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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귀검신(弓鬼劍神)제17장 태산북두(泰山北斗)-1
험로를 뚫고 목적지에 도착한 표행단은 비록 표물은 무사 히 태화전장(太和
錢莊)에 전할 수 있었지만 그 동안에 쌓인 피로며 상처가 그들을 더 이상 움직일 수 없게 만
들었다. 창 암산을 벗어나 잠시 치료를 했지만 그건 단지 임시방편 일 뿐이었
고, 계속된 표행길에 표사들은 물론이고 표두인 이진 까지 몸져 누워 있는 상태였다. 태화전장
에서는 이들을 위해 세 개의 전각을 내주고 편의를 봐 주고 있었다. 그들의 뒷바
라지는 표사덕에 무사히 살아남은 쟁자수들이 맡고 있었다.
"제길, 여기까지 와서 환자나 돌보고 있어야 하다니..."
마당 한 구석에서 십 여개의 약탕기를 돌보고 있던 노구가 굽혔던 허리를 쭈
욱 펴며 투덜거렸다. 그러자 대청마루에 앉 아 장기를 두고 있던 장삼봉과 여명이 그런 그를
보며 한소 리 했다.
"아 그러게 누가 긴 종이를 뽑으라나... " "암, 짧은 걸 뽑았으면 그깟 약탕
기를 만지고 자시고 할 필 요도 없었을 것을, 하하하"
"흥, 그리 자신만만해 하지는 말게. 내일은 자네가 내 꼴이 될 것이야.... 그나
저나 소문이는 어디 갔는가?" "어딜 가긴 약 달이는 것을 보더니 경기(驚氣)를 하고 도망
가지 않았나. 어디서 한숨 자고 있겠지" "나참, 누가 지 먹으라고 달이나? 겁을
내긴, 그나저나 이 곳까지 왔으면 소림사는 한번 둘러보고 가야 하는 것 인데"
"예끼 이 사람아, 지금 우리의 처지를 보고도 그런 말이 나오는가? 표사들이 다 앓아 누웠
는데 우리는 한가로이 유람 이나 간다고 하면 강량 어르신이 얼씨구나 하고 보내 주시겠
다. 나참...."
"누가 머라나, 그냥 그렇다는 것이지..."
'어라...소림사? 소림사가 이 근처에 있나?"
표사들을 위해 약을 달인다는 소리에 꽁지가 빠져라 도망 을 쳤다. 탕약이
라니...치가 떨리는 소문이었다. 그래도 허겁 지겁 도망친 게 미안해서 간단히 술과 안주를 준
비해 오는데 때마침 소림사라는 소릴 듣게 됐다.
"형님 소림사라뇨? 소림사가 저 근처에 있나요?" "흥, 이제사 나타나시는
구만, 헌데 들고 있는 건 뭔가?" "헤헤, 술이나 좀 드시라구요"
"술? 허험!"
술이라는 말에 노구는 물론이고 장기에 정신을 빼앗겼던 장삼봉과 여명도
고개를 번쩍 들었다. 소문은 재빨리 대청마 루 한곳에 술자리를 만들었다. 장삼봉과 여명은 좋
다구나 하 고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지만 노구는 소문이 여러 차례나 권 하고야
마지못해 끼여들게 되었다.
"헌데 아까 하신 말씀 있잖아요?"
"뭐?"
"아 소림 말입니다. 그게 저 근처에 있나요?" "그럼, 소림사는 저 근처가
아닌 이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숭산에 있지. 저기 보이나? 저 산을 돌아 넘어 가면 바
로 숭산이 보이지"
장삼봉은 연신 술을 들이키며 뜯고 있던 닭다리를 들어 가 물가물하게 보이
는 산 하나를 가리켰다.
"이곳에서 얼마나 걸립니까?"
"글세, 한 이백리 길은 되지 않나?"
"아니야 여기서 정확하게 백 오십리 길이지"
저마다 의견이 분분했지만 그건 중요한 게 아니었다. 소문 은 그 길로 강량
에게 달려갔다.
"소림이라고?"
"예, 어르신 소림입니다."
"아니 소림은 왜?"
"제게 꼭 필요한 일이 있습니다. 그러니 잠시 다녀오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흠, 어차피 표사들이 저리 누워있으니 당분간 움직이지도 못할 것이니 문제
는 없겠지만 그래도...." "부탁드립니다. 꼭 가야할 일이 있습니다."
강량은 잠시 동안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는 소문에게 기다 리란 말을 하고
밖으로 나갔다. 강량이 다시 방안으로 돌아 온건 차 한잔 마실 정도의 시간이 지나서였다.
"그럼 빨리 다녀오도록 하게. 내 표두님께 말씀을 드리니 흔쾌히 허락하시
더군. 하지만 될 수 있으면 빨리 와야 하네" "정말이십니까?"
"허참, 그럼 내 자네에게 거짓말을 해서 무엇하겠나" "예. 어르신. 감사합니
다."
소문은 그렇게 신경을 써주는 강량이 고마웠다. 머리를 숙 여 여런 번 인사
를 한 후 소림사로 떠날 준비를 하고자 방을 물러 났다.
소문은 일행이 거주하고 있는 태화전장(太和錢莊)을 떠나 남서쪽으로 백
오십리 정도 떨어진 숭산을 반나절만에 도착 할 수 있었다. 사람이 없는 곳에서는 경공을 시
전하며 서둘 러서 그런지 자신에게 길을 알려준 장삼봉의 말보다는 훨씬 빠르
게 도착할 수 있었다.
"역시 다르군, 달라....소림이 있는 곳이라 그런가...?"
그저 하나의 산일 뿐인데 보면 볼수록 숭산은 뭔가 모를 위엄이 있었다.
그때 갑자기 들려오는 함성이 있었다.
"이얍, 나의 백보신권(百步神拳)을 받아라..." "으윽, 좋다 그럼 나는 탄지신
통(彈指神通)이다." "하하하 어서 이쪽으로 와 나한진을 펼쳐라"
한참 언덕에서 무리를 지어 뛰어 노는 아이들의 입에서 나 오는 말들이 하나
같이 소림사의 무공이었다. 소문은 가던 길 을 잠시 멈추고 마을 아이들을 지켜보았다.
'역시, 숭산(嵩山) 근처에 오니 분위기가 다르구나. 아이들 까지 소림의 무
공을 가지고 놀이를 하고...'
소문은 아이들을 바라보며 빙그레 웃음 짓다가 고개를 들 어 정면에 보이는
산을 바라보았다.
숭산(嵩山)이 한눈에 들어왔다. 중국 오악(五嶽)중의 하나로 서 태실산(太室
山)과 소실산(小室山)의 칠십이 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는 산. 허나 사람들에겐 소림사(少林
寺)가 위치한 산으로 더욱 잘 알려진 산이었다.
소림사(少林寺)
북위(北魏)의 효문제(孝文帝)가 발타선사(跋陀禪師)를 위하 여 창건했다고
전해지는 소림사가 일반에 널리 알려진 것은 달마대사(達磨大師)가 천축(天竺)에서 이곳 소림
사로 와 선종 (禪宗)을 전파하면서 부터다. 달마대사는 토굴에서 구 년의 면벽
을 하고(面壁九年) 얻은 깨달음을 두 권의 책에 나누어 기술하니 그 하나가 역근경(易筋經)
이고, 다른 하나는 세수경 (洗髓經)이었다.
이 두권의 비서(秘書)로 수천 년 무림사에 태산북두격인 소 림사의 역사는
시작되었다. 수백년에 걸쳐 많은 고승(高僧)과 기승(奇僧) 배출되고 겁듭되는 연구와 노력으로
인해 소림의 무학은 날이가면 갈수록 발전하였다. 특히 역근경과 세수경 이 이
론적 무공의 최고봉(最高峰)이라면 소림칠십이절예(少林 七十二絶藝)는 실전적인 무공으로 자
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무공들이었다. 그 외에도 많은 무공들이 있으나 얼마나 많은
무공들이 있는지 실제로 알고 있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다.
천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소림사는 이미 숭산 자체를 감히 누구도, 어떤 세
력도 넘볼 수 없는 불문무학(佛門武學)의 성 지(聖地)로 만들어 버렸다.
소문은 숭산의 초입에 들어서자 발걸음을 더욱 서둘렀다.
그러나 숭산의 산세는 크고 험해 해가 다 지고 나서야 소림 사의 산문(山門)
에 겨우 당도할 수 있었다. 요란한 치장도 없 이 그저 소림사라 쓴 현판 하나만이 달랑 걸려
초라한 문이 었지만 그 낡은 현판 하나를 꺽은 세력이나 사람은 아무도 없었
다. 소문은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산문으로 들어서 려 하였다.
"아미타불, 시주는 잠시 발걸음을 멈춰 주시오"
산문에 들어서는 소문을 막는 두 개의 신형이 보였다. 각 각 한 손에 봉을
들고 있는 젊은 승려였다.
"시주, 지금은 예불시간이 지난 지라... 죄송하오나 내일 다 시 올라와 주시지
요"
"예, 소림사에도 예불을 하나요?"
"아미타불, 물론입니다. 절에서 예불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요..."
"전 예불을 드리러 온 것이 아니 오라...."
소문은 말을 하다 말고 입을 다물었다. 웬지 자신이 말 실 수를 할 듯 싶어
서였다. 다른 곳도 아니고 소림에서 말실수 라...안될 말이었다. 그래서 입을 다물었는데, 산문
을 지키는 무승들은 그런 소문을 이상하다는 듯 바라보았다.
'젠장, 뭐라 말을 하지? 빌려간 반야심경도해(般若心經道解) 를 되돌려 주려
한다고 말하기도 뭐하고....흠, 에라 모르겠다'
"저기, 이곳 주지 스님을..."
"허, 방장님은 무슨 연유로 찾으시는게요" "주방장이 아니라 주지 스님
을..."
"커흠, 주지스님을 방장님이라 하오이다. 주방장이라니 요..."
약간은 노기 띤 무승의 말에 소문은 깜짝 놀랐다.
"아이쿠, 제가 실수를... 저기 방장님을 뵙고 싶은데..." "무슨 연유에서 그러
십니까?"
"그게, 방장님을 뵈야..."
"죄송하오나 방장님은 아무나 만날 수가 없으니 그 연유를 말씀해 주시면 위
에 알려보도록 하지요" "그럼, 저는 을지소문이라는 사람이고 반야심경도해에 대
해 말씀을 드리고자 하여 왔습니다."
"흠, 반야심경도해라...이보게 무애(無愛) 자네는 반야심경도 해라는 것을 알
고 있나?
"글쎄요, 반야심경(般若心經)은 알고 있지만 반야심경도해 라는 것은 처음
들어봅니다. 무허(無虛)사형이 모르시는데 제 가 알 리가 없지요"
"아무튼 위에 보고하고 올 터이니 잠시 이분을 모시고 있 거라"
"예, 대사형. 알겠습니다."
무허라는 사람이 산사 안으로 들어간지 얼마의 시간이 흘 렀을까? 갑자기
부산한 발소리가 나더니 아까 보았던 무허라 는 무승과 눈썹이 길게 뻗어 볼까지 이른 이상한
노승한 분 이 소문에게 다가왔다.
"소승은 지객원(知客院)을 맡고 있는 영각(迎覺)라 합니다.
시주께서 반야심경도해의 행방을 알고 계신다는 분이오?"
자신을 영각이라고 소개한 노승은 다짜고짜 소문에게 질문 을 했다.
"예? 아예. 제가 알고 있습니다."
소문이 아무 생각없이 말을 했건만 듣는 영각대사의 반응 은 실로 놀라웠
다. 두 손은 부들부들 떨리고, 볼까지 길게 내 려온 백미(白眉)는 바람이 없음에도 흩날렸다. 무
허와 무애는 그런 노승을 보며 깜짝 놀랐다. 자신들이 소림에 들어온 이 래 사
부인 영각대사의 이런 모습은 처음 보는 것이었다. 항 상 모시고 있는 이들이 이러니 소문은
더 놀랄 수밖에 없었 다.
"뭣들 하느냐? 무허는 어서 가서 방장께 알리고 무애는 시 주를 지객원으로
아니다. 방장실로 모셔라. 오호 부처님의 은 덕이로다. 실로 오십년 만에 도둑맞은 반야심경도
해의 행방 을 알게 되다니...홍복이야, 홍복"
말하는 영각대사의 목소리는 아까보다 더욱 떨려 있었다.
그러나 이 말을 듣고 있던 소문은 떨리는 정도가 아닌 절벽 에서 떨어지는 기
분을 느껴야만 했다.
'도...도둑을...맞아....? 할아버지는 틀림없이 소림에서 빌려 온 것이라 했는
데.... 지미, 그럼 그렇지 어느 미친놈이 자기 문파의 진산지보(鎭山至寶)를 빌려준담. 어쩐다...
어쩐다.... 꼼 짝없이 죽게 생겼으니... 이대로 도망을....아냐...미치겠네'
무애대사를 따라가는 소문은 풀이 죽어 있었다. 도무지 방 도가 떠오르지 않
았다. 몇 개의 전각을 지나 소문이 도착한 곳은 태산북두 소림을 이끄는 방장실이었다.
"방장 사형, 소승 영각입니다."
"어서 오게...어서"
소문이 방장실에 들어서자 그곳에 앉아있는 사람들의 시선 이 소문에게 집중
되었다. 일견하기에도 한 두 사람이 아니었 다. 어림 잡아도 십 여명은 되어 보이는 노승들이
중앙의 탁 자를 중심으로 좌우에 앉아 있었다. 정 중앙에 앉아 있는 사 람이 소
문에게 자리를 권했다.
"어서오시오. 거기에 편히 앉으시구려. 소승은 이곳 소림을 책임지고 있는
영오(迎悟)라 하오이다. 듣자하니 시주께서 반야심경도해의 행방을 알고 계신다는다고 들었
습니다만..."
영오대사는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막 자리에 앉은 소 문에게 질문을 했
다. 하지만 이미 소문의 머리속에는 딴 생 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허미, 도망도 못 치겠구나. 이 많은 사람들을 어찌 뚫고 도망을 간다...'
"시주....?"
"네? 예 제가 알고 있습니다."
소문이 얼떨결에 대답을 하자 방안에 있던 많은 스님들이 웅성거리기 시작
했다.
"오오! 그토록 애타게 찾았건만...이제서야" "부처님이 도운 겝니다"
"그렇구 말구요, 그렇지 않다면야 어찌 오십년이 지난 오 늘에서야 나타나
겠습니까?"
방안에 있던 노승들의 반응이 크면 클수록 소문의 근심은 커져만 갔다.
'제길 반응들을 보아하니 훔쳐간 놈을 잡기라도 한다면 그 자리에서 갈아 마
실 분위길세....아이고, 여기가 내 무덤이 되 는구나...'
그런 웅성거림을 잠재우는 소리가 있었다.
"자자, 조용히들 하시고, 시주의 말을 들어봅시다. 그래 반 야심경도해는 지
금 어디에 있습니까?"
"그게..."
"어려워 말고 말씀하시지요. 혹여라도 문제가 생긴다면 소 림이 나서서 책임
을 지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니 말씀해 보시 지요"
"그게, 실은..."
"설마, 농을 한 것은 아니겠지요?"
"아닙니다. 그럴리가요?"
갑자기 엄숙해지는 영오대사의 반응에 깜짝 놀란 소문이 손사래를 쳤다.
'하늘이시여, 저를 굽어 살피시옵소서'
소문은 마침내 결심을 했다. 죽이건 살리건 이미 소림을 찾아온 것, 소문
은 자신의 품에서 반야심경도해를 싸고 있는 보자기를 꺼내 영오대사에게 넘겨주었다.
"아미타불, 아미타불, 오오!"
영오대사는 연신 불호를 외치며 천천히 보자기를 풀렀다.
그러자 들러나는 책. 낡은 표지에 중앙에는 반야심경도해 라고 쓰여진 비
급이었다.
"아미타불!!"
"오! 오!"
방안의 모든 사람이 엄숙하게 합장을 하였다. 무허나 무애 도 얼떨결에 합장
을 하기는 하였지만 무슨 영문인지는 알지 를 못했다. 해서 그들의 사부인 영각에게 조용히
그 연유를 물어보았다.
"사부님 도대체 어찌 된 영문인지..." "흠...너희들은 잘 모르겠구나. 내가 소
사미때에 일어난 일 이니..."
영각대사는 자신의 두 제자에게 지난날의 사연을 얘기해 주려고 하였지만
방장의 목소리에 곧 묻혀 버리고 말았다.
"아미타불! 시주 진정 고맙소이다. 이 비급은 저희 소림의 최고의 무공비급
중 하나로 오십여년 전에 악적에게 도둑을 맞고 영영 잃어버리는 줄 알았소이다. 헌데 시주
덕에 이리 찾게 되었으니 무어라 감사의 말을 해야 할 지 모르겠소이 다"
"아닙니다. 별 말씀을요, 저도 우연히 얻은 것에 불과 합니 다."
"아니 우연히 얻다니요?"
"예, 저는 조선으로 건너갈 아니 건너온 사람으로 지금은 천리표국에서 쟁
자수로 일하고 있습니다. 며칠 전에 이곳 정 주로 오는데 음식을 구하다가 길을 잃고 해메던
중 우연히 하나의 암자에서 하루들 묵게 되었습니다. 해서 그곳에서 잠 을 자는
데 갑자기 한기가 치솟더니 땅속에서 하나의 목합이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을 열어보니
이 책과 이것은 소림 의 것이라는 그림이 놓여 있었습니다. 해서 그 동굴을 벗어
나 이곳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
아무도 몰랐다. 도대체 소문이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지는 방장도 몰랐고, 주
변의 많은 노승들도 이해를 할 수 없었다.
하긴 소문 자신도 말을 해놓고 무슨 소리인지 모르는데 그들 이 알 까닭이 없
었다. 하지만 소문은 여기서 만족하지 않았 다. 작업을 할려면 확실히 해야 했다.
"제 말이 다소 이해하기 어려워도 이해를 해주십시오. 제 가 조선에서 건너
가 중원 말을 배운지가 얼마 되지 않아서 조리가 되질 않습니다"
"............"
"아 그렇소이까? 그래도 상당히 잘 하시는구려"
그제서야 약간의 감을 잡은 계율원주(戒律院主) 영묘(迎妙) 가 이해를 했다
는 듯이 말을 받았다.
"그러니까 시주의 말은 우연히 동굴에서 반야심경도해를 얻었고, 소림의
것이라 쓰여 있어서 본사로 가져오셨다는 말 씀 아니 오이까?"
'옳지! 바로 고거거든...크크크'
소문은 자신의 의도가 맞아 들어가자 회심의 미소를 지었 다.
"예, 대사님 그리 말을 하였습니다." "허허, 이리 고마울 데가... 헌데 시주
께서는 천리표국에서 일하신다고 하셨소?"
"예 그곳에서 쟁자수로 일하고 있습니다."
소문은 방장의 말에 공손하게 대답을 했다.
"허허, 이런 인연이 그곳의 국주가 소림의 속가제자(俗家弟 子)거늘..."
"그렇습니다. 전원삼이라고 제가 잠시 가르쳤습니다. 상당 히 뛰어난 자질을
지니고 있었던 아이지요" "아무튼 정말 고맙소이다. 우리 소림은 결코 시주의 고마
움을 잊지 않을 것이오."
"아닙니다. 제가 뭘....그저 소림에 전해주게 되어 다행일 따름입니다. 그럼
제가 할 일은 끝났으니 저는 이만 돌아가 도록 하겠습니다."
소문은 어서 빨리 이곳을 벗어나고 싶었다. 지금이야 이들 이 포기하고 있던
반야심경도해를 찾은 기쁨에 들떠 자신의 말을 한쪽귀로 듣고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게 되면
어떻게 상 황이 변할 줄은 아무도 몰랐다. 언제 자신을 쳐죽이려고 달 려들지
모르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런 그를 순순히 놔줄 소 림은 아니었다.
"무슨 소리를 하시는 겝니까? 저희 소림의 은공을 이리 보 내면 강호의 동도
들이 비웃습니다. 아니 되지요. 무허, 무애 는 무얼 하는가 어서 모시지 않고.."
"아니요 괜찮습니다만..."
'지미, 돌아가시겠고만.....'
소문이 어떻게든 이곳을 벗어나려고 머리를 굴릴 때였다.
아주 천천히 그리고 조용히 방장실로 들어오는 오척 단구의 노승이 있었다.
궁귀검신(弓鬼劍神)제17장 태산북두(泰山北斗)-2
"반야심경도해가 돌아왔다지?"
"예, 사숙조님"
"아미타불, 다행이군요... 그래 그걸 가지고 왔다는 젊은 시 주가 저 친구인
가?"
"그렇습니다. 동굴에서 우연히 구해 본사에 가지고 왔다고 합니다."
'이야, 저 스님이 이 곳에 최고 어른인 모양이네 그려, 다 들 꼼짝 않고 서
있네...'
오척 단구의 노인이 들어서는 순간 방안에 앉아 있던 모든 스님들이 깜짝 놀
라 일어서더니 그 노승에게 일제히 합장을 했다. 그건 방장이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하긴 소림
사의 방장 이라는 사람이 그 노승에게 사숙조라 부를 정도니 그런 해동 들이 이
해가 갔다. 소문은 자신에게 천천히 걸어오는 노승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키는 작고 힘이라고는
하나도 쓸 수 없 을 정도로 깡마른 스님이었다. 헌데 보면 볼수록 묘한 기분
이 들었다. 노승이 걸음을 옮길 때마다 은근히 전해지는 무
형(無形)의 압력이 있었다. 순간 깨닫는 바가 있었다.
'고수다, 그것도 엄청난 고수다!'
그 노인은 이미 자신의 실력을 가늠하고 있는 듯 했다. 계 속해서 가중되는
압력, 소문도 어쩔 수 없이 기를 모으고 있 었다. 그런데 갑자기 자신에게 밀려오던 압력이
씻은 듯이 사라졌다.
"허허, 선재(仙才)로다. 허허"
노승은 뭐가 그리 좋은지 입가에 가득 미소를 짓고 있었 다. 노승은 소문
에게 둔 시선을 거두고 영오대사에게 말을 했다.
"이 시주와 잠시 나눌 말이 있으니 그를 장경각(藏經閣) 으 로 보내도록 하
게"
"그리 하지요"
"그리고, 무무(無武)도 불러 주고"
"옛? 무무는 어인 연유로 그러시는지요?" "무무가 요즘 도통 발전이 없다
네..." "그리 하겠습니다."
영오대사는 노승의 말에 상당한 놀라움을 표시했지만 곧 노승이 원하는 데
로 조치를 취했다. 다른 스님들은 도대체 무슨 영문인지 몰라 어리둥절했지만 감히 물어볼
엄두를 내 지 못했다. 지금 말하는 노승이 누구인가? 자신들의 사부의 사숙뻘
되는 소림에서는 유일하게 남은 광자배로 아직도 장 경각을 담당하고 계신 어른이 아니신가?
그들이 숨도 제대로 못 쉬고 있는 것은 너무나 당연했다.
"무애는 무무를 불러 장경각으로 데리고 가고, 무허는 이 시주를 모시고 가
라"
"예"
노승은 뭐가 좋은지 연신 웃으며 소문을 보았다. 소문은 그런 노승에게서
웬지 모를 불안감을 느끼며 장경각으로 가 야했다. 장경각에 도착하자 이미 무애 스님이 도착
해 있었다.
"태 사숙조를 뵈옵니다."
무애와 같이 온 젊은 승려는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 무무
라 했던가, 노승은 역시 웃음을 지을 뿐이었다. 그리고는 무 허와 무애에게 조
용하게 말을 했다.
"이제 너희들은 가보도록 하라"
"예, 그리 하겠습니다."
무허와 무애가 장경각을 빠져 나가자 노승은 중앙에 마련 된 의자를 소문에
게 권하더니 노승 또한 의자에 앉았다. 무 무라고 한 젊은 승려는 노승의 옆에 가지런히 시
립해 있었 다.
"반야심경도해를 본사에 돌려주었다지?" "예? 아예. 우연히 그것을 얻게
되어...." "허허, 시주는 거짓말도 참 잘하는군." "옛? 거짓말이라뇨. 제가 어
찌.."
그렇게 말하는 소문의 목소리는 상당히 떨려 있었다. 하지 만 노승은 소문의
반응은 상관하지 않았다.
"주(主)였나, 아님 보(補)였나?"
".............."
"괜찮으니 말을 하도록 하게"
'제길, 다 알고 있었고만....어쩔 수 없지...'
"보(補)였습니다."
"허, 진정 보란 말인가? 아니 그것이 보로 쓰일 정도의 물 건이 세상에 있
더란 말인가?"
혹시나 하던 노승은 소문의 말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옆 에 가만히 시립해
있던 무무는 도통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몰 랐다. 주는 뭐고 보는 뭔지....
"그래, 그때 그의 무공실력을 감안한다면 보가 될 수도 있 음이니, 그때 그는
자네와 어찌 되는 사이인가?" "저의 고조부 되십니다."
"그는 정말 대단했어, 나의 모든 무공을 단지 보법하나로 쉽게 막아내더군.
결국 연대구품(連帶九品)과 함께 시전한 백 보신권(百步神拳)으로 한번의 공격은 성공할 수 있
었지만 아 무래도 그것은 그가 일부러 맞아준 것 같은 기분이 든단 말 야...그
는 나에게 한번의 공격을 하지 않았지, 그때 그는 때가
되면 반야심경도해를 반드시 돌려주겠다고 하고는 사라졌지"
'흠, 출행랑 얘기군. 연대구품이라...그래 할아버지가 출행랑 에 비견될 보법
으로 말한 적이 있는 것도 같은데...'
"그래 어떤가? 반야심경도해를 익히기는 다 익혔나?" "다 익힌 건지 잘 모
르겠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 제게 필 요 없는 물건이 되었으니 다 익혔다고 봐도 무리는 아
닐 듯 싶습니다."
"그래, 내 보기에도 이미 자네는 상당한 경지에 이르렀군 그래"
"과찬이십니다"
노승은 잠시 말을 멈추더니 무무를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이 녀석도 지금 상당한 실력을 쌓았다네. 소림에선 장문 인을 빼고는 상대
할 사람이 없을 걸세"
소문은 상당히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무무의 나이는 많 게 보아줘도 서른
초반이었다. 헌데 어찌 소림의 노승들을
능가한단 말인가? 자신이야 쫌 특이한 경우지만 소림 같이 명문정파들의 내
공은 단기간에 속성으로 익히기가 싶지 않기 때문에 어린 나이에 윗사람을 뛰어넘는 것은 웬
만한 자질과 노력이 없으면 어림도 없는 소리였다. 그런 소문의 심정을 안다
는 듯이 노인은 한마디를 덧 붙였다.
"그가 다음대의 소림의 수호신승일세(守護神僧)" "그게 머지요?"
"..................."
수호신승!
노승의 말에서 나온 말은 틀림없이 수호신승이었다.
소림에는 두 가지의 전설(傳說)이 있었다. 하나는 사람들에 게 익히 알려진
전설이고, 다른 하나는 그 누구에게도 알려 지지 않은 오직 단 한 사람 소림사의 방장에게만
구전(口傳) 되어 내려오다가 최근에야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전설이 있었다.
사람들에게 익히 알려진 전설은 소림사가 자랑하는 백팔나한진(百八羅漢陣)이었다. 백팔나한진
은 소림사의 나한
전(羅漢殿)에 속한 무승(武僧) 백팔명이 하나의 거대한 진을 만드는 것으로
지금까지 수많은 도전에도 불구하고 한번도 꺾이지 않은 절대의 위력을 지닌 최고의 진(陣)
이었다. .
지금으로부터 약 사백 년 전 희대의 살인마(殺人魔)였던 인 도부(人屠斧) 궁
태악(宮太惡)이 혈세궁(血世宮)을 만들어 무림 을 도륙(屠戮)하고 있을 때 아무도 그를 막아서
지 못했다. 하 지만 그런 그도 백팔나한진에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무릎을 꿇
고 말았다. 삼백년 전에도 같은 일은 되풀이되었다. 강남 (江南)에 있는 거의 모든 문파를 무
릎 꿇린 수라마제(修羅魔 帝)는 마도사상 최고의 고수로 손꼽혔다. 당당하게 소림에 도
전한 그도 백팔나한진을 뚫지 못하고 쓰러져 갔다. 그 외에 도 많은 세력과 개인이 백
팔나한진을 뚫어보고자 애를 썼지 만 누구도 해내지 못했다. 이것이 사람들에게 알려진 첫번
째, 불패(不敗)의 전설이었다.
약 사십여년 전 또 한번의 전설이 만들어지는 듯 했다. 중
원 무림은 한 사내의 출현에 전전긍긍했다. 아니 그는 철저 하게 마도만 상대
했으니 마도무림이라 일컫는 것이 옳을 것 이다. 최초 그가 하나의 검을 들고 출도 했을 때
그를 주목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사의 종주라 자부하던 혈사제
(血師帝)가 단 삼초만에 목이 달아나자 그 시선이 달 라지기 시작했고, 이후 구류마존(九流魔
尊)과, 뢰마신(雷魔神) 율사(率絲)마저 꺾자 모든 이들은 경악을 했다. 그의 보보(步
步) 마다 시선이 따르고 행동 하나 하나에 중원의 눈과 귀가 주시했다. 그는 약 삼년간 그
렇게 중원의 마도고수(魔道高手) 들과 비무행(比武行)을 가졌다.
정확하게 사백 일흔 일곱 번의 비무의 승리를 통해 그는 이미 마도무림의
신으로 추앙 받기 시작했다. 효웅(梟雄)과 패웅(覇雄)들이 앞을 다투어 그의 발아래 무릎을
꿇었고, 그 의 강함을 추종하는 무리들이 모여 하나의 단체를 만들게 되 니 전
중원무림의 절반을 지배하는 마도무림의 하늘 패천궁
(覇天宮)은 그렇게 탄생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그 동안 정도와는 철저하게 거리를 두어온
그가 갑자기 발걸음을 소림으로 돌렸다. 그와 발맞추어 정도의 무림인들과 마도의 무림인이 일
제히 숭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온 중원의 시선이 쏠린 가운데 그는 백팔 나한
진에 단신으로 도전했다. 이틀의 낮과 밤을 꼬박 세운 싸움에서 모든 무림인들의 예상을 뒤
엎는 결과가 나왔다. 지 금까지 그 누구도 넘보지 못하던 백팔나한진이 처음으로 깨
지는 순간이었다. 마도무림은 환호했고, 정도무림은 망연자실 할 수밖에 없었다. 정도무림
최후의 보루인 소림이 무너졌다 면 다가올 패천궁과의 중원다툼의 결과는 손금보듯 뻔했기
때문이다. 백팔나한진을 깨뜨린 그는 한자리에 모여있는 정 도무림의 영수들에게
물었다.
"내가 중원을 접수해도 되겠소?"
아무도 그의 말에 토를 달지 못했다. 정도무림이 결딴나는
순간, 조용히 나선 사람이 있었다.
[시주, 빈승을 따라오시지요. 소림의 진정한 힘을 보여드리 겠소이다...]
당시 소림사의 방장이었던 혜명(慧冥)대사는 그를 조용히 나한전(羅漢殿)
으로 청했다.
'진정한 힘이라... 백팔나한진말고 다른 것이 있단 말인가? 좋군....'
혜명대사의 전음을 듣고 호승심이 생긴 그는 혜명대사가 이끄는 대로 나한
전 안으로 들어갔다. 허나 그의 기대와는 달리 그곳 연무장에는 오척단구의 노승이 지팡이
하나를 들 고 서있을 뿐이었다. 그는 벌컥 화를 냈다.
"장난하시는게요?"
그의 목소리는 나직했지만 힘이 있었다. 여차하면 소림을 쓸어버리겠다는
살기도 은은히 내포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런 그에게 시선을 거둔 혜명대사는 오척 단구의
노승에게 공 손하게 말을 했다.
"죄송합니다. 백팔나한진이 무너진 이상 소림을 지켜주실 분은 사숙뿐이
아니 계십니다. 이 죄는 방장의 직위를 내놓 고 십 년간 묵언정진(默言精進)으로 대신하겠습니
다." "그럴 필요 없네. 어차피 내가 맡은 숙명인 것을..."
오천 단구의 노인은 노기를 띠고 있는 그에게 다가갔다.
"대단한 기세를 지녔구먼, 그 정도면 십 여년 전에 본사를 다녀간 인물과 비
견되는 기세야. 허나 실력은 어떤지..." "스님이 뉘 신지는 모르나 비켜서시지요"
"허허, 적에게 아량을 베푸는 걸 보니 그대의 심성이 과히 나쁘지는 않군..."
노승은 뭐가 좋은지 입에 웃음을 머금었다. 그리고는 들고 있던 지팡이를 그
에게 조용히 겨누었다.
"자네에게 지금부터 세 번의 공격을 하겠네, 한번 피해보 게나"
"더이상 농을 하면 참지 않겠소이다."
그는 노승이 자신을 우롱하는 것 같아 불같이 화를 냈다.
그러나 천천히 날아오는 지팡이는 그런 그의 마음을 천리 밖 으로 던져버렸다.
"헛!"
어느새 노승의 지팡이는 그의 가슴에 살며시 닿아 있었다.
노승은 웃고 있었지만 그는 결코 웃을 수 없었다.
"자 다시 가네. 이번엔 정신을 차려 막아보게"
노승은 다시 한번 지팡이를 움직였다. 그는 정신을 집중하 고 지팡이의 움직
임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나였던 지팡이가 두 개로, 두 개에서 네 개로, 그리고는 온 나한전을
지팡이의 그림자로 뒤덮어 버렸다. 어찌 손을 쓸 방법이 없었다. 자신 이 아는
모든 무공을 동원해도 저 지팡이를 막을 방법이 없 었다. 그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아까와 마
찬가지로 지팡이가 그의 가슴을 지그시 누르고 있었다. 만약 상대가 자신에게
조그마한 살심(殺心)이라도 가지고 있었다면 이미 싸늘한 시
체가 되어버렸을 자신이었다. 무림에 출도해 처음 당해보는 치욕이었다. 엄청
난 치욕감에 몸을 떨었지만 그는 진정한 무 인이었다.
"하나의 초식이 더 남았겠지요? 허나 두 번째의 초식으로 충분했습니다. 이
제서야 세상이 얼마나 넓은지를 알았습니다.
정저지와(井底之蛙)라 제가 그 꼴이었군요. 헌데 그 무공의 이름은 무었입니
까?"
그는 깨끗하게 자신의 패배를 인정했다. 그리고 자신을 패 배시킨 무공이 무
엇인지를 당당하게 물었다. 그런 그를 보는 노승의 얼굴에 다시 미소가 지어졌다.
"달마삼검(達摩三劍)이라 한다네... 수호신승(守護神僧)에게 만 전해지는 소
림의 비전(秘傳)이라네"
'달마삼검이라....'
"언젠가 그것을 꺾을 칼을 가지고 오겠습니다. 그럼..."
그는 노승을 바라보며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그리고는 들
어올 때와 마찬가지로 당당하게 나한전을 벗어났다. 그런 그 를 보며 노승은
여전히 자애스런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인물이야, 인물...."
나한전을 벗어난 그는 자신을 바라보는 많은 사람들 앞에 서 당당하게 자신
의 패배를 시인했다.
"내가 오늘 백팔나한진을 깨뜨리기는 했으나 소림의 진정 한 힘은 따로 있
었다. 수호신승(守護神僧)이 지닌 무공은 지 금의 나로서는 도저히 넘을 수 없다. 하지만 언제
가 그 힘을 이겨낼 때 내 다시 소림에 오를 것이다"
그는 그를 추종하는 무리를 이끌고 패천궁으로 돌아갔다.
수호신승(守護神僧)이라는 이제껏 알려지지 않은 소림사의 힘이 세간에 알
려지고 또 하나의 전설이 만들어지는 순간이 었다.
이후 지금까지 그는 소림에 도전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패천궁의 자리를 지키며 마도무림을 호령하고
있었으니 그의 나이 올해 일흔 둘, 파멸신검(破滅神劍) 구양 풍(邱暘風)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여기서 다시 그 수호신승이 거론되고 있었다.
"내가 육십 년을 했으니 이제 물려 줄만도 하지. 헌데 문 제는 이 녀석일
세. 수호신승은 대대로 일맥으로 내려오도록 되어 있고 그 정체를 아는 사람도 오직 장문인으
로 한정되어 있다네. 아직까지는 학승(學僧)의 신분으로 제 본분을 하고 있지
만 스스로의 실력에 자만하여 그 실력이 도무지 나아가 지 않고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으니 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 니네. 해서 그 자만심을 자네가 깨뜨려 주었으면 하는데... 어
떤가?"
"제가 무슨 힘이 있다고 그러십니까? 저는 그저 약간의 성 취를 보았을 뿐입
니다."
"흠, 그래 그렇다면 할 수 없지. 참 아직 장문인들은 자네 의 고조부가 반야
심경도해를 가지고 간 것을 모르지 아마...."
노승은 말하면서 소문의 눈치를 곁눈질로 바라보았다. 과 연 예상대로 소문
의 얼굴은 처절하게 일그러졌다.
소문은 자신을 보며 싱글거리는 노승을 보며 문득 자신의 할아버지가 생각
났다.
'흥, 고승 좋아하네. 늙으면 다 똑같해.. 능글맞고, 꼬장 부 리기 좋아하고....
제기랄 잘못 걸렸어'
소문은 억울하다는 듯이 노승을 쳐다보았다.
"제가 무슨 수로 그의 자만심을 깨뜨린다는 말입니까?" "허허, 간단하지.
자네와 무무가 비무를 하면 간단하게 이 루어지는 것이 아닌가?"
그러자 그 동안 조용히 듣고만 있던 무무가 발끈하여 말을 했다. 키만 멀대
같이 큰 이 시주가 도대체 어는 정도의 실 력이길래 자신과 비무를 시킨단 말인가? 비무정도
가 아니라 태사숙조는 아예 그가 자신을 패배시킬 것을 당연하게 여기 고 있는
말투였다. 자존심이 상했다.
"감히 한 말씀 올리겠습니다. 제가 어리석어 태사숙조께서 걱정을 하시는 것
은 알겠사오나 제자 저런 시주에게 패배할 정도로 약하진 않습니다. 그러니 비무를 하라는 말
씀은 거두 어 주십시오"
'옳지 잘한다. 잘해...가만...그런데....'
소문은 무무가 노승에게 하는 말을 듣고 처음엔 자신의 생 각과 일치하는 부
분이 있어서 좋아했지만 그 뜻을 다시한번 헤아려 보니 은근히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흠, 저런 시주에게 패배할 정도로 약하지 않다? 저 땡중을 그냥.... 아니야..
참아야 하느니....'
소문은 울컥 치밀어 오르는 화기를 가라 앉혔다. 하지만 노승은 그런 소
문을 가만 놔주질 않았다.
"무무 너는 내명에 따르면 그만일 것이고, 어떤가 아직도 결정을 내리지 못
했는가? 그럼 어쩔수 없지... 장문인이나 만
나러 가 볼까..."
"......알았습니다....비무를 하지요........"
소문은 결국 노승의 의도대로 따르기로 하였다. 어디까지 나 노승의 부탁을
받아들인 것이지 절대로 소림이 무서워서 드런 것은 아니었다....라고 생각만 하는 소문이었다.
'단숨에 끝내버린다'
무무는 자신이 그렇게까지 말했는데 비무를 시키려는 태사 숙조에겐 서운한
마음을 또 비무를 하려는 소문에게는 상당 히 악 감정을 품고 비무에 나섰다. 하지만 소문은
소문대로 딴생각이 있었다.
'한방만 맞고 빨리 끝내야지'
"잠깐, 여기서 비무를 할 참이냐? 따라오너라"
노승은 장격각 한 가운데로 나서는 소문과 무무를 가볍게 질책하고는 자신
이 앉아 있는 곳의 의자를 치우고 판자하나 를 들어냈다. 아래에 무엇이 있는지는 몰라도
계단이 눈에
띄었다. 소문과 무무는 조용히 노승의 뒤를 따랐다. 어두운 계단을 따라 한참
을 내려가는데 무무는 이미 이곳에 익숙해 져 있는 눈치였다.
"자 이곳에서 멋들어지게 한번 붙어 보거라"
장경각의 지하에 이처럼 거대한 연무장이 있을 줄은 아무 도 상상하지 못했
을 것이다. 얼핏 보기에도 그 크기가 이십 여장에 이르니 도대체 이걸 어찌 만들었을 까 하
는 생각도 들게 했다. 노승은 연무장 주변에 걸려 있는 횃불에 차례로 불을 밝
히며 소문과 무무의 비무를 종용했다. 두사람 다 내 키지는 않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 천천히
연무장 중앙에 마 주보고 서게 되었다.
"아미타불, 내키지는 않으나 어쩔 수 없는 일, 최선을 다해 주시기 바랍니
다."
"아예, 그저 빨리나 끝내 주십시오"
소문은 정중한 무무의 말에 대답을 하는 둥 마는 둥 했다.
무무는 천천히 동작을 취했다. 양손을 모아 소문에게 절하 는 해동을 보였다.
처음 비무를 시작하는 상대에게 예를 표 하는 동자배불(童子拜佛)이었다. 소문도 얼떨결에 고
개를 숙 여 인사를 했다. 한동안 동자배불의 자세를 취하던 무무의 동작에 변
화가 오기 시작했다. 그는 천천히 소문에게 손을 뻗었다.
"금강장(金剛掌)!"
한 개의 손이 아니었다. 두눈 딱 감고 란대맞고 쓰러지려 는 소문의 몸을
강타한 것은 단지 한번이 아니라 수 십번의 손길이었다. 아니 소문이 느끼기엔 수백 번처럼
여겨졌다. 금 강장은 한번의 공격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공격이 계속하 여
중첩되고, 허초와 실초가 마구 뒤섞여 상대의 눈을 현혹 하고 마침내는 상대를 절명케하는
무서운 수법이었다. 그런 장법을 수 도 없이 맞았으니 소문이 저렇게 구석에 쳐박히는
것도 이해는 되었다. 그런 소문을 보며 무무는 깜짝 놀랐다.
'아뿔싸, 태사숙조가 비무를 시킬 정도면 상당한 수준의 무 인이라 생각하고
손을 썼건만 이런 실수를....헌데 저 시주의 무공은 몰라도 몸은 상당히 강인하군, 손이 이리
저리는 것 을 보면...'
하지만 무무는 곧 그런 생각을 접어야 했다. 죽은 둣이 쓰 러져 있던 소문이
천천히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소문의 입 가에는 조금씩 피가 흐르고 있었다.
"어이, 땡중, 한 대만 때리라고 했지... 누가 그리 무식하게 패라고 했지? 내
가 풀어놓았던 기를 원래대로 안 돌렸으면 꼼짝없이 죽을 뻔했잖아."
사실, 소문은 한방만 맞고 패배를 시인하려는 마음에 자 신의 모든 혈을
보호하고 있는 반야심경도해의 기력을 잠시 한곳으로 이동시켜 막아놓고 있었다. 헌데 무무의
공격이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계속 이어직고 온몸을 강타하는 것이 아
닌가 소문은 급히 막아 놓았던 기를 풀어 몸을 보호
했다. 무무가 마지막에 느꼈던 고통은 이런 기의 반탄력으로 생긴 것이었다. 아
직도 계속되는 고통에 소문은 처음 생각을 수정했다. 자신은 한번으로 끝내려고 알뜰히 준비
했건만 땡 중은 그게 아니라고 생각했다.
"흥, 좋아 좋아, 누가 이기나 함 해보자고."
소문은 자신의 단전에 펴박혀 있는 내공을 끌어올렸다. 그 리고는 천천히 발
을 움직였다. 그런 소문을 바라보는 무무의 눈에 언뜻 긴장이 스쳤다. 소문의 몸에서 흘러나오
는 예기가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간닷!"
소문은 기합성과 함께 무무에게 달려갔다.
"퍽!"
"크헉!"
무무가 미처 대비하기도 전에 소문의 주먹이 그의 가슴을 후려쳤다. 비록
특별히 권장지술을 익힌 것은 아니지만 이미 내공이 실린 소문의 주먹은 어떤 무기보다 강력했
다. 소문의
주먹을 가슴에 맞은 무무는 신형을 이리저리 비틀며 간신히 몸을 세웠다. 그
도 역시 입에서 선혈을 내뿜고 있었다. 무무 는 경악이 뒤섞인 눈으로 소문을 쳐다보았다. 아
무리 자신이 방심을 하고 있었다지만 그런 빠름은 도무지 이해 할 수가 없었
다. 하지만 생각만 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어느새 소문 의 공격이 또한 번 이루어졌다.
"퍽!"
무무는 이번에도 막지 못하고 소문의 주먹에 몸울 휘청거 렸다. 그러자 옆
에서 구경하고 있던 노승이 껄걸 웃으며 무 무에게 말을 했다.
"그것 보거라. 저 시주가 네 자만심을 꺾어 준다고 하지 않았더냐?"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무무는 신형을 곧추 세우더니 눈을 감았다. 그런 모습을 바라보는 노승의
눈에 이채가 스쳤다.
'금강부동신법(金剛不動身法)이라...제대로 선택했구나'
무무의 신형에서 은은히 금광이 흘러 나왔다. 하지만 소문 은 신경을 쓰지
않았다. 다시 한번 무무에게 다가갔다. 헌데 이번은 아까 와는 달랐다. 아직 제대로 쫓아 오
진 못했지만 제법 자신의 속도에 맞추어 방어를 하고 때때로 반격까지 했 다.
그러자 당황하는 것은 소문이었다. 아무래도 체계적인 주 먹질이 아니라 마구잡이로 휘둘러
대는 주먹인지라 차차 무무의 반격에 밀리고 있었다. 무무는 지금 금룡십이해(金龍
十二解)라는 금나수(擒拏手) 수법으로 소문의 주먹을 막고 무 상각(無上脚)과 탄지신통(彈
指神通)으로 반격을 했다. 특히 탄 지신통은 약점을 요리조리 찔러가며 소문의 공격을 약화시
키 고 있었다. 소문은 작전을 바꿔야 했다.
"흥, 땡중이 그리 나온다면 나도 생각이 있지"
소문은 갑자기 몸을 뒤로 빼더니 어깨에 메고 있던 철궁을 풀렀다.
"까짓것 주먹질을 하지 못하면 안 하면 될 것 아냐"
소문은 이상하다는 듯이 자신을 바라보는 무무에게 시위를 당겼다. 화살도
없는 시위를 당기다니... 무무는 이해를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자신이 얼마나 멍청했는지 알 수
있었다.
"헉!"
소리도 없었다. 형체도 없었다. 다만 자신의 어깨를 꽤 뚫 고 가는 무언가를
느낀 것은 고통이 무무를 엄습한 다음이었 다. 무영시(無影矢)였다. 소문은 다시 한번 시위를
당겼다. 정 신을 집중하고 있던 무무는 이번엔 놓치지 않았다. 소문이 시위를
놓는 순간 엄청난 기운이 자신을 덮쳐왔다.
'막을 방도가 없다'
무무가 아무리 머리를 굴려 봤지만 자신이 알고 있는 권장 지술로는 그 기운
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저것을 감당할 무공은 오직 하나뿐이었다. 무무는 겨우 땅바닥을
굴러서 피
할 수 있었다. 소문은 계속해서 무무를 땅바닥에 굴리고 다 녔다.
"그만...이미 승부는 끝이 난 것 그만하거라"
무무가 얼마나 땅을 굴러다였을 까, 노승은 비무를 멈추게 했다. 소문은 싱글
거리며 웃고 있었고, 무무는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이제 세상이 얼마나 넓은 것인지를 너도 알 수 있을 것이 다. 오늘일을 거
울삼아 도욱 정진하거라."
노승은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무무에게 부드럽게 말을 했 다. 하지만 무무
는 수긍하지 않았다.
"태사숙조님 아직 쓰지 않은 무공이 있지 않습니까? 그것 이라면 충분히 막
을 수 있습니다."
억울하다는 무무를 보며 노승은 화를 내지 않았다. 다만 조용하게 타일렀
다.
"달마삼검을 말함이냐? 허나 지금 네가 성취한 수준으론 어림도 없다. 저
시주가 너를 맞추지 못해서가 아님을 왜 모
르느냐... 그리고 너는 느끼지 못 하겠지만 나는 알수 가 있 다. 저것이 끝이
아님을, 저 정도의 무공을 익히려고 반야심 경도해를 훔치지는 않았을 것. 안 그런가?"
노승은 확시을 한다는 듯 소문에게 질문을 던졌다. 소문은 분위기가 분위기
이니 만큼 정중하게 대답을 했다.
"삼초식의 검법이 있습니다."
"역시, 예상대로군.... 틀리없이 위력 또한 대단할 것이야.
아니 그런가?"
"......."
"흠, 부탁하기는 뭐하지만 무무가 패패를 인정하지 않으니 그 무공을 잠깐
이나마 견식시켜 주지 않겠나? 이 늙은이의 부탁이네"
노승은 미안한 표정으로 소문에게 부탁을 했다. 처음부터 드러내지 않았으
면 모르되 이미 자신의 무공을 드러낸 이상 감출 것도 없었다.
"그러지요"
소문은 노승이 짚고 있는 지팡이를 청했다. 노승은 아무말
없이 지팡이를 건네 주었다. 소문은 지팡이를 들더니 천천히 머리위로 올렸다.
그리고는 노승을 향해 말을 했다.
"삼초식의 무공이 있으나 첫 번째 초식은 너무 살기가 짙 으니 산사에는 어
울리지 않습니다. 그러니 두 번째 초식을 펼치도록 하겠습니다."
"좋도록 하게"
소문은 머리위에 올렸던 지팡이를 천천히 휘둘렀다. 동작 은 춤을 추듯 우
아했지만 너무 느렸다. 한참이 지난 후에야 지팡이를 멈춘 소문은 지팡이를 노승에게 건제 주
었다.
"그..초식의 이..름은..무엇인가?"
"절대삼검(絶對三劍) 제이초 둔검애인(鈍劍愛人)이라 합니 다"
"둔검애인이라.... 좋구나. 내평생 이런 무공을 접할 줄이 야.. 허허"
노승은 연신 감탄사를 내뱉었다. 하지만 무무는 그게 어떤 의미인지 알 수가
없었다. 해서 노승에게 그 의미를 물어보
았다.
"태사숙조님, 저의 눈에는 그저 천천히 내리친 초식으로만 보일 뿐이었는데,
다른 의미가 있는 것입니까?" "흠, 그것은 네 수준이 아직 멀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 초
식에서 대자연의 이치를 보았다. 그 어떤 무공도 저리 느리 게 움직이는 지팡이를
뚫지 못 할 것이다." "......그럼 달마삼검이라면 어떻습니까?"
무무는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네가 어떤 심정으로 물어보는지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어쩔 수 없구나...
본사의 달마삼검도 예외는 아니다. 다만 달 마삼검의 최후초식이라면 어찌 막아볼 수는 있겠지
만 이긴다 는 것은 불가능이라 할 것이다."
"허면 저 시주의 무공이 태사숙조를 능가한다는 것이옵니 까?"
"허허, 듣지 않았느냐? 저 무공이 두 번째 초식이라고, 저 시주에게는 아직
마지막 초식이 남아있으니 어찌 내가 우위
를 말할 수 있을까, 모르긴 몰라도 저 시주의 무위는 나를 넘어섰을 것이다."
노승은 담담하게 말을 했지만 무무는 도무지 믿을 수가 없 었다. 앞에 있는
태사숙조가 누구인가? 전 마도의 하늘이라 일컬어지는 구양풍을 무릎 꿀린 절대자가 아니던
가.... 그런 데...그런 자신의 태사숙조가 싸우기도 전에 패배를 인정하고 있는 것
이었다. 무무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을 때였다.
"저기 스님, 이제 저는 돌아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여기 서 더 머무르면
제가 불편할 것 같습니다." "그럴 수도 있겠네, 그래, 어디로 가려는가?" "우
선 제 동료들에게 돌아가야지요"
"그렇군 자네가 지금 표사라 했던가?" "쟁자수로 있습니다."
"허허, 천하무적(天下無敵) 쟁자수로구먼 그래. 허허허"
노승은 뭐가 그리 좋은지 연시 웃음을 지었다.
"그래 자네는 이후 무엇을 할 생각인가?" "헤헤, 어차피 중원에 들어온게
신부를 데려가려고 온 것 이니 빨리 만나서 고향으로 돌아가야지요" "허허허,
신부라....허허허"
"그럼 가보겠습니다"
"그렇게 하게, 무무는 이 시주를 산문 밖까지 안내하도록 하여라"
"예 태사숙조님"
"아미타불!"
소문이 인사를 하자 노승도 합장으로 답례를 했다. 한밤중 인 소림에는 달빛
만이 고고히 내리쬐고 있을 뿐 고요함으로 가득했다. 무무는 소문을 데리고 산문을 나섰다. 간
간히 경계 를 서는 무승들과 마주치긴 했지만 문제 될 것은 없었다.
"그럼 가보겠습니다"
"오늘의 가르침을 잊지 않겠소이다. 살펴 가시지요. 아미타불!"
소문이 무무에게 인사를 하자 노승과 마찬가지로 무무 또 한 소문에게 합장
으로 답례를 했다. 저녁에 소림에 들어가
채 하룻밤도 머물지 않고 떠나는 소문을 반긴 것은 산의 적 막과 승들의 울음
소리였다. 하지만 그를 보내는 소림은 오 늘밤은 절대로 잊을 수 없는 시간이 밤이 될 것이다.
첫댓글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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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겁게 보고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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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림사
태산북두 숭실 소림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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ㅈㄷ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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