸다.
나와 아내는 오늘 오후에 큰아들의 병 문안을 다녀왔기에 이제는 마음의 짐을 내려놓는다.
어제 담석증 복강경 수술을 받은 큰아들(1981년 12월 24일생)이 조만간 건강을 다시 회복했으면 싶다.
나는 귀가 지꾸 더 어둡고, 등허리뼈가 나날이 굳어지고 굽혀져서, 사회활동하기가 더욱더 어렵다.
앞으로는 늙어가는 아비(나) 대신에 집안 행사를 이끌어 나가야 할 큰아들과 작은아들이다.
내 큰딸이 잠실에 들러서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한 방에서 잔단다.
2.
나는 콜택시 제도에 놀라워 한다.
핸드폰으로 콜택시를 불러서,, 현재의 위치에 택시가 오고, 택시를 타면 택시가 알아서 목적지에 도착한다.
택시비는 콜택시를 부른 당사자가 지불하는 시스템이란다. 이런 교통 자동통신체제를 아지 못하는 나한테는 딴세상을 사는 것 같다는 느낌이다.
나는 오래 전 서울 용산구 삼각지에 있는 어떤 정부기관에서 근무하면서 직장과 산하기관에서 필요한 업무용 컴퓨터 소프트 개발팀장을 세 차례나 수행했다.
나는 전산맨은 아니고 행정직이었다. 본청과 산하기관의 업무를 전산화하는 작업을 총괄 수행했다. 외부의 전산맨은 십여명에서 때로는 이삼백 명 가까이었다.
정부 측의 우두머리로서 전산개발업무를 수행했던 내가 이제는 핸드폰의 전산시스템에 대해서는 깜깜한 절벽이다.
세상은 엄청난 속도로 빠르게, 더욱 강하게, 더욱 새롭게 발전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내가 정년퇴직한 지도 만17년이 가까워지고, 퇴직한 뒤에는 컴퓨터가 없는 산골로 내려가 몇해 살았더니만 나는 어느새 전산체계에 관해서는 바보로 전락했다는 사실에 그저 놀라워 한다.
내 어머니가 돌아가신 지도 -앞으로 10일만 더 지나면- 만10년이 곧 된다.
내가 서울로 되올라와서는 컴퓨터로 문학카페에 들락거리면서 회원들이 올린 문학-글을 읽고, 나도 생활일기를 날마다 게시하나 이는 글쓰기에 관한 초보적인 컴퓨터 조작기술에 불과하다.
초과학 컴퓨터 시대에서 구석기의 원시인으로 전락해서 사는 내 꼬라지가 한심스럽다. 점점 뒷전으로 더욱 내몰리는 게 내 현실이다.
2025. 2. 15. 토요일.
나중에 보탠다.
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