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으로 들어 오는 사랑 / 장영희

술은 입으로 들어오고
사랑은 눈으로 들어오네
우리가 늙어 죽기 전에
알게 될 진실은 이것 뿐..!
잔 들어 입에 가져가며
그대 보고 한숨짓네.
Drinking Song / Yeats
wine comes in at the mouth
and love comes in at the eye;
That's all we shall know for truth
before we grow old and die.
I lift the glass to my mouth
I look at you, and I sigh
이 시는 20세기 영국 詩의 거장
W. B. 예이츠가 노래한 <음주가 (Drinking Song)>이다.
이 시의 두번째 행 "사랑은 눈으로 들어오네"라는 말을 인용하여
미국의 소설가 윌리엄 캐네디는 그의 소설 속
한 여자인물을 통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어떤 위대한 시인이 말하기를,
사랑은 눈을 통해 들어온다고 했지요.
그러니까 이 세상은 아무리 많이 보고 싶어도
너무 많이 보지 않도록 조심해야 해요.
왜냐면 이 세상은 너무 아름다우니까요.
너무나 아름다워 실눈 뜨고 아껴 봐야 하는 이 세상,
하긴 하느님도 삼라만상을 창조하시고 나서
'보시기에'
참 좋다고 말씀하시지 않았는가.
슬그머니 우리 곁에 다가와 있는
가을 풍경이 너무 아름다운 오늘 같은 날
문득 생각나는 말이다.
며칠 새 쑥 올라간 하늘,
어느덧 황금 빛으로 일렁이는 들판,
그 위를 나는 고추 잠자리, 투명한 햇살 속에서 잔잔히 피어 있는
들국화, 오랫만에 선명한 선을 그리는 산들...
평소에 별 '볼' 일 없기로 소문난 학교 캠퍼스도
오늘 같은 가을날은 색다른 아름다움으로 다가온다.
노란 화관을 쓰기 위해 성급하게 준비하고 있는 은행나무들,
드문드문 잔디 밭에 둘러 앉아 기타 치며 노래하는 젊은이들...
너무나 평온하고 아름다워
눈으로 들어오는 사랑이 가슴 벅차다.
그러나 성숙의 아름다움 때문에 죽어야 하는 가을,
그래서인지 주위를 좀 더 살펴보면
우리들의 눈에 들어 오는 것은
아름다운 것들 뿐만은 아니다.
지난 여름 태풍으로 망가진 논 앞에
넋을 놓고 앉아 있는 농부,
그 이마 위에 깊게 팬 허무한 주름살,
대형 백화점 한 모퉁이에 덧버선 몇 개 늘어놓고
지나는 이들의 다리만 쳐다보고 있는
할머니의 초점 없는 눈...
아, 이 아름다운 계절..
두 눈을 크게 뜨고 눈으로 들어 오는
크나 큰 사랑을 만끽하며 우리 모두
사랑의 열병을 앓아 봐도 좋으련만......
- 장영희 에세이 / 내 생에 단 한번 중에서 -
- 음악 / James Galway (feat. Cleo Laine) - How, Where, When
- 글 / 故장영희교수 에세이 - 내 생에 단 한번 중에서

가을의 기도
가을엔,
한 없이 맑은 하늘 속에
내 자신을 비추어
나의 영혼을 들여다보게 하소서.
그리하여 내 삶 안에 남아있는
무수한 얼룩들을 보게 하시고
통회의 눈물로써
그 얼룩들을 씻어내게 하소서.
가을엔,
유유히 산 위를 떠다니는 구름에게서
가난한 마음을 배우게 하소서.
그리하여 사소한 것에
매달리던 욕망을 거두어내게 하시고
그 빈자리에
영원의 향기로 가득 채우게 하소서.
가을엔,
길 위에 떨어져 뒹구는 낙엽에게서
겸손함을 배우게 하소서.
그리하여 무심히 지나치던
보 잘 것 없는 것에도 감사하며,
착한 죽음을 준비하게 하소서.
가을엔,
고독의 심연 안에서
깨달음의 꽃을 피우게 하소서.
그리하여 그 고독안에서
당신을 위한
영원의 등잔을 환히 밝히게 하소서.

- 음악 / James Galway (feat. Cleo Laine) - How, Where, When
『가장행복한공부』 | | | | |
첫댓글 가을엔

음의 
을 피우게 하소서
고맙습니다. ()
깨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나무관세음보살 _()_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