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성안 판사님 페북게시글을 옴깁니다
귀신과 폐가
2018. 7. 3. 법원 코트넷에 올린 글을 일부 수정해 올립니다.
...중략...핵심적인 쟁점 두가지에 대해 논의해보면 좋을 듯 합니다. 일부 오해가 풀린 후 의미가 명확해진, 재판거래라는 ‘귀신’과 사법신뢰를 잃을 법원이라는 ‘폐가’ 문제입니다.
귀신이 있는지 제대로 살피지 않으면 폐가가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주장과 정반대로 이 논리를 “귀신을 잡으려다 폐가가 될 수 있다는 식의 논리”로 저처럼 오해하실 분들도 계실 듯 합니다. 아마 작년부터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의 진상조사, 추가조사를 요구할 때마다, 조사에 반대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님이나 행정처의 일부 법관, 일부 고위법관들께서 교각살우,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운다는 등의 논리를 내세워왔기 때문인 듯 합니다.
1.귀신
재판거래, 저는 재판절차개입이라고 부르는 재판 관련 사법행정권 남용에 실체가 없는 “귀신”의 요소만이 존재하는지는 의문입니다. 제가 특조단 보고서에 대한 단상이라는 글에서 정리했듯이, 귀신이 아닌, 살아있는 괴물 같은 실체가 존재합니다.
첫째, 행정처에서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되는 사건에 대해 재판 담당 판사에게 전화 등을 통해 심증을 빼내거나 일정한 의견을 전달하는 행태가 확인되었습니다.
1) 원세훈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재판장과 주심판사와 통화한 내용이 정리되어 보고되었고, 2) 통진당 비례대표 지방의원 행정소송 관련해서는, 심증을 확인해 사법행정권자에게 보고하는 것을 넘어, 특정한 표현이 판결이유에 들어가기를 요청했고(인과관계는 평가가 필요하지만 요구한 ‘정당해산시 의원자격 상실여부 사법부 판단권’ 관련 표현이 실제 판결문에 들어가는 있음), 선고기일 연기를 요구해 관철시켰습니다(165면). 선고시점 조절 이슈는 산케이 신문 지국장 사건 관련 보고서에, 출국정지기간 연장처분 집행정지신청 사건의 항고심에 대하여 4. 15.까지 결정 보류 요청(169면)이라는 내용으로도 등장합니다.
둘째, 행정처 등 사법행정권자가 사건 검토 보고서 등을 작성하고, 일부는 직간접적으로 내용을 재판부에 전달한 것이 특조단 조사에서조차 확인되었습니다.
1) 원세훈 사건 : 행정처 심의관이 작성한 항소판결 분석보고서 2개(362, 368번)가 임종헌 차장, 홍승면 수석재판연구관을 거쳐, 사건담당하는 신 재판연구관에게 전달(199~122쪽).
2) 통진당 비례대표 의원 지위 관련, ‘통진당 행정소송검토보고’[74번]은 서울행정법원 2015구합50320호로 선관위를 상대로 국회의원지위확인청구를 하자, 각하, 기각, 인용 등 주문, 구체적 이유까지 연구하고 그에 따른 영향 및 파장 분석(157면).
3) ‘통진당 지역구 지방의원 대책 검토(내부용․대외비)’[75], ‘통진당 지역구 지방 의회의원 상대 제소’[175], [176]에서는, 통진당 지방 지역구 의원 의원직 상실방안을 소송으로 달성하는 방법과 관련하여 소제기도 전에, 법원이 먼저 알아서 구체적 제소방법(청구취지, 이유), 적절한 지역까지 제시(160쪽).
4) 통상임금 경제적 영향분석[409]에서는, 통상임금 관련 사건 2건이 전원합의체에 회부된 후 같은 해 9. 5. 변론 기일의 공개 및 생중계가 결정되자 대법원의 통상임금 범위 판단에 따른 경제적 영향에 대한 각 경제주체 주장의 적정성 등을 검토(149면).
행정처가 재판 쟁점까지 미리 분석하는 곳인가요?
셋째, 행정처가 사건진행 속도에 관여하려 한 보고서들이 많습니다.
1) ‘국무총리 대국민담화의 영향 분석과 대응 방향 검토’[204, 205, 295, 296]에서는, 사법부가 이니셔티브를 쥐고 있는 사안들에 대하여 사건 처리 방향과 시기를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하면서, 원세훈 전 국정원장 사건, 전교조 법외노조 사건 등을 적시함(168면).
2) 원세훈 전 국정원장 판결 선고 관련 각계 동향’[59, 360]에서는, 항소심 판결과 1심 판결을 면밀히 검토해 신속 처리를 추진하고, 기록 접수 전이라도 특히 법률상 오류 여부 면밀히 검토해 공직선거법 제270조의 재판기간에 관한 강행규정[3개월] 최대한 준수하여 신속 처리(113면). (원세훈 공선법 유죄판결시) 形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효력 집행정지 사건 등 관심 사법 현안 신속 처리, 骸본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 조속한 시점에 선고. 상고심을 최대한 조속히 진행하여 만일 결론에 재고의 여지가 있는 경우에는 최대한 조속히 선고하는 것이 바람직함(119면).
넷째, 전원합의체 회부 요청 관련하여, 원세훈 사건에서 전원합의체 회부에 관한 청와대 우병우 민정수석 요청사항 등이 실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분석을 특조단은 했는데, 통진당 사건 전합회부에 관한 의견을 대외비 보고서를 볼 필요가 있습니다. ‘통진당 사건 전합 회부에 관한 의견(대외비)’[200] (163면)에서는, 여러 검토 끝에 “기념비적인 법리를 선언할 수 있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전합 판결은 得보다 失이 많다는 의견임”이라는 결론을 내립니다.
2. 얻어 걸린 원세훈. 더 많은 귀신 후보들
이 많은 재판절차 개입은 실제 실행된 것이 다수이고, 일부 실행여부가 아직 확인되지 않은 것들은, 그런 실행의지를 내비친 것이 법원 행정처 조직입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님 시절, 행정처가 관선변호 행태로 사건에 개입한다는 소문은 한두번 들은 것이 아니고, 제 스스로도 정치인들 관련 사건의 선고시점에 행정처가 개입하려 한 행태를 몇 년전에 당해 재판부 판사들 중 한명으로부터 직접 전해들은 적이 있습니다. 재판절차 개입 등을 시도한 사례들이 더 있을 거라는 것이 더 합리적인 판단이라고 봅니다.
특조단 보고서 제6쪽을 검색어 목록을 보시면, “원세훈” 빼면 나머지 모든 중요 시국사건들은 키워드 추출형의 검색조차 안되었습니다. 일부 보고서가 나온 통진당, 전교조 집행정지, 긴급조치 등의 사건도 다른 검색어를 통한 검색과정에서 우연히 얻어걸린 것들입니다.
행정처가 추가공개한 자료들 중, “정부운영에 대한 사법부의 협력사례” 보고서를 보면, 원세훈 사건은 사법부가 그동안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하여 최대한 노력해온 5가지 카테고리 중 2) 자유민주주의 수호와 사회적 안정 유형 하부의 6개 사건 중 하나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카테고리는 1) 과거사 정립, 3)국가경제발전 최우선 고려, 4대 부분 개혁 중 노동 부문 관련, 5. 4대 부분 개혁 중 교육 부분 관련인데, 원세훈 외에 17건의 사건이 열거되어 있습니다.
“1)과거사정리위원회 사건, 대통령긴급조치 사건, 2) 이석기 전 의원 사건, 전교조 교사 빨치산 추모제 참석 사건, 밀양 송전탑 사건, 제주 강정 해군기지 사건, 세월호 사건으로 인한 전국가적 재난상황의 조기 극복 방안 제시, 3) 통상임금 사건, 휴일근로수당 중복 할증 사건, 키코 사건,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자회사 법인설립등기 사건, 4) KTX 승무원 사건, 정리해고 사건, 철도노조 파업 사건, 노동조합의 조직형태 변경, 5) 전교조 시국선언 사건,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효력 집행정지 사건”
반대로
“왜 원세훈 사건만, ”원세훈“ 키워드 추출해서 조사하냐, 내 사건도 하드에서 내 사건 키워드로 관련 파일 추출해서 조사해 달라!”
는 의견이 관련 사건 당사자들과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것이 당연하고, 합리적 요구입니다.
중복가입금지조치 실행, 이탄희 판사 겸임해제 발령 등의 의혹을 조사하던 과정에서 원세훈 관련 보고서가 발견되어 조사가 확장되었는데, 그러한 사정은, 다른 관련 보고서가 발견된 다른 시국사건들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원래 조사범위가 아니니 조사에 협조할 수 없다는 태도는 그 자체로 근거가 약하거니와, 법원 전체에 대한 신뢰상실로 가는 지름길입니다.
최소한 원세훈 사건처럼 키워드 검색 추출이라도 하는 걸로 시작해서 철저히 귀신인지, 괴물인지 밝히려는 의지를 보여야 신뢰를 얻을 수 있습니다. 원세훈 사건 류의 재판절차 개입 등조차 없는 걸로 나오는 게 없다면, 실체 없는 귀신인 걸로 확인되어 좋을 것이고, 나오는 게 있다면, 실체 있는 괴물을 확인해 합당한 조사, 징계, 처벌을 하면 됩니다.
3. 폐가로 가는 길
이런 수많은 재판절차 개입, 그리고 일부 판결문 표현까지 관여하려 한 행정처와, 상고법원 관철을 위해 재판결과를 거래의 대상으로 삼아 국정운영에 협조했다는 류의 보고서를 작성한 행정처는 동일한 사람들로 구성된 동일한 조직입니다.
이런 수많은 절차 개입 과정에서 오고갔을 관선변호 행태가, 결과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았는지는, 해당 판사의 마음 속을 들여다보지 않는 한 알 수 없겠지요. 판사의 심증의 형성과정이 매우 섬세하고 미묘한 과정입니다.
예전에, 서울 중앙 형사부 근무시 한 형사부 부장판사님이 아는 변호사가 전화해서 집행유예가 안되는지 전화로 이야기해서, 왜 안되는지를 조목조목 설명해주셨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술자리에서 하신 것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소신대로 실형을 하셨으니,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으니 문제가 없습니까?
전관예우 문제와 행정처 관선변호의 방어논리가 만나는 지점입니다. 재판 결과에 영향이 없다. 결과란 무엇인가요?
일방당사자나 제3자와 판사의 법정외 의사소통을 ex parte communication 등의 법리로 엄격히 제한하는 법관윤리가 확립된 미국 등의 선진국이라면, 이런 식의 의사소통이 확인되는 것만으로 재판의 공정성의 외관이 심각하게 깨졌고 심증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하여, re-trial로 갈, 우리로 치면 재심 비슷하게 이뤄질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행정처의 이러한 재판절차 개입과 일부 보고서 또는 판결이유 관련 개입을 통한 재판내용 관여 가능성만으로 철저하고 엄정한 조사, 징계, 수사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재판결과에 영향이 없었는데 근거없는 의혹제기하지 마라는 강변만이 주로 법원장님을 포함한 다수의 고등부장님들, 대법관님들 사이에서 나오는 것을 보며, 절망에 가까운 감정을 느낍니다.
일부 판사님들이 이야기하듯이 행정처의 고민이 검찰이 믿기 힘들다는 데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설사 검찰이 믿기 어렵다고 느낀다고 법에 따른 수사를 법원만이 피할 수는 없습니다.
그럴 거면, 기업들이나 국민들 수사받을 때, 검찰이 믿기 힘들다고 느끼면 하드디스크 등 전자자료 영장발부부터 시작해서, 재판까지, 똑같이 거부해 주었어야겠지요. 합리적 영장발부기준이 있었다면, 행정처는 그 법리를 자세히 검토해 그에 합당하게 하드디스크 등 원본 자료조사에 협조해 주면 됩니다.
지금까지의 하드디스크나 서버자료 전자자료 등에 관한 법원 영장발부 법리가, 딴 맘(?) 먹은 검찰이 수사범위를 지나치게 넘어 관련성 없는 걸 다 뒤지게 허용해주는 것이었다면, 검찰 못 믿는다는 말을 해서는 안됩니다. 그랬다면, 법원이 못 믿을 곳입니다. 이제와, 내가 수사 대상이 되니, 나에게는 다른 기준을 적용하겠다고 하면, 법원은 더 못 믿을 곳이 되고, 정말 폐가가 되겠지요. 법원에 대한 사법신뢰도는 회복되기 어려운 타격을 받을 것입니다.
첫댓글 필승!
좋은 정보 감사 합니다.
네 감사합니다 ~
정보감사합니다
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