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과 어울림
사가목 / 이준호
가을 비가 내린 후 단풍잎이 많이 떨어졌다.
낙엽 길을 걷다 나도 모르게 탄성이 나오는 곳이 있으니.
소복이 떨어진 노란 단풍 낙엽 위에 있는 빨간색 우체통.
자연은 노랑색과 빨강색으로 가을을 멋있게 연출시키고 있었다.
가을은 단풍 색을 만들고 비는 정성스럽게 단풍을 씻어 놓으면 바람은 보기 좋게 펼쳐 놓았다.
작고 여린 아기 손 같은 단풍잎을 차마 밟고 지나가기가 망설여졌다.
자연이 만든 색은 다른 모든 색들과 잘 어울려 큰 감동으로 다가 온다.
노랑 바지에 빨강색 옷을 입고 거리에 나선다면, 혹은 빨강 바지에 노랑색 옷을 입고 나선다면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친한 사람들은 어디가 아프냐고 물어 올 것 같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촌티의 종결자 또는 부조화의 결정체라고 할 것 같다.
노란 셔츠 입은 사나이가 어쩐지 마음에 든다는 노래도 있긴 하지만,
원색이 주는 인상은 무당 집 마당에 높이 세워진 깃발과 성황당 나무에 매달린 형형색색의 헝겊을 연상케 한다.
이렇게 사람이 선택한 색은, 그 어울림에 세심함을 필요로 한다.
최근에 글 공부를 하려고 글방에 등록을 한 후, 강의 첫날이었다.
우연히 복도에 걸려 있는 그림을 본 순간, 물속에 있는 것 같이 귀가 멍해지고 주위가 고요해짐을 느꼈다.
단순한 바탕 위에 검은 선으로 그림을 그리고 내부는 밝은 원색으로 그린 작품.
그 그림은 캐나다 원주민의 정신과 신비스러움을 표현했고,
유럽의 문화와 정치에 대한 투쟁과 갈등을 동족에게 알리고자
몸부림쳤던 노루발 모리수 Norval Morrisseau의 작품이었다.
그는 자연과 사람을 추상화시키고 단순하고 깔끔한 원색의 어울림으로 사물을 독특하게 묘사한 화가였다.
지난날, 교육시키겠다며 원주민 어린이를 기독교 기숙사에 강제로 합숙시켰던 시절이 있었다.
기숙사에서 어린이가 자신의 언어를 사용하면 영어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바늘을 혀에 꽂아 벌을 주었다고 하니.
문화의 말살 행위에 대한 반발이었을까? 그의 서명은 항상 자신의 문자를 사용하고 있다.
가을. 우연히 마주친 검은 색 계열의 옷을 입은 여인으로부터 은은히 빛나는 진주목걸이와
살짝 보이는 귀걸이의 순한 반짝거림은, 흑과 백의 단순하면서도 보색의 세련된 어울림으로
눈길 끌기에 충분한 모습이었다.
가을은 아름다움을 주고, 단풍은 낙엽 되어 대지를 윤택하게 하고 사라진다.
이것이 가을이 주는 어울림이다. 아름다움을 보고 글로 아름다움을 전할 수 있다면 이것도 좋은 어울림이리라.
글 속에 귀걸이의 반짝거림 같은 순한 감동이 있다면 더욱 좋으련만…
첫댓글 가을.
南 無 阿 彌 陀 佛 _()_
감사합니다! 잘보고갑니다
나무관세음보살 나무관세음보살 나무관세음보살_()_
졸필을 읽어주시고 댓글 남겨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꾸벅.
특이한 그림, 무언가 느낌이 와 닿습니다 고맙습니다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